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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돈!돈!] CEO와 돈
자본주의는 야망과 재능이 뛰어난 비즈니스 리더들에 의해 발전했다. 그러나 비즈니스 리더들은 분에 넘치는 관심과 보상을 받고 있다.
미국 CEO의 보수는 직원 평균급여의 500배나 된다. 1965년 미국기업의 CEO는 일반근로자 평균임금의 44배, 1980년 140배, 1995년 212배, 2005년 475배, 2006년 500배, 2007년 520배의 보수를 받는다. 미국의 경제잡지 <포춘> 선정 500대 기업 CEO들의 평균보수는 1960년에는 미국 대통령 보수의 2배였지만 2005년에는 30배에 달한다. 2006년 독일은 148배, 영국은 22배, 프랑스 15배, 일본은 11배였다. 이에 소수가 너무 많이 챙겨가는 시스템은 잘못되었다는 비판과 함께 반자본주의 정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버드 경영대 마이클 젠센 교수는 1990년에 CEO의 연봉이 물가상승률보다 낮게 증가하는 상황을 개탄하면서, CEO의 연봉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가 우려한 것은 CEO가 다른 종업원들과 마찬가지로 주인의식을 갖지 않고 시키는 일이나 하는 피고용자처럼 일하는 행태였다.
젠센의 논문이 발표된 이후 많은 기업들은 CEO들에게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 등을 포함한 대규모 연봉패키지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젠센의 ‘대리인 이론’과 ‘비를 부를 수 있는 신화적 경영자’가 낳은 결과는 기업과 한 나라의 경제 전반에 파괴적이었다. 이런 사태는 1990년대 악순환으로 이어져 어마어마한 연봉은 더욱더 어마어마해졌다. 하나의 논문이 이처럼 사회에 강력한 파급효과를 미친 예도 드물다.
CEO는 미국에서 귀족에 해당한다. 1996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10명의 강력한 미국인 중 7명은 CEO라고 규정했다. 원래 기업의 CEO들은 일반인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존재들이었다. 그들은 익명성을 좋아했고, 자선 프로그램의 명단 등에 일부 드러났을 뿐이다. 크라이슬러의 아이아코카는 CEO들이 스스로 신화적인 존재로 포장하게 하는 계기가 된 인물이다. CEO들은 아이아코카 이후 매스미디어 앞에서 세련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CEO는 회사의 광고에서 스타로 부상했다.
증권시장의 호황과 거액의 스톡옵션은 많은 CEO들을 전면에 부각시켰다. 그들의 움직임은 대중의 관심을 끌었고, 거액을 받는 성공한 인물로 인식되었다. CEO의 명성은 엄청난 보수와 제왕과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가능하게 한다. 그들의 화려한 생활방식과 막대한 보수가 극치에 이르는 동안, 그들은 뛰어난 리더십을 보유한 것으로 여겨진다. 권력은 자아도취적이다. 최고경영자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원하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태양왕처럼 ‘회사가 곧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제왕적 CEO로 묘사된다. 자기를 회사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생각하고 어마어마한 보수를 원한다. 그들은 영화스타들의 출연료를 예로 들곤 한다. 스톡옵션은 내부정보를 이용해 매매시점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다. 전형적인 내부자 거래이다. 분식(粉飾)으로 조작된 순이익에 근거한 막대한 스톡옵션은 고양이에게 맡긴 생선가게와 같다.
CEO들은 사업을 경영하는 게 아니라 수치관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숫자의 관리는 주가상승을 이끌어내는 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사회, 주주 그리고 증권시장을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들의 보너스도 두둑하게 하고, 스톡옵션의 가치까지 덤으로 올려놓기 때문에 나쁠 것이 없다는 식이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그저 그런 회사를 일시에 개선시킬 수 있는 ‘비를 부르는 신묘한 기술’을 가진 경영자를 원하고 있다. 우상화한 비즈니스 리더는 어떤 의미에서도 진정한 경영자 기업인이 아니다. 진정한 성과가 아니라 회계수치를 어루만지거나 편법과 불법행위를 해서 순이익을 생산할 뿐이다.
진정한 비즈니스 리더는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면 자신의 연봉을 먼저 깎는다. 탐욕스럽게 스톡옵션을 밝히지 않는다. 회사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면, 고위경영진부터 솔선수범을 보여준다. 그들은 개인적인 여행을 위해 회사 비행기를 사용하지 않고, 호젓한 휴양지에서 세일즈 회의를 개최하지 않는다. 경영진 사무실에 고가의 미술품을 걸어놓는 사치행위는 더욱 하지 않는다.
존경받는 최고경영자로 1980년대 코카콜라를 이끌었던 고이수에타(Robert Goizueta)를 들 수 있다. 그가 CEO로 부임하기 전에 회사는 심각한 상황에 있었다. 조직 내에서 열심히 일해 최고경영자가 된 그는 자신의 경력보다는 주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일했다. 그는 회사주식을 1주도 팔지 않았고 탄탄한 기업구축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회사의 대표로 일하면서도 쿠바에서 이민 올 때 매입했던 집에서 살았다.
CEO의 연봉이 높아진 이유는 젠센의 논문과 기관투자가들 때문이다. 1960~1980년대 캘리포니아 연기금(CalPERS) 등 대규모 기관투자가의 실질 주식투자 수익률(물가상승률과 거래수수료를 제외한 수익률)은 20년 이상 제로에 가까웠다. 기관투자가들은 실적유지를 위해 몇 백만달러를 더 주더라도 주가를 몇 %포인트 더 올릴 수 있는 우수경영자를 찾아 나섰다. 1980년 이후 레이건 보수주의의 등장으로 그동안 경영과정에 큰 힘을 발휘했던 노조가 약화된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글 / 임석민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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