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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따라하기] 돈버는 가치투자자 많다
한국의 주식시장에는 얼마나 많은 성공한 가치투자자가 있는 걸까요.
주식 투자 강의를 하고 책을 내다 보니 알음알음으로 가치투자로 수익을 내는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지금은 덜하지만 이 분들을 처음 만나던 무렵에는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의 주식시장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믿기 힘들 정도의 수익률을 거두고 있는 가치투자자가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만난 두 분의 가치투자자도 그랬습니다. 두 분 모두 초기에는 직장 생활과 주식 투자를 병행했고 지금은 전업 투자자입니다.
한 분은 서울에 거주하시는데 약 10년 가량을 주식 투자를 해서 40억원 가량의 재산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 분과 저녁을 같이하고 나서 다시 자리를 옮겨 맥주를 마시며 주식 이야기를 했는데 어느 새 자정이 넘더군요. 관심사가 같다 보니 시간이 가는 줄 몰랐습니다.
또 다른 한 분은 대전에서 20년 가량을 주식 투자를 해온 토박이이신데 10억원 가량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 분을 찾아 뵙기 위해 저는 그날 꼬박 3시간을 자동차를 몰고 대전으로 갔다가, 다시 3시간을 자동차를 운전해 서울로 왔습니다. 서울에 도착했더니 사방이 어둑어둑하더군요. 그래도 이 분과의 대화에서 얻은 소득을 생각하니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두 분을 통해 성공한 가치투자자의 저변이 넓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수백억원대의 자금을 운용하면서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가치투자자가 있는가 하면, 3,000만원 가량으로 전업 투자에 나서서 3년만에 수억원으로 불린 젊은 개인 투자자 이야기도 전해 들었습니다. 선물이나 옵션이 아니라 순수한 가치투자로 이런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게 저도 신기하더군요.
두 분의 투자법은 물론 상식에 근거한 투자입니다. 주가는 기업 실적의 반영이라는 상식을 믿고 기업의 자산가치, 수익가치, 배당가치를 꼼꼼히 따져보고 이런 기업 가치가 시장 가격보다 낮을 때 매입했다가 기다린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사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두 분에게서는 평균적인 개인 투자자와 다른 점이 몇 가지 있었는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상식에서 머무르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두 분의 투자 지식이 평균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두 분 모두 증권사 보고서의 오류를 지적하기 위해 가끔씩 애널리스트에게 항의성 전화를 한다고 합니다. 애널리스트에게 문제를 제기할 정도니까 투자 지식이 어느 정도인지가 짐작이 되더군요.
두 분을 통해 소식을 전해들은 어느 가치투자자는 컴퓨터가 서툴러 서류함에 종목철을 만들어 투자 지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는데, 어느 보고서 못지 않은 유익한 정보가 담겨 있다고 하더군요. 정보를 하나씩 손수 모아가는 과정에서 쌓여지는 투자 지식의 축적이 수익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가치투자의 강점은 뭐니 뭐니 해도 투자 지식의 축적이 아닌가 생각해봤습니다.
자금 운용 규모가 제법 커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고민도 텋어놓더군요. 자금의 규모가 커질수록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3,000만원으로 3억원을 만드는 것보다 300억원으로 3,000억원을 만드는 게 훨씬 어렵다고 하더군요.
이건 제가 워렌 버핏에게 직접 질문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저는 2007년 워렌 버핏을 만났을 때 “대개의 투자자들은 굴리는 돈이 많지 않은데, 만약 굴리는 돈이 많지 않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자 버핏은 “(내가 만약 굴리는 돈이 많지 않다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을 것이다”고 답변했는데, 사람이나 동물이 덩치가 커지면 움직임이 둔해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지금의 단계에 들어서기까지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고 두 분 모두 털어놓더군요. 주식 투자의 비법을 찾아 나섰다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결국 주가는 기업 실적의 반영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깨달았다는 이야기를 저는 성공한 가치투자자를 만나면서 거의 빠지지 않고 듣습니다.
그런데도 주변을 둘러 보면 비법을 알려준다는 광고가 난무하고, 실제로 여기에 적지 않은 개인 투자자들이 현혹되는 것을 봅니다(광고에서 요구하는 금액을 보면서 저는 입을 다물지 못하곤 합니다)
가치투자의 장점인 삶의 여유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 계신 분은 골프도 하고 친구도 만나면서 시간을 보내다 가끔씩 주가를 확인한다고 합니다. 오전 9시에 주식 시장이 일단 개장하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주가 움직임을 확인하느라 컴퓨터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그러다가 장이 끝나면 녹초가 돼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그런 생활이 아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가치투자가 영원히 소수의 투자법으로 남을 수 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시간을 들여서 종목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것, 시장의 지배적인 생각을 거슬러 가며 소외된 종목을 매입한다는 것은 언제나 인간 본성에 반하는 일이고 소수가 하는 일입니다.
한국의 주식 시장에서 가치투자의 저변을 확인한 시간이었습니다.
성공한 가치투자자 분들을 직접 뵙고 전해 들은 지식과 경험을 널리 알리는데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더 좋은 글 작성에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