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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Brand, Best Stock] 신세계(004170)
토종 할인점의 자존심..100호점 박차
백화점에서 할인점으로
95년 서울에 올라와서 소위 명동구경을 나갔을 때 필자의 눈에 들어오는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물이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고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은행인 한국은행이었고 다른 하나는 고색창연하게 서 있는 신세계 백화점 본점이었다. 그러나 현재 아무도 신세계를 백화점 업종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신세계 본점도 리뉴얼을 하고 있지만 매출의 아주 일부만을 차지하는 상징적인 의미에 불과할 뿐이다. 이제 신세계는 이마트라는 이름과 동격이 되어 버렸다.
신세계의 작년 매출은 4조 2천억원이다. 이중 할인점 부문인 이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올해 회계기준 변경으로 백화점 매출이 수수료만 인식하게 되어 백화점의 매출 비중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매출로 보나 수익으로 보나 신세계는 미국의 월마트처럼 할인점 업태로 구분되는 것이 옳다.
그런데 할인점이라는 업태는 참으로 독특하다. 가격이 낮은 곳으로 몰리는 할인점 방문객들의 성향을 생각해보면 무차별적인 업태인 것 같지만 선두업체와 후발업체 간의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또한 월마트, 까르푸 등 높은 인지도와 자금력을 갖춘 해외 유통업체들이 국내로 들어와 영업을 하고 있지만 세계 최대라는 월마트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까르푸도 사실상 2~3위 자리를 높고 다투는 실정이다. 국내 토종 브랜드로 할인점 유통 시장을 지켜내고 있는 이마트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이마트의 성공요인
이마트의 성공요인으로 꼽을 수 있는 건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 번째는 탁월한 부지 선점으로 후발 주자들과의 격차를 크게 벌리고 시작했다는 점이다. '모든 사업은 부동산 사업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사람이 땅을 디디고 사는 이상 모든 사업에는 부동산이 개입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사람을 많이 모으는 데서 성패가 갈리는 할인점에게 부동산의 입지 조건은 알파와 오메가다.
이마트의 성공은 IMF로 거슬러 올라간다. IMF 이전까지만 해도 신세계의 할인점 브랜드는 프라이스클럽이었다. 아직 할인점이 익숙하지 않았던 시대라 영업이 지지부진하던 차였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IMF가 터졌다. 기존 캐쉬카우인 백화점 사업까지 위축된 상태에서 신세계는 승부수를 던졌다. 프라이스클럽을 해외기업에 매각해 1억 달러를 확보한 뒤 이 자금으로 떨이로 나온 주요 상권의 부동산들을 매점했던 것이다. 이 탁월한 결정으로 인해 97년 10개의 이마트를 만들었고 경기회복과 서구식 구매 유행이 맞물리면서 성장가도를 달려나갔다. 현재 전국에 퍼진 이마트의 개수는 61개다. 매장 개수 증가에 따라 20~30% 대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신세계의 부동산팀은 탁월한 안목으로 명성이 높다. 이들은 앞으로 오픈할 이마트 부지를 계속 물색하는 중이다.
두 번째는 한국 사람에게 맞는 유통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태동한 할인점의 모델은 물건을 선반에 쭉 쌓아두는 창고형이다. 그러나 이 모델은 우리나라에는 잘 맞지 않는다. 미국에 비해 집이 좁아 물건을 많이 쌓아둘 수 없기 때문에 대량구매보다는 적절한 양을 싼 가격에 사는 것을 좋아한다. 물품 구매 빈도가 높은 상품에도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야채, 과일 등 신선도에 무게를 둔다. 이마트는 이런 특성을 반영해 신선식품의 비중을 늘리고 진열대 위치를 눈높이에 맞추는 등 한국형 모델을 만들어 선보였다. 이 자체가 해외에서 들어온 유통업체와 차별화를 이뤘고 소비자에게 어필했다. 월마트는 지금까지 미국식 모델을 고집하다가 결국 이마트 스타일로 매장을 변경한 상태다.
세 번째는 규모의 경제를 이룩했다는 점이다.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는 소비자로부터 허락 받은 마진을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한다. 이 파워가 과거에는 자본력과 브랜드를 가진 제조업체에 있었지만 이제는 규모의 경제를 가지고 막대한 바잉파워를 행사할 수 있는 유통업체에게 그 주도권이 넘어온 상태다. 이 선두에는 역시 61개의 매장을 가진 이마트가 있다. 이마트는 많은 물건을 싼 가격에 들여다 놓고 싼 가격에 팔아 소비자를 모은 뒤 재고회전율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킴으로써(상품회전율 34.7회전) 무차별 서비스일 수 있는 할인점의 입지를 크게 다졌다. 여기에 더해 발전된 전산시스템은 이마트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IT붐의 가장 큰 수혜는 많은 재고와 촘촘한 물류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유통업체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 가지 성공요인에 덧붙여 신세계 자회사들간의 똘똘 뭉친 공격 경영이 신세계의 동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신세계의 자회사로는 전산을 담당하는 신세계 아이앤씨, 호텔사업 부문인 조선호텔, 테이크아웃 커피점 스타벅스 코리아, 식자재 납품을 하는 신세계푸드, 건설을 담당하는 신세계건설 등이 있다. 서로 연관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서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으며 그 움직임 또한 신세계의 주도 하에 일사 분란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마트의 미래와 성장
지금까지 이마트가 할인점이라는 업태를 개척하고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해 발전을 거듭했다는 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남대문, 동대문 등 재래 시장과 지역 상점들의 몫을 일부 가져와 성장을 이룩했다는 면도 간과할 수 없다. 다르게 보면 이미 뺏아올 만큼 빼앗아 왔기 때문에 성장에 한계점에 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할인점 시장이 포화되었다는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미래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지방 소규모 상권과 중국 진출을 통한 신시장 개척과 경영의 효율 극대화를 통한 비용 절감이 뒤따라 줘야 한다. 단기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성장동력은 역시 이마트의 추가적인 개점이다. 이미 부지를 확보해둔 상태이며 구학서 대표가 2007년까지 이마트 100호점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해둔 상황. 현재의 캐쉬플로우라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청사진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걸림돌도 있다. 대형 유통시설을 신축하는 경우 영세 상인 등 지역주민 50명 이상이 반대하면 지자체에 유통분쟁조정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정부가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 이다. 이 같은 정책 리스크는 신세계가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이다.
구설수에 오른 대주주
최근 뉴스에 신세계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연예계의 핫이슈인 고현정의 이혼 때문이다. 고현정의 전 남편이었던 정용진 씨가 신세계 지분의 4.88%를 가진 대주주인 탓이다. 문제가 된 것은 신세계 법인 소유의 차량인 포르쉐를 고현정이 타고 다닌 부분. 윤리경영을 외치는 신세계로서는 투명성에 치명타를 입는 사건이었다. 시가총액이 3조가 넘는 기업이지만 아직도 지배구조나 대주주의 전횡 부분은 그에 걸맞지 않는 모습의 한 단면이다. 신세계의 목표대로 세계 10위권의 유통업체가 되려면 실적이나 규모도 중요하지만 투명한 지배구조와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는 시스템의 마련도 시급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백화점에서 할인점으로
95년 서울에 올라와서 소위 명동구경을 나갔을 때 필자의 눈에 들어오는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물이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고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은행인 한국은행이었고 다른 하나는 고색창연하게 서 있는 신세계 백화점 본점이었다. 그러나 현재 아무도 신세계를 백화점 업종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신세계 본점도 리뉴얼을 하고 있지만 매출의 아주 일부만을 차지하는 상징적인 의미에 불과할 뿐이다. 이제 신세계는 이마트라는 이름과 동격이 되어 버렸다.
신세계의 작년 매출은 4조 2천억원이다. 이중 할인점 부문인 이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올해 회계기준 변경으로 백화점 매출이 수수료만 인식하게 되어 백화점의 매출 비중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매출로 보나 수익으로 보나 신세계는 미국의 월마트처럼 할인점 업태로 구분되는 것이 옳다.
그런데 할인점이라는 업태는 참으로 독특하다. 가격이 낮은 곳으로 몰리는 할인점 방문객들의 성향을 생각해보면 무차별적인 업태인 것 같지만 선두업체와 후발업체 간의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또한 월마트, 까르푸 등 높은 인지도와 자금력을 갖춘 해외 유통업체들이 국내로 들어와 영업을 하고 있지만 세계 최대라는 월마트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까르푸도 사실상 2~3위 자리를 높고 다투는 실정이다. 국내 토종 브랜드로 할인점 유통 시장을 지켜내고 있는 이마트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이마트의 성공요인
이마트의 성공요인으로 꼽을 수 있는 건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 번째는 탁월한 부지 선점으로 후발 주자들과의 격차를 크게 벌리고 시작했다는 점이다. '모든 사업은 부동산 사업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사람이 땅을 디디고 사는 이상 모든 사업에는 부동산이 개입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사람을 많이 모으는 데서 성패가 갈리는 할인점에게 부동산의 입지 조건은 알파와 오메가다.
이마트의 성공은 IMF로 거슬러 올라간다. IMF 이전까지만 해도 신세계의 할인점 브랜드는 프라이스클럽이었다. 아직 할인점이 익숙하지 않았던 시대라 영업이 지지부진하던 차였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IMF가 터졌다. 기존 캐쉬카우인 백화점 사업까지 위축된 상태에서 신세계는 승부수를 던졌다. 프라이스클럽을 해외기업에 매각해 1억 달러를 확보한 뒤 이 자금으로 떨이로 나온 주요 상권의 부동산들을 매점했던 것이다. 이 탁월한 결정으로 인해 97년 10개의 이마트를 만들었고 경기회복과 서구식 구매 유행이 맞물리면서 성장가도를 달려나갔다. 현재 전국에 퍼진 이마트의 개수는 61개다. 매장 개수 증가에 따라 20~30% 대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신세계의 부동산팀은 탁월한 안목으로 명성이 높다. 이들은 앞으로 오픈할 이마트 부지를 계속 물색하는 중이다.
두 번째는 한국 사람에게 맞는 유통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태동한 할인점의 모델은 물건을 선반에 쭉 쌓아두는 창고형이다. 그러나 이 모델은 우리나라에는 잘 맞지 않는다. 미국에 비해 집이 좁아 물건을 많이 쌓아둘 수 없기 때문에 대량구매보다는 적절한 양을 싼 가격에 사는 것을 좋아한다. 물품 구매 빈도가 높은 상품에도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야채, 과일 등 신선도에 무게를 둔다. 이마트는 이런 특성을 반영해 신선식품의 비중을 늘리고 진열대 위치를 눈높이에 맞추는 등 한국형 모델을 만들어 선보였다. 이 자체가 해외에서 들어온 유통업체와 차별화를 이뤘고 소비자에게 어필했다. 월마트는 지금까지 미국식 모델을 고집하다가 결국 이마트 스타일로 매장을 변경한 상태다.
세 번째는 규모의 경제를 이룩했다는 점이다.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는 소비자로부터 허락 받은 마진을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한다. 이 파워가 과거에는 자본력과 브랜드를 가진 제조업체에 있었지만 이제는 규모의 경제를 가지고 막대한 바잉파워를 행사할 수 있는 유통업체에게 그 주도권이 넘어온 상태다. 이 선두에는 역시 61개의 매장을 가진 이마트가 있다. 이마트는 많은 물건을 싼 가격에 들여다 놓고 싼 가격에 팔아 소비자를 모은 뒤 재고회전율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킴으로써(상품회전율 34.7회전) 무차별 서비스일 수 있는 할인점의 입지를 크게 다졌다. 여기에 더해 발전된 전산시스템은 이마트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IT붐의 가장 큰 수혜는 많은 재고와 촘촘한 물류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유통업체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 가지 성공요인에 덧붙여 신세계 자회사들간의 똘똘 뭉친 공격 경영이 신세계의 동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신세계의 자회사로는 전산을 담당하는 신세계 아이앤씨, 호텔사업 부문인 조선호텔, 테이크아웃 커피점 스타벅스 코리아, 식자재 납품을 하는 신세계푸드, 건설을 담당하는 신세계건설 등이 있다. 서로 연관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서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으며 그 움직임 또한 신세계의 주도 하에 일사 분란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마트의 미래와 성장
지금까지 이마트가 할인점이라는 업태를 개척하고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해 발전을 거듭했다는 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남대문, 동대문 등 재래 시장과 지역 상점들의 몫을 일부 가져와 성장을 이룩했다는 면도 간과할 수 없다. 다르게 보면 이미 뺏아올 만큼 빼앗아 왔기 때문에 성장에 한계점에 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할인점 시장이 포화되었다는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미래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지방 소규모 상권과 중국 진출을 통한 신시장 개척과 경영의 효율 극대화를 통한 비용 절감이 뒤따라 줘야 한다. 단기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성장동력은 역시 이마트의 추가적인 개점이다. 이미 부지를 확보해둔 상태이며 구학서 대표가 2007년까지 이마트 100호점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해둔 상황. 현재의 캐쉬플로우라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청사진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걸림돌도 있다. 대형 유통시설을 신축하는 경우 영세 상인 등 지역주민 50명 이상이 반대하면 지자체에 유통분쟁조정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정부가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 이다. 이 같은 정책 리스크는 신세계가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이다.
구설수에 오른 대주주
최근 뉴스에 신세계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연예계의 핫이슈인 고현정의 이혼 때문이다. 고현정의 전 남편이었던 정용진 씨가 신세계 지분의 4.88%를 가진 대주주인 탓이다. 문제가 된 것은 신세계 법인 소유의 차량인 포르쉐를 고현정이 타고 다닌 부분. 윤리경영을 외치는 신세계로서는 투명성에 치명타를 입는 사건이었다. 시가총액이 3조가 넘는 기업이지만 아직도 지배구조나 대주주의 전횡 부분은 그에 걸맞지 않는 모습의 한 단면이다. 신세계의 목표대로 세계 10위권의 유통업체가 되려면 실적이나 규모도 중요하지만 투명한 지배구조와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는 시스템의 마련도 시급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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