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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효율적 시장가설 에피소드(2)

[이방인이 보는 투자 이론 3: 효율적 시장가설 에피소드 2]


효율적 시장가설 에피소드 2: 성전의 뿌리


학문과 이론도 진화를 한다. 그리고 주식시장에 테마주가 있듯이 학계에서도 테마학이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단어 잇기처럼 학문도 하나의 답을 찾아가는 끝없는 과정인 것이다. 문제를 보는 다양한 시각이 모여서 학문을 이루며 학풍을 이루게 된다.

학문의 진화는 학문의 전당인 대학학과의 변화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학문적 변화와 시대의흐름에 따라 1960년대는 농대, 1980년대는 (중공업이 부상하면서) 공대 그리고 2000년대는 (서비스업과 금융업이 부상하면서) 경영대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다. 과의 변화를 봐도 동일하다 1970년대 공대는 광업학과와 섬유학과가 인기였으나 80년대에 들어가면서 기계공학과, 화학공학과가 인기를 얻고, 90년대 이후에는 전산학과가 급부상한다.

경제학은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는 도덕철학자인 아담 스미스에 의해 1700년대 탄생하게 되었다. 경제학은 수학적 방법론을 이용하여 급속도로 발전을 하게 되어 현재는 전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인 학문이 되었다. 경제학은 자원의 배분하는 시장의 기능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수많은 시장중에 주식시장도 포함된다. 주식시장을 분석하는 분야는 경제학과 경영학의 중간쯤에 위치한 재무관리의 투자론 분야에서 주로 다룬다.

그래서 재무관리의 주류의 세계에서 시장의 비효율을 주장하는 것은 목숨걸고 벌거숭이 임금님이 올누드라고 외치는 것과 같다. 학문은 스승들의 업적에서부터 시작한다. 그것이 효율적 시장가설의 태생적 한계였다. 중동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숙명은 무슬림이 되어 알라신의 은총을 믿어야 하는 것처럼 재무관리는 경제학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시장의 효율성을 의심해서는 안되는 숙명을 가지게 된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지배하는 세상: 고전학파

뉴튼은 자신의 업적이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겸손하게 이야기했다. 효율적 시장가설을 주장한 많은 학자들은 자신의 업적이 아담 스미스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경제학의 창시자인 스미스의 이론을 고전학파로 명명되었다. 그야말로 고전학파는 클래식인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보이지 않는 손”이 가격을 이용해서 적절하게 조절하게 해주므로 세상의 불균형은 자연스럽게 해소된다는 것이 아담 스미스의 견해이다. 아담 스미스가 현재 주식시장을 본다면 모든 주가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자연스럽게 균형점을 형성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실제로 세상은 시차의 문제는 있지만 수요자와 공급자가 가격이라는 매개를 통해 소비수량과 생산수량을 빠르게 조절하면서 균형을 유지해 간다. 이런 균형 잡힌 세상에서 정부의 개입은 균형에 혼란을 주는 잡음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최소한의 정부로써의 역할만 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시장기능이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라는 고전학파는 대공황으로 휘청되다가 1970년대 신고전학파로 부활한다.

신고전학파의 메카는 시카고 대학이었다. 시카고 대학은 고전학파적 학풍으로 최대 라이벌인 케인즈학파를 공격하며 69년부터 2000년까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30%인 1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식시장의 주가는 진리라고 주장하는 효율적 시장가설은 시카고 대학 교수인 1995년 노벨상 수상자인 로버트 루카스의 합리적 기대가설에 기초하고 있다. 효율적 시장가설을 대표하는 학자인 유진 파마 역시 시카고 대학출신으로 매년 가장 강력한 노벨 경제학상 후보에 오르고 있다.

깁스 한 손이 지배하는 세상: 케인즈학파

보이지 않는 손은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산업혁명이후 세계경제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었고 생산하는 물건들은 날개돋칫듯이 팔려 나갔다. 세계대전은 경제발전의 기폭제가 되었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생산설비를 대규모로 확장시켰고 엄청난 생산력은 자본주의의 힘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고 해야 할까? 전쟁이 끝난 후가 문제였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 과대하게 팽창한 생산설비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산물을 소비시킬 방법이 없어지면서 대공황이 발생한다. 대공황때 주가지수는 80-90%까지 하락했고 실업률은 20%에 달했다고 한다. 고전학파의 보이지 않는 손이 깁스한 손이 되었다. 세상이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뼈저린 증거를 보여주었다.

위기의 자본주의를 구한 구원자는 풍류도락가 존 메이나드 케인즈였다. 케인즈는 정부가 공공수요를 창출하는 재정정책을 실행하여 수요를 창출하여 문제를 해결하라는 해법을 제시한다. 다시 말해 댐과 도로를 건설하여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고 만들어진 일자리 덕분에 실업자가 취업자가 되어 월급을 받아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하면 수요가 창출되어 경제가 살아난다는 논리이다.

케인즈는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적절한 정책으로 해결해 나가면 된다고 주장하고 실업률을 해결하는 것이 경제의 가장 큰 지향점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케인즈의 아이디어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케인즈는 주식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한 상황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므로 초과이익의 기회는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로버트 해그스트럼의 저서에서 가치투자자의 족보에 제일 먼저 언급되는 투자자로 케인즈가 언급되는 이유는 시대를 바꾼 경제학자 이전에 시장의 비효율을 이용한 투자전략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케인즈는 투자자로써도 1928년부터 1945년까지 운영한 체스트펀드 13.2%의 연평균 수익률을 실현했다. 같은 시기 영국주식시장의 연평균 수익률은 -0.5%였다.

복잡한 세상: 합병증의 발병과 자연치유

고전학파와 케인즈학파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처럼 정권교체를 주거니 받거니 하였다. 1930년대 대공황이 오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는 손”의 고전학파가 경제학을 지배했다. 그러나 (토드 부크홀츠의 표현에 의하면) 보이지 않는 손이 자본주의의 빰을 후려친 대공황 이후에는 정부의 역할이 강조되는 케인즈학파가 득세를 하였다. 그러나 과도한 정부개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정부정책의 실효성이 감소하자 다시 고전학파적 학자들이 득세하게 된다.

이론은 현실을 설명하고 해석하지 못하면 수명을 다하게 된다. 케인즈학파는 대공황이라는 자본주의 절대절명의 위기를 해결하면서 시대의 주류가 된다. 하지만 이후 인플레이션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을 겪자 바로 다른 이론으로부터 도전을 받게 된다. 그런데 세상의 현상은 기존의 이론으로 설명하기 힘든 양상이 새롭게 나타나면서 세상을 어지럽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헤겔의 정반합의 논리처럼 모든 이론은 결국 절충안을 찾게 되는 것 같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닮아가는 것처럼 케인즈학파와 고전학파는 서로의 견해를 절충하는 방식으로 이론을 접근시켜 나간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보면 알 수 있다. 고전학파적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도 케인즈적 4대강 정책을 혼합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처럼 기본적인 철학의 차이는 바꾸기 힘든 것이다.

1970년대 경기불황과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발생하는 합병증세인 스테그플레이션이 나타났다. 스테그플레이션은 케인즈학파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또한 1990년대 미국경제는 경기불황과 인플레이션이 모두 없는 골디락스 시대가 펼쳐졌다. 골디락스 시대를 연 것은 신자유주의를 외친 레이건 행정부의 고전학파적 경제정책에서 출발한다. 앞으로 어떤 경제상황이 연출될 지도 알 수 없고 어떤 이론이 새로운 현상을 설명해주고 지지해줄지 알 수 없다. 아니면 전혀 새로운 개념의 이론체계가 등장할 수도 있다.

주식시장이 비효율적이라 믿고 있지만 사실 그렇게 확정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난처한 일이다. 그것은 세상이 너무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세상을 분석하는 이론은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필자의 생각을 보태면 장님개미 코끼리 만지듯이가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학문과 이론은 복잡한 세상을 보는 만화경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대학자 뉴튼조차 만유인력의 법칙의 발견한 자신을 광활한 진리의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모래를 한 알 두 알 줍고 있는 어린아이에 불과하다고 비유했다. 어쩌면 세상의 변화무쌍함에 과학적 발견은 모래알처럼 작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투자의 세계가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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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 꿈돼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 과대하게 팽창한 생산설비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산물을 소비시킬 방법이 없어지면서 대공황이 발생한다 =====> 1차대전이겠죠 ^^ 오타나신듯..
    잘봤습니다.http://
    2010.01/05 18:39 답글쓰기
  • 꿈돼지
    2010.01/0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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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방인
    1차 세계대전이 맞습니다. 고맙습니다. ^ ^http://
    2010.01/06 16:27 답글쓰기
  • 이방인
    2010.01/0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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