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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책방] 워런 버핏 바이블 2021

편집자주 필자인 넥클리스 권용현 교수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마쳤으며, 대학 신입생 때 시작한 가치투자를 15년째 이어오며 매월 말 투자 포트폴리오를 아이투자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재무와 기업지배구조에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저술하였으며, 지금은 창원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비즈니스학부에서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여러 기업과 투자에 대한 칼럼에 더해 금융, 투자 혹은 특정 산업분야에 대해서 의미가 있는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고 읽은 소감을 서평으로 남깁니다. 회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글쓴이 주 : 본 내용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것으로 6월 12일에 작성한 서평에 7월 23일에 질문을 추가하여 보완한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워런 버핏 바이블(2017), 워런 버핏 라이브(2019), 워런 버핏 바이블 2021까지 이어지는 에프앤미디어의 신작입니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설명은 최준철 대표님의 김작가TV 인터뷰 (바로가기)를 참조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위 인터뷰를 포함하여 이 책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훌륭한 서평들이 가치투자연구소, 그리고 온라인상으로 올라와 있습니다. 특히 이 책에 관심을 갖는 분들은 대체로 투자에 관한 지식이 풍부한 분들이기 때문에 기초적인 내용을 재차 삼차 정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번 서평은 책의 보다 세부적인 부분으로 파고들어가 좀 더 생각해 볼 만한 질문들을 10문 10답의 형태로 묶어보았습니다.

Q1) 워런 버핏이 엄청난 가치가 있다고 하는 피투자기업의 “유보이익”의 의미는 무엇일까?

76page에 소개된 피투자회사의 유보이익에 대한 내용입니다.

코카콜라나 애플과 같은 버크셔가 투자하는 기업들이 돈을 유보하고 재투자하는 것이 버크셔의 재무제표에 바로 반영되지는 못하지만, 이러한 유보와 재투자가 장기적으로 버크셔의 가치를 높일 것에 대한 확신입니다. 이는 버크셔가 투자하는 기업들이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스스로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확신, 그리고 그러한 기업의 가치가 장기적으로 주가에 반영될 것이라는 확신에 근거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개인투자자들이 투자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흔히 의문을 갖는 점이 “기업이 돈을 많이 번다고 하더라도 그게 내 손에 들어오지 못한다면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에 대해서 그레이엄은 “(왜 그러한지 확실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놀랍게도 시장에서 주가는 기업가치에 수렴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돈을 엄청나게 벌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르지 못하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입니다. 내가 투자하고 있는 그 기업의 주가가 도무지 오르지 않는다면 내가 생각하는 그 기업의 미래가 틀렸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봅니다.

이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길거리에 금괴가 떨어져 있는데 누구도 줍지 않고 영원히 모든 사람들이 무심하게 지나칠 것이라는 가정과 같습니다. 물론 항상 주식시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자주 발생하지만, 이러한 기본 가정이 흔들릴 정도의 상황이 자주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Q2) 기존의 책들과는 달리, 이번 책에서 특별히 고민해보게 된 문제는 어떤 것이 있었습니까?

221page에 소개된 인플레이션과 자본집약적 기업에 대한 내용은 매우 흥미로운 내용입니다.

이전의 버핏이 코카콜라와 시즈 캔디로 대표되는 현금창출형 기업들을 선호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철도 산업과 에너지 산업에 대해서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버핏이 벌링턴 노던 샌타페이(BNSF)를 인수했을 때, 그 때는 왜 이 회사를 굳이 인수했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시즈 캔디와 같은 현금창출형 기업들의 경우, 버핏이 아니라 어떤 사모펀드나 기관투자자가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잘 운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회사들은 필연적으로 인기도 높고, 가격도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자본집약적 기업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주어진 기간 동안에 최대한의 수익률을 추구해야만 하는 사모펀드들의 경우 대규모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산업들에 투자하는 것은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버크셔의 경우 현금흐름이 매우 좋기 때문에, 적절히 소모해주지 않으면 내부자본시장에 현금이 과다하게 되기 쉽습니다. 아무리 버크셔에 탁월한 자본배분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이 잉여자본이 크게 쌓이는 것은 좋을 일은 아닙니다. 따라서 “돈을 크게 크게 쓰더라도”, “돈을 쓸 만큼 원가 등 기업의 경쟁력을 끊임없이 높일 수 있는” 종류의 기업들을 갖고 있는 것은 버크셔에게 있어서는 대단히 효율적인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철도와 에너지의 경우 이와 같은 특성을 갖는 대표적인 산업입니다. 아무리 기술적인 혁신이 있더라도 이런 산업에서 원가를 낮추고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유형자산 투자가 꼭 필요합니다. 특히 법규나 계약에 의해서 가격 결정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돈만 있다면 장기적으로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유형자산 투자를 마다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예시로서 276page를 보면, BNSF는 터널의 고도를 높이고 열차를 모두 2층으로 개조해서 기존 철도에 약간의 비용만을 추가하고서도 운송량을 단기간에 두 배로 늘렸습니다. 이런 유형자산 투자는 비록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버크셔의 입장에서는 절대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조금 더 멀리 바라본다면, 이런 자본집약적 기업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해놓는 것은 버핏이나 멍거 이후까지를 생각해도 버크셔에 크게 유리할 수 있습니다. 버핏의 후계자들이 아무리 출중한 역량을 갖더라도, 버크셔의 자본배분 능력이나 명성은 버핏 사후에 더 나아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내부자본시장에서 대량의 자본을 꾸준히 소모하면서 기업가치를 스스로 높일 수 있는 기업들이 포트폴리오에 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자본배분에서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훌륭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Q3) 책에서 가장 속 시원한 부분이 있다면 어디였나요?

160page, “가상 화폐 가격이 거품이라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에 대한 내용이 가장 속 시원한 부분이었습니다.

2018년에 공개된 내용인 만큼, 아마도 이 글을 그 시점에 읽고 2018년에 비트코인이나 가상화폐에 투자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굉장히 화가 날 만한 내용이기는 하겠습니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비생산적 자산이라서 가격이 일시적으로는 유지될 수 있겠지만 끝이 안 좋을 것입니다.”라는 말, 그리고 “세상에는 이상한 것들을 만들어내는 사기꾼이 많습니다.”라는 말 모두 정확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307page의 멍거의 암호화폐에 대한 의견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어떤 자산에 대한 투자에 대하여 버핏과 멍거가 공통적인 의견을 명확하고 일관성 있게 제시하는 상황이라면, 굳이 그 투자자산에 대하여 더 고민하는 것은 매우 큰 시간낭비라고 생각합니다.

Q4) 미국의 국가부채(재정적자)는 얼마나 치명적인가?

148page, 미국의 국가부채와 재정적자에 대한 버핏의 의견입니다.

미국의 국가부채와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많지만, 실제로 미국의 경제는 2008년이나 2020년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버핏은 미국이 이와 같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매우 낙관적인 미래를 가질 것이라 예견하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국가부채가 크게 늘어났던 적이 있었고, 그에 따라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국가부채의 절대량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가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업이든 나라든 간에 “이 나라(기업)가 빚을 갚을 능력이 없어 보이는 것”이 정말로 큰 위험이 아닌가 싶습니다.

따라서 미국이 망해서 돈을 갚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유하게 되는 날이 정말 미국이 망하는 날이 될텐데 그런 날이 오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Q5) 버크셔에서 가장 중요한 척도는 주당 정상수익률의 증가입니다.

230page, 버크셔가 스스로 생각하는 성장을 재는 척도에 대한 내용입니다.

많은 분들이 실적을 볼 때 지금의 실적, 전년대비 실적 증가율과 같은 단기적인 지표들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기업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기업이 생애 동안에 얼마나 돈을 벌 수 있을까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지금 영업이익과 같은 회계적인 지표들이 나쁘게 나오거나, 혹은 지금은 돈을 딱히 벌고 있지 못하더라도 앞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다면 기업의 주가는 필연적으로 상승해야 할 것입니다.

가장 최근의 실적이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 가장 최근의 실적이 이 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가장 훌륭한 예측치가 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기업에 따라서 많이 다르기는 하지만, 계절성이나 경기를 크게 타지 않는 기업의 경우 현재의 실적은 앞으로의 실적을 예측하기 위한 대단히 훌륭한 척도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실적이 훌륭하다는 것이 항상 앞으로의 실적도 훌륭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고, 특히 회계적인 실적과 기업의 현재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실적이 단순히 예상보다 잘 나왔다, 못 나왔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결과에서 어떤 미래를 도출할 수 있을까에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Q6) 가장 크게 고민하게 만든 부분은 어디인가요?

285page, “향후 10년 동안 주식시장의 수익률이 과거 10년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멍거의 답변입니다.

답변 그대로를 옮겨보면 “네. 낮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이 매우 많아서 시장이 과열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경영 시스템과 보상 시스템이 매우 부실해서 효과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실질 수익률이 하락할 것으로 봅니다.”

위의 답변은 지금 한국의 주식시장에도, 부동산시장에도 공통적으로 통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역량과 상관없이, 투자자가 많아지고 시장이 과열상태가 되면 해당 시장의 기대수익률은 필연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기대수익률을 높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으면서 다수가 관심이 없는 새로운 투자대상을 개척해야 하는데, 솔직히 찾을 자신도 없고 그 시장에서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확신도 없습니다.

Q7)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나요?

197page, 9.11테러 직후에 있었던 버핏과 아지트 자인의 보험 인수에 대한 내용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9.11테러도 이미 세월이 많이 지났으니, 아마도 에프앤미디어의 다른 책에도 이 내용이 한 번쯤은 소개되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합니다.

버크셔의 보험업이 갖고 있는 차별적인 역량 중 하나가 있다면,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는 대부분의 보험사들과 달리 버핏과 아지트 자인의 결심만 있다면 거액의 손실을 각오하고라도 보험을 팔 수 있다는 점입니다. 9.11테러 시점에 항공기에 책임보험을 팔거나 시어즈 타워에 추가적으로 보험을 들어줄 수 있는 보험사는 전세계를 통틀어도 버크셔밖에 없었다는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시스템의 가치를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모두가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와중에 한 기업만이 그렇지 않다면 그 또한 가치 있는 차별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 결정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이 한 명은 세계 최고의 투자자이고, 다른 한 명은 세계 최고의 투자자가 인정한 보험업의 최고 전문가라면 그 효과는 대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Q8) 눈에 띄는 단 한 문장을 꼽자면 어느 문장일까요?

196page. “믿을 만한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보험료 책정이 과학보다 예술에 가깝습니다.” 보험료 책정뿐 아니라 투자든 취업이든 어떤 다른 것에도 적용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믿을 만한 데이터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는 문장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Q9)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된 기업이나 투자 아이디어가 있습니까?

첫 번째는 줌(ZOOM)입니다. 멍거가 밝힌 것과 같이, 1년반 전과는 달리 누구든 화상 회의를 무서워하거나 신기해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한 것은 명확하고 이는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ZOOM라이선스를 구매한 기업이나 대학들이 독자적인 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의 PER은 엄청나게 높지만, 전세계의 화상회의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기업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책에는 중자산(Asset-heavy) 기업으로 번역되어 있는 자본집약적 기업들입니다. 특히 최근과 같이 금리가 충분히 낮은 수준에서는 사업상 부채를 크게 쓰기 쉬운 이런 기업들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중자산 기업들 중에서 최근 1~2년간 부채를 통해 대규모의 유형자산 투자를 한 기업이 있다면 좀 더 과감하게 투자를 해볼 생각입니다.

세 번째는 찰리 멍거가 회장으로 있는 데일리 저널입니다. 찰리 멍거가 부록에서 밝힌 바와 같이 데일리 저널의 새로운 서비스인 법률 관련 서비스는 매우 어려운 시장임은 분명하지만, 호주와 캘리포니아라는 세계에서 가장 성장성 높을 수 있는 시장에서 주목 받을만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점은 긴 기간을 바라볼 수 있는 투자자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어 보입니다.

마지막은 돌고 돌아 S&P500 인덱스 ETF입니다. 버핏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S&P500 인덱스펀드를 보유하는 것이 최선이라 말하고 있고, 2020년 현재에도 그러한 일관된 시각이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미국의 대표 주식들을 매수해서 20-30년을 보유한다면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버핏의 시각은 쉽게 실천하기는 정말 어렵겠지만, 대단히 효율적인 투자법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매도하기 까다롭고 세제혜택이 있는 연금저축 ETF에 S&P500 인덱스를 담아두는 것은 언제나 최소한 평균 이상의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10) 이 책을 앞으로 읽을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만약 정말 시간이 없다면 부록 먼저 읽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책의 부록과 이 책의 부록은 그 무게가 전혀 다릅니다. 굳이 평가하자면 본문에 이 책의 가치의 반이 있다면, 나머지 반은 부록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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