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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섬] 한섬이 나훈아를 닮았다고? <revival>
- 몇 분이 화수분 같은 기업, 타임을 읽으시고 전에 썼던 한섬이 나훈아를 닮았다고? 라는 레포트를 다시 볼 수 없냐는 메일을 보내오셨습니다. 11월 초에 쓴 글이라 기업분석에서 검색을 해 보셔도 알 수 있지만 레포트를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예전 레포트를 한 번 더 새로운 포맷으로 정리해서 올립니다. 한섬이 나훈아를 닮았다고?의 레포트는 톱스타인 나훈아와 의류회사인 한섬을 브랜드 관리 전략의 측면에서 비교 분석한 글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1. 가수와 옷 만드는 회사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2. 공통점 하나 – 스스로의 가치에 대해 타협하지 않는 고집
- 최고의 개런티 고집과 방송출연의 최소화
- 까다로운 입점조건과 노세일 전략
3. 공통점 둘 –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탁월한 실력
- 뛰어난 자질과 그치지않는 열정
- 한섬의 브랜드 관리와 디자인 파워
4. 공통점 셋 – 선택과 집중으로 매니아 창조
- 나훈아의 이미지 메이킹
- 소수 브랜드 집중 육성
5. 명품은 오래 지속된다.
1. 가수와 옷만드는 회사가 무슨관계가 있을까요?
- 한섬과 나훈아… 전혀 공통분모가 없을 것 같은 이 두가지가 너무나도 많이 닮아있다고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하지만 놀랍게도 이 둘은 너무나도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행의 첨단을 걷는 여성복 제조업체와 ‘뽕짝’을 부르는 트롯트가수가 어떤 관련을 맺고 있을까… 이 논의의 출발점은 한섬이 단순한 의류봉제업체가 아닌 패션이라는 문화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회사라고 업종을 재정의하는데서 시작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한섬은 단순히 옷을 만들고 그것을 판매하는 회사가 아니라 사람들의 멋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문화상품을 기획하고, 그런 활동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기업이라는 것이지요. 한섬은 그래서 단순의류제조업이 아니라 제일기획과 같은 광고업종이나, 에스엠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업체에 훨씬 가깝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타임, 마인, 시스템, SJ와 같은 굴지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국내제일의 의류업체와 무시로, 사랑, 잡초, 갈무리와 같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노래방에서 흥얼거렸을 법한 가요들을 부른 최고의 지명도를 가진 가수는 놀랍게도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고,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하는데 있어 너무나도 많이 닮아있었습니다. 사실 패션이나 가요는 둘다 매우 유행에 민감하고, 그래서 2~3년동안 꾸준히 인기를 끌기란 매우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이 둘은 매우 오랜 기간을 대중 혹은 자신의 팬들에게 사랑을 받아왔고, 더욱 신기한 것은 날이 갈수록 브랜드 가치가 더욱 높아져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 어떻게 이들이 유행에 민감하고, 경쟁이 극도로 치열한 분야에서 성장해 오고 자신만의 아성을 구축해올 수 있었는가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였습니다. 전혀 닮지 않은 것 같은 분야들간의 닮은 것을 찾아내고, 거기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일입니다. 생존보다는 즐거움과 삶의 질에 더 의미를 두는 요즘 패션이라는 문화상품과 가요라는 문화상품에서 각각 거장의 반열에 오른 두 브랜드 혹은 사업체를 비교해보는 것은 그런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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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공통점 하나 – 스스로의 가치에 대해 타협하지 않는 고집
* 최고의 개런티 고집과 방송출연의 최소화
- 70년대는 나훈아와 남진의 전성시대였습니다. 정통 트롯을 부르는 나훈아와 빠르고 경쾌한 트롯을 구사하는 남진의 70년대 라이벌전은 당시 가요계 최대의 이슈로 용호상박의 대결로 비춰졌으며, 영호남 출신이라는 지역적 특수성까지 더해 그 화제성이 더욱 컸었습니다. 저는 잘모르지만 저희 어머니를 비롯한 여러 어른분들에게 들어본바에 따르면 그 당시의 인기는 남진이 우세했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남진은 가수왕을 여러번 차지했지만 나훈아는 가수왕을 한번도 차지하지 못했으니까요.
- 하지만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둘을 비교해보라면 나훈아가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옷로비 사건’에서도 불 수 있듯이 나훈아의 디너쇼 티켓은 상류층 부인들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반면에, 남진의 공연은 비교적 흔하게 가요무대를 통해 볼 수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요. 그렇다면 가장 한때는 어깨를 나란히 혹은 한쪽이 다소 우위에 있었던 두사람의 위치가 어떻게 뒤집어지게 된 것일까요?
-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희소성과 자기가치에 대한 고집입니다. 가수는 경기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타고, 가수개인의 인기도 상당히 등락이 심합니다. 그런데 한번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덤핑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다. 아무곳에서나 볼 수 있고, 싼 맛에 볼 수 있다면 이미 그 가수는 스타가 아닌 단순한 노래 장사꾼에 불과하지요. 나훈아는 이 함정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남진이 가요무대나 밤무대에 개런티나 횟수에 크게 상관받지 않고 출연한데 비해, 나훈아는 가요무대와 같은 일상적인 가요프로그램에 전혀 출연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TV나 일반무대 상관없이 최고의 출연료를 요구했습니다.
- 물론 처음에는 반발도 컸습니다. 지나치게 고액개런티를 요구한다고 불만도 많았고, 너무 도도하다는 비판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훈아는 개런티 천만원시대를 열어제꼈고, 해가 갈수록 그 개런티의 액수는 높아져 갔습니다. TV에서 나훈아의 팬들은 비싼 티켓을 사서 공연장을 스스로 찾을 수 밖에 없었고, 나훈아는 자신을 보기 위해 기꺼이 대가를 지불한 팬들을 위해 최고의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나훈아를 부른 비용이상으로 장사가 잘되니 기획사나 업소주인은 별다른 말을 할 수 없었고, 오히려 나훈아의 가치는 더욱 높아졌지요.
- 나훈아는 스스로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제공하는 "스타"임을 깨닫고 그 의무를 지키기 위해 언더그라운드를 고수하였습니다. 매스컴에 자꾸 자신을 노출시키면 자신과 자신의 노래에 대한 신비감이 줄어든다는 것이지요. 나훈아는 스스로를 잘 포장하고 감출 줄 알았으며 또한 언제 대중앞에 나타나서 그 목마름을 채워줘야할지도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서태지의 신비주의도 어쩌면 나훈아의 스타마케팅에서 배운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
* 까다로운 입점조건과 노세일 전략
- 한섬의 브랜드들 또한 희소성을 마케팅의 우선원칙으로 삼습니다. 한섬의 대표브랜드인 타임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국내최고의 여성복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타임은 TV광고를 하지 않습니다. 백화점을 제외한 로드숍(대로변에 있는 가게)은 서울 중심가에 있는 직영점을 빼놓고는 운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백화점 입점을 할때는 30평이상의 매장을 요구하고, 연중 노세일정책을 고수합니다.
- 우리 백화점 업계현실에서 국내 브랜드가 이런 조건을 제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세일행사에는 백화점 매출증대를 위해 꼬박꼬박 세일에 참여해야 하고, 매장은 백화점이 정해준 위치에 정해준 크기대로만 잡을 수 있고, 때로는 소규모 지방 백화점에도 끼워팔기식으로 입점을 해야할때가 있지요. 하지만 타임은 이런 조건들을 거부하고 고급스러운 브띠끄 형태의 큰 매장과 노세일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갔습니다. 그리고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매장수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면서 브랜드가치를 가꿔나갔고, 그결과 매장당 매출액은 매년 급증세를 보였습니다. 세일을 하지 않아도 장사가 잘되고, 세일기간에는 오히려 세일하는 브랜드보다 매출액이 더 높으니 백화점측에서도 할 말이 없는 것이지요.
- 희소성에 호소하는 철저한 브랜드관리는 고소득직종에 종사하는 패션리더들에게 좋은 평판을 받게 되었고, 타임은 국내 브랜드로서는 드물게 심은하와 같은 톱스타들이 공개적으로 선호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경기불황속에서 매장을 하나도 늘리지 않고도 순이익이 20%가까이 증가하였습니다. 장사를 하면서 한참 인기가 있을때 자신을 제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장사가 잘되면 매장을 늘리고 쉽고, 또 불경기때는 세일을 해서 현금을 확보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지요. 하지만 타임은 매장을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세일을 하지 않음으로서 브랜드를 믿고 산 고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사실 세일을 하지 않는 브랜드가 세일을 한다던가, 고급 부띠끄를 표방한 옷가게가 여기저기 점포를 내기 시작하면 그때가 그 업체의 절정기인 때가 많고 그 이후로는 지속적인 내리막길을 걷는 경우가 많지요.
3. 공통점 둘 –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탁월한 실력
* 뛰어난 자질과 그치지않는 열정
- 보통 트롯트가수는 자기가 직접 곡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 경우는 드뭅니다. 유명 작사, 작곡가가 곡과 노랫말을 쓰고 유명가수들 대부분은 그 노래를 그대로 부르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나훈아의 경우 곡과 노래를 직접 만드는 싱어송 라이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훈아가 지금까지 취입한 앨범은 200여장, 취입곡 2천 6백곡중 8백곡이상 자작곡입니다. 놀라운 것은 50줄에 들어선 90년대에 들어서도 무시로, 갈무리와 같은 자작곡을 발표하고, 히트를 시켰다는 점입니다. 이외에도 ‘이세상에 하나밖에 둘도 없는…’으로 시작하는 ‘사랑’이라는 노래도 나훈아의 자작곡이지요. 본인이 노래를 만들 수 있었고 스스로의 노래에 대한 판권을 갖고 있었기에 나훈아는 상대적으로 자유스런 가수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 나훈아의 장점은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르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나훈아는 자기관리에 철저합니다. 얼마전 추석때 TV에서 ‘대한민국 소리꾼 나훈아’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경탄을 금치 못한 적이 있습니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찢어진 청바지에 민소매 티셔츠, 균형잡힌 근육은 정말 나이를 무색케 하던군요. 거기에다 헤비메탈밴드와 같이 공연을 하고, 젊은이들과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은 하나도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50대 중반의 다른 가수가 무대위에서 그런 공연을 한다면 그것은 코믹한 연출이었겠지만, 나훈아의 카리스마와 열정은 그런 무대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 하지만 이런 공연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훈아는 다른 사람들이 은퇴를 준비하는 54세 나이에 자신의 노래와 무대를 위해, 하루 3갑씩 피워대던 줄담배를 뚝 끊고 날마다 두 시간씩 운동을 하고, 직접 음반기획사를 차리고, 무대조명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직접 챙기면서 리허설을 하는 등 슈퍼스타다운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타고난 천재성에 이런 노력이 어울려져서 아직까지 나훈아를 최고의 가수로 있게한 것이겠지요.
* 한섬의 브랜드 관리와 디자인 파워
- 한섬 또한 자기개발과 브랜드 관리에 있어 탁월한 때로는 감동적이기까지한 자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한섬에서 패션업계에 기여한 바를 물어본다면 물론 여러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소재의 혁신을 들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 소재기획실장이라는 직함이 나온 것도 한섬이 가장 먼저이고, 한섬의 소재혁신은 소비자들의 보이지 않는 필요를 충족시켜줌으로써 엄청난 호응을 얻었습니다. 실제로 한섬은 제품생산 2개시즌 전에 원단구매및 발주를 하고 있고, 이런 노력은 항상 타브랜드보다 앞서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 또 디자인 부분을 살펴보면 매년 매출액의 5% 범위내에서 디자인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디자이너 육성을 위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개최되는 세미나,전시회,패션쇼 등에 참가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한섬에 디자이너로 들어가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의류학과 다니는 애들한테 물어봤는데… 다들 장난아니게 어렵다고 흥분을 하더군요... 디자인 파워에서 다른 브랜드와의 경쟁우위를 보여주는 예는 브랜드당 디자이너의 숫자입니다. 보통 여성용 브랜드의 디자이너의 숫자는 브랜드당 8~12명 수준인데 비해 한섬에서는 브랜드당 디자이너가 16~25명수준입니다. 게다가 제품개발인력들이 소재기획, 제품기획, 디자인, 니트디자인, 패션정보 등 각 분야별로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주먹구구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타 브랜드와는 제품력이 원천적으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지요.
- 브랜드 파워가 넘버원인 업체는 인사관리에 있어서 여러가지로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특히 패션분야와 같이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종에서는 직장경력자체가 하나의 큰 재산이 되기 때문에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근무할 수 있는 바탕이 되지요. 그런 것을 보고 디자인에 뜻이 있는 유능한 인력들이 더욱 몰리는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이구요. 한섬에는 이런 맨파워를 제외하고도, 1년에 12번씩 신상품기획을 한다던지, 적기생산시스템(POS 시스템)이라던지 하는 우수한 디자인 능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다양한 장점들이 있고, 이런 장점들은 한섬이 패션업계의 리더자리를 굳히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4. 공통점 셋 – 선택과 집중으로 매니아 창조
* 나훈아의 이미지 메이킹
- 우리나라 가수들중에 나훈아는 가장 많은 이미테이션 가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가수일 것입니다. ‘짝퉁가수’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너훈아, 나운하, 나운아 등 나훈아와 비슷한 외모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모창을 하면서 밤무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모창가수가 많다는 것은 원래 그 가수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과 동시에, 그만큼 개성이 뚜렷하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 윗이빨로 아랫입술을 살그머니 깨물면서 약간 느끼한 웃음을 짓는 포즈라던가, ‘울긴 왜 울어’와 같은 노래에서 들을 수 있는 화려한 꺽어부르기 테크닉은 이제 누구라도 나훈아를 다른 가수와 구별하게 만들어주는 특징이 되었습니다. ‘트롯트의 황제’라고 불리우는 나훈아는 이처럼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개성을 뚜렷하게 나타내면서 그만의 열렬한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 요즘과는 달리 체계적인 이미지관리의 필요성에 대한 관심이 없던 그때 당시부터 나훈아는 평범한 TV중심의 활동보다는 밤무대를 비롯한 콘서트, 해외공연 등의 활동을 통해 꾸준하게 나훈아 매니아들을 늘려나갔습니다. 그리고 다소의 슬럼프가 있을지라도 자신의 몸값을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상향조정하면서, 일관되게 트롯트 음악을 고집하면서 그 안에서 자꾸 새로운 것을 추구하였습니다. 그정도 돈이 있었으면 가수말고도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많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 가요 – 그중에서도 30년이 넘게 트롯트를 고집했고 그런 노력은 현재 좋은 열매를 맺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소수 브랜드 집중 육성
- 한섬 또한 선택과 집중으로 성공한 좋은 사례입니다. 87년 한섬을 설립한 이래, 90년 시스템 런칭부터 마인, 타임, SJ, 타임옴므에 이르기까지 3~4년에 한번씩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거의 모든 브랜드를 각 시장별 정상권에 올려놓았습니다.
- 한섬의 브랜드 관리를 보면서 신기한 것은 어떻게 한 브랜드도 실패하지 않고, 모든 브랜드를 대성공시켰는가하는 점과 최고의 의류회사의 브랜드가 왜 4~5개정도밖에 되지 않는가하는 점이지요. 그러나 사실 이 두 의문점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입니다. 한섬의 브랜드 대성공은 역설적으로 브랜드 숫자가 적기 때문입니다. 보통 우리나라의 의류회사들은 한 브랜드가 성공을 거두면 거기서 나온 현금으로 다른 브랜드를 만들기에 바쁘지요. 여성복이 잘되면 남성복도 만들고, 정장이 잘되면 캐쥬얼에도 거침없이 뛰어들고 준비기간도 그리 길지 않습니다.
- 정해진 자원을 가지고 생각이 나는 것마다.. 잘돼 보이는 시장마다 다 자기가 해보겠다고 나서니 역량이 분산되고 결국은 그나마 잘되는 것마저도 유동성부족으로 인해 말아먹는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지요.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본업인 패션사업말고도 ‘사업다각화’라는 미명아래 이일 저일 벌이다가 결국은 회사가 부도나는 경우이지요. 한때 잘나갔던 나산, 신원, 보성어패럴 등 우리나라 굴지의 패션업체들이 부도가 난 원인도 본업보다는 유통사업과 같은 사업다각화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쏟아부었던 것때문이지요.
- 한섬은 브랜드마다 컨셉과 표적시장을 정하고, 브랜드를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런칭, 리뉴얼, 정착 단계에 이르기까지 3~4년동안을 지속적으로 투자했습니다. 그리고 고객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보다는 고객과의 관계의 깊이를 더 깊게 하려는 현명한 투자를 했습니다. 그 결과 90년대 들어서 새로운 패션의 중심지로 부상한 압구정동거리에서 ‘타임 스타일’이 가장 인기있는 스타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고,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한섬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사이즈 또한 주로 55사이즈와 66사이즈를 만들어서 아무에게나(뚱뚱한 아줌마들) 옷이 맞지 않도록 하는 물관리 전략도 성공적이었던 것 같구요. 그외에도 넓은 매장과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인테리어, 세련된 디스플레이, 그리고 철저한 고객 DB관리 등도 한섬 브랜드들의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최근에는 기존 브랜드의 파워를 이용하는 ‘유니브랜드’로서 여성복 타임에서 이름을 따온 ‘타임옴므’를 런칭했고, 머지 않아 골프웨어인 ‘타임골프’를 런칭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요즘 들어 약간 우려스러운 점은 한섬의 여의도 빌딩매입이나 타임의 인천빌딩용지매입 등인데요... 물론 이번 빌딩매입의 경우는 유찰이 3번이나 된 다음에 좋은 조건으로 샀기 때문에 잘 산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에는 약간 어긋난 것이 아닌가 싶어 조심스럽네요. 한섬에 대한 제 기본적인 견해는 영업과 새로운 발전을 위한 투자는 계속하되 기업의 활동규모를 훨씬 넘어서는 현금은 주주들에게 배당과 자사주매입을 통해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섬에 투자하는 것은 부동산회사에 투자한 것이 아니라 선도적인 패션기업의 가능성에 투자한 것이니까요.
5. 명품은 오래 지속된다
- 몇몇 지인들에게 장기투자할만한 업체로 한섬이나 타임, 마인을 추천하곤 합니다. 그러면 자주 듣는 질문이 신원이나 나산과 같은 업체를 예로 들면서 부도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하거나 삼성과 같은 대기업을 이길 수 있겠냐는 이야기를 하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저는 반문합니다. 삼성이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하더라도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서 롯데를 이길 수 있겠는가, 롯데가 아무리 유보자금이 많다고 하더라도 반도체장사를 시작해서 삼성을 이길 수 있겠는가...? 라구요.
-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 신인그룹을 만들어서 수백억을 투자한다고 해도 나훈아와 같은 브랜드 파워를 가진 문화상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의류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브랜드가 아니라 많게는 10여년, 적게는 5년정도까지 기존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브랜드, 그것도 1위 브랜드가 갑자기 경쟁력을 잃기란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 이제 나훈아와 한섬의 닮은 점이 하나씩 보이시지 않습니까.. 나훈아가 트롯트에 대한 애정과 자기관리로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자신의 문화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꾸준히 높여왔고, 이제는 거장으로 가요계의 명품으로 자리잡은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패션업체는 이제 패션이라는 문화컨텐츠를 만드는 기획사로 재정의를 해야 하고, 패션업계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섬이라는 회사는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주로서 한섬과 그 자회사들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패션 명품을 만들어내고, 명품은 오래 지속된다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주었으면하는 바람입니다.
~~~낭중지추K 올림~~~
www.snuMidas.com
추신: 타임주총이 11월 16일(금)입니다. 전번 한섬주총은 참여하지 못했지만 이번엔 꼭가서 회사의 배당정책과 유보자금의 활용, 비전에 대해 들어보고 애정어린 비판과 합리적인 대안제시를 해볼까 합니다. 단기적이고 때로는 투기적이기까지한 주식투자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습니다. 탁월한 사업모델을 가진 좋은 회사에 중, 장기적으로 투자하면서 회사의 성장과 함께 자신의 자산 또한 늘어나는 것을 보는 편이 훨씬 보람있고, 안정적인 재테크가 아닐까 싶습니다.
더 좋은 글 작성에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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