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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야기]일신방직: 봄을 맞다

워렌 버핏의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본업(보험업)과 투자를 병행하는 회사입니다. 국내 면방업계 1위 일신방직도 그런 회사입니다. 설립 후 60여 년이 지난 장수 기업으로, 사양산업이라고 불리던 섬유산업에서 묵묵히 사업을 이어오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기지개를 켜고 있는 면방산업 덕분에 다시금 봄날을 맞이한 일신방직의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터널 지나며 군살 빼고 새 수익원 발굴

면방 산업이란 목화솜, 즉 면화를 원재료로 면사를 만드는 산업입니다. 과거 우리나라의 산업화 초기에는 주력 산업으로서 큰 역할을 했던 산업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격경쟁력에서 중국 등에 밀려나 80년대 이후 20여 년 간 힘을 잃고 명맥만 유지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일신방직의 면사 제품들>(출처:일신방직 홈페이지)
업계 1위 일신방직7,570원, ▲30원, 0.4%은 이런 면방업계의 흐름 한복판에 있었습니다.

수요가 계속 줄어들다 보니 생산설비를 꾸준히 축소하며 덩치를 줄여나갔습니다.

동시에 수익성이 떨어지는 직물제조는 접고, 고부가 상품  개발에 나섰습니다.

이를 통해 면사의 제조 및 염색에만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합니다. 20여 년 이상 군살을 빼고 체력을 비축하며 경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것입니다.

내수 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리며 시장 다변화에도 나섰습니다. 해외영업에 힘을 쏟은 결과, 일신방직7,570원, ▲30원, 0.4%은 매출에서 수출의 비중을 70~80%대로 키웠습니다. 다른 국내 면방업체들이 내수 중심이거나 수출비중이 절반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시장 다변화에도 성공하며 면방업계 맏형다운 모습을 보여준 셈입니다.

매출이나 생산량에서는 일신방직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면사 제품이 전 세계 면방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지만, 품질 면에서는 중상위 제품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메이커들은 저가인 동시에 품질이 조악한 편이지만 국내기업들은 어려운 시기를 견뎌오면서 품질 향상에 힘을 쏟았기 때문입니다. 

본업인 면방사업에서 내실을 기하는 동시에, 일신방직은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도 나섰습니다. 바로 투자 부문의 활성화입니다.

일신방직의 강점은 업계 1위라는 본업에서의 경쟁력 외에, 자본투자를 통한 또 다른 수익원 발굴에도 큰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남동 등 요지에 오피스 빌딩을 지어 임대사업에 나서고, 90년 설립한 일신창업투자를 통해 유망한 사업에 투자를 했고, 국내 와인 인구가 형성되던 초기에 와인수입·유통회사 신동와인을 설립해 일찌감치 와인사업에 뛰어들어 알짜 계열사로 키웠습니다. 
                                                                                              <일신방직 계열사 지배구조도>(2010년말 기준)
의류제조·수출 회사였던 계열사 신동의 경우, 사업 영역을 생수 수입과 건물임대로 변경해 변화한 시장에도 대처를 합니다.

2008년부터 구조적 변화가 실적으로

이런 노력은 2008년부터 실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영업이익, 순이익, 지분법이익 등이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여주고 그 추세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008년 무렵, 이 회사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일신방직 주식담당자의 설명입니다.

“우선 2005년에 화재로 소실된 충북 청원 공장을 대체하기 위해 광주광역시에 새로 지은 제2공장이 2007년부터 생산을 재개했는데, 그에 따른 실적 회복이 2008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죠. 또 서울 한남동에 새로 지은 일신빌딩이 2008년부터 임대를 시작하며 임대수익이 새로 늘어났습니다. 바디샵코리아를 운영하는 BSK코퍼레이션, 일신창업투자 등 계열사들의 실적도 그 무렵부터 좋은 성과를 내며 도움을 줬죠.”

즉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상승 효과를 일으켰던 것이지요. 여기에다 글로벌 업황도 면방산업에 유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중국과 인도의 경제가 날로 성장하면서 의류 소비 시장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것입니다. 의류의 원료는 직물(옷감)이고, 직물의 원료는 면사와 같은 ‘실’입니다. 의류 소비가 늘어나며 자연스럽게 면사를 주문하는 직물업체들의 주문량이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면사 공급량이 넉넉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싼 인건비를 무기로 하는 중국 등 개도국의 도전과 경기 침체 등으로 일본과 한국 등의 면방업체들은 수년간 꾸준히 설비를 줄였습니다. 2008년경에는 전 세계 면방 설비 규모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이것은 바로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이 따르지 못하는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됐다는 얘깁니다.

이런 상황에서 면사의 원재료인 원면(목화솜)의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기 시작합니다. 면방시장의 경우 원면 가격이 오르면 면사 제품에 바로 반영되는 가격 전가가 이뤄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일신방직은 저렴할 때 미리 확보한 원면도 넉넉한 형편이어서 덕분에 2010년에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일신방직의 성장은 지속가능할까? 

지금까지는 시장과 상황 모두 일신방직에 유리하게 전개되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이냐’일 겁니다.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일신방직 광주2공장 모습>(출처:일신방직 홈페이지>
▷면방산업은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 면방 산업의 턴어라운드는 인도와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신하는 가운데 나타난 현상입니다. 이 같은 추세는 한동안 꺾이지 않을 전망입니다. 특히 일신방직은 다른 국내 면방업체들에 비해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해외 의류 시장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신방직에 따르면 2010년에는 중국 등 경쟁 국가들의 가격인상요구, 납기지연, 공급포기 등을 경험한 해외 주요 고객들이 가격보다 안정적인 면사 공급업체에 대한 선호 경향이 늘어나 국제 시장에서 신뢰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방적사 등 섬유제품 수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급측면에서는 올해는 중국 정부의 긴축정책 등으로 아시아 시장의 원사 수요 성장세는 다소 꺾이겠지만, 미국의 소비가 회복세여서 글로벌 시장 전체적인 원사 수요는 2010년과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공급자 우위 상황은 계속 될 수 있을까 = 아직은 수급 불균형에 따른 공급자 우위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호황의 기미를 알아 챈 면방업체들이 잇달아 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신규 설비들이 가동되면 수급불균형은 곧 균형 상태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참고로 일신방직은 현재 설비투자를 일단락한 상태로, 당분간 추가 증설 계획은 없다고 합니다.

▷원자재인 원면의 가격 추이 영향 =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면 최종 상품인 면사에 인상분을 전가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높일 수 있긴 하지만, 원가 역시 올라가기 때문에 이익률은 크게 올라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일신방직이 확보한 저렴한 원면의 재고는 올해 안에 소진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 가운데, 글로벌 원면 가격은 계속 치솟고 있습니다. 그러나 올 하반기가 되면 남반구인 호주나 브라질에서 생산되는 원면이 시장에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내수용으로도 부족하다며 원면 수출을 전면금지했던 인도에서 수출 쿼터 등의 이유로 일부 원면의 수출을 재개했습니다. 따라서 지금의 원면 가격 급등세는 완화될 여지가 있는 것입니다.

원면 가격 급등세와 관련해, 일신방직 주식담당자는 생각해볼 만한 설명을 전했습니다.

“글로벌 원면가격이 급등세라고 하지만, 그 가격은 사실 미국 시장 얘기입니다. 원면 재고는 선물거래를 통해 미국, 호주, 브라질 등 전 세계에서 구매합니다. 또 사놓은 원면을 순차적으로 소화하는 구조가 아니라 기존의 저렴한 원면 재고에 오른 가격의 신규 원면을 섞어 생산하기도 하며 적당한 선에서 원가율을 조율합니다. 원면 가격이 너무 오르면 제품에 전가해서 가격을 올리기도 하고요.”

즉, 원면가격 급등 부문은 시장의 우려만큼 심각한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투자 포인트 : 성장 엔진 재가동된 자산주

2010년에 면방산업의 턴어라운드에 관심이 쏠리며 일신방직의 주가는 꽤 올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시가총액은 자산가치에 훨씬 미치지 못합니다. 
                                                                           <X-Ray로 분석한 일신방직>(자료:아이투자. 2011.4.19 기준)
2011년 4월15일 종가 기준으로 일신방직의 시가총액은 2251억원이지만 자산총계는 6056억(순자산 5136억원+부채 920억원)이나 됩니다. 
                                                  
여기에 영업가치(영업이익 524억. 영업이익률 13.99%)가 있고, 계열사들에 대한 지분가치가 1293억원(신동 310억원+일신창투 900억원+BSK 62억원, 일신산업개발 20억원), 그리고 투자용 보유 주식 가치가 428억원입니다(KT, 휠라코리아 등).

ROE(자기자본이익률)도 12.40%로 훌쩍 올라섰습니다.
 
본업인 면방 사업과 투자는 명실상부한 일신방직의 양대 날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업외수익 271억원 중 지분법이익이 176억원에 이를 만큼 계열사들도 알짜입니다. 그런데 이런 기업이 매년 배당까지 줍니다. 2010년 시가배당률은 3%로 은행이자율 정도는 됩니다. 안전마진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신방직의 주가와 실적 추이>(자료:아이투자)



그 외에도 전국 요지에 자리 잡은 토지와 건물 등이 많아 올해 IFRS 도입에 따른 자산재평가의 긍정적 효과, 그리고 한미 FTA가 발효되면 국내 생산되는 면사에 대한 국내 직물업체들의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라 이 또한 투자 촉매로 작용할 수 있겠습니다.

◆리스크는?

▷적은 유통주식수
= 일신방직에 대한 단점으로 자주 지적되는 것은 유통주식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김영호 회장과 특수관계인으로 이뤄진 대주주 지분이 56.85%, 자사주펀드 2.85%, 신영자산운용(9.74%), 한국투자밸류운용(5.02%) 등 기관 비중까지 합하면 무려 74.46%의 지분이 묶여 있습니다.

회사 측에서는 유통주식수의 부족을 인지하고는 있으나 이를 해소하기 위한 처방을 따로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습니다.

▷상존하는 화재의 위험 = 일신방직이 안고 있는 대형 리스크 중 하나는 초대형 화재의 가능성입니다.

기계장치 산업인 면방 산업은 태생적으로 기계의 고속 회전, 그에 따른 고온 발생으로 인해 늘 화재의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보험에 가입해 대비를 한다 해도 소실된 공장을 새로 건설하는 동안 생산 공백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2005년 9월에 발생한 청원공장 화재로 인해 일신방직은 2005~2007년의 기간 동안 영업적자를 두 번 냈고, 세 자릿수를 넘었던 순이익도 2006~2007년에는 두자릿수로 대폭 줄었습니다.     

위 청원공장 사례를 비롯해 일신방직은 이미 핵심 공장이 전소되는 초대형 화재를 두 번이나 경험했습니다. 이 때문에 공장을 아예 새로 지어야 했습니다. 게다가 상당한 자동화 진척이 이뤄져 인건비는 크게 줄었지만 적은 인원의 근무로 인해 넓은 공장 내 사각지대가 많다고 합니다. 화재 발생 시 조기 진압이 안 될 경우 초대형 화재로 번지기 쉽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업종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어서 화재 여부는 늘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사항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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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 적화살표
    좋은건 알겠는데.. 참 안오르죠...http://
    2011.04/22 12:57 답글쓰기
  • 적화살표
    2011.04/22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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