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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평정보] 신용사회에서 통행세를 받는 기업
* 이 레포트는 6월말 씽크머니(39호)에 기고했던 한신평정보 기업분석 글입니다.
1. 카드업종의 수혜주는?
- 올 1/4분기에 작년 동기 대비 카드발급은 51.8%, 사용금액은 73.7%나 증가하였고, 카드이용대금은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서 연말에는 7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작년 카드이용대금은 현금서비스를 포함 480조원이었다. 신용카드사용의 확대와 카드이용대금의 증대를 보고 각 경제주체별로 하는 생각은 각기 다르다. 정부는 무자료거래의 감소로 인한 세수 증대를 기뻐하면서 한편으로는 신용불량자의 양산으로 인한 각종 사회문제를 걱정할 것이고, 기업은 신용카드 사용확대로 인한 소비의 증대를 기뻐할 것이다.
- 주식투자자는 이런 기사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 일차적으로 투자자가 할 수 있는 생각은 카드사용이 늘어나고,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의 규모가 증가하면서 카드사의 순이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투자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가치투자자라면 전혀 다른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 카드사용이 늘어나면서 자기 분수에 맞지 않게 카드를 써서 돈을 갚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카드사들은 개개인의 신용상태에 맞게 금리를 책정하여 돈을 빌려주어야 할 것이다. 신용사회가 진전되면서 대출이 갈수록 늘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신용카드시장자체뿐만 아니라 떼인 돈을 받으러 다니고, 고객의 신용상태를 점검하는 사업도 급격히 팽창하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2. 한신평정보 - 채권추심업무
- 떼인 돈을 받아내는 일이 바로 ‘한신평정보’가 현재 주력으로 하고 있는 사업이다. ‘채권추심’ 업무라고도 불리우는 이 일은 언뜻 저승사자라고도 불리우는 ‘어깨’들을 데리고 다니며 돈을 받아내는 사채업자의 일을 생각할 수 있지만 이 회사의 업무는 그보다 훨씬 더 전문화되어 있다. 폭력과 협박에 의거해서 돈을 받아내는 사채업자와는 달리 한신평정보는 채권자로부터 채권회수를 위임 받아 채권 회수대상의 신용도, 자산상태 등을 분석하고 은닉 · 도피 재산을 조사하여 돈을 받아내는 업무를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IMF 전후로 신용불량자 및 개인파산자가 급증하면서 채권 추심업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급속도로 이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 정상적인 수납업무는 물론 원래 회사에서 직접 담당하지만, 이와 같은 불량 채권을 추심하는 업무는 카드사나 금융사, 혹은 통신사가 직접 할 경우 이미지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고, 회수율도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한신평정보와 같은 채권 추심을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로 아웃소싱되는 것이다. 한신평정보는 KTF로부터 채권추심 업무를 위임받아 수행하고 있으며, 그 범위를 카드사를 비롯한 금융기관까지 늘려가고 있다. 한신평정보는 한신평이라는 대형 신용평가기관을 자회사로 둔 인지도와 선발주자로서의 노하우를 충분히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시장에서도 독점적인 위치를 굳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신평정보가 채권추심업무에서 올린 실적은 눈부시다. 채권추심부문 매출액은 1999년 96억원, 2000년 175억원, 2001년 299억원으로 매년 70~80%씩 급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3. 미래의 성장엔진 - 크레디트뷰로사업(CB )
- 한신평정보의 현재 캐쉬카우가 채권추심이라면 미래의 성장엔진은 ‘크레디트뷰로 사업(Credit BureauㆍCB)’이다. CB란 개인의 금융자산, 대출실적, 연체기록, 세금체납, 신용조회의뢰건수 및 조회처 등 금융거래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관련 정보를 유료로 팔거나 신용평가를 해주는 사업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기존의 신용평가사가 기업의 회사채 발행시에 신용등급을 부여했다면, CB는 개개인에게 대출할 때 AAA등급과 같은 신용등급을 매기고, 그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금리를 결정할 수 있도록 신용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을 하는 것이다.
- 또한 기존의 국내 신용정보회사들이 카드연체율 등 주로 불량거래 정보만을 관리하는데 그치고 있지만 CB는 우량거래실적 등 개인의 현금흐름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훨씬 정확한 신용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CB사업이 일반화되면 개인의 신용등급은 정상과 불량으로 나뉘던 것에서 개개인의 대차대조표와 금융거래내역에 따라 매우 세분화되고 대출한도나 금리와 같은 대출조건도 이에 따라 결정된다.
- 얼마전 한신평 정보의 CB사업에 아주 반가운 뉴스가 나왔다. 잠재적으로 가장 큰 경쟁자로 여겨졌던 전국은행연합회의 CB 설립계획이 사실상 백지화되었다는 소식이다. 공식발표문에는 잠정적 보류라고 나왔지만, 은행연합회가 CB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의 활동을 중단시켰고, 보류이유인 은행연합회의 공정성 훼손시비가 해소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 뉴스는 은행연합회 차원의 CB진출은 없을 것이라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크레딧뷰로 사업은 욕심은 나지만 막상 진행하기는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 한신평정보는 이미 미국의 메이저 CB사인 트렌스 유니온과 제휴하여 개인신용평가 모델개발을 시작했으며, 모델개발이 개인신용평가 사업의 신뢰도를 좌지우지하는 핵심역량임을 감안할 때 경쟁사들보다 두어발짝 앞서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한신평정보는 개인신용정보 제공자임과 동시에 신용평가정보 수요자이기도 한 국내 금융기관과의 순조롭게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다. 신용평가 사업은 시장의 선점효과가 매우 큰 사업이니 만큼 먼저 시장을 장악하는 쪽이 파이의 대부분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그런 측면에서 미래사업으로서 CB사업의 성장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일찍부터 시장선점을 위해 전력투구를 해 온 한신평정보의 노력은 높게 평가할만 하다.
- 처음 시도되는 것이니만큼 한신평정보의 CB사업이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둘지는 현재로서는 정확히 예측하기 힘들다. 신용카드사들이 소액대출로 재미를 보자 상호저축은행과 캐피탈을 비롯한 각 금융기관들이 개인을 상대로 한 대금업에 진출하고 외국업체들도 군침을 흘리는 현재 상황을 미루어본다면 CB사업의 미래를 어느 정도는 점칠 수 있다. 그 이유는 대금업의 생명은 빠른 대출승인과 연체율의 관리인데, 이때 대출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대금업체들의 개인신용정보에 대한 이용이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4. 워렌버펫도 좋아하는 유형의 기업, 화수분형 기업
-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불리우는 워렌 버펫이 작년에 무디스의 지분 15%를 인수했다. 버펫은 코카콜라, 질레트, 아멕스, 워싱턴 포스트와 같은 우량한 주식의 주식을 사서 장기간 보유함으로써 높은 수익을 올리는 방식의 가치투자로도 유명한 투자자이다. 버펫은 ‘톨게이트형’ 회사를 좋아한다.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도로가 하나밖에 없고, 모든 사람이 그 다리를 건널 수 밖에 없는 기업에서 통행세를 받는 것만큼 전망있는 사업은 없을 것이다. 무디스의 신용평가업은 이런 조건을 딱 충족시키는 기업이었다. 그만큼 신용평가업은 버펫도 그 수익성과 독점력을 인정한 업종이다.
- 현재 회사채를 발행할 때 신용등급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개인 또한 신용사회가 진전될수록 그 사람의 신용등급에 따라 신용한도와 대출금리가 결정될 때가 오게 된다. 한신평정보는 기존 신용평가업무에서 획득한 독점력을 바탕으로 개개인의 신용등급을 매겨주면서 통행료를 받는 업무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업모델은 독점력이 보장되어 있고, 고정설비에 투자하지 않아도 되기 전형적인 지식산업이기 때문에 한해동안 벌어들인 순이익의 대부분이 그대로 현금으로 차곡차곡 쌓이는 ‘화수분형 사업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 매력적인 것은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순자산가치 정도의 시가총액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민국 “낭중지추k”
neominde@hanmail.net
최준철 “앤젤”
wallstreet@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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