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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을 모르면 보석가게를 알아라"
"보석을 모르면 보석가게를 알아라"
오마하 도심을 관통하는 닷지(Dodge) 스트리트를 서쪽으로 달리다 보면 버크셔 해더웨이 자회사인 보르샤임 보석가게(Borsheim's Fine Jewelry)가 나옵니다.
이 가게는 해마다 5월초에 열리는 버크셔 해더웨이 주주총회의 전야제 장소라는 점에서 유명합니다. 버크셔 주주총회 개막일 하루 전이면 이 보석가에의 널찍한 앞마당에 야외 그릴과 테이블이 설치되고 각
국에서 온 주주들이 담소를 나눕니다. 앞마당 한켠의 가설 텐트에서는 맥주 파티와 함께 공연이 펼쳐집니다.
버크셔 해더웨이 전야제는 보르샤임 보석가게의 '대목'이기도 합니다. 전야제에 참가한 주주 3만여명이 보르샤임 보석가게에 들러 물건을 구매하기 때문입니다. 2007년 5월 버크셔 해더웨이 전야제 행사 때 이 가게에 들어가봤습니다. 손목 시계, 벽 시계, 팔찌, 귀걸이, 접시 등이 진열돼 있었는데,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중저가에) 판매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디자인이 정교하고 고급스럽더군요.
가령 손목 시계에는 아주 작은 보석들이 정교하게 박혀 있었는데 미국인이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 생활을 해본 분은 아시겠지만 미국인들은 손놀림이 참 서투르지요. 인도나 중국에서 만들어 수입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게 한 켠에 놓인 카탈로그를 펼쳐봤더니 워렌 버핏의 '보석을 모른다면 보석가게를 알아라(If you don’t know jewelry, know the jeweller)'라는 구절이 쓰여 있었습니다.
이 가게에는 약 1,800제곱미터(550평)의 매장에 약 400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습니다. 보르샤임 보석가게는 프랜차이즈를 두고 있지 않고, 단일 매장으로 운영됩니다.
보르샤임 보석가게는 1870년 루이스 보르샤임(Louis Borsheim)이라는 미국인이 설립해 보르샤임 가족이 운영하다가 1947년 루이스 프리드먼(Louis Friedman)과 아내 레베카에게 인수됩니다. (레베카 프리드먼은 버크셔 버크셔 해더웨이 자회사인 네브라스카 퍼니처 마트의 설립자 로즈 블룸킨 여사의 여동생입니다. 그러나 블룸킨 여사는 워렌 버핏에게 보르샤임 보석가게를 추천하지 않았고, 버핏이 독자적으로 보르샤임 보석가게를 인수했다고 합니다)
1948년 루이스의 아들 이사도르가 이 보석가게에 합류해 가게를 세계 일류의 보석상으로 발전시켰고, 1989년 버핏이 인수해 버크셔 해더웨이 자회사로 편입됩니다.
<워렌 버핏이 선택한 CEO들>을 보면 버핏이 이 가게를 인수하기까지의 과정이 나와있습니다.
앞서 1988년 겨울 워렌 버핏이 반지를 구입하기 위해 이 가게에 들릅니다. 버핏이 이 가게에 들렀던 적이 여러 번 있었으므로 임직원들은 특별히 놀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사도르의 사위인 도널드 예일이 이렇게 소리쳤다고 합니다.
"워렌에게 반지를 팔 게 아니라 가게를 팝시다!"
새해가 지난 뒤 얼마되지 않아 버핏은 이사도르 가족이 정말로 보르샤임 보석가게를 팔 의향이 있는지 문의합니다. 워렌 버핏은 말합니다.
"보석 산업은 행복 산업입니다. 행복한 사람들을 상대하고, 특별한 일을 기념하도록 도와주는 일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보석 비즈니스를 좋아합니다."
1989년 2월 프리드먼과 워렌 버핏이 만납니다. 그리고 10분만에 보석 가게 매매에 관해 합의에 이르렸다고 합니다. 버핏은 단지 다섯가지 질문만 했다고 하는군요.
"매출은 얼마입니까?"
"총수입은 얼마입니까?"
"비용은 얼마입니까?"
"재고는 얼마나 있습니까?"
"이 가게를 계속 운영할 의향이 있습니까?" (버핏은 회사를 인수하더라도 기존의 경영진이 그대로 회사를 운영토록 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습니다)
며칠 뒤 버핏은 말했다고 합니다.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을 잊어버리고, 이제까지 하던 그대로 하십시오."
버핏은 보르샤임즈 지분의 80%에 해당하는 금액을 수표로 써서 건넸고, 프리그먼 가족은 나머지 20% 지분을 보유하고 가게를 그대로 운영합니다. 매입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버핏은 이런 방식으로 70여개의 회사를 매입해 자회사로 두고 있습니다. 그는 자회사의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최고경영자(CEO)로서의 버핏의 면모가 엿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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