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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책] 배드 블러드, 무엇이 문제일까

편집자주 필자인 넥클리스 권용현 교수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마쳤으며, 대학 신입생 때 시작한 가치투자를 15년째 이어오며 매월 말 투자 포트폴리오를 아이투자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재무와 기업지배구조에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저술하였으며, 지금은 창원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비즈니스학부에서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여러 기업과 투자에 대한 칼럼에 더해 금융, 투자 혹은 특정 산업분야에 대해서 의미가 있는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고 읽은 소감을 서평으로 남깁니다. 회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2022년 새해 두 번째 책은 존 캐리루의 ‘배드 블러드’입니다.

기술적인 발전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벤처기업에 대한 평가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선을 다했지만 실패한 경우와 애초부터 돈을 벌 생각조차 없었던 벤처기업을 구분하는 것 또한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또한 코넥스 시장의 개장과 기술특례상장의 효과로 이전에 비해서 이전에는 상장요건을 도저히 맞추지 못하던 벤처기업이 시장에 훨씬 더 빨리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번 책에 대한 서평이 ‘도전’과 ‘사기’의 차이를 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에도 서평의 방식은 질의응답으로 진행하였습니다.



Q1) 테라노스 사건에 대해서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은 분들은 생소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본 사건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요약하면 한 명의 사기꾼 CEO가 실리콘밸리와 투자자들을 포함하여 세상 전부를 속이다가 들통이 난 사건이라고 하겠습니다.

벤처기업에 대해서 사기꾼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사업에 대해서 100%의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연구개발에 진지하게 도전을 해서 실패하는 사례나, 기술적으로는 성공하더라도 사업화에 실패하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테라노스의 경우 그 몇 가지 안 되는 사기꾼으로 확신할 수 있는 사례입니다. CEO가 기술적으로 본인의 사업 아이디어가 실패할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도 투자자들의 자금을 무모하게 유치하였고, 그러한 것을 알리고자 하는 시도들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가장 모범적인 사기꾼CEO의 예라고 볼 수 있다 생각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테라노스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테라노스의 아이디어는 극히 소량의 혈액을 통해서 다양한 질병을 진단하는 것입니다. 아이디어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기술적으로도 의학적으로도 굉장히 어려운 시도입니다. 하지만 루퍼트 머독을 포함한 수많은 투자자들이 이 불가능해 보이는 시도에 거금을 투자하였고 결과는 9억 달러의 투자금을 대부분 소송비용과 배상으로 날려버리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Q2) 투자자로서 이런 사건을 사전에 회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개인투자자는 벤처기업에 투자하지 않으면 됩니다. 돈이 정말 많은 개인투자자, 통상 슈퍼개미 수준의 투자자라면 예외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개인투자자는 벤처캐피탈과 같이 벤처기업에 대해서 포트폴리오를 꾸려 투자하기도 힘듭니다. 그리고 정말 좋은 벤처기업이라면 일반적인 개인투자자의 투자는 받아주지도 않을 겁니다.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경우는 해당 업계에 대해서 최소한의 객관적인 전문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 책에서 실명이 다루어진 사람들이 여럿 있지만, 테라노스에 대해서 내부자들을 제외하면 외부자로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정도의 전문가는 리처드 퓨즈 한 명 정도로 보입니다.

책에 소개된 내용을 요약하여 옮기자면 ‘리처드 퓨즈는 35년간 의료기기 발명가였고 숙련된 의사였으며 엘리자베스 홈즈의 아이디어를 보고 놓친 부분을 찾아 특허를 출원할 수 있는 기회를 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같이 일해온 변리사에게 특허를 출원할 수 있을지 문의하여 실제로 특허를 출원할 정도의 의욕과 역량이 있었습니다.’

물론 리처드 퓨즈는 테라노스에 투자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의료 전문 벤처캐피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체적으로 이 책의 저자인 캐리루가 테라노스의 문제를 기사화하기 위해 했던 노력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먼저 캐리루는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월스트리트저널’의 탐사보도 전문 저널리스트입니다. 10년간 보건 관련 이슈에 대해서 기사를 써 왔고, 바로 직전에 취재한 사건은 미국의 의료보험체계인 ‘메디케어 사기 사건’이었습니다. 비의료인이지만 의사나 기타 전문가들에게 의견과 조언을 구하기 충분한 위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테라노스의 실험실 책임자 및 퇴직한 직원들에게 문제를 직접 들었고, 테라노스의 서비스에 문제를 제기한 의사들을 여러 사람 만나보았습니다. 본인이 직접 다른 의사와 함께 테라노스의 혈액 테스트를 받아보고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전문적인 기관에서 결과를 받아 비교해보기도 하였습니다.

아무리 뜯어보아도 개인투자자로서는 딱 하나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과연 이 정도의 역량을 가진 개인투자자가 있기는 할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그게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만한 시간과 역량을 테라노스를 피하기 위해 쓰기보다는, 더 훌륭하고 투자할만한 기업을 찾는 데 쓰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인 판단이 될 것 같습니다.


Q3) 이런 사건들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앞으로도 이런 사건들이 계속해서 발생할까요?

기업이 투자자에게 ‘나쁜’ 기업이 되는 데는 한 명, 또는 두셋 정도의 악당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나머지 모두가 열정적이고 능력이 있으며 기업의 목표에 헌신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테라노스는 분명 나쁜 기업이지만 확실하게 ‘나쁘다’라고 말할 만한 사람은 CEO인 엘리자베스 홈즈와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서니 발와니 단 두 사람 정도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수의 직원들과 연구자들, 의사들이 고소의 위험과 기밀유지 계약을 위반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테라노스의 진실을 알리고자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이 세상에 드러나기까지는 저자인 캐리루의 집요하고 치열한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사건들은 계속 발생할 것입니다. 특히 과학기술이 보다 전문적으로 분화되면서 정말 성공할 만한 기술인지, 또는 정말 차별화가 가능한 기술인지를 비전문가가 확인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뭔가 어려워 보이지만 엄청난 것이 들어 있는 것과 같은 ‘블랙박스’를 놓아두고 투자를 받는 것은 사기꾼들의 고전적인 수법이지만, 그냥 시커멓게 칠해진 상자와 보물상자를 구분하는 것은 외부자나 일반인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4) 이런 기업들을 피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쉬운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한 가지만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돈을 벌어본 적이 있는’기업으로 투자대상을 확고하게 한정하는 것이 가장 간단합니다. 아니면 돈을 벌어본 적이 없는 기업에 투자할 때는 투자금액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미 다른 서평에서도 밝혔지만 이런 기업을 개인투자자가 기업분석이나 산업분석으로 피해나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기업을 100% 믿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문제가 있는 기업이 문제가 있다 밝혀지는 것이 정말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재직자는 말할 것도 없고 퇴사자들도 이미 퇴사를 했기 때문에 말하기 꺼려하기도 하고, 기밀유지 협약이나 소송의 위험에 따라 입을 다물어야 할 때도 많습니다. 내부자들 또한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문제는 모를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도 미국에도 아직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테라노스와 같은 기업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기업들을 하나라도 피해가기 위해서는 투자기업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항상 겸손한 자세를 가지는 것뿐 다른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다음달에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더 좋은 글 작성에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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