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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책방] 다시 돌아보는 세스 클라만의 안전마진

편집자주 필자인 넥클리스 권용현 교수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마쳤으며, 대학 신입생 때 시작한 가치투자를 15년째 이어오며 매월 말 투자 포트폴리오를 아이투자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재무와 기업지배구조에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저술하였으며, 지금은 창원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비즈니스학부에서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여러 기업과 투자에 대한 칼럼에 더해 금융, 투자 혹은 특정 산업분야에 대해서 의미가 있는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고 읽은 소감을 서평으로 남깁니다. 회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세스 클라만의 ‘안전마진’은 알려진 바로는 국내에 번역된 바가 없는 책입니다. 하지만 가치투자자들에게 알음알음으로 알려진 번역본을 우연한 기회에 구하게 되어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2022년 새해를 맞아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다른 가치투자자들의 시각과 기본적으로 흐름은 같지만, 일부 주제에 대해서는 시각의 차이가 대단히 명확하게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덱스 펀드’에 대한 시각, ‘항상 100%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 ‘얼마만큼의 리서치와 분석이면 충분한가’에 대한 경험에 근거한 주장 세 가지가 가장 흥미로운 것 같아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물론 소개하지 않은 내용들도 하나하나 와 닿는 점이 많았습니다.


1) “인덱스 펀드: 생각 없는 투자를 향한 트렌드”

75페이지에 소개된 인덱스 펀드에 대한 내용입니다.

다른 가치투자자들과 가장 명확한 차이를 보이는 주장인 것 같습니다. 꼭 이 챕터가 아니더라도, 다른 챕터에서도 세스 클라만은 인덱싱, 혹은 인덱스 펀드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일관되게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가치투자는 금융시장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믿음에 입각하고 있다. 가치투자자들은 주식 가격이 기초자산 가치로부터 분리되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저평가된 증권을 매수하면 시장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가치투자자들에게 인덱싱은 가장 바보 같고 많이 위험하게 보이는 방법이다. – 중략 – 나는 장기적으로 가치투자자들이 시장을 이길 것이라고 믿으며 인덱스에 투자하는 것은 게으르고 단편적인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인덱스 펀드나 인덱스를 추종하는 ETF에 대해서 가치투자자들은 대체로 호의적이거나 적어도 중립적인 시각을 보이지만, 세스 클라만은 인덱싱에 대해서 명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유행이 지나가면 유행하던 지수에 포함되어 있는 증권들은 그렇지 않은 증권들에 비해서 거의 확실하게 하락할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가치투자자로서의 시각으로는 이 주장에 공감이 됩니다. 가치투자자는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끊임없는 리서치를 통해 시장의 평균적인 수준보다 더 나은 투자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만약 아무리 노력을 해도 시장을 장기적으로조차 이길 수 없다면 가치투자의 의미는 크게 떨어질 것입니다. 이는 모든 학생들이 각자의 성취와는 상관없이 B를 받는 수업과 같습니다. 시장이 합리적이고 노력의 방향이 올바르다면 노력한 투자자는 A를 받고 노력하지 않은 투자자는 C를 받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입니다.


반면 개인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이 주장에는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에게 있어서 인덱스 펀드, 혹은 인덱스 추종전략은 여전히 괜찮은 투자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덱스에 대한 투자는 개별주식에 대한 투자에 비해서 훨씬 분산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특히 한 종목, 혹은 두세 종목에 집중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개인투자자들의 일반적인 투자 패턴을 고려한다면 지수 ETF가 포트폴리오에 섞여 있는 것은 굉장히 강력한 분산효과를 냅니다. 예를 들어 한 명의 투자자는 한 종목에 100%를 투자하고 있고, 또 다른 투자자는 두 종목에 각각 50%를 투자하는 상황을 생각해보겠습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후자의 투자자가 두 종목 중 하나가 지수ETF라고 한다면, 이 포트폴리오는 그냥 두 개의 종목에 나눠 투자한 포트폴리오에 비해서 훨씬 더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가 될 것입니다.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자산배분의 측면에서 주식을 아예 배제하는 것보다는 지수추종의 형태로라도 가지고 있는 것이 훨씬 유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주식은 여러 투자 가능한 자산들 중에서도 눈에 띄는 좋은 성과를 보였습니다. 개인투자자는 펀드매니저가 아니기 때문에 주식에 투자할 비중을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주식에 전혀 투자하지 않는 것과 지수추종의 형태로라도 투자를 하는 것을 비교해본다면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보다 나은 선택임은 명확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사된 바는 없지만 지수를 추종하는 형식의 투자는 적어도 개별주식에 대한 투자에 비해서는 훨씬 더 장기적인 시야를 가질 것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약하면 펀드매니저, 혹은 가치투자자의 시각에서는 세스 클라만의 주장은 공감할 수 있어 보입니다. 반면 다수의 개인투자자에게는 인덱싱은 여전히 좋은 투자전략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최근 유행하고 있는 특정 테마에 편향된 ETF들이나 해당 ETF에 많이 포함된 기업들에 투자를 한다면, 세스 클라만의 주장과 같이 ‘유행이 지나간 이후’를 경계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2) 절대수익률을 적용하라: 현금보유 전략

143page에서는 가치투자자와 그렇지 않은 투자자들의 중요한 차이로 현금보유 전략을 꼽았습니다. 요약하여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치투자자는 시장이나 다른 사람을 이기는 것에 무관심합니다. 따라서 시장의 전체 향방이나 다른 투자자들이 해낸 것이 아닌 자신만의 투자 목적과 관련된 이익에만 관심을 쏟습니다. 훌륭한 절대수익률은 가치가 완전히 반영된 포지션을 정리하는 동시에 저평가된 증권을 매수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에게는 오직 절대수익률만이 중요합니다. 마이너스 상태의 상대수익은 의미가 없습니다.

상대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은 특정 투자에 즉시 사용되지 않은 현금을 시장 인덱스에 투자함으로써 적어도 시장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반면 절대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은 바겐세일 투자 대상이 없을 때는 현금 잔고를 보유하기를 원합니다. 이는 ‘시장을 이기거나 따라가는 것’ 자체가 궁극적인 목표가 되는 투자자들과 그렇지 않은 투자자들 간의 차이일 것입니다.

가치투자자들 중에서도 항상 전액을 주식에 투자하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는 투자자가 마켓타이밍을 이용하고자 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켓타이밍을 이용하지 않는 것과 항상 주식을 100% 보유하는 것이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내 눈에 적어도 한 개의 훌륭한 투자안, 지금 바겐세일을 하고 있는 증권이 보인다면 100%를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모든 주식이 엄청나게 비싸서 내 눈에 단 한 개도 괜찮은 투자안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 때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이후 주가가 더 오르든 내리든 간에 가치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매도의 가능성을 제외한다면 필연적으로 가치투자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현금을 쥐고 가만히 있는 것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3) 얼마만큼의 리서치와 분석이면 충분한가?

195페이지, “심도 깊은 기본적 분석의 가치는 한계 수익이 체감될 수밖에 없다”는 말은 많은 가치투자자들이 고민할 만한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책에 나온 실제 예시를 요약하면 어떤 표백제를 만드는 회사의 작은 마을에서의 브랜드 점유율, 그리고 어느 공장 몇 번 라인에서의 생산량까지 꿰고 있는 분석가조차도 기업에 정말 큰 문제가 발생해서 주가가 53달러에서 11달러까지 떨어지는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책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업에 대해서 80% 정도를 이해한 사람이 90%나 95%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매우 큰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기업에 대해서 미해결된 세부사항을 파고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때로는 좋은 투자기회를 놓치게 만들기도 합니다. 확인할 필요조차 없는 것을 빨리 배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애플이나 삼성전자의 유동비율이나 단기차입금 비율과 같은 것을 확인하는 것은 아마도 투자자에게 있어 대단히 쓸데없는 일일 것입니다.

투자자는 본질적으로 기업의 관찰자입니다. 따라서 취득할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질, 시점에는 모두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기업에 대해서 투자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을 정말 도저히 확인할 수 없다면 그냥 투자를 접는 게 시간낭비를 줄일 수 있는 길일지도 모릅니다. 반면 투자하기 전에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는 사항을 굳이 확인하기 위해 애쓰는 것 또한 투자자로서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기업을 깊이 파도 그 기업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개인투자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은 80%의 이해도를 100%으로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는, 80%에서도 충분히 확신을 가질만한 기업을 두 개 세 개 더 찾아서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책에 담긴 내용들을 모두 담을 수는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세스 클라만은 가치투자에 대해서 정말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부터 가치투자라는 단어는 ‘선한 투자’와 같은 느낌으로 마케팅 목적으로 쓰이기도 하고, 때로는 가치투자는 이제 끝났다는 식으로 이미 시대가 흘러간 투자 방법으로 비난하는 시각도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가치투자는 투자에 있어 기본 중의 기본인 기업의 본질가치와 주가의 관계에 대한 논리적이고 깊이 있는 고민에 근거하여 가장 잘 정리된 답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투자기법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겠지만, 미래의 시장에서도 가치투자는 충분히 효용성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다음달에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더 좋은 글 작성에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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