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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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레터]거인들의 어깨 빌리기

주식투자의 대가들은 참 많습니다. 벤저민 그레이엄, 필립 피셔, 워렌 버핏, 피터 린치, 제시 리버모어, 앙드레 코스톨라니 등 유명한 대가들 뿐 아니라 주식투자의 여러 스타일 별로 정말 수많은 대가들이 있지요. 한편, 우리는 이런 대가들에 대한 저술을 읽고 그 결과물 중심으로 배우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술작품에 빗대어 말하자면, 비싸게 팔린 작품수입(투자수익)은 그림을 그리는 노하우(투자실력) 때문이고 그림에 대한 노하우는 도제(후계자)가 아니고서야 비밀스러운 부분까지(상세한 투자 프로세스) 가르쳐주면서 훈련을 시키지는 않습니다. 이런저런 책으로 자신만의 미술이론(투자이론)을 풀어놓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미술이론의 비밀스러운 부분까지 포함한 것이고, 그 부분이 형성된 배경은 대가 자신이 과거에 미술이론을(투자이론) 배우고 그림을 실제로 그리면서(투자 및 훈련 과정) 자신의 눈부신 재능을 키운 과정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대가들을 배우는 과정은 개략 세 단계를 거치지 않나 합니다.
첫째, 대가들에 대한 책을 통해서 그의 말, 그의 이론, 그의 실적 등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둘째, 대가들에 대한 윗글 속에서 숨은 의미를 깨닫는 과정입니다. 그의 말과 이론이 나오게 된 그만의 배경, 즉 그가 중요시했던 것은 무엇이며 왜 그런 것을 중요시하게 여겼을까 등을 스스로 사색하여 추정하는 과정입니다.
셋째, 거인의 어깨에서 내려야 합니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탔으면 적당한 시점에 내려와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거인이건 소인이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할 수 없게 됩니다.

버핏이 투자의 알파이자 오메가일 수는 없습니다만, 배울 점이 많은 대가임에는 분명합니다.
'워렌버핏의 주식투자 콘서트(부크홀릭)' 라는 책에서 그가 주식으로 돈을 버는 방법을 언급한 바가 있어 잠깐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일에 빠진 사람들이 운영하는 회사를 사라.
2.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회사를 사라.
3. 유형자산이나 연구개발에 끊임없이 많은 돈을 소모해야만 하는 회사를 피해라.
4. 유망하지 않은 산업에 속한 회사는 피해라.

위의 원칙은 워렌버핏이 투자종목의 회전율을 높이면서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올렸던 투자조합 운영시절의 투자원칙은 아닐 것입니다. 버크셔를 운영하면서 주식을 사고파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한 번 사면 비교적 오래 보유할만한 주식을 선정하기 위한 원칙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투자자들 중 혹 장기투자를 통한 복리수익을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 원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에 빠진 사람들이란, 해당 사업을 잘 알고 그 사업을 잘 운영함으로써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입니다. 즉, 돈을 벌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그 사업을 택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열정이 있는 분야를 택해 사업을 익혀가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지요. 또한 다른 데에 관심을 두지 않고 일에 빠지려면 주주와 한배를 탄 사람, 많은 지분을 갖고 그 사업체를 진두지휘하는 사람이어야 할 것입니다.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회사에 대해서는 마케팅, 경영전략, 주식투자 등 꽤 넓은 분야에서 이미 충분히 다룬 주제입니다. 당연히 특정 아이템에 있어서 독과점업체이거나 브랜드나 품질 등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 탁월하다면, 강력한 가격결정력을 바탕으로 돈을 많이 벌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상황을 반영구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수요를 미리 읽어 아이템을 선정하는 종합 마케팅 능력, 경쟁사 등을 고려한 경영전략 능력, 제품공정 효율화와 원재료 구매력 등을 항상 개선하는 원가능력 등 경영진의 핵심 능력이 있어야 가격결정력이 오래 지속될 것입니다.
가격결정력이라는 원칙은 원재료와 제품가격의 마진 스프레드를 끊임없이 계산해서 사고팔고를 할 수 없는, 혹은 그런 식의 투자를 벗어나고 싶었던 버핏에게는 중요한 투자기준이었을 것입니다.

해당 업종의 한 사이클보다 훨씬 짧은 기간 동안 투자할 것이라면 자본적지출을 절실하게 고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버핏처럼 한 번 사면 해당 업종의 사이클을 몇 번 지날 때까지 보유하여 장기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투자자라면, 같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 다른 업종보다 주기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는 기업은 당연히 피해야 할 것입니다. 갑과 을이 회사에서 같은 월급을 받고 있지만 갑은 회사에서 개인적인 지출이 없고 을은 업무상 어쩔 수 없는 개인적 지출이 많다면 누가 더 돈을 빨리 모을까요? 당연히 갑입니다. 을은 많이 버는 것 같지만 끊임없이 돈이 새어나가 실제로 주머니에 남은 돈은 적습니다.

유망하지 않은 산업을 피하라는 말은, 버핏이 솔직하게 밝힌 바 있는 얼마 안 되는 투자실패사례를 통해 깨달은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에서의 섬유사업이라든지, 백과사전 사업 등을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이 또한 한 번 대량매입한 자산을 다시 대량매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투자한 기업의 업종이 사양산업임을 깨닫고 난 후에는 이미 늦다는 교훈입니다.

주식투자의 분야는 공부할수록 거대합니다. 차트투자, 턴어라운드 투자, 주도주 투자, 기술주 투자, 자산주 투자, 성장주 투자, 단기투자, 장기투자 등 서로 성격이 다른 다양한 영역이 있습니다. 수많은 영역 중에서 하나 혹은 복수의 영역을 고르셨나요? 투자할 영역을 고르셨다면 이제 그 분야에서 거인의 어깨를 빌리십시오. 책을 읽고, 그분의 속까지 이해하려 들고, 그리고 그분으로부터 독립하십시오.

더 좋은 글 작성에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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