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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을 탐하다] 한국프랜지, 주목 받을까
[하루에도 숱하게 쏟아져 나오는 기업 보고서, 그러나 궁금증은 여전히 남습니다. 이민주 버핏연구소장이 기업을 직접 탐방해 이런 궁금증을 확 풀어봅니다. 아이투자의 새 시리즈 '탐방을 탐하다'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기업을 선정해 재무제표의 숫자나 주석 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기업 현장의 느낌과 분위기, 증권사 보고서에 나와 있지 않은 궁금한 사안과 점검 포인트 등을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탐방을 탐하다] 한국프랜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범(凡) 현대가의 한국프랜지
한국의 주식시장을 돌이켜보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 관심이 집중되는 종목이 언제나 있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올해 들어서만도 일신방직7,540원, ▼-60원, -0.79%이 그랬고, 대우차판매가 그랬고, 화승알앤에이3,445원, ▲45원, 1.32%가 그랬습니다. 지금은 한국프랜지이군요. 왜 한국프랜지일까요?
이 회사는 한국 주식 시장의 자동차 부품주 가운데 PBR(주가순자산배수)이 K-GAAP 기준으로 최저 수준(0.53배)입니다. 최근 이 회사 주가가 반짝 상승했는데도 그렇습니다. 자동차주가 요즘 한국 주식 시장의 주도주이고, 그러다 보니 자동차 부품주의 PBR이 어지간하면 1배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심이 쏠리는 대목입니다. 여기에다 최근 '압구정 교주' 조문원 로데오투자클럽 대표가 이 종목을 공개 추천한 것도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PBR은 왜 이렇게 낮은가. 실적 부진 때문이라면 개선 가능성은 있는가. 이 회사의 내부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가.
이런 것들이 궁금해서 한국프랜지를 기업 탐방했습니다. 이 회사의 서울사무소는 서울 광화문 사거리의 현대해상화재 빌딩에 입주해있었습니다.
빌딩 입구의 회전문을 열고 로비에 들어섰더니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흉상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동상은 한국프랜지가 범(凡) 현대가(現代家)에 속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한국프랜지 창업주인 김영주(1920 - 2010.8) 전 명예회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여동생의 남편입니다. 김영주 한국프랜지 창업주의 장남(김윤수)이 한국프랜지 현 회장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 IR담당자님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번에도 IR담당자님께 <대한민국 고수분석>을 증정했고, 이게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IR담당자님과 질의 응답의 시간을 충분히 가졌습니다.
2011년 자동차 부품업과 신사업 모두 턴어라운드
결론적으로, 한국프랜지는 가능성을 가진 기업이었습니다. 내년이면 본업과 신사업 모두에서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고, 주가 상승을 이끌만한 촉매도 갖고 있었습니다. 단, 몇가지 짚어봐야 할 점이 있었습니다.
우선, IR담당자님의 설명을 경청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비즈니스 업계에서 연 매출 2조원대의 그룹 탄생이 임박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프랜지 임직원들은 이미 '서한그룹'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었습니다. 서한은 김윤수 회장의 호(號)입니다. 서한그룹에 포함되는 기업은 관계 회사까지 포함하면 모두 15곳이고, 이 가운데 한국프랜지가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됩니다(그림 출처 KB투자증권). 한국프랜지는 1974년 설립 이래 20여년간 종속회사나 관계 회사가 전무했는데,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해마다 기업 1곳 가량을 설립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합니다.
서한그룹이 공식 출범한다면 지주사 격인 한국프랜지가 주식 시장에서 주목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으로, 한국프랜지의 본업과 신사업 모두 내년에 괜찮아보였습니다.
관련 회사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한국프랜지의 현재 본업은 자동차 부품업이고 신사업으로 풍력과 조선업을 하고 있습니다. 해외 자동차 부문으로는 북경서한NTN(지분율 51%), KOFCO USA(100%), 서한 오토 AUTO USA(80%)가 있고, 신사업 부문에는 서한ENP(10%)와 서한ENS(30%)가 있습니다. 서한ENP와 서한ENS는 각각 풍력 기자재 사업과 조선 기자재 사업을 합니다. 서한ENP의 'P'는 'Wind Power'(풍력)를 의미하고, 서한ENS의 'S'는 'Shipping'(선박)을 의미합니다. 2008년 1월 서한ENS가 설립됐고 이듬해인 2009년 11월 서한ENS에서 서한ENP가 분할 설립됐습니다.
그런데 이들 3개 부문 모두 내년이면 실적이 개선될 것 같더군요.
자동차 부문의 경우 한국프랜지는 현대기아차그룹의 해외 진출 방침에 따라 그간 중국과 미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투자를 진행해왔는데, 내년이면 투자가 완료되고 이익 회수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북경서한NTN은 올해 BEP(순익분기점)를 넘었고 미국의 서한오토 USA와 서한 NTN도 올해 연말 결산 기준 흑자 전환 예정이라고 합니다.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풍력 사업과 조선업도 내년이면 이익을 낼 것이라고 합니다. IR담당자님은 "올해 1월만 해도 조선업과 풍력 산업의 업황이 나빠서 고심했는데, 예상과 달리 양대 산업이 올해 모두 괜찮았고 내년이면 더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풍력 발전기 제조에 관련된 견적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는군요. 서한ENS와 서한ENP의 주요 거래처는 HD현대중공업228,500원, ▼-13,500원, -5.58%입니다.
실제로 확인해보니 관련 회사들의 실적 개선 추세가 보이더군요.
이 과정에서 촉매도 눈에 띄었습니다. 한국프랜지는 서한ENP가 실적이 개선되면 주식 시장에 상장할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때가 돠면 한국프랜지가 주목받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사업 부문인 조선업과 풍력 사업에서 이 회사가 강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됐습니다. 알고 보니 한국프랜지의 1974년 설립 당시의 본업이 조선업이었습니다. '프랜지(Flange)'라는 용어의 원래 의미가 선박의 밑바닥에 들어가는 파이프 이음쇄(관이음쇄)라는 것도 새로 알게 됐습니다(사진 출처 한국프랜지공업).
프랜지를 만드는 공정을 단조(鍛造. forging. 금속을 두드려 형태를 만든다는 뜻)라고 하는데, 이런 이유로 한국프랜지는 '단조 사관학교'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단조 기술을 배운 임직원 혹은 관계사 직원들이 설립한 회사가 태웅10,890원, ▼-300원, -2.68%, 평산이라고 하는군요.
또, 프랜지는 풍력 발전기(터빈)에 들어가는 부품이기도 합니다. (풍력의 터빈 만드는 공정은 선박의 프로펠러 만드는 공정과 아주 유사합니다). 다시 말해 이 회사는 설립 당시의 사업이던 조선 기자재 제조업을 계열사를 통해 재개한 것이고, 조선 기자재 제조업의 노하우와 기술을 이전할 수 있는 풍력 산업에도 뛰어든 겁니다. 한국프랜지가 양대 사업에서 성과를 낼 가능성이 엿보이더군요. 그러고 보니 이 회사 창업주의 이력에 현대엔진공업(현재의 현대중공업의 엔진 사업부) 회장과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이력이 있는 게 이해되더군요.
이 회사가 현재의 본업인 자동차 해프 샤프트(Half shaft), 엑셀(Axel) 제조업에 뛰어든 것은 설립 10년이 지나서였다고 합니다.
낮은 지분율은 한계
정리해보면, 한국프랜지는 본업인 자동차 부품업의 해외 법인이 투자 회수기에 접어들었습니다. 또, 신사업으로 시작한 풍력과 조선업의 내년 업황도 좋아질 전망입니다. 서한그룹의 공식 출범, 서한ENP 상장 같은 촉매도 갖고 있습니다.
한국프랜지가 그간 PBR이 낮았던 이유는 ROE가 낮았기 때문이었는데, 본업과 신사업의 실적이 개선된다면 이 회사는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겁니다.
영업이익률이 2% 안팎의 낮은 한자리수라는 점이 지적되기도 하지만 이는 한국 주식 시장의 자동차 부품주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이와 관련, IR담당자님은 "영업 부서에 단가를 1%만 올리라고 독려하고 있지만 의외로 쉽지 않다"고 하는군요.
이 회사의 영업현금흐름은 지속적으로 우량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을 제외하면 이 회사는 영업활동으로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습니다.
우선, 한국프랜지가 가진 서한ENP의 지분율(10%)이 아주 낮습니다. 서한ENS의 지분율(30%)도 높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대해 IR담당자님은 "서한ENP를 한국프랜지가 아니라 서한그룹의 차원에서 봐 달라. 서한ENP의 나머지 지분을 서한그룹의 관련 기업이나 개인이 갖고 있다"고 했는데, 그래도 궁금증은 가시지 않더군요.
다음으로, 한국프랜지는 2010년부터 K-IFRS(국제회계기준)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게 이 회사를 평가하는데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K-IFRS로 만들어진 연결 포괄손익계산서를 보면 이 회사가 올해 들어 실적이 제법 개선됐다고 느껴집니다(자본은 지배기업 소유주 지분 기준이고, 순이익도 지배기업의 소유주 기준입니다).
그런데 개별 손익계산서를 기준으로 보면 이 회사는 덜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최근 많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이 회사를 기업 탐방했는데, 정작 보고서는 나오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보니 내년에는 회계기준의 변경으로 인해 혼란이 상당할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내년부터 한국의 상장 회사는 K-IFRS를 기준으로 실적을 발표하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현행 K-GAAP를 기준으로 기업을 분석하거나 기업간 비교를 하고 있습니다. 대다수 증권사 보고서나 증권 관련 사이트도 K-GAAP를 기준으로 기업 경영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프랜지가 현재 본업인 자동차 사업 부문에서 추가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한국프랜지는 미국와 중국에 해외 법인이 있지만 인도, 유럽에는 법인이 없습니다. 그런데 인도, 유럽에 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도, 유럽에는 한국프랜지의 경쟁사이자 현대기아차의 계열사인 현대위아가 이미 진출해있습니다.
또, 이 회사는 유통주식수가 많지 않습니다. 대주주 관련 지분이 42.91%이다보니 월간 주식 거래량이 100만주 안팎에 불과합니다.
탐방을 마치고 광화문 사거리를 나섰습니다. 이 회사의 향후 실적 추이와 이런저런 이벤트(촉매)의 현실화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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