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은 기본적으로 소비경기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물건을 많이 살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지지 않고서는 매출이 증대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업체 별로 사업부문 별 이익기여도에 따라 실적과 주가는 조금씩 차이를 보일 수 있지만, 큰 흐름은 동시에 움직인다고 봐도 무방하다.

유통업의 특징 <자료: 신영증권>

다만 소비경기에 비해 기업의 실적은 3~6개월 가량 후행하고 주가는 실적을 선반영하여 경기의 정·저점에서 먼저 움직인다. 소비경기는 민간의 소득수준과 자산수준이 결정짓는데, 소득수준에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고용상황이고 자산수준은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또 일선의 소비심리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익의 변동폭이나 실제 소비경기지표에 비해 주가는 단기적으로 급변하는 경우가 많다.

유통업지수와 민간소비 <자료: 통계청, 대우증권>

한 가지 덧붙이자면 유통업 자체가 일반 경기보다 후행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방어주로 인식하는 투자자들이 많은데, 그보다는 매출 둔화에 대해 얼마나 이익을 방어할 수 있는 지, 그리고 그에 따른 밸류에이션 프리미엄/디스카운트 갭을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 관건이라 하겠다.

유통업의 경제적 해자 <자료: 신영증권>

사실 한국에서의 유통업종은 백화점에서 할인점으로 변신하며 계속 성장주였다. 그러나 앞으로도 과거와 같은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꿈을 먹고 기대감에 취해 사는 것이 주식시장이라면 기 확보된 부지에 출점하는 것은 이미 충분히 주가에 반영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리고 점점 경쟁출점이 업계의 당연한 관행처럼 이루어지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질 뿐 아니라 기존의 집객효과(백여 개에 이르는 점포 별로 집객효과를 가중평균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회사의 경영방침이나 문화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또 집객효과는 백화점이나 할인점 점주 입장이 아닌 유통업체 주주의 입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에 대한 부분이 희석되어 가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 유통의 역사 <자료: 신영증권>

가시적인 부분은 충분히 현재가치로 당길 수 있다고 가정하면, 이제 유통업종은 1차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이다. 2차 성장동력 중 첫 번째는 할인점과 슈퍼마켓의 재래시장 침투이다. 아직까지 소매 중 재래시장의 비중은 상당하다. 재래시장의 강점은 보다 뛰어난 접근성과 품질을 둘째로 칠 수 있을 만한 저렴한 가격인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비자의 눈높이와 할인점의 가격경쟁력이 올라가면서 가격 요소는 접점을 찾을 것 같다.

나머지 접근성은 수퍼마켓이나 편의점이 대체재로 부상할 수 있다고 보았으나, 슈퍼마켓과 편의점에 대한 인기는 큰 폭의 경기 둔화 시 아예 구매금액 자체에 대한 부담으로 가까운 곳에서 소량의 상품을 구매하려는 단기적인 트렌드로 지나가 버렸다.

유통업태 별 점유율 <자료: 통계청, 대우증권>

2차 성장동력 중 두 번째는 제조업 대비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취급상품의 커버리지를 넓히거나 소싱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실제로 할인점의 바게닝파워는 날이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으며, 바로 이것이 유통업종에 투자할 때 키 포인트가 될 것이다.

아가방을 비롯한 타 업체 탐방에서 스치듯 들을 수 있는 부분이 입점수수료 인상을 위시한 유통업체들의 횡포이다. 일반 소비자 중의 한 명으로서 본 필자의 머리 속에는 마치 유통업체가 수많은 제조업체를 거느린 일종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듯한 미래가 그려진다. 참고로 할인점에서 PB상품의 매출비중이 1% 오르면 매출총이익률이 0.1% 제고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유통업의 주가는 소비경기와 연동한다. 그러나 시장은 이미 일정 부분 반등하였고 유통업체들은 밖으로는 마케팅 강화, 안으로는 짠물 경영으로 저점을 극복하고 있다. 그리고 조심스레 경기회복도 점쳐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 가치투자자들은 유통업종 또한 프랜차이즈 밸류를 가진 회사를 찾아 스노우볼형 투자전략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브이아이피투자자문 김현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