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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주식] 2024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해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내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버크셔 해서웨이의 2024년 연례 주주총회가 열렸습니다. '오마하의 현인(The Oracle of Omaha)'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는 '자본주의의 우드스톡'이라 불릴 정도로 주주들을 위한 축제의 장이 됩니다.
매년 5월 개최하는 연례 주주총회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많은 인파가 몰리며 축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약 4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주주총회 하루 전인 3일부터 행사(바자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바자회에서는 가이코, 씨즈캔디, 데이러퀸 등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회사들이 총출동하여 자사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았습니다. 특히 초콜릿과 캔디류를 판매하는 씨즈캔디는 참가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로 이번 행사에는 생전 찰리 멍거가 좋아했던 피넛 브리틀을 적극 홍보하였습니다.
행사 다음 날인 4일에는 아침부터 인파가 몰렸습니다. 오전 7시 행사장이 열리고, 지난해 타계한 찰리 멍거를 기리는 30분짜리 추모 영상이 상영되면서 본격적인 주주총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미지 : 2024 주주총회 안내물 / 출처 : 버크셔 해서웨이>
<이미지 : 2024 주주총회 행사 일정 / 출처 : 버크셔 해서웨이>
■ '설계자' 찰리 멍거 없는 첫 주주총회
이번 주주총회는 여느 때보다 특별했습니다. 워런 버핏의 '영원한 파트너'이자 버크셔 해서웨이의 부회장직을 맡았던 찰리 멍거가 없는 주주총회였기 때문입니다. 찰리 멍거는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에 취임한 1978년부터 줄곧 워런 버핏과 함께 연례 주주총회에 참석하였습니다.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는 단순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아닌 상호 존경을 바탕으로 한 영혼의 단짝이었습니다.
워런 버핏은 찰리 멍거를 버크셔 해서웨이의 '설계자'라고 자주 이야기했습니다. 찰리 멍거는 워런 버핏이 적당한 기업을 좋은 가격에 매수하는 것에 몰두하고 있을 때, 좋은 기업을 적당한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게 이끌며 워런 버핏 투자 철학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1965년 찰리는 워런 버핏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했고 워런 버핏은 이를 따랐습니다.
"워렌, 버크셔와 같은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잊어버리세요. 하지만 이제 버크셔를 장악했으니 적당한 가격에 매입한 훌륭한 기업을 추가하고, 훌륭한 가격에 매입한 적당한 기업을 포기하세요. 다시 말해, 당신의 영웅인 벤 그레이엄에게서 배운 모든 것을 버리라는 뜻입니다."
■ 그렉 아벨, 버크셔 해서웨이 이끌 후계자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찰리 멍거를 대신하여 후계자인 그렉 아벨이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워런 버핏은 그렉 아벨이 앞으로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 결정을 맡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그렉 아벨은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으로 비보험 사업부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그는 캐나다 출신으로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 부문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으며 리더십과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2021년부터 후계자로 발탁되었습니다.
그렉 아벨은 1992년 지열 정기 생산 업체인 칼에너지에 입사했으며 1999년 버크셔 해서웨이가 칼에너지 자회사인 미드 아메리칸 에너지(현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버핏과 함께 일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2008년부터 미드 아메리칸 에너지의 CEO로 재임하였고 회장으로 취임하기 전인 2018년까지 20년간 CEO 직을 맡았습니다.
<이미지 : 워런 버핏과 그릭 아벨 (2024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
■ 1분기 결산 보고.. 현금 250조원 '마땅한 투자처 없어'
주주총회에서 발표한 버크셔 해서웨이의 '24년 1분기 실적은 우수했습니다.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한 112.2억 달러, 주당 순이익은 40% 증가한 5.2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보험 수익(Insurance underwriting earnings)이 전년 동기 대비 185% 증가한 26억 달러를 기록하며 호실적을 이끌었습니다.
1분기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기록적인 현금 규모였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1분기 현금성 자산은 총 1,890억 달러, 우리돈으로 약 256조원에 달했습니다. 256조원은 코스피 시가총액 2~4위인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째로 살 수 있는 금액입니다. 워런 버핏은 지난해 2월 연례서한을 통해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워런 버핏은 투자를 삼진 아웃이 없는 타자에 비유하곤 합니다. 즉, 원하는 볼이 날아오지 않으면 휘두를 필요가 없으며, 원하는 공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워런 버핏은 여전히 매력적인 공이 날아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금 보유 기간은 지루하지만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는 철저하게 과열 구간에 현금을 확보하고, 패닉 구간에서 과감한 매수 전략을 취했습니다. 현금 보유 기간의 저조한 수익률은 훌륭한 기업을 적절한 시기에 매수해서 얻은 높은 장기 수익으로 만회했습니다.
<패닉 구간 매수 사례>
- 1973~1974년 주식 시장 붕괴 : 워싱턴 포스트 매수
- 1987년 10월 주식 시장 붕괴 : 코카콜라 추가 매수
- 1990년 금융 침체 : 웰스 파고 매수
- 2007~2009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 GE, 할리 데이비슨,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선순위채 및 우선주 매수
■ 애플 13% 지분 축소... 이유는 '세금'
이번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크게 관심을 보인 이슈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애플(AAPL) 주식 매도입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1분기 애플에 투자 금액이 1,354억 달러(184조원), 보유 주식수는 7.9억 주라고 보고했습니다. 이는 전분기 대비 13% 줄어든 것입니다. 지난해 4분기 지분의 약 1%만 매도한 것에 비해 큰 규모입니다.
물론 애플의 보유 수익률이 약 330%(whalewisdom.com 추정 평균 매수가격 = 39달러, 1분기 말일 종가 171달러 기준)를 넘었기 때문에 언제 매도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다만 버크셔 해서웨이 포트폴리오에 가장 많은 비중(50%)을 차지하고 있고, 애플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기업이기 때문에 관심이 더욱 뜨거웠습니다.
워런 버핏은 애플 매도에 대해 "급증하는 미국 재정 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세율이 인상될 경우 향후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한다"며 "애플 투자로 큰 이익을 냈기 때문에 세금을 줄이기 위한 판단"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애플은 올해 말까지 버크셔의 최대 지분으로 남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코카콜라를 비롯해 앞으로도 계속 보유할 주식 중 하나"라고 덧붙였습니다.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는 세금에 민감한 편입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세금을 아끼기 위해 배당을 지급하지 않으며, 최대한 오랜 기간 종목을 보유합니다. 배당을 지급하면 배당소득세가 발생하고, 종목을 장기 보유할 경우 더 낮은 자본 이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세금이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의 투자철학에 큰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림1] 버크셔 해서웨이의 분기별 애플 주식수(위)와 주식가치(아래) (1Q16~4Q23)
(출처 : 13f.info)
■ AI 기술은 능력 범위 밖... 잘 모르지만 위협이 될수도
워런 버핏은 AI(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AI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AI는 좋은 일을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위협이 될 수도 있다"라며 "우리는 핵무기를 개발할 때 지니(알라딘 요정)를 병 밖으로 내보냈고 그 지니는 최근 끔찍한 일을 하고 있으며, 그 지니의 힘이 나를 두렵게 한다."라고 답했습니다.
AI 기술은 자신의 능력 범위 밖임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AI 기술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을 핵무기에 빗대어 경고한 것입니다.
능력 범위(Circle of Competence)는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 투자철학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찰리 멍거는 생전에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이 똑똑한 것보다 유용하다.(Knowing what you don't know is more useful than being brilliant.)"고 자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능력 범위는 잘 모르는 분야에는 투자하지 말고, 이해할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하라는 의미입니다. 1990년대 인터넷이라는 신기술이 등장했지만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는 이해하지 못하는 사실을 자각해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여러 투자자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이후 닷컴 버블이 꺼지고 현명한 판단이었음이 증명되었습니다.
■ 버핏 "내년에도 오고 싶다"
워런 버핏은 찰리 멍거와 보낼 수 있는 하루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겠냐는 질문에 "과거에 했던 대로 똑같이 보냈을 것입니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것은 축복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투자 만큼이나 삶에도 의연한 버핏은 유머를 잃지 않으며 농담 섞인 멘트로 주주총회를 마쳤습니다.
"I not only hope you come next year. I hope I come next year.”
(여러분들이 내년에 오는것만을 바라진 않습니다. 저도 내년에 올수있으면 좋겠습니다.)
내년에도 워런 버핏이 건강한 모습으로 주주총회에 참석하길 바라며 2024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해설을 마칩니다.
더 좋은 글 작성에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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