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간된 <100% 가치투자>(제임스 몬티어 지음, 부크온 펴냄)는 2013년판 가치투자 원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가치투자가 여전히 유효하고, 앞으로도 위력을 발휘할 것인지를 근거자료와 경험적 수치로 잘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본문에서 일부 발췌한 다음의 글은 가격과 질을 동일시하는 심리적 편견 때문에 합리적인 판단을 못하는 투자자의 함정을 잘 지적해주고 있습니다. 본문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유명 상표가 아닌 싸구려 진통제를 산 적이 있는가? 그리고 그 약이 유명하고 비싼 진통제보다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그런 적이 있다면 여러분의 뇌가 여러분을 속인 것이다. 우리는 잠재의식적으로 싼 것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누구도 염가 세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싼 것에 대한 이런 편견이 가치 프리미엄의 원천이 될 수는 없을까? 좋은 소식은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이런 편견을 오히려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고, 나쁜 소식은 다른 모든 사람이 이성을 잃은 상황에서는 자기만 그러한 편견을 이용하는 합리적인 마인드를 유지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 우리는 가격과 품질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많은 경우 가격이 질을 나타낸다는 생각이 맞아 떨어지기는 하지만, 이런 생각에 젖어 오히려 합리적인 판단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 예를 들어 똑같은 진통제가 두 알 있는데, 한 알은 가격이 2.5달러이고 다른 한 알은 할인해서 10센트라고 해보자. 합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 두 진통제의 약효는 동일하다(사실 이 두 약은 진짜 진통제가 아니라 똑같은 설탕 덩어리였다). 그러나 댄 애리얼리Dan Ariely 등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이 두 약 중 비싼 약이 싼 약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보고했다.

 알약 대신 술을 좋아한다면, 다음 경우를 보자. 와인 한 잔을 시음했는데 이 와인이 병당 10달러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보자. 그리고 또 다른 와인을 시음했는데 이번에는 이 와인이 병당 90달러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보자. 90달러짜리 와인은 10달러짜리 와인보다 거의 두 배나 높은 등급을 받은 와인이라고 했다. 여기서 유일한 속임수는 이 두 와인이 사실은 같은 와인이란 것이다. 이 경우 싼 것에 대한 편견은 어떤 식으로 나타날까?

 주식시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주식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도 가격과 질을 동일시하는 일이 적지 않다. 주식시장에서는 누구도 염가 세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다. 슈태트만Statman 등의 연구에 따르면,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주식들은 과거 실적이 좋고 상대적으로 비싼 주식들이었으며, 가장 낮은 평가를 받는 주식들은 과거 실적이 형편없고 상대적으로 싼 주식들이었다.

 그런데 그 후 이 둘 중 어떤 주식이 더 좋은 실적을 냈을까? 참 이상하게도 가장 낮은 평가를 받던 주식들이 그 후 더 좋은 실적을 냈다. 시장, 규모, 스타일, 모멘텀 등을 통제하고 살펴봐도 가장 낮은 평가를 받던 주식들의 연간 알파는 약 2%에 이르렀다.

 싼 것에 대한 편견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희망적인 것은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비싼 것에 대한 망상을 깨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격과 질의 관계에 대해 주의 깊게 생각하면 그런 편견과 망상에 보다 강력하게 저항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이성을 잃고 행동할 때 자기만 그런 합리적인 마인드를 유지하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유명 상표가 아닌 평범한 진통제를 사서 먹은 적이 있는데, 그 약이 유명 상표의 진통제보다 효과가 떨어진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만약 그런 적이 있었다면, 여러분의 뇌가 여러분을 속였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사용하는 생활의 지혜 중 하나는 (자신감을 보고 그 사람의 능력을 판단하는 것처럼) 가격을 보고 질을 판단하는 것이다. 사실 많은 경우 ‘가격=질’이라는 생각은 맞다. 예를 들어 디자이너에게 주문한 비싼 청바지가 월마트에서 산 싼 청바지보다 더 잘 어울리고 품질도 좋다. 그러나 가격이 언제나 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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