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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분식집과 냉면집

분식집과 냉면집


직장인에게 점심시간은 고민과 선택을 강요 받는 때다. 어제 먹었던 건 먹기 싫고 새로운 건 먹고 싶은데 위험할 거 같고 그렇다고 딱히 먹고 싶은 게 떠오르지 않을 뿐더러 여럿이서 점심 먹으러 나서다 보니 의견 통합도 쉽지 않다. 길거리를 걷다가 식당을 기웃거리며 갈등하는 모습은 빌딩숲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다.


다들 뭘 먹을지에 대해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다. 더운 여름에는 오히려 뜨거운 것을 먹어야한다는 의견부터 아무리 오래 기다리더라도 사람 많은 곳에서 먹어야 안전하다는 의견까지 참으로 다양하다. 의견통합이 쉽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인데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나는 먹는 건 까다롭지 않은데 식당을 고를 때 항상 주장하는 바가 있다. 첫 번째는 메뉴 많은 곳에 가지 말자는 것이다. 이것저것 하는 데 치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데가 없을 뿐더러 기존 제품의 반응이 신통치 않으니 메뉴가 갈수록 늘어났다고 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전문점에서 딴 거 먹지 말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순두부 집에 가면 순두부를 먹어야지 메뉴에 설령 있다 하더라도 불고기를 먹지 않는 식이다.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먹지 않고 냉면을 먹는 것은 나에게는 부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따라서 나는 이것저것 파는 분식집보다는 확실한 제품을 가지고 있는 냉면집, 설렁탕집, 순대집 같은 전문점을 선호한다. 전문점은 그 카테고리에 관한 한 완전히 고객의 입맛을 만족시켜줄 정도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몇 가지 재료만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신선도가 뛰어나다. 분식집은 모든 메뉴를 완비해서 모든 고객을 수용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것은 분식집만의 욕심이자 착각이다. 고객에게 분식점은 여러 대안 중 하나에 불과하다. 차라리 ‘뭘 먹지’ 하는 순간에 바로 머리 속에 떠오를 수 있는 전문점이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기 용이하다.


나는 이 관점을 항상 투자자문 경영에 대입시켜 분식집의 오류에 빠지지 않고자 노력한다. 고객을 만나다 보면 가치투자 외에도 이것저것 다른 상품을 요구하시는 분들이 있다. 한 명의 고객이라도 놓치기 싫은 경영자 입장에서는 메뉴를 늘이고 싶은 충동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다면 정중히 ‘저희는 냉면 외에 다른 걸 팔지는 않습니다. 대신 냉면 하나만큼은 끝내주게 잘 합니다’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우리는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인 것을 인정하고 대신 가치투자 하면 딱 떠오르는 투자자문사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투자자문사 대표이기 때문에 주식투자를 직접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개인 자금은 다른 회사의 펀드상품을 사야 한다. 그런데 살만한 펀드상품을 조회해보면서 기존의 투신사나 자산운용사 중 확실한 색깔을 가진 전문점은 찾아보기가 무척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부분의 투자사들이 냉면집이 아니라 분식집이었다. 고객에게 상품을 제시하기보다는 고객의 취향을 모두다 만족시키려는 욕심에 메뉴가 너무나 많았다. 그때그때 유행에 편승한 상품도 많았다. 예를 들어 2000년 초에 나온 코스닥 IT펀드, 2003년에 나온 가치투자 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성격이 다른 두 가지 펀드가 한 회사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을 정도다. 그나마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전문집들은 대부분 외국계 투신사였는데 수수료가 국내사보다 더 비싼 특징이 있었다.


우리나라 기관들이 외국자본에 잠식되어 가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국내 투자가들이 외국 투자기관을 선호하고 돈을 몰아주고 있다고 한다. 외국 것을 선호하는 사대주의로 돌릴 수만은 없다. 잘못은 결국 국내 기관들에게 있다. 단기적 이익 추구에 따라 고객 취향을 맞추다가 메뉴만 많아지고 고유의 색깔을 잃었는데 어떻게 고객 탓을 할 수 있겠는가?


자산운용 시장의 미래는 밝다. 그런데 커지는 시장에서 또 분식집들이 속출할까봐 우려된다.이제 분식집 스타일의 메뉴를 접고 전문점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 메뉴를 늘이기 보다는 한 가지라도 딱 부러지게 잘 해서 고객을 만족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최준철 / VIP투자자문사 대표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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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 김신웅
    정보, 지식, 전문화 사회에서 선택과 집중이란 단어보다 더 중요한 개념은 없을 것 같아요!
    2004.06/19 10:23 답글쓰기
  • 김신웅
    2004.06/1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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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쿠가와
    어떤 분야에서나 자신만의 전문성을 개발시켜 차별화 시키는 전략은 성공을 위하여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2005.08/06 11:04 답글쓰기
  • 도쿠가와
    2005.08/0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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