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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 10년, 얻은 것과 넘어야 할 것
저는 요즘 <한국의 가치투자자들>(가제)이라는 책의 원고를 쓰고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한국의 주식 시장에서 가치투자로 수익을 낸 분들의 성공담을 모은 책입니다. 이를 위해 성공한 가치투자자 분들을 직접 만나 그간의 투자 과정과 투자 기법을 여쭤보고 이를 꼼꼼히 정리하고 있습니다.
성공 스토리는 어느 분야의 것이든 흥미롭군요. 게다가 집필 과정에서 제가 새롭게 깨닫게 되는 것도 적지 않습니다.
저에게 가장 인상적인 것은 한국의 주식시장에서 가치투자의 저변이 참 넓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가치투자는 전업 투자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직장인, 자영업자, 주부 같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분들에게도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만난 어느 직장인 분은 "가치투자로 내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분은 수년전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가 가치투자를 소개한 책을 읽었는데, 그 개념이 곧바로 이해가 됐고 지금은 자신도 깜짝 놀랄만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몇차례의 시행착오도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식 투자 모임에도 참석하고, 주식 투자 강좌도 수강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이 분은 가치투자를 접하기 전까지만 해도 삶이 지루하게 느껴졌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이 분의 근무지는 서울의 어느 지하철 역사인데, 똑같은 업무를 반복하는 일이 따분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지하철 승객의 옷차림과 패션, 악세사리의 변화에까지 관심을 갖게 되면서 직장에 출근하는 일이 즐겁다고 합니다. 평생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경제적 어려움의 해결도 이뤄냈다는 사실에 그는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이 분은 자신이 이제 조심스럽게 전업 투자를 생각하고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또 다른 어느 전업 투자자 분은 "주식 투자를 계기로 주변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점이 가장 놀라운 변화"라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우리 사회의 최고 학부를 졸업한 분들이 나를 찾아와 주식 투자에 관해 진지하게 조언을 구하고 있다"며 "주식 투자로 인생의 변화를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이런 분들을 내가 평생 만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전업을 하기 전에 어느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낮은 임금과 높은 업무 강도에 시달리면서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한국의 개인 투자자에게 가치투자가 도입된 것은 불과 10년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1999년 4월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 1차 서비스가 실시됐고, 이듬해인 2000년 3월 상장 법인의 모든 공시서류가 공시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비로소 기업 분석을 할 수 있게 됐고, 이에 따라 가치투자가 가능해진 겁니다. 10년만에 한국에서 가치투자가 상당한 성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여전히 주식 투자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입니다. 주식 투자는 패가망신하는 길이고, 어지간하면 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겁니다.
이런 인식은 특히 지식인 계층에서 심한 것 같습니다. 얼마전 저는 평소 관심을 가져왔던 어느 경제학자의 신간을 읽었는데, 이 분은 책에서 "주식 투자를 하려거든 차라리 도박을 하라"는 취지로 말씀하셨더군요. 우리 사회의 특정 기업이나 단체의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진보적이고 소신있는 경제 이론을 설파하던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을 보고 저는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또 다른 어느 베스트셀러 재테크 서적 작가는 최근의 신간에서 "주식 투자를 하려면 오로지 대형주에 한정하고, 중소형주는 쳐다 보지도 말아라"고 조언한 것을 읽었습니다. 자신이 공인회계사로서 기업 회계 감사를 많이 해봤는데, 중소 기업은 내부 통제 시스템이 불완전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고수익을 가져다 준다는 것은 세계 주식 시장의 역사가 증명합니다.
왜 우리 사회에서는 부동산 매입은 투자로 여겨지는 반면 주식 매입은 투기로 치부될까요. 아직도 주식 투자자의 상당수가 주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분위기에 편승해 투자를 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주식 투자는 참여자 모두가 이익을 낼 수 있는 플러스 섬 게임입니다. 제가 강의 할 때마다 강조하는 내용이지만, 주식 투자를 한다는 것은 우량하고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내 그 기업이 사업을 잘 할 수 있도록 북돋워주는 일을 하는 행위입니다.
또 요즘 한국의 주식 시장을 들여다보면 주가순자산배수(PBR)가 1에 훨씬 미치지 못하면서 실적이 우량한 기업이 많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런 주식을 찾기가 참 어렵습니다.
지난해 9월 말, 워렌 버핏은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주식을 사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한국의 종합주가지수(KOSPI)가 1,650 이었는데, 아시다시피 요즘 이게 1,700을 조금 넘었습니다.
먼 훗날 지금의 한국의 주식 시장을 돌이켜볼 때 "그때는 저평가된 기업이 많았던 시절이었다"는 평가가 내려질거라고 저는 상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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