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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오해 받는 천재를 위한 변명, <스노볼>

앨리스 슈뢰더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원제 : The Snowball : Warren Buffett and the Business of Life



<스노볼>이 나오기 전까지 워렌 버핏은 세상 사람들에게  ‘신화 속의 무오류의 남자’였다. 투자가로서 전무후무한 성취를 이룬 것처럼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그리고 모든 측면에서 그럴 것이라고 여겨졌다.

그런데 실상은 그런 게 아니었다.  버핏은 천재성과 유치함의 부조화가 극단을 이루는 인물이다. 

먼저, 그의 천재성을 살펴보자면 그의 인생 행로에서 숫자 감각과 기억력이 불을 뿜는 장면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홉 살의 버핏은 각국의 모든 도시의 인구 수를 외웠다. 그래서 친구를 상대로 인구 100만 명이 넘는 세계 도시를 누가 많이 말할 수 있나를 놓고 시합했다. 학생 시절의 그는 공부를 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벼락 공부를 해서 성적은 최상위권을 유지한다. 성인이 된 그는 자신을 추종하는 어느 펀드매니저 앞에서 네 자리 숫자 곱하기 네 자리 숫자를 암산으로 계산해 보인다.  이런 천재성이 그를 오늘의 성취로 이끌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몇 가지에서는 의외로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지금도 집 마당의 잔디깎이도 켤 줄 모르고, 사무실의 팩스 기기도 작동시키지 못해 쩔쩔 매고 있다.

청년 시절의 버핏에게서는 정서 불안이 느껴진다. 신혼 시절의 버핏은 옷을 입을 때도 도움을 받아야 했고, 사람을 대할 때도 도움을 받아야 했다. 부드러움을 원했고,  아내 수지에게 자신의 머리를 어루만져 달라고 했고, 안아 달라고 했다. 심지어 수지는 버핏의 이발까지 해줬다. 버핏이 이발소에 가기가 무섭다고 했기 때문이다.

버핏은 수지에게 특별한 요구를 많이 했다. 펩시 콜라를 냉장고에 넣어둘 것, 스탠드의 전구를 갈아 끼울 것, 저녁 식사로 감자를 곁들인 고기를 준비할 것(특별히 맛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소금을 많이 넣은 셰이커(칵테일의 원료)를 찬장에 둘 것, 냉장고에 아이스크림을 넣어둘 것 등이 그런 것들이다. 그는 무디스 매뉴얼이라는 책자와 그것을 읽을 수 있는 양초 한 자루만 있으면 행복해하는 그런 ‘어른 아이’였다. 

이런 남편을 둔 수지는 행복했을까. 비록 남편이 돈을 많이 벌더라도 말이다. 


이런 부조화의 버핏이 세속의 세계에서 어마어마한 성취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자신이 잘 하는 것과 도저히 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전자에 삶의 대부분을 할애했다는 것에 있다. 만약 버핏이 자신의 단점을 개선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면 지금의 성취를 이룰 수 있었을까.

그가 가장 못하는 것의 하나는 다른 사람을 속이는 일이다. 그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무언가를 천성적으로 못한다는 사실은 책의 곳곳에 드러난다.

1956년 투자 조합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그가 대면한 가장 큰 고민은 투자한 주식의 가격이 내려갈 때 동업자들이 자기를 비난하거나 비판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런 상황을 도저히 견딜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투자조합의 구성원을 자신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가족과 친지로 한정했다.

종종 오해 받는 천재

최근 버핏이 방한한 것을 계기로 그의 행적에 관해 이런 저런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논란의 요지는 버핏의 행적은 대의명분과 선의로 포장돼 있지만 알고 보면 ‘자기 이익 챙기기'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버핏이 상속세의 유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자신이 운영하는 보험사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고, 알고 보면 버핏은 투기꾼이며, 버크셔 해서웨이는 문어발 회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주장은 덧붙이고 있다. ‘진실을 직면하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런 논란의 밑바탕에는 버핏이 돈을 다루는 일에 관한 한 워낙 천재적이다 보니 그의 언행의 모든 것에는 어떤  고단수의 복선이 깔려 있지 않은가라는 시각이 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속이는 일은 버핏 입장에서 천성적으로 '할 수 없는 일'로 분류돼 있다는 것은 버핏의 인생 전반에 드러난다.   

버핏의 상속세에 관련한 논란은 한물 간 이야기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연방 유산세(상속세)를 점차 폐지해 나간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유산세를 폐지하면 미국의 부호는 세금 부담 없이 자손에게 부를 고스란히 넘길 수 있다. 그러자 버핏의 정의감이 활활 타올랐다. 

“유산세(상속세)를 폐지하는 것은 과거 올림픽 대회에 참가해 메달을 땄던 사람들의 자손들만을 대상으로 해서 올림픽 선수단을 구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 정부는 부자에게 세금을 많이 물려야 한다.”

이에 대해 미국의 일부 보수 매체가 달려 들었다. 알고 보면 버핏의 주장은 ‘자기 이익 챙기기’라는 것이다. 버핏은 이들 매체에 의해  ‘물려받은 재산을 엄청나게 갖고 있으면서 인기에 영합하는 발언을 하는 사람’, ‘다음 세대 사람들이 자기가 그랬던 것처럼 고전적인 미국적 기업 방식으로 자수성가하지 못하도록 막으려고 애쓰는 돈많고 늙은 악어’로 묘사됐다. 어떤 매체는 버핏이야말로 탈세자라고 불렀다. 세금이 적게 부과되는 투자를 통해서 재산을 모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런 것은 논란의 축에 끼지 못한다. 세월이 흐르는 과정에서 버핏의 진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요즘 버핏은 투자에 대해 매겨지는 세금이 너무 낮으므로 이런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오고 있다. 

‘권투 선수는 폭력배인가?’ 이 질문에 대해 굳이 대답한다면 ‘그렇다’라고 할 수밖에 없는데, 실은 답변을 하기보다는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문어발 회사인가?’ 이것도 실은 질문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주회사(holding company)다. 지주회사란 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매입해 계열사로 확보하고, 이들 계열사가 수익을 내서 나오는 배당을 받아서 재투자하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다. 계열사를 늘려가면서 성장하는 것은 지주회사의 본원적 비즈니스 모델인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책의 집필을 하는 과정에서 버핏이 자신에게 무제한의 시간과 자유를 주었다고 밝히고 있다. 버핏이 주고 받은 편지를 비롯해 사적이고 공적인 온갖 자료를 마음대로 뒤적여도 좋다는 자유를 얻었다고 한다. 저자는 버핏의 사무실에 나가기도 하고, 함께 여행하면서 버핏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버핏의 가족들,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 예전에 학교에 다녔던 친구들, 사업 때문에 만나는 사람들을 합쳐 250명을 만났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그만큼 충실한 취재를 바탕으로 쓰여졌다. 버핏을 알자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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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 mkmen
    좋은글 감사합니다..
    버핏에게 조금더 다가갈수있는기회가 될것같습니다..http://
    2011.04/07 16:06 답글쓰기
  • mkmen
    2011.04/0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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