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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삼성증권 사태'로 돌아본 금융사고들

편집자주 '좋은 기업, 나쁜 기업, 이상한 기업' 코너는 다양한 기업들의 이야기를 투자자의 시각으로 살피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필자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30대 초 젊은 연구원으로, 기업재무와 기업지배구조에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저술했습니다. 대학 신입생 때 시작한 가치투자를 10년째 이어오며 매월 말 투자 포트폴리오를 아이투자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주식시장의 투자자로서 궁금한 것을 찾아다니는 과정과 이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나누는 장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필명인 '넥클리스'는 목걸이처럼 다른 사람의 허전함을 채워주고 스스로도 더 빛날 수 있음을 희망하는 필자의 바램이 담겼습니다.
안녕하세요. 넥클리스입니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인 사건과 함께, 4월 주식시장은 비교적 투자자에게 좋은 성과를 주었던 것 같습니다. 4월 코스피 지수는 2.8% 올라 2500 선을 다시 넘어섰습니다.

2011년 이후 금융시장은 기대보다는 위험에 항상 민감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2012년 1월 1일 1,426포인트였던 미국의 S&P지수는 2018년 4월 27일 기준 2,669포인트로 112.3% 오르고, 상해종합지수의 경우 동일기간 2,199포인트에서 3,082포인트로 40.1%오르는 등 외부적인 환경이 그다지 나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적극투자를 외치는 목소리는 듣기 어려웠습니다. 심지어는 그렇게 오르지 않았던 코스피, 코스닥도 각각 36.5%, 77.2% 올랐는데도 그렇습니다.

실제로 한국 주식시장에 있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존재하는지, 또는 존재한다면 얼마나 될지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축소 가능성에 대한 기대로 주식시장을 둘러싼 불안감들이 조금이라도 줄어든다면, 2018년 주식시장은 기업의 실적들에 더하여 투자심리의 호전에 따른 재평가라는 기대하지 못했던 선물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이번 칼럼은 “금융사고의 유형과 파급효과”라는 주제를 뽑아보았습니다. 일부 사건의 경우 금융사고보다는 경영진의 범죄행위에 가깝지만, 금융시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을 통칭해 금융사고라고 표기하였습니다.

최근 삼성증권47,050원, ▲1,200원, 2.62%의 유령주식 발행 사건을 계기로 금융사고나 금융사의 위험관리 등에 대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사고나 횡령, 내부자 통제의 실패 등은 작게는 기업의 가치에 영향을 주고, 크게는 금융위기의 시작점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 글은 이와 같은 금융사고들의 유형들에 대해서 나름의 구분방식 – 1) 고의성, 2) 경영진의 개입여부, 3) 금액의 절대크기, 4) 영업에 대한 영향, 5) 금융위기로의 발전가능성(파급효과)와 사후수습 - 을 통해 위험성과 재발가능성을 평가해보고자 합니다.

1. 닉 리슨 – 내부자통제 실패의 치명적인 결말 (1995년)

영국의 베어링스 은행 파산 사건(The Collapse of Barings)은 200년 역사의 영국 베어링스 은행을 단 한 사람이 파산시킨 사건으로서 금융시장에서 대단히 유명한 사건입니다. 그 당시 베어링스 은행은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 중 하나로 민간은행 중에서 손에 꼽힐 정도의 은행이었습니다.

닉 리슨은 베어링스 은행이 싱가포르에 설립한 선물거래회사의 직원이었습니다. 주요 업무는 오사카(OSE)와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취급하는 닛케이 225 선물의 가격차이를 이용한 지수차익거래였습니다. 지수차익거래의 경우 대체로 위험도는 매우 낮고 수익도 크지 않은 저위험-저수익 거래로서 주어진 업무만으로는 위험도가 아주 높은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닉 리슨이 방향성 투기거래, 주가의 흐름을 예측하여 선물을 매수하거나 매도하는 전략을 시도하면서 손실이 누적되기 시작합니다. 기록에 따라 다르지만, 1992년말에는 손실액이 2백만파운드, 1994년말에는 5억 1,200만파운드의 손실을 보았다고 합니다.

지금 환율로 환산해봐도 원화로 7,578억원에 달합니다.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하면 훨씬 더 큰 금액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손실이 가능했던 이유는 선물시장의 특성에 있습니다.

닉 리슨이 활용한 방법은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1. 대규모의 선물포지션을 보유합니다. (주가가 오르거나/내릴 것에 대한 베팅)

2. 포지션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수옵션에 대해 스트래들 매도를 시도합니다. (이는 주가가 크게 오르거나 내릴 경우 손실을 보는 계약으로서, 주가 급변동에 대한 보험을 판매하는 것과 같습니다.)

3. 위의 옵션매도에 대한 프리미엄으로 선물포지션의 증거금을 충당합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주가가 급변동할 것에 대한 위험을 떠안는 것과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1995년 1월 17일 고베 대지진으로 인해 닛케이 지수가 폭락하면서 닉 리슨은 5,000만 파운드의 손실을 추가로 떠안았고, 이후 주가 회복에 대한 대규모 베팅이 실패하면서 총 손실은 8억 2,700만파운드로 베어링스 은행 자기자본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베어링스 은행은 단돈 1파운드에 네덜란드 ING그룹으로 매각되고 맙니다.

그럼, 위의 사고를 먼저 밝힌 5가지 기준에 따라 평가해보겠습니다.

1) 고의성 - 명백한 고의성이 있습니다.
2) 경영진의 개입 - 알려진 바에 의하면 없는 듯 합니다. 다만 경영진의 내부자통제 실패의 책임은 분명합니다.
3) 금액의 절대크기 - 대단히 컸습니다.
4) 영업에 미친 영향 - 기업이 파산에 이르게 되었으니,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입니다.
5) 파급효과와 사후수습 - 결과적으로 영국 정부가 금융위기의 발생을 염려하여 개입하였고, 네덜란드 ING에 피인수됨으로서 시장 내에서 종결지을 수 있었습니다. 사후수습은 비교적 민간시장 내에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리하면, 닉 리슨의 범죄는 명백한 고의성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금액도 어마어마했지만 경영진의 개입이 있지는 않았으며 비교적 시장 내에서 사후수습이 이루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범죄의 경우 결국 한 명의 “직원”이 다룰 수 있는 권한을 적절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결과일 것이며, 특히 레버리지 수준이 높은 거래를 할 경우 더욱 철저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2. 엔론 스캔들 – 분식회계의 교과서 (2001년)

미국의 엔론(Enron)은 한때 미국 7대 기업으로 불릴 정도로 큰 기업이었습니다. 전성기의 엔론은 연간 매출액이 1,000억달러, 정직원만 22,000명을 고용한 거대기업이었지만, 결론은 돈을 벌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 파산한다는 결과를 정말로 끔찍한 규모로 보여준 사례가 되었습니다.

엔론의 회계부정에 있어서 핵심적인 원인으로 지적되는 것은 1) 회선 임대 교환거래 등을 이용한 매출의 조작과, 2) 유령회사에 대한 부실의 이전, 3) 파생상품에 대한 대규모의 투자의 세 가지입니다.

각각의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회선임대 교환거래 등을 통한 매출액 조작은 다른 기업과 짜고, 해당 기업에서 회선을 임대해오는 대신 상대방에게 회선을 임대해주는 계약을 맺는 교환거래로 서로가 맺은 계약을 “판매행위”로 간주하여 매출액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결국 A를 파는 대신에 B를 사주기로 계약을 하고, A를 판 것으로 간주하여 매출액을 잡는 것으로, 회사에는 이익이 없지만 매출은 부풀려지는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2) 유령회사에 대한 부실 이전은 일종의 SPC를 설립하여, 모회사가 갖고 있는 부실자산들을 밀어넣어 재무상태표(대차대조표)상에서 없애는 것입니다. 특히 엔론은 해당 유령회사의 지분을 다시 여러 개의 유령회사로 분산함으로써, 해당 자산들의 위험을 연결재무제표상에 나타나지 않도록 하여 실제 갖고 있는 부실의 크기를 줄이는 전략을 활용했습니다.

3) 마지막으로 엔론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파생상품거래입니다. 엔론은 에너지 회사로서 에너지 관련한 파생상품들을 많이 다루었는데, 특히 파생상품의 가치평가 측면에서 매우 공격적인 방법을 활용하여 가치를 뻥튀기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위험은 축소하고 예상되는 이익은 극대화하는 것은 파생상품의 가치평가가 매우 복잡하고 불확실하다는 것과 맞물려, 분식회계를 용이하게 하였습니다.

엔론 사태에 대해 평가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고의성 - 명백한 고의성이 있습니다.
2) 경영진의 개입 - 분명합니다. 정확하게는, 사장 이하 대부분의 임원들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3) 금액의 절대크기 - 대단히 컸습니다.
4) 영업에 미친 영향 - 기업이 파산하였으니 마찬가지로 영업에 대한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엔론의 경우 제대로 돈을 벌 만한 수단도 없었고, 돈을 벌 생각도 없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5) 파급효과와 사후수습 - 2000년 3월 5,000포인트까지 치솟았던 나스닥 지수는 2002년 10월 1,200포인트 수준까지 하락하였습니다. 엔론 사태가 IT버블 붕괴의 원인인지 결과인지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있지만, 적어도 버블의 붕괴를 보다 파급력 있게 만든 것은 명확해 보입니다.

[그림] 나스닥과 S&P500 지수 추이


3. 모뉴엘 – 6년에 걸친 치밀한 사기극의 끝 (2014년)

모뉴엘 사태는 그 규모에 비해서는, 일반투자자에게 잘 알려진 사건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도 비상장기업이었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직접적으로 본 피해가 없었고, 피해당사자들 – 무역보험공사,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 또한 사건을 외부로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모뉴엘 사기극의 방법은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만원도 안 되는 전자제품을 250만원짜리 고가로 속여 3조원에 달하는 수출 실적을 가공으로 계상함.
2)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및 기타 시중은행들로부터 수천억원대 대출을 끌어냄.
3) 은행 대출을 위해 홍콩에서 엑스트라를 동원하고 가짜 공장을 세우는 등의 방법으로 은행 실사단의 눈을 속임.
4) 결과적으로 은행에서 받은 대출을 편취하여 영업과는 상관없이 흥청망청 탕진함.

위와 같은 방법으로 은행에서 끌어낸 대출의 규모가 6,768억원에 가깝다는 사실이 놀랍지만, 은행의 입장에서는 유망해 보이는 기업이고 무역보험공사의 보증까지 있었으니 상환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없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모뉴엘 사태는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심사가 이전에 비해서 완화되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기꾼들의 치밀한 계획에 국내 금융기관들이 넘어갔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모뉴엘 사태를 평가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고의성 - 매우 명백하며,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회사는 애초부터 돈을 벌 생각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2) 경영진의 개입 - 명확하며, 경영진은 애초부터 이와 같은 사기를 전략적으로 계획하고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3) 금액의 절대크기 - 상대적으로 적지만, 일반적인 기업의 부도가 아닌 사기행위의 결과로 따지면 대단히 큰 액수였습니다.
4) 영업에 미친 영향 - 애초부터 영업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으니, 굳이 평가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5) 파급효과와 사후수습 - 상장회사가 아니었고 피해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았기 때문에, 금융시장에 직접적으로 미친 영향은 거의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중요한 이슈가 되었던 삼성증권 유령주식 발행 사건의 경우, 위의 프레임에 맞추어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고의성 - 사건의 발생 시점에서의 고의성은 없었으나, 입고 이후 주식을 매도한 것은 고의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2) 경영진의 개입 - 경영진이 개입한 사건은 아닙니다.
3) 금액의 절대크기 - 잘못 입고된 주식의 절대금액은 컸지만, 실질적인 피해액수나 피해자의 수 및 총 피해보상의 규모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4) 영업에 미친 영향 - 금융사로서 삼성증권의 신뢰성에는 어느 정도 유의미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5) 파급효과와 사후수습 -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은 현재까지로서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며, 해당 기업 내에서 수습이 가능한 수준의 금융사고로 판단됩니다.

이와 같이 요약해 보면 이번 사건의 경우 무차입 공매도 등과 연결되어 이슈화되기는 하였지만, 실질적으로는 금융시장에서 종종 발생했던 실수의 일종으로 보입니다. 또한 경영진이 고의적으로 개입하였거나 금융시장에 실질적으로 미친 피해도 의미있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삼성증권 사태는 사건의 직접적인 중요성이나 피해에 비해서 이슈화의 정도는 상대적으로 컸던 사건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세계 금융시장에선 끊임없이 사고와 사기, 횡령이 발생합니다. 이번 연재는 미처 다루지 못했지만, 롱텀캐피탈(LTCM)의 파산사태나 에버랜드 CB 저가발행 사건, 바클레이즈의 리보 금리 조작사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이슈,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각각의 사건들이 어떠한 의미를 갖고 어떻게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사후적으로라도 확인해보는 것은, 금융시장의 역사가 반복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중요한 공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럼. 다음달에 다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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