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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중국에서 찾은 한국 기업들 ②

중국에서 찾은 한국 기업들 ②


3. 고군분투 중인 한국 기업


외국 여행을 하다가 우리나라 기업들의 모습을 발견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씩 겼어 봤음직한 경험이다. 그러나 투자자의 입장에서 단지 감상적인 기분만 드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에게 중국은 전쟁터고 상하이는 제품의 성공 여부를 가름하는 테스트 베드 시장이다.

중국에서의 비즈니스 성공 여부는 그 기업의 다음 세대를 결정짓는 관건이다. 이를 주식시장도 잘 알고 있기에 중국에서의 사업 진행 여부를 주가에 민감하게 반영시킨다. 그러나 직접 보지 않으면 믿지 못하는 법이다. 실제 국내의 소비재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보자.



1) 다시 보자 농심


중국 현지에서 본 가장 인상적인 기업을 꼽으라면 역시 농심이다. 농심의 4대 제품인 신라면, 너구리, 상해탕면(안성탕면), 김치라면은 상하이 전역 편의점과 할인점 어디에서건 팔리고 있었다. 그것도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꽤 잘 팔리고 있었다.

할인점의 라면 코너에서는 눈 높이 진열대를 차지하고 있었고 꾸베이 까르푸에서는 너구리를 산처럼 쌓아놓고 파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할인점 특히 외국계 할인점은 로비가 통하는 곳이 아니다. 잘 팔리는 제품은 밀어주고 안 팔리는 제품은 빼 버리는 냉혹한 세계다. 그런 곳에서 농심은 당당히 베스트셀링 제품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 산처럼 쌓인 너구리 >


농심 제품은 중국에서는 상당히 고가 품목이다. 5개들이 봉지라면 기준으로 신라면, 너구리, 상해탕면, 김치라면은 각각 13위엔, 13.8위엔, 12.5위엔, 12위엔이다. 그러나 일본 혹은 중국산 경쟁사의 라면값은 7~10 위엔 내외다. 신라면 큰사발은 3.5위엔으로 라면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일본의 닛신라면보다도 0.7위엔 가량이 비싸다.

농심은 고가정책에 걸맞게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상하이 시내 버스에 붙어 있는 광고판에서 농심 광고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으며 아시다시피 중국에서도 권위가 있는 농심 신라면배 바둑 대회를 주관하고 있다. 만약 농심이 이 기세를 몰아간다면 한국의 코카콜라도 결코 꿈은 아닐 것이다.



2) 역시 삼성전자


상하이에서 삼성전자를 느낄 수 있는 곳은 네 군데다. 삼성전자 휘장이 연속해서 걸려 있는 푸동 공항 1층, 대형 간판이 붙어있는 신세계 백화점, LCD모니터가 붙어 있는 지하철, 그리고 광고가 계속 흘러 나오는 TV다.


그러나 역시 뭐니뭐니해도 핸드폰 판매대에서 삼성전자를 가장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중국은 핸드폰 단말기의 전쟁터다. 노키아, 모토롤라, 소니 에릭슨 등 굴지의 기업 제품뿐 아니라 하이얼, VK 등 저가의 단말기까지 없는 게 없다. 그 중 가장 고가 제품은 삼성전자 제품이다. 가장 비싼 핸드폰은 4500위엔(약 63만원)을 호가한다. 중국 물가에 비하면 엄청난 가격이다. 하지만 많은 상하이 시민들이 애니콜을 쓰고 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 삼성전자 LCD와 광고판 >


상하이에 있으면 역시 삼성전자라고 할 만큼 곳곳에서 그 향기를 느낄 수 있으나 의외로 LG전자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세계 시장점유율 1위인 에어컨 정도가 눈에 띌 뿐 아주 선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기는 어렵다.



3) 상하이에선 잘 볼 수 없는 현대차


상하이는 택시를 비롯해 대부분의 승용차가 폭스바겐 제품이다. 그 이유는 싸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상하이에 일찌감치 공장을 차린 덕에 타 수입차종에 비해 엄청난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폭스바겐 다음으로는 GM이 선전하고 있다.


중국에서 인기가 있다는 현대차는 상하이에서는 보기가 쉽지 않다. 간간이 산타페나 소나타가 눈에 띌 뿐이다. 현대차의 중국법인 이름은 북경현대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경을 거점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상하이에서는 판매가 아직 부진한 것으로 보인다.


소나타의 중국 내 가격은 약 4500만원을 호가한다. 매우 고급차로 팔린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건 착각이다. 대부분의 차가 한국보다 비싼 편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60~70년도에 전화기가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었듯이 중국도 승용차에 대해 소유 허가를 잘 안 내주는 탓에 번호판이 경매로 팔릴 정도로 프리미엄이 붙어서 거래된다.


현대차가 상하이에서 판매량을 본격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다른 세계의 유수 차메이커와의 한판 대결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가격대가 유사한 혼다나 토요타 차와의 경쟁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중국 사람들이 일본에 대해 나쁜 감정이 있어 일본차를 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 편이 좋다. 적어도 필자가 본 바로는 철저하게 싸고 좋은 차가 그들의 구매 기준이다.



4) 화장품은 아직 철옹성


거의 모든 백화점 1층 화장품 코너에서 태평양과 LG생활건강의 브랜드를 볼 수 있다. 대표 브랜드는 라네즈와 드봉이다. 그러나 판매는 매우 저조해 보였다. 레블론, 에이본, 메이블린에 비해서는 가격이 비싸고 샤넬이나 디올 등에 비해서는 브랜드가 약한 어중간한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태평양이 중국을 비롯해 글로벌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라면이나 전자제품만큼 시장을 잠식해 들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직 화장품 분야는 한국 브랜드로 만만치 않은 시장이다.



5) KT&G, 동원F&B 이제 시작이다


백화점, 할인점을 돌면서 가장 뜻밖이었던 장면은 KT&G의 이벤트 마케팅 모습이었다.

KT&G 옷을 입은 이벤트 도우미가 금수저 등을 상품으로 내걸고 열띠게 에쎄를 홍보하고 있었다.

최근 KT&G의 동향을 보면서 뭔가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으리라 생각하는데 중앙아시아, 중동 지역 등 해외에서의 인기를 중국에서도 이어가려는 발걸음이 생각보다 빨라 보였다.

KT&G의 대표 제품인 에쎄, 레종, 더원, 디스, 제스트 등은 해외 제품에 비해도 뒤지지 않는 수준인 만큼 해외 성공 가능성은 낮지 않아 보인다.


홍차우 까르푸 매장에는 한복을 입고 열심히 참치 시식 이벤트를 하는 동원F&B가 눈에 띄었다. 그러나 경쟁 제품이 이미 많이 나와 있고 참치 자체가 무차별 상품에 가까운 만큼 중국 시장에서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작했다는 것 외에는 특별히 점수를 주기가 힘들었다.



6) 총평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인들이 의식주와 전자제품에 대한 소비를 폭발시키고 있는 만큼 선전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도 대부분 이와 관련된 기업들이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조건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1등을 해야 중국 시장을 넘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농심,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며 이제 시작하는 KT&G와 동원F&B도 담배와 참치 분야에서는 국내 1위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이는 세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국내 시장을 공고히 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외로 힘을 돌리면 마치 스타크래프트에서 본진을 비워두었다가 드롭(소위 빈집털이)을 당하고 진지가 초토화되는 꼴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자금력의 문제다. 중국 시장 개척에는 돈이 든다. 농심만 해도 아직 중국법인이 흑자전환을 하지 못했을 정도로 자금 투입을 하고 있는 중이다. 중국 투자 자금은 완전한 성공을 담보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나오는 탄탄한 현금흐름에 바탕을 둬야 한다. 따라서 국내 시장을 독점하면서 중국에 쏟아 부을 실탄을 지원해야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투자를 집행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치열한 경쟁을 하고 살아남은 1위 업체들이 중국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농심은 후발주자로서 치열한 경쟁을 겪고 국내 라면 시장을 평정했고 삼성전자도 치열한 경쟁을 통해 핸드폰 시장에서 외국업체들을 몰아냈다. 이 과정에서 습득된 노하우는 중국 시장에서도 유효한 무형의 자산이다.

모두가 중국 시장을 노리고 있고 큰 기회라고 하지만 국내 모든 기업에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다. 특히 직접 소비자를 상대해야 하는 소비재 품목은 국내 1위가 아니면 감히 중국 시장을 개척할 엄두조차 낼 수 없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완전 경쟁 시장인 중국 시장에서 더 극명히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4. 에너지 문제는 중국이 풀어야 할 숙제


최근 대두된 굵직한 이슈들은 대부분 중국 발이다. 원자재 파동이 그랬고 고유가로 상징되는 에너지 파동이 그렇다. 그야말로 중국은 세계 자원의 블랙홀인 셈인데 상하이에서 육안으로 목격한 광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단 건축 붐이기 때문에 막대한 철근, 시멘트, 모래 등이 필요하다. 심지어 88층 진마오 빌딩 옆에 105층짜리 월드 파이낸스 센터가 건설 중이었는데 부지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고급 주택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건설자재들의 수요도 당분간 줄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에너지 문제다. 일단 전기 수요가 예사롭지 않다. 도시 전체가 네온 사인으로 휘감아져 있고 모든 건물은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틀어댄다. 가정이나 사무실마다 있는 전자제품을 생각하면 전기 부족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다.

다음으로는 초미의 관심사인 석유가 문제다. 산업용 수요도 수요지만 가장 큰 석유 수요처는 역시 자동차다. 중국이 자동차를 허가제로 운영하는 이유도 중국인들이 자동차 소비를 폭발시켰을 때 에너지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를 잘 아는 중국 정부는 흑해 연안 국가들과 중동 국가들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석유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자동차를 소유하고 싶은 마음은 인간의 욕구에 해당하고 중국인도 예외는 아니다.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석유 문제의 핵심을 보려면 OPEC이 아니라 중국의 자동차 대수를 세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5. 에필로그


서울로 돌아오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과연 우리나라가 10년 뒤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 것인가?’하는 생각이었다. 공산주의라는 잠에서 깬 중국이 거대한 인구를 바탕으로 한 시장과 값싼 원가를 무기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설 땅을 빼앗아가고 있다. 산업만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은 상하이를 거점으로 삼을 기회를 엿보고 있다. 푸동 금융지구는 이들을 수용할 충분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라 하지 않았던가? 어쨌든 우리 기업들은 국내 시장 혹은 세계 시장을 상대로 치열한 경쟁을 펼쳐본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 그리고 이 순간 그들보다 기술적으로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기업들이 자신이 가진 자산을 잘 활용해서 거대 중국 시장을 침투해 들어간다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땅의 크기가 작다면 생각의 크기를 이용하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직업적인 관점이긴 하지만 또 한가지 드는 생각은 투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토지와 노동력을 결합하는 구세대적인 패러다임은 이제 종언을 고하고 있다. 돈이 돈을 벌어오게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부가가치 생성 방법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쌓아둔 이익잉여금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것은 CEO들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아무튼 중국은 우리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좀 심하게 얘기하면 이제 중국을 빼놓고는 우리나라 경제를 논할 수 없다. 아직까지 중국은 물가가 비싸지 않기 때문에 견학을 다녀오더라도 큰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다. 꿈을 가진 젊은이라면 중국이라는 땅을 직접 목격하고 오는 것도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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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 CAESAR
    지금의 중국은 투자하기는 쉬워도 법률적으로 이익금을 국내로 환수하기가 어렵읍니다.
    (좀 더 중국이 개방이 되어야 할 시간이 필요하겠죠....)

    그리고 중국정부는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없이 50:50 정도의 합작회사를 유도하는데
    대표이사/기술/생산설비/품질쪽은 한국사람(부서장은 한국사람, 부하직원은 모두 중국사람 :
    제품제조에 필요한 모든 KNOWHOW 습득이 목적이죠)을, 돈줄쪽은 중국사람을 배치하고 중요한
    결정은 중국측을 설득하지 않는 이상, 우리마음대로 결정하기가 어렵읍니다.
    ※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 역시 마찬가집니다.
    중국정부는 국산화(중국입장)를 전제로 하지 않으면 제품의 사업허가를 내주지 않읍니다. 따라서 대기업과 동반진출하는 중소기업 역시 앞서 설명한 구조로 합작회사를 설립하지 않을 수 없죠.

    중국의 합작 파트너는 장기간 전략으로써, 한국사람을 더이상 받아들이지 않고 비는 자리는
    중국사람으로 채워 결국 기업을 삼키는 전략을 구사합니다. 물론 그 기간동안 모든 KNOWHOW는
    중국사람이 확실히 챙기는 것이고요.. (대기업이 이정도니 중소기업은 말할 필요조차 없겠죠.)

    일본, 유럽기업은 중국에서 생산하는 모델은 구형을 집어넣읍니다. 최신 모델은 안주죠..
    왜냐하면 기술유출을 두려워하니깐요. 하지만 국내기업(중소기업 포함)은 최신 모델을
    아무생각없이 합작으로 생산하죠. 도면이나 중요한 기술표준들이 그냥 중국으로 넘어
    가는데도 눈앞의 낚시줄에 걸린 한조각의 고기때문에........

    각설하고 중국에 투자하는 기업들은 능구렁이 같은 중국정부나 중국기업을 장기적인
    전략으로 상대하지 않으면 중국진출은 기회가 아니라 스스로 올가미를 씌우는 꼴이
    될 겁니다.....
    2004.06/12 19:58 답글쓰기
  • CAESAR
    2004.06/12 19:58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겸손하게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시간나시면 여러곳 들려서 분위기를 글로 써주시면 좋을것
    같네요.그럼 즐거운 하루되세요.
    2004.06/19 14:45 답글쓰기
  • 겸손하게
    2004.06/1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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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dred
    '마치 스타크래프트에서 본진을 비워두었다가 드롭(소위 빈집털이)을 당하고 진지가 초토화되는 꼴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멋진 표현입니다.^^;;
    2004.12/28 02:32 답글쓰기
  • Redred
    2004.12/28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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