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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國스노우볼]월마트 물리친 소매 1위 선아트



내가 1등이다!

 

지난 727, 홍콩거래소에 상장한 소매유통업체 선아트(Sun Art Retail Group, 高鑫零售)는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무려 41% 상승을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IPO(기업공개) 조달금액 역시 71HKD(한화 11000억원)에 달해 7월 들어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선아트는 FY2010년(2010년 회계연도) 기준 매출액 561억7000만 위안, 순이익 10억3000만 위안으로 중국 1위 하이퍼마켓(국내의 대형 할인마트) 유통업체다. 시장점유율로 따지면 12%인데, 지난 해 처음으로 월마트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으며, 3~4위는 각각 화윤창업의 소매부문과 까르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 중국에 자주 다녀온 사람들도 선아트라는 간판이 걸린 하이퍼마켓을 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혜성처럼 나타나서 유통업 1위를 차지한 이 기업의 정체는 무엇일까?

 

선아트는 사실 대만의 RT-Mart(大润发)와 프랑스계의 오샹(Auchan, 欧尚)의 합자회사다. 중국 내에서 사업 역시 두 브랜드로 사업을 병행하고 있고, 이러한 인연은 10년 전부터 시작됐다

 

1990년대 중반까지 방직업을 영위하고 있던 대만 Ruentex그룹은 사양산업인 방직업으로부터 전면적인 사업전환을 선언했다. 그 후 보험, 은행, 증권은 물론 유통업에까지 대규모로 사업을 확장했으며 유통사업은 당시 해당 업종경험이 전무한 41세의 중견간부 피터 황(黄明瑞)에게 맡겨진다. 그 후 1년 만인 1997RT-Mart는 대만에서 1호 매장을 오픈하게 되며 1998년에는 상하이에서 본토 1호 매장을 연달아 오픈했다. 사업 초반에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이들은 꾸준히 유통사업을 확장했으며 2000년에는 프랑스기업인 오샹과 각자의 중국법인에 대한 상호간 교차적인 지분관계를 맺게 된다.



출처: VIP투자자문, company data

 

 

10년이 지난 지금, RT-Mart와 오샹은 엄청난 성장세를 기록했다. 2011 5월 기준(공모서 발표 당시), 196개 매장을 보유한 대형 소매유통기업으로 거듭났다. 그 중 RT-Mart 155(9월 현재 157), 오샹은 41개를 차지했는데, 지역별로 보면, 장수성이 58개로 가장 많고, 다음이 저장, 상하이, 산동, 광둥 순이다 

1990년대 중반, 월마트, 까르푸에 의해 하이퍼마켓이 중국에 처음 보급이 됐고 그 후 대만계 기업들도 적극 진출했다. 일부 기업들은 의욕만 앞서서 매장규모를 공격적으로 늘렸지만 그 결과는 희비가 엇갈렸다. 같은 대만계 기업인 Trust-Mart는 한 때 동부 연안 중심으로 적극적인 확장을 시도했으나, 선진국 경험을 그대로 베껴서 실행하는데 그치다 보니 정작 현지화에는 실패했다. 결과는 참담했고, 결국 Trust-Mart는 중국사업을 월마트에 매각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중국에서 전국적인 유통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왜 어려울까?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지역별 소비자들의 취향이 너무 다르고 인프라 역시 지역마다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예로, 대만사람들은 마트에 가면 정육코너에서 대부분 이미 잘 포장된 고기를 구입하는 데 익숙하지만, 중국의 마트에 가보면 고기를 통째로 가져다가 소비자가 원하는 부위와 양만큼 잘라서 현장에서 바로 포장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또 북방지역의 요리들은 고기를 크게 썰어서 넣는 경우가 많은 반면 광둥과 같은 남방지역은 고기를 잘게 썰거나 절편을 많이 사용한다. 때문에 같은 RT-Mart라도 정육코너의 스타일은 확연하게 차이 날 수밖에 없다.

 

겨울이 되면, 당연히 북방지역에서 오리털 파카가 잘 팔릴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도 역시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북방은 대부분 실내에 난방시설이 잘 돼있기 때문에, 오히려 예상치보다 덜 팔릴 때가 많다. 대신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스크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RT-Mart가 물량부족으로 곤혹을 치러야 했던 적도 있었다. 이렇게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RT-Mart는 철저한 현지화전략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중국인에게 하이퍼마켓이란?

 



중국인들에게 하이퍼마켓은 미국인들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승용차 보급률이 높은 미국에서는 하이퍼마켓이란 1주일에 한두 번 정도 차를 이용해 도시 외곽(suburban)에 위치한 매장에 들러 식음료나 생필품, 잡화를 사기 위해 들르는 곳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상당수의 하이퍼마켓들이 시내 중심에 위치해 있다. 또 하이퍼마켓만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상가에 각종 브랜드 매장도 입점했기 때문에 종합쇼핑몰의 기능을 한다고 봐야 한다. 평균으로 따지면, 보통 일주일에 2~4번 정도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회당 구매금액은 미국인들에 비해 적지만, 대신 구입품목은 훨씬 다양하다.


선아트의 매장면적은 보통 6,000~17,000m2, 평균 8800m2 규모로 운영되고 있으며, 소매유통기업 중에서는 드물게 30% 정도의 매장부동산은 직접 보유하고 있고 GFA기준으로는 37%에 달한다. 오샹만 따로 보면, 부동산 보유비중이 60%이기 때문에 타 경쟁업체 대비 더 높게 나오는 것도 있지만, 그만큼 신중하게 입지를 선택하고, 필요할 경우 임대매장의 인수를 통해 장기적인 선점우위를(location) 확보하기도 한다. RT-Mart의 경우, 중국 내에 벌써 157개까지 매장을 확대했지만 지난 13년 동안 한번도 매장을 폐쇄한 적이 없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중국에서 하이퍼마켓의 위치선점(location)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업초반 선아트(정확히 말하자면 RT-Mart) 역시 대도시 위주로 매장을 개설했으나, 피터 황은 2~3선 도시 진출도 병행할 것을 결심한다. 이로 인해 현재 RT-Mart 2~3선 도시에서 운영되는 매장들은 상당수가 번화한 상업가에 위치해 있다. 투자비용 역시 대도시보다 훨씬 적게 들고, 회사는 다양한 할인행사들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RT-Mart는 싸다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불과 10여 년 만에 중국 내 매장은 198(현재 기준)로 늘어났으며, 매출액 기준으로는 지난해 이미 월마트, 까르푸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월마트는 중국에 329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까르푸는 182개를 운영하고 있지만, FY2010년 기준 매출액은 각각 400억 위안, 420억 위안으로 선아트의 562억 위안보다 적다. 매장당 연간 매출에서도 선아트는 3억5900만 위안으로 1위이며, 월마트와 까르푸는 각각 2억300만 위안, 2억5600만 위안으로 크게 뒤처진다. 로컬기업 중에서는 상하이를 기반으로 한 Lianhua와 베이징을 기반으로 한 Wumart의 하이퍼마켓의 평균 연간 매출액은 1억600만 위안, 1억 위안 미만인 것을 감안할 때, 선아트의 수익창출능력은 매우 압도적이다.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2009년에도 여전히 20%의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으며,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21%를 유지해 타 유통기업들에 비해 뛰어난 운영성과를 거두었다

출처: VIP투자자문, company data

 

최근 3년간 외형적으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동시에 수익성도 여전히 유지됐고, 동종기업과의 비교로 봐도 비교적 높은 마진율과 적절한 비용율은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회사가 효율경영에 상당히 노력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선아트는 현재 중국 내에 4개의 통합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런 대규모 물류센터는 월마트나 테스코가 운영하고 있을 뿐, 까르푸의 경우 아직 중국 내 통합물류센터는 갖추지 않고 있다. 그만큼 초기투자비용이 크기 때문에, 유통업체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신중해야 되고, 전국적 네트워크를 갖춰야만 규모의 경제 효과가 있다.

 

까르푸의 중국지역본부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각개 지역별 매장들에 자율적인 운영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월마트의 경우 지역본부에서 각 지역매장들을 직접 관리하고 있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반면 선아트는 제품을 분류해,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는 품목과 지역매장에서 자율로 채택하는 품목을 구분하는 중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납품 프로세스도 간소화하고 결제기간도 타 경쟁사보다 단축해 공급처들의 자금부담을 줄였다.

 

또 회사는 친절한 서비스에 익숙치 않은 현지직원들에게 친절봉사의 필요성을 깨우치고,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엄격한 인사 고과제도를 도입했다. 직원들의 동기부여와 주인의식을 깨우치기 위해, 근무 6개월 이상 직원들에게 연봉의 10% 이내 규모에서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포상제도도 도입했는데, 이 때문에 선아트의 기본급여가 타 경쟁사 대비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직원 평균 근무기간이 길고 충성도가 높으며 이러한 제도도입의 성과는 실제 매장당 매출에서도 반영이 된다.



2010
년 기준, 중국의 하이퍼마켓은 3222개에 달했는데 이는 미국 다음인 2위 규모다. 하지만 전체 인구 대비로 볼 때, 중국의 하이퍼마켓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인구 100만 명당 하이퍼마켓 보유량은 2.4개로 1위인 프랑스의 1/10 수준도 못미치며, 미국에 비해서도 1/5 수준이다. 한국은 인구 100만명 당 7.6개로 중국의 3배에 이른다.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Euromonitor)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중국의 하이퍼마켓 시장규모는 5260억 위안에 달할 것이며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CAGR) 15%의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화의 진행과 지역별 균형발전 정책으로 향후 중·소도시들의 하이퍼마켓의 수요가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RT-Mart와 오샹의 유기적인 결합, 지속적인 매장신설로 성장을 이끈다.

 

10년 넘게 중국사업 파트너십을 유지했으나, 아쉬운 점이라면 이들의 합작이 괄목할 만한 시너지효과는 아직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합작 초반, RT-Mart는 오샹으로부터 열심히 사업노하우를 전수받고 배우는 자세로 임했지만, 그 후 RT-Mart는 사업규모나 운영효율성에서 모두 오샹을 크게 앞서갔으며, 중복투자를 피하다보니 오샹은 RT-Mart에 밀려 오히려 매장확장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매장 수에서만 3배 이상의 차이가 나고 있다.

 

오샹은 프랑스의 가족경영 재벌기업이며 비상장그룹인 관계로, IPO에도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일찍 5년 전부터 RT-Mart측은 이 두 사업체를 통합해 상장을 시도하려고 했으나, 오샹의 반대와 복잡한 지분관계 때문에(상호 지분 교차보유, 현재 지분관계는 아래 그림과 같음) 계획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오샹은 매장분포가 특정지역에 집중되다 보니, 전국적인 통합물류센터 구축 역시 시도하기 어려웠고, 현재는 RT-Mart보다 여러 면에서 모두 뒤처진다. 하지만 이번 홍콩증시 상장을 계기로, 양사는 물류배송시스템 공유를 통해 2개 브랜드간의 새로운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와 유럽 일부 국가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홍콩 증시에서는 외국계자금들이 빠져나가고 증시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선아트의 2011년 예상 주당순이익(EPS) 대비 주가수익배수(PER)는 여전히 40배 가까운 수준으로 타 유통기업 대비 매우 높은 프리미엄이 유지되어 있다.

 

회사의 규모, 성장성, 수익성 모두 다른 유통기업들에 비해서 월등히 높고, 전국적인 유통지배력이 강화되고 있는 모습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아직 상장된 지 고작 3개월도 채 안됐기 때문에 여전히 고평가된 것이라는 의견도 동시에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유통시장에서도 미국의 월마트와 같은 절대강자가 나타날 수 있으며 지금이 한창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한국 시장의 관련 종목: ‘롯데쇼핑

 

국내에도 중국의 유통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이 있다. 상장사 중에는 롯데쇼핑이 가장 대표적인 종목이라고 할 수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200910월 약 7000억원을 들여 장수성에 기반을 둔 중국의 유통업체 타임스를 전격 인수했다. 타임스는 2010년 기준 82개 매장까지 확대되었고 올해에도 13개 신규점이 추가될 전망이다. 하지만 매장의 지역별 분포로 보면, 대부분 장수성에만 집중되어 있어 전국적인 확장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중국의 마트 부문 실적은 매출액 12000억원, 영업손실은 39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신규 점포 출점에 따른 투자비용 증가가 수익성의 부진으로 이어진 것이다.

 

중국에서의 백화점 사업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문을 연 롯데인타이백화점(중국회사 Intime 50:50 JV)은 2010년 부채 총액만 1000억원을 넘어서고 있고 지난해에도 33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올해 적자폭도 상당할 것이라고 회사측은 추정하고 있다.

 

그만큼 중국의 유통시장에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중국은 이미 글로벌 유통기업들의 각축장이 됐고, 상위 4개 할인매장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40% 정도에 그친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향후 중국의 소비증가와 더불어 상위 유통기업들의 집중도는 더 향상할 것이며 중국에서 이미 월마트를 능가한 선아트의 성장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 VIP투자자문 자산운용 2팀 이문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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