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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투자, 어둠 속 한줄기 빛 같은 책이었다"
편집자주
최근 출간된 '예측투자'의 초판 번역본인 '기대투자'는 이미 성공한 투자자의 반열에 오른 정채진(전직 펀드매니저) 씨가 번역했습니다. 비록 이번 개정증보판의 번역을 맡지는 않았지만, 십수 년 전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의 신선한 충격을 잊을 수 없다며 기꺼이 추천의 글을 썼습니다. 그 내용을 그대로 소개합니다.
『예측투자』 초판(기대투자)을 읽었을 때의 신선한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당시 근무하던 회사는 현금흐름할인법(DCF)에 기초하여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있었다. 가치를 추정하는 가장 올바른 이론적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실전에서 널리 사용되지 않는 편이다. 미래의 현금흐름에 대한 정확한 추정이 어렵고 많은 가정이 들어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가정을 바꿔도 기업가치는 크게 요동칠 수 있다.
현업에서 이런 단점들을 경험하면서 DCF 방식을 고집해야 하는가 회의가 들던 시점에 어둠 속 한줄기 빛과 같이 나타난 책이 바로 『예측투자』였다.
이 책의 가장 빛나는 부분은 사고의 전환에 있다. 가치평가를 위해 투자자가 많은 가정들을 직접 추정해야 하는 방식에서 ‘주가에 담긴 시장 기대치’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말이다.
DCF는 미래의 매출 성장률, 영업이익률, 재투자율 등을 추정한 후 현금흐름을 예상한다. 반면 『예측투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현재의 주가가 합리화될 수 있는 현금흐름을 먼저 추정하고, 그 현금흐름이 나오기 위한 매출 성장률, 영업이익률, 재투자율을 살펴봄으로써 주가에 녹아 있는 가정들이 합리적인 수치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DCF가 가지는 장점은 오롯이 살리고 장기적인 예측의 어려움과 단점은 절묘하게 피하는 것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DCF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이다. 주가에 녹아 있는 시장의 기대치를 확인하기 위해 숫자를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는 중에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내재가치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게 된다.
또한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변할 때 기업의 가치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 경험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모든 투자자에게 유용할 것이다. 더욱이 가치평가에 실패했을 때에도 어느 단계에서 실수했는지 복기할 수 있기 때문에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초판의 역자 후기에서도 언급했듯이 투자철학과 관련된 책들은 많지만 기업 분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답하는 책은 소수이고, 이런 완성도를 보이는 책은 실로 손에 꼽는다. 그래서 『예측투자』는 더욱 소중하다.
나는 모부신의 책과 몇 번의 인연이 있다. 2006년 당시 아마존 베스트셀러였던 『통섭과 투자(More Than You Know)』를 국내에 소개하고자 했는데 이미 누군가가 판권을 사간 뒤였다. 그래서 내용은 훌륭하지만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예측투자』 초판을 공역한 것이다.
재미있게도 『통섭과 투자』의 번역자와 2011년 같은 회사를 다니게 되었고, 또한 『예측투자』 초판을 공역한 덕분에 2018년 『운과 실력의 성공 방정식(The Success Equation)』 번역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모부신의 책들과의 인연을 언급하는 이유는 내가 그의 책들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예측투자』는 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고민을 거듭하던 때 만난 책이라 더욱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이 책을 여러 번 읽으면서 내 것으로 만들고자 노력했다.
추천사를 의뢰받고 길게 쓸까도 생각해 봤으나, 이처럼 훌륭한 책에 긴 추천사는 사족에 불과하다. 이번 개정증보판에 추천사를 쓸 수 있게 되어 더없이 기쁘다.
- 정채진(전직 펀드매니저, 초판 『기대투자』 번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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