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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피티즘] 버핏의 가치판단 방식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칼럼을 써보는 것 같습니다. 지난 5개월이 제게는 참 다사다난했었는데요. 이제 어느덧 2009년도 그 끝을 향해가고 있고, 많은 분들에게 점점 2010년에 대한 각종 예상 수치들이 의미를 갖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2000년 주주편지의 내용을 보다 보면 버핏은 자신의 가치판단과 관련된 '사고 방식'을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The oracle was Aesop and his enduring, though somewhat incomplete, investment insight was “a bird in the hand is worth two in the bush.” To flesh out this principle, you must answer only three questions. How certain are you that there are indeed birds in the bush? When will they emerge and how many will there be? What is the risk-free interest rate (which we consider to be the yield on long-term US bonds)? If you can answer these three questions, you will know the maximum value of the bush – and the maximum number of the birds you now possess that should be offered for it. And, of course, don’t literally think birds. Think dollars.
2000 Shareholder Letter
이솝의 ‘손 안의 새 한 마리는 숲의 새 두 마리의 가치를 지닌다.’는 격언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흔히 ‘손 안의 새 한 마리가 숲의 새 두 마리보다 낫다’라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표현은 ‘손 안의 새 한 마리’와 ‘숲의 새 두 마리’는 같은 가치를 지닌다고 봐야 할 거 같습니다. (별로 안 중요한 거 같지만..-.-;;)
여기서 버핏은 세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1. How certain are you that there are indeed birds in the bush?
2. When will they emerge and how many will there be?
3. What is the risk-free interest rate (which we consider to be the yield on long-term US bonds)?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하는 부분은 ‘과연 숲 속에 새가 정말로 있느냐?’하는 부분입니다. 있다면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죠. 기업 및 산업에 대한 분석이 정말 중요한 이유를 잘 말해주고 있는 듯싶습니다. 사업에 대해 잘 모르면 결코 숲 속에 새가 있는지 여부를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과연 ‘그 새들이 언제 나타날 것인지’ 와 ‘있다면 얼마나 있는지’입니다. 향후 거두게 될 이익의 규모, 혹은 그에 따른 사업의 효율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파악해야 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 위험수익률’에 대한 언급인데요. 이 부분은 제가 제 책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위의 두 질문을 통해 추정해 낸 사업의 미래 결과들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잣대를 제공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버핏의 가치판단은 결코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과거’의 수치들은 그 기업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혹은 추정하는 데 있어서 하나의 기준을 제공할 뿐입니다. ‘과거’의 수치에 상당한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그 기업의 미래나 산업의 미래에 대해 판단하는 잣대로 봐야 하며, 끊임없이 그 사업과 산업의 변화에 대해 고민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업과 산업 변화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버핏은 ‘숲 속의 새’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사업의 가치는 미래에 벌어들일 현금흐름의 총 합이라고 주장하는 부분과 일맥상통하는데요. 버핏은 ‘미래를 예측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관심을 두지 않을 뿐이라고 봐야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위의 3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나와야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그럼 계속 버핏의 가치판단 방식을 살펴보겠습니다.
Alas, though Aesop’s proposition and the third variable – that is, interest rates – are simple, plugging in numbers for the other two variables is a difficult task. Using precise numbers is, in fact, foolish; working with a range of possibilities is the better approach.
2000 Shareholder Letter
세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게 구할 수 있지만, 앞의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은 쉽게 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정확한 수치’ 즉, 똑 떨어지는 수치를 적용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가능한 여러 경우를 통해 ‘범위’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부분입니다. 미래의 일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겠죠.
Usually, the range must be so wide that no useful conclusion can be reached. Occasionally, though, even very conservative estimates about the future emergence of birds reveal that the price quoted is startlingly low in relation to value. (Let’s call this phenomenon the IBT – Inefficient Bush Theory.)
2000 Shareholder Letter
물론 아무리 가정의 범위를 넓혀도 유용한 결론을 얻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가끔 아주 보수적인 가정을 하더라도 가격이 가치에 비해 엄청 싼 경우를 접하게 된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버핏이 거액을 털어 넣게 되는 경우인데요. 버핏은 이런 현상을 IBT라고 명명하고 있습니다. 비효율적 숲 이론. ^^;;
너무도 당연한 부분을 제가 굳이 버핏을 빌어 설명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 어쨌거나 결국 밸류에이션은 ‘추정’이라는 건데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나름대로의 근거를 가지고 끊임없이 생각해보면서 그 결과에 대해 가격과 비교하는 작업이라고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버핏이 투자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At the other extreme, there are many times when the most brilliant of investors can’t muster a conviction about the birds to emerge, not even when a very broad range of estimates is employed. This kind of uncertainty frequently occurs when new businesses and rapidly changing industries are under examination. In cases of this sort, any capital commitment must be labeled speculative.
2000 Shareholder Letter
쉽게 말하자면, 맨 처음 언급했던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말 똑똑한 투자자가 아무리 가정의 범위를 넓히더라도 도저히 ‘새’가 나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없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런 경우를 버핏은 ‘투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길게 주저리주저리 설명했지만, 결국 정리하자면, 미래에 나타날 새에 대한 확신과 정도, 시기가 ‘가치’를 말해준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렇게 추정한 가치와 현재 제시되고 있는 가격과의 차이를 잘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버핏의 생각의 틀은 여러 기업분석 리포트들을 볼 때 유용한데요. 우 상향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가정하는 일률적인 실적추정과 그에 따른 결과들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각각의 경우마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공부해서 그 근거를 추정할 수 있어야겠지요. 때문에 버핏은 투자에 있어서 ‘독자적인 생각’을 그렇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 같습니다.
To be sure, an investor needs some general understanding of business economics as well as the ability to think independently to reach a well-founded positive conclusion. But the investor does not need brilliance nor blinding insights.
2000 Shareholder Letter
개인적으로는 ‘독자적인 생각’과 더불어 투자에 있어서 숲 속의 새가 나타나기 까지 ‘기다리는 일’도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 물론 숲 속의 새에 대한 확신은 기다릴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합니다만, 아무리 숲 속의 새를 잘 파악한다 할 지라도 기다리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덧붙여서 ‘모니시 파브라이’의 ‘단도투자’가 이런 버핏의 생각의 틀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얇은 책이지만, 버핏 투자의 정수를 담고 있지 않나 싶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ValueSniper(lynus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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