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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효율적 시장가설 에피소드 (1)
[이방인이 보는 투자 이론 2: 효율적 시장가설 에피소드 1]
효율적 시장가설 에피소드 1: 성전의 시작
공부를 잘하지는 못했지만 필자는 기업가치평가와 투자이론을 공부하여 거의 10년 만에 박사를 받았다. 박사 공부를 하면 많은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한 분야만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게 된다. 한 분야를 깊이 있게 공부하다 보면 세상의 보편적인 진리가 불편한 진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예를 들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포트폴리오 이론이 일반인에게는 보편적 상식이지만 투자를 한다는 사람들에게 불편한 상식이며 워렌 버핏 같은 대가에게는 몰상식이 된다.
암과 담배의 관련성에 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지만 결론을 내기 조심스럽다. (실제로 비흡연자인 필자의 어머니는 폐암으로 돌아가셨지만 애연가이신 아버지는 연세가 80이 넘으셨지만 요즘도 끽연을 하시며 건강하시다. 흡연과 폐암은 상관관계는 높지만 인과관계는 규명하기 어렵다.) 켄 피셔의 “주식시장을 이기는 세가지 질문”에서 PER와 주가의 관계를 부정한 내용도 대표적인 예이다. (이에 대해서는 필자는 피셔가 억지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나중에 언급하겠다.)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알게 된 것은 내가 안다고 생각한 분야에 대해 아무 것도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안 것이다. 또한 앞으로도 알기 어렵고 알 수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알 수 없는 논쟁은 주가의 행태를 예측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주가의 행태를 예측할 수 있다면 우리는 큰 돈을 벌 수 있다. 반면에 그렇지 않다면 돈을 버는 일은 운에 맡겨져야 할 것이다.
주가의 행태를 예측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는 논리가 효율적 시장 가설이다. 효율적 시장하에서는 주가는 무작위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일정 상황하에서 주가가 일정한 패턴을 보이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일정 상황을 연구한 결과들을 이례현상이라고 불렸다. 반대로 효율적 시장 가설에 맞는 현상을 정례현상이라고 하였다.
정례현상: 빠르고 정확한 세상
1960년대 말 시카고 대학교에 주가데이타베이스가 구축되었다.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Ball과 Brown은 이익이 증가한 기업과 감소한 기업의 공시일 이후의 주가 움직임이 궁금하였다. 상식적으로 이익이 증가한 기업은 증가 발표와 동시에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반대로 이익이 감소한 기업은 감소 발표와 동시에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연구결과는 상식과는 달랐다. 이익이 증가발표든 감소발표든 상관없이 주가의 변화가 거의 없는 것이었다. 오히려 이익이 증가한 기업은 발표시점까지 주가가 서서히 오르고 있었고 발표 이후 주가는 옆으로 횡보하는 양상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결국 그들은 실증연구 결과 재무 정보는 발표되어 모든 사람들이 알기 전에 이미 주가에 반영된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런 사례는 최근에도 많이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사상최대 실적을 발표하지만 주가는 요지부동이다. 그러나 사상최대 실적을 발표하기 이전에 이미 주가는 견조하게 상승한다. Ball과 Brown의 연구 이후 정보 공시와 주가 반응에 관한 연구는 엄청나게 양산된다.
Ball과 Brown의 연구는 이전의 논쟁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주가의 패턴과 예측가능성이란 주제는 오랜 연구과제였고 예측할 수 없다는 결론을 학계의 대세였다. 그 중심에는 폴 사무엘슨이 있었다. 사무엘슨은 주가는 무작위로 움직이는 분자의 브라운 운동처럼 예측할 수 없게 움직인다고 주장하였다.
폴 사무엘슨은 경제학계의 거두였고 노벨상을 받았으며 그의 경제학 책은 모든 경제학도의 필독서였다. 폴 사무엘슨의 경제학원론은 우리나라의 조순 정운찬의 경제학원론처럼 시대를 풍미한 바이블이었다. (최근에는 맨큐의 경제학이 대세이다.) 결론적으로 주가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모든 정보가 발표이전에 모두 반영되기 때문이다. 결국 정례현상의 세계에서는 정보는 빠르고 정확하게 주가에 반영된다.
이례현상: 느리고 부정확한 세상
컴퓨터의 도움을 시장의 효율성이 확인 받는 것처럼 보였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컴퓨터의 발전으로 시장의 효율성은 의심을 받게 된다. 컴퓨터의 발전으로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77년 Basu는 PER가 낮은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였더니 장기적으로 초과이익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정례현상에 의하면 모든 정보는 이미 주가에 반영되어서 효용가치가 없는데 Basu는 주당순이익이란 이미 발표된 재무정보를 이용하여 주가와의 비율인 PER라는 간단한 투자전략으로 성과를 냄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모든 정보가 주가에 반영된 것이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례현상은 너무도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발견되고 있다. 이례현상을 한국적 상황에서 분석한 윤영섭외 8인이 쓴 “주가변동과 이례현상”에서는 이례현상을 크게 3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첫째 새로운 정보에 과잉반응 후 하락하는 과잉반응 이례현상, 둘째 1월효과와 같은 계절적 이례현상, 셋째 PER와 같은 기업특성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기업특성적 이례현상이 있다. 필자의 칼럼이 앞으로 주로 다룰 내용들이다.
이례현상의 학문적 단점은 이례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론은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것인데 현상과 결과는 있는데 원인이 불분명하다는 것은 이론으로써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이례현상이 효율적 시장가설만큼 유명하지 않은 이유는 이론적인 인과관계를 보다 분명하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례현상의 세계에서는 주가 예측이 정확하게 가능하지는 않지만 특정 조합으로 초과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확률적 범위에서 장기간에 걸쳐 주가의 예측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례현상의 세계에서 정보는 느리고 부정확하게 주가에 반영된다.
번지는 논쟁: 이방인의 조롱
이례현상과 정례현상의 논쟁은 1960년대 정례현상학파가 구축한 거대한 성을 1970년대 이례현상학파가 도전하는 양상으로 지속된다. 이례현상학파의 도전이 거세긴 했지만 정례현상학파의 아성이 너무도 견고하여 효율적 시장가설은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었다. 흡사 2000년 이전의 일본의 자민당과 야당과의 관계처럼 보였다. 이런 일본 정치구도를 외국인이 조롱하듯 이례현상과 정례현상의 논쟁은 이방인들에 의해 조롱당한다.
조롱의 대상은 무리한 가정과 현실과 동떨어진 현실이었다. 현상은 복잡하기 때문에 복잡성을 단순화하여 논리를 도출한다. 복잡성을 단순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가정이다. 효율적 시장가설의 대표적인 가정은 합리적인 인간과 주가수익률의 정규분포이다. 그리고 결코 초과수익을 낼 수 없다는 이론의 결과는 투자에 대한 어떤 노력도 허망하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심리학자인 카네먼과 트베르스키는 인간의 의사결정이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는 연구결과들을 발표하여 2002년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다면 인간이 만들어낸 주가와 주식시장도 비합리적 요소들로 존재할 것이다.
수학자인 만델브로는 주가수익률의 패턴이 정규분포가 아니라는 멱함수분포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정규분포에서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의 키처럼 200-150사이에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만델브로가 발견한 멱함수분포에서는 걸리버 여행기처럼 거인국과 소인국이 공존하는 세상이 된다. 다시 말해 극단치가 자주 발견된다.
교수도 아니며 박사학위도 없는 워렌 버핏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부정한 수익률을 실현하여 정례현상학파를 난처하게 했다. 효율적 시장에서는 워렌 버핏 같은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 워렌 버핏도 효율적 시장가설을 우스꽝스러운 이론으로 존재할 수 없는 이론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방인들은 효율적 시장의 논쟁을 보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학이나 재무관리를 공부하는 학자들은 흡사 벌거숭이 임금님처럼 효율적 시장가설의 성스러운 논리를 저항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효율적 시장이 그토록 저항하기 힘든 이론인 점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는 다음에 언급하기로 하겠다.
여하튼 이방인들의 촌철살인은 흡사 비흡연자 두 사람이 담배를 하루에 몇 개피까지 피우는 것이 건강에 가장 좋은가 멱살잡고 논쟁을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행인이 금연이 가장 좋다고 말하고 가는 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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