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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량기업의 배신(?), 위험신호는 없었나...

편집자주 '좋은 기업, 나쁜 기업, 이상한 기업' 코너는 다양한 기업들의 이야기를 투자자의 시각으로 살피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필자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30대 초 젊은 연구원으로, 기업재무와 기업지배구조에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저술했습니다. 대학 신입생 때 시작한 가치투자를 10년째 이어오며 매월 말 투자 포트폴리오를 아이투자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주식시장의 투자자로서 궁금한 것을 찾아다니는 과정과 이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나누는 장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필명인 '넥클리스'는 목걸이처럼 다른 사람의 허전함을 채워주고 스스로도 더 빛날 수 있음을 희망하는 필자의 바램이 담겼습니다.
안녕하세요. 넥클리스입니다.

2019년 연초부터 시작한 주가의 상승이 4월도 지속되고 있어, 대부분 투자자들의 성과 또한 작년보다는 나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과 같은 봄날이 조금은 더 이어질 수 있기를 내심 바래봅니다.

하지만 이런 기분 좋은 흐름 속에서, 감사의견 거절이 이어지면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양쪽 모두에서 상장폐지 우려기업들이 나타났습니다. 한국거래소에서 발표된 2019년 4월 1일을 기준으로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2018사업연도 12월법인 결산 관련 시장조치현황”과 “코스닥시장 2018사업연도 12월법인 결산 관련 시장조치 현황”에 따르면 아래 <표 1>과 같이 유가증권시장에 5개 기업, 코스닥시장에 28개 기업에 대해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였습니다.

표 1.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 상장폐지 우려기업 현황
- 2019년 4월 1일 기준




출처: 유가증권시장 2018사업연도 12월법인 결산 관련 시장조치현황”과 “코스닥시장 2018사업연도 12월법인 결산 관련 시장조치 현황” (한국거래소 제공)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많은 기업들이 상장폐지 심사에 올라 있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의아하게, 또는 충격적으로 느껴졌던 기업은 코스닥의 케어젠28,500원, ▲50원, 0.18%(A214370)이 아닌가 싶습니다. 케어젠은 거래정지 이전 기준으로 시가총액만 8,218억원에 달하는 코스닥 시장의 대표기업으로서 소액주주의 수만 10,709명에 달해 실제로 상장폐지로 이어진다면 투자자들의 막대한 피해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케어젠에 투자한 많은 투자자들이 의아해했던 점은 케어젠이 부채비율이 5%에 불과하고 차입금이 아예 없는 매우 우량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표 2>에서 다른 27개의 코스닥 상장폐지 우려기업들의 주요 재무비율들과 함께 모아서 비교해보면 케어젠과 다른 기업들간의 확연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표 2. 코스닥시장 상장폐지 우려기업 주요재무비율


재무비율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케어젠이 다른 감사의결 거절 기업들과 다른 재무비율을 보이고 있음은 명확해 보입니다. 대부분 현재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고 (23개사), 영업이익을 내고 있더라도 차입금이 많거나 부채비율이 상당히 높아 재무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을 살펴보면, 이번 케어젠의 회계감사 결과에 대해서 많은 분들의 의문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인터넷상의 투자 블로그들과 카페들에도 이와 관련된 의문점을 제기하는 글들이 다수 보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와 같은 온라인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문점들을 아래와 같이 세 가지의 질문으로 묶어, 각각에 대해서 답변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이번 사건은 회계법인의 회사에 대한 오해나 단순한 의견의 차이에 의해서 일어난 것인가? (다르게 말하면, 회사에 실제로 심각한 회계적인 문제는 없을까?)

2. 만약 회사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면 이 회사의 재무상태표나 손익계산서에 어떠한 전조증상이 나타났는가?

3. 앞으로 또 이런 기업이 나타난다면 회피는 가능할까? 이런 기업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점에 주목해야 할까?




1. 단순한 오해에서 비롯된 사건인가? 회사에 실제로 회계적인 문제는 없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회계법인의 입장에서, 실제로 문제가 있는 기업에 대해선 감사의견 “적정”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설사 문제가 있는 기업이더라도 고객이기 때문에, 감사의견 한정 또는 거절을 해서 고객을 잃는 것은 무조건 손해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회계법인이 “거절”을 준 기업이 실제로는 정상일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이, 회계법인과 회사 그 어느 쪽에도 좋을 것이 하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회계법인이 “거절”을 주었다는 것은 결국 고객을 잃더라도 “적정”을 줄 수 없을 정도의 의미 있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단지 회사의 부도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것인지 아닌지의 문제만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특히 삼정회계법인은 적정이 나왔던 2017년 사업보고서의 감사 또한 진행했기 때문에, 만약 정상적인 기업을 “거절”한 것이라면 자기 얼굴에 스스로 먹칠을 한 것이 됩니다. 이와 같은 정황들을 볼 때 회계법인의 실수나 오해의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무엇이든 회계적으로 용인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을 가능성은 상당해 보입니다.

만약 실제로 심각한 회계적인 문제가 있다면 어디에 숨어있을까요? 삼정회계법인은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특히 케어젠의 경우 매출액의 92%가 해외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해외에 수출(매출)을 한 것으로 처리하였지만 실제로 회사에 현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을 가능성에 주목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와 같은 방법은 과거 2010년 네오세미테크, 2014년 모뉴엘의 회계 문제가 있을 때 지적된 방법입니다.

이에 대해서 서울대학교 최종학 교수의 2016년 내일신문 인터뷰를 인용하면, “물건을 수출했다고 장부만 조작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가짜 물건을 해외로 보낸 경우 세관 통과서류와 운송료 지급 자료 등이 모두 있기 때문에 서류로 분식회계를 적발하기 어렵다”며 "그것도 전수 조사가 아닌 샘플링 조사로 살펴보는데 전수조사를 벌이면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한편, 당해년도의 사업보고서에서 유의할만한 또다른 변화는 2016년에 328억원을 출자하여 미국 시카고에 설립한 Caregen Biopharma Inc.에 대한 대규모 유상감자입니다. 유상감자의 특성상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에서 시행되었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지만, 케어젠의 해외사업법인 중 장부금액상으로는 가장 컸던 미국법인의 유상감자가 회계적인 불투명성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유상감자 구조를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면, 2017년말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352억원의 자산(부채는 없음)을 갖고 있던 법인이, 2018 반기보고서에 일시적으로 332억원의 자산과 332억원의 부채로 변경된 이후, 2018년말 사업보고서에서는 1억원 미만의 자산으로 축소됐습니다.

이 돈은 아마도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131억원 → 488억원), 기타유동금융자산(551억원 → 821억원), 자기주식취득(61억원) 등에 사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금번의 유상감자를 미국시장에서의 철수, 또는 자금사정 악화에 따른 투자금 회수로 본다면 기업에 있어서 악재라고도 볼 수 있기는 하지만, 현금흐름이 재무상태표에 배분된 모습만을 생각한다면 상식에 어긋나는 점은 없어 보입니다.

표 3. 종속, 관계기업 투자주식
- 2018년도 사업보고서



2. 만약 회사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면 이 회사에는 어떠한 전조증상이 나타났는가? 예상이 가능한 사건이었다고 볼 수 있을까?

위와 같은 이유로,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고 어느 정도 규모의 문제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문제가 있을 가능성 자체는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 회사의 이전 재무제표나 활동이력에서 혹시 어떠한 전조증상이 나타난 것이 있는지, 그래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 예측이 가능했는지를 조심스럽게 살펴보았습니다. 우선 손익계산서를 먼저 검토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표 4. 케어젠 포괄손익계산서
(자료: FN Dataguide)

손익계산서를 살펴보면 매출액과 매출원가,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금융손익이 (+)인 것은 회사가 IPO당시에 유입된 막대한 현금(1,782억원)을 아직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이며, 이 또한 재무상으로 부정적일 수 없는 요인입니다. 손익계산서상으로는 딱히 유의할 점을 찾기 어려워 보이지만, 굳이 한 가지 유의할 점을 찾자면 영업이익률(57.7%)이 상당히 높다는 점입니다.

케어젠의 주요 제품은 펩타이드가 포함된 화장품, 헤어필러 등 코스메슈티컬 제품들이고, 해당 산업군은 메디톡스(영업이익률 43%)의 사례와 같이 영업이익률이 비교적 높은 산업군에 속합니다. 다만 규모의 경제 효과와 자체적인 해외 유통망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통상적인 수준보다는 매우 높은 수준의 영업이익률이라는 정도의 의문은 제기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재무상태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표 5. 케어젠 재무상태표
(자료: FN Dataguide)

재무상태표상으로도 특이한 점은 없어 보입니다. 현금성자산이 단기금융자산으로 옮겨진 부분이 눈에 띄지만, 금융기관예치금(821억원)이나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451억원)으로 옮겨간 것으로서 유의미한 문제점이 보일 정도는 아닌 듯 합니다. 다만 매출채권의 경우 2015년 12월 기준 125억원에서 2018년 397억원으로 3배 정도 증가하였는데, 동일 기간에 매출액 또한 2배 증가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율상의 증가 폭은 아주 크지 않더라도, 매출액(634억원) 대비 매출채권(397억원)의 비율이 다소 높아보이기는 합니다.

케어젠과는 기업 규모의 차이가 매우 크지만, 비슷한 생활용품/화장품을 주력으로 하는 애경산업의 경우 2018년말 기준 매출액이 6,973억원이지만, 매출채권은 575억원에 불과합니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에이블씨엔씨의 경우에도 3,455억원의 매출액에 매출채권은 337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아울러 고려하면, 케어젠의 매출액 대비 매출채권은 다소 과도한 면이 보입니다.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자산의 규모로 볼 때, 매출채권의 규모만으로 회사의 재무적 건전성의 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매출채권과 매출액과의 비율을 비교하여 검토해보면, 회사가 매출을 속칭 “밀어내기” 하고 있을 가능성은 고려해볼 여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표 6. 케어젠 현금흐름표
(자료: FN Dataguide)

현금흐름표도 유의미한 문제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매출채권과 기타채권의 증감은 이미 재무상태표에서 확인을 한 내용이고, 투자활동현금흐름 상의 금융자산의 증감은 IPO로 조달한 현금이 단기금융자산으로 이동한 것으로서 해석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종합하면 재무상태표 상에서는 매출채권의 급격한 증가를 제외하면 유의미한 문제를 찾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3. 앞으로 또 이런 기업이 나타난다면 회피는 가능할까? 이런 기업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점에 주목해야 할까?

앞서 두 번째 질문에서 확인해본 바와 같이, 재무제표상에서는 유의미한 문제를 찾기 어려워 보입니다. 일반적인 수준의 재무비율의 필터링을 통해 이와 같은 기업을 걸러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다른 방법이 있을지 한번 찾아보았습니다.

표 7. 더마힐 헤어 컨디셔닝 샴푸

(자료: https://blog.naver.com/fantazyso/221222471555)

옥션, G마켓, 쿠팡 등 인터넷을 통해서 케어젠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확인해보니, 구매가 가능하기는 하지만 대체로 해외직구 등으로만 구매가 가능하고 손쉽게 찾거나 구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좀 더 꼼꼼히 찾아보니, 샵케어젠 통합쇼핑몰 또는 토탈뷰티센터와 같은 오프라인 매장이나 미용실 등을 통해서는 구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판매되는 제품들이 효능만 충분하다면 국내에서도 판매가 가능할 것 같은 제품들인데도 불구하고, 수출비중이 95%에 달한다는 점입니다. 연간 최대 규모의 매출액인 634억원을 기준으로 보아도 국내매출액이 연 30억원 미만이라는 것인데, 2017년 유로모니터 조사결과 1조 3,706억원 규모인 한국의 헤어케어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고개가 갸웃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고려해볼 부분을 찾자면, 회사가 상장한지 아직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 정도가 있을 것 같습니다. 기업은 대체로 상장 직전에 최대한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급성장과 높은 영업이익률은 다소 불안하게 볼 수 있는 점이 있어 보입니다.

그 외 한국경제신문, 매일경제신문 등에 보도된 기사 373건을 추가로 검토해 보았지만 외부적으로 알려진 내용만으로는 특별히 문제점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케어젠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사전에 분명하게 예측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내부자정보의 가능성을 배제하면, 투자자가 특정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투자자가 어떤 회사를 100%의 확신을 갖고 투자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케어젠의 경우 아직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테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사례가 될지 아닐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만약 앞으로 시간이 흐른 후 케어젠에 실제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면, 개인투자자이자 외부자로서 기업의 공개된 재무제표만으로 과연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확신을 갖고 투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달에 뵙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좋은 글 작성에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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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개

  • 라후라
    글잘봤습니다. 매달 올리시는 포트는 어디서 볼수 있나요?
    2019.04/18 09:58 답글쓰기
  • 라후라
    2019.04/18 09:58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아이투자™
    안녕하세요 라후라 님,

    커뮤니티> 나의 포트폴리오 메뉴에서 작성자 kwon4711 의 글이 넥클리스님의 포트폴리오입니다.
    http://www.itooza.com/community/community_sub.htm?ss=02

    작성자 명으로 검색하시면 지난 내용까지 한 번에 보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9.04/18 10:47 답글쓰기
  • 아이투자™
    2019.04/18 10:47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라후라
    네 감사합니다^^
    2019.04/18 15:11
  • 라후라
    2019.04/18 15:11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천상철
    많은 공부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04/18 17:32 답글쓰기
  • 천상철
    2019.04/1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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