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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칼럼] 재무제표 밖의 기업을 찾아서

기업들의 반기보고서가 줄을 잇는 이른바 실적 시즌이다. 어떤 기업은 재무제표에 제시된 실적으로 투자자를 울리기도 하고, 웃게 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실적이란 것이 모두 숫자로 표시된다. 달리 얘기하자면, 우리는 모두 이맘때쯤 기업들이 어김없이 벌이는 '숫자 놀음'에 울고 웃는 셈이다.

그렇다. 기업은 숫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 말은 오랫동안 투자자들에게 불문율이 되어 왔고(최소한 가치투자자들에겐), 투자자들은 숫자를 읽기 위한 각종 자료, 재무제표, 분석 보고서 등을 해석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기업이 사람을 상대로 사업을 하는 곳이란 것이다. 어떤 사람을 상대로 무슨 사업을 하는 지는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다. 다만 그 결과물을 숫자로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숫자를 분석하는 것은 기업분석에 있어 매우 중요하지만, 이는 기업에 대한 의문의 시작일 뿐, 답이 되지는 않는다.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기업 활동의 결과물을 보고 이를 역추적하여, 어떤 배경과 경제적 사건을 통해 그러한 수치가 나왔는지를 조사하고 분석하는 일이다.

 

숫자에 집중함으로서 가장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둔 사람은 가치투자의 아버지라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일 것이다. 그레이엄은 기업의 청산가치에 주목해 싸게 거래되는 기업을 찾아 투자했다. ‘청산가치’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그 기업이 어떤 사업을 누구를 상대로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기업의 청산을 가정하고 투자를 하기 때문에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각종 소문과 루머가 난무하고, 투기와 투자의 명확한 구분도 되어 있지 않던 시대에 그레이엄이 취한 방법은 투자의 확실한 근거와 기준을 제시해 주었고, 의미 있는 성과와 함께 그의 많은 제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 중 가장 성공한 사람이 바로 워렌 버핏이다.

 

초기의 버핏은 스승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랐다. 버핏은 주식을 싸게 사는 데에만 신경을 썼고 적정가격에 도달하면 바로 팔아서 수익을 실현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투자가 반복되고, 그 규모가 커질수록 새로운 문제점이 나타났다. 이익을 실현할 때마다 수입에 대한 세금을 계속 내야 했다는 점과 잦은 거래에 의한 비용 발생이었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주식 매매차익에 대한 비과세혜택이 없다)

 

버핏이 ‘진화’ 한 것은 찰리 멍거(현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를 파트너로 만나면서부터였다. 버핏은 멍거로부터 사업의 질이 뛰어난 극소수의 기업들만이 소유할 가치가 있다는 투자관을 받아들였고, 이러한 기업들은 숫자 너머에 있는 진실을 파악할 때만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위대한 기업’ 들은 영원히 보유하고 싶은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며, 이는 기업이 어떤 고객을 상대하고 있는가에 달려있다. 기업의 고객이 유행에 쉽게 반응하고, 가격에 민감해서 기회만 있으면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면 이는 별 볼일 없는 고객이다. 이런 고객에게 능력 있는 경영진이 아무리 자본과 시간, 노력을 들인다 해도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할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고객에 대한 조사는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거나 매장을 방문하거나 고객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는 등의 마치 탐정과 같은 조사가 필요하다. '워렌 버핏의 15%'라는 투자 대가 필립 피셔의 소문수집법과도 맥락이 닿아 있는, 그러한 작업을 통해 투자자는 재무제표 밖에 있는 기업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나쁜 의도를 가진, 바람직스럽지 못한 '숫자 놀음'에 놀아나지 않는 방법이기도 하다.

정연빈/한국투자교육연구소(KIER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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