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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가치투자, 편안한 항해의 조건

연일 상품 시장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경제 성장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적극적인 출구전략을 모색하기보다는 여전히 돈을 풀고, 어렵게 되살린 경기회복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졌고, 인플레이션을 예상한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상품 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고, 면화 등 몇몇 품목은 이미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가치투자자들은 테마나 트렌드를 이야기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테마나 트렌드라는 말을 앞세우면서 수많은 투자자를 유혹했던 사기꾼 회사들의 행태를 너무나 많이 보아온 탓이 클 것이다. 하지만 그 테마나 트렌드가 실제 기업가치변화와 크게 연관되어 있다면 다시 한번 곰곰히 따져볼만할 것이다.

세계 경제성장의 축이 중국과 인도를 필두로 한 인구대국으로 바뀌고, 그 사람들이 필요로 하고 소비하는 품목들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그 수요 때문에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주식투자자들이 보유한 회사의 실적 또한 급변한다는 점이다. <앞으로 10년을 지배할 주식투자 트렌드>(스콧 필립스 지음, 부크홀릭 펴냄)에는 이와 관련된 6가지 트렌드를 다루고 있다. 중국, 단백질과 농업, 원유와 에너지, 어자원, 교육, 희토류 등 주식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만한 주제들이다.

이 책의 저자는 ‘존 템플턴의 가치투자 전략’을 공저한 바 있는 스캇 필립스와 로렌 템플턴이다. 이 둘은 부부이고, 로렌 템플턴은 위대한 투자자 존 템플턴 경의 증손녀이기도 하다. 존 템플턴 경은 사람들이 끔찍하게 생각하는 전쟁과 불황속에서 투자의 기회를 찾아내는 용기있는 투자자로 유명하다. 템플턴의 이름은 많이 알려졌지만, 워렌 버핏 같은 다른 위대한 투자자들에 비해 정작 그의 구체적인 투자 방법론은 덜 알려진 편이다. 이 부부는 그 방법론을 투자에 관심있는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정리하는 달란트를 갖고 있다.

템플턴 경이 아직까지 살아있었다면 이 책에 나와있는 트렌드들에 많은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면서 매수할 수 있는 후보종목군을 발굴해놓고, 폭락할 때 망설이지 않고 종목쇼핑에 나섰다. 일반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낄 때 확신에 차서 그가 매수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평소 쇼핑 리스트를 정리해놓고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템플턴 경 처럼 준비된 투자자들에게 변동성과 폭락은 오히려 기회가 된다.

이 책에는 중국이나 에너지와 같은 일반인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접하는 트렌드들도 있고, 희토류나 어자원처럼 평소에는 자주 듣기 힘들거나 그 내용을 어려운 트렌드들도 있다. 국내 저자가 쓴 책이 아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종목 추천이 나와 있지는 않지만,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이같은 트렌드들이 나오게 된 배경과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이 트렌드가 전개될지에 대해서 조목조목 잘 설명하고 있다. 도표와 그래프를 사용해서 개별종목에 대해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이라면 관련 종목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도록 풀어 썼다는 점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이다.

배를 타고 항해를 할 때 경험 많고 노련한 항해사는 바람과 조류를 잘 이용한다. 바람을 등지고,조류의 방향을 잘 이용해서 가면 항해길도 편하고, 연료도 훨씬 적게 든다. 주식투자에 있어 트렌드도 마찬가지다. 트렌드 자체를 짧은 테마로 생각하고 접근하게 되면 주가의 급등락 속에서 오히려 불안감만 더 커질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투자한 기업이 배라고 생각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트렌드를 잘 타면 다소 부침은 있겠지만, 편안한 항해가 가능할 것이다.


VIP투자자문 공동대표 김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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