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의 주식투자 콘서트> 추천사 - 워렌 버핏과의 생생한 대화/ 이채원 부사장(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현대 자본주의의 아이콘이 된 워렌 버핏을 지칭하는 표현들에는 항상 ‘세계 최고World Best’라는 수식어가 따른다. ‘세계 최고의 부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자’ 등 이런 현란한 수식어들 가운데 다음과 같은 표현을 하나 덧붙일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을 다룬 책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출간된 투자자!’

서점의 경제 코너에 가보면 워렌 버핏의 성장 과정을 다룬 전기에서부터 그가 쓴 서한이나 인터뷰 내용을 엮은 책, 그리고 그의 주요 거래들을 분석한 투자 방법서에 이르기까지 워렌 버핏과 관련된 수많은 책들을 접할 수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은 워렌 버핏이라는 인물이 그만큼 존경받을 만하고, 많은 사람들이 롤모델로 삼는 영웅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워렌 버핏 스스로가 자신의 철학과 인생관을 대중에게 설파하는 것을 즐기는 일종의 ‘스타 기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공개되는 버크셔 해서웨이 연차 보고서와 각종 인터뷰, 강연을 통해서 우리는 워렌 버핏의 재치 있고 익살스런 표현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자료들을 바탕으로 ‘워렌 버핏 콘텐츠’가 계속해서 재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워렌 버핏에 대한 책들 중에서 정작 워렌 버핏 본인이 투자에 대해 직접 쓴 책이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아마 시중에 이미 너무 많은 책들이 나와 있기 때문에 굳이 자신이 직접 ‘워렌 버핏 콘텐츠’의 목록을 추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워렌 버핏이 직접 쓴 책이 나오는 순간 다른 모든 책들의 가치가 일순간에 퇴색될 것이기 때문에,

이미 산업화된 ‘워렌 버핏 콘텐츠’라는 시장을 자신의 손으로 없애버리는 잔혹한 일을 차마 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이유야 어찌됐건 간에 우리가 워렌 버핏의 말과 철학 그리고 투자 방법을 접하는 통로는 대부분 간접적이다. “워렌 버핏이 직접 저술한 투자 서적은 없다”라는 사실 때문에 워렌 버핏이 경영대학원 학생들과 만나 직접 강연한 내용을 엮은 이 책의 의미는 특별해진다. 제3자를 통한 재해석을 거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투명한 워렌 버핏의 말을 직접 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통로를 제공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책 속의 워렌 버핏은 다른 어느 때보다도 독자에게 친절하다. 엄밀하게 말하면 강연장에서 만난 모교의 학생들에게 친절했던 것이겠지만, 독자들 역시 흔하지 않은 기회를 공유할 수 있다. 세계 최고라는 압도적인 수식어를 걷어내고, 인생 대선배로서의 워렌 버핏과 눈을 마주치며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편안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짧지만 인상 깊은 시간들이 책 속에서 온전히 펼쳐진다.

이 책의 원제목은 “Back to School”이다. 대학 강단에서 진행된 강연 내용을 담은 책이니, “학교로 돌아가다”라는 제목은 직관적이고 당연하다. 하지만 이 책이 독자들에게 주는 경험 측면에서도 “학교로 돌아가다”라는 제목은 유효해 보인다. 혈기왕성한 경영대학원 학생들과 워렌 버핏이 나눈 대화를 따라가면서 투자의 의미, 직업의 의미 그리고 인생의 의미를 기초에서부터 다시 곱씹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 실적에 대한 비합리적인 우려가 만연했을 때 월트 디즈니의 지분을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인수한 사례나, 1980년대 단 한 번의 회계감사도 받지 않은 네브래스카 가구점을 ‘B 부인’으로 알려진 로즈 블럼킨 부인의 품성만을 믿고 인수한 사례를 접할 때에는 투자업계에서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필자 역시 투자의 기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좋은 기업을 매력적인 가격에 사들여 장기 보유한다”,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와 같은 워렌 버핏의 성공 비결이 너무 당연하게만 느껴지는 독자들, 그리고 워렌 버핏과 인생에 대해 경쾌하고도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싶은 모든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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