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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피티즘] 경제적 해자와 산업구조 변화
가치투자자라면 ‘해자’(Moat)의 개념에 대해 많이 접하셨을 겁니다. 기업을 경쟁에서 지켜주는 무형의 가치로 성을 둘러 싼 ‘해자’와 같다고 해서 ‘경제적 해자’라고 하죠. ‘경제적 해자’의 개념은 버핏이 처음 언급한 것으로, 원래 ‘영업권’(Goodwill)을 설명하는 데서 파생되었습니다. 기업을 인수할 때 순자산을 초과해서 지불한 부분을 회계적으로 ‘영업권’이라고 하는데 이는 그 만큼 지불하는 입장에서 인수기업의 무형의 가치를 인정해 준다는 의미(유형의 가치(순자산) 이상으로 값을 지불하니까)이죠. 이렇게 단순히 장부상에 기록되는 ‘영업권’은 회계적으로 정액 상각 하도록 되어있어, 장부상으로는 기업의 무형의 가치가 매년 줄어드는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그러나 어떤 기업들은 세월이 지날수록 무형의 가치가 더욱 견고해져 회계적으로 줄어드는 영업권과 대조를 보이기도 하죠. 버핏은 이런 실질적인 ‘영업권’을 ‘경제적 영업권’(Economic Goodwill)이라 부르면서 ‘회계적인 영업권’(Accounting Goodwill)과 비교해서 설명합니다. 바로 이 ‘경제적 영업권’(Economic Goodwill)이 훗날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의 개념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경제적 해자’는 많은 투자의 대가들에 의해 구체화되어 왔습니다. 버핏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것으로 유명한 ‘필립 피셔’가 저서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에서 설명하는 부분도, 따지고 보면 ‘경제적 해자’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모닝스타의 ‘팻 도시’는 아예 ‘경제적 해자’를 대놓고 설명하죠. (저서 ‘경제적 해자’의 원제는 ‘The little book that builds wealth’)
피셔가 설명하는 15가지 기업을 고르는 기준은 기업의 제품부터 노사관계, 경영진에 대한 부분까지 아우르고 있어, 수치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팻 도시는 기업이 경쟁상황에서 경쟁업체 대비 우위를 누릴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해 구체적인 예(브랜드, 특허, 라이센스, 전환비용, 네트워크 효과, 원가우위, 규모우위 등)를 들며 설명하고 있죠. 두 책 모두 역작이라고 할 만큼 기업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해자’ 개념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버핏’은 과연 ‘경제적 해자’에 대해 어떻게 언급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Consumer franchises are a prime source of economic Goodwill. Other sources include governmental franchises not subject to profit regulation, such as television stations, and an enduring position as the low cost producer in an industry
1983 Shareholder Letter
A truly great business must have an enduring “moat” that protects excellent returns on invested capital. The dynamics of capitalism guarantee that competitors will repeatedly assault any business “castle” that is earning high returns. Therefore a formidable barrier such as a company’s being the low cost producer(GEICO, Costco) or possessing a powerful world-wide brand(Coca-Cola, Gillette, American Express) is essential for sustained success.
2007 Shareholder Letter
버핏이 언급한 부분을 보면, 1983년에 언급했던 ‘해자’관련 부분과 2007년에 언급한 부분이 약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Governmental franchises’(정부독점)가 빠졌는데요. 당시 정부에 의해 독점적인 구조가 유지되던 미디어 기업들이 규제가 풀리면서 경쟁이 치열해 졌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버핏이 직접적으로 언급한 ‘해자’의 유형은 ‘Consumer Franchises(powerful world-wide brand)와 ‘Low cost producer’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Consumer Franchises’(소비자 독점)에 대해서는 버핏을 아시는 분이라면 많이 접하셨을 겁니다. 보통 버핏하면 강력한 브랜드를 갖춘 기업들을 좋아하는 단순한 투자자로 치부하는 경향이 여기서 파생된 게 아닌가 싶은데요. 사실 버핏이 좋아하는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소비자 독점’보다도 ‘Low cost producer’(저비용 사업자)의 형태가 훨씬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POSCO도 ‘저비용 사업자’에 속하지 않나 싶네요.(Commodity 산업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비용통제능력’이라고 버핏은 항상 이야기하죠.)
어쨌거나 버핏이 직접적으로 언급한 ‘해자’의 유형은 2가지 입니다. 재밌는 건 ‘팻 도시’가 언급한 나머지 해자 중에 특허, 라이센스, 공정효율화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 버핏은 ‘잘 모르겠다’고 언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Our lack of tech insights, we should add, does not distress us. After all, there are a great many business areas in which Charlie and I have no special capital-allocation expertise. For instance, we bring nothing to the table when it comes to evaluation patents, manufacturing processes or geological prospects. So we simply don’t get into judgments in those fields.
1999 Shareholder Letter
A moat that must be continuously rebuilt will eventually be no moat at all.
2007 Shareholder Letter
2007년도에 언급한 부분을 통해 그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는데, 버핏의 ‘해자’에 대한 view가 ‘팻 도시’보다 좀 더 길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특허나 라이센스는 그 기간이 정해져 있고, 공정과 관련된 우위는 모방가능성이 높다 보니 투자의 길이가 좀 더 긴 버핏에게는 ‘해자’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겠죠.
이야기가 잠시 옆으로 샜는데요. ‘해자’와 관련된 버핏의 언급 중에서 제가 주목하는 부분은 그 유형보다 그러한 유형이 선택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있습니다. 위의 2007년에 버핏이 ‘해자’관련 해서 언급한 부분을 보면, ‘해자’는 ROIC(Returns on invested capital)을 지켜준다고 언급하는데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해자’와 관련해서 많은 의미들을 함축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A truly great business must have an enduring “moat” that protects excellent returns on invested capital.
2007 Shareholder Letter
왜 하필 버핏은 ‘해자’가 높은 ROIC를 지켜준다고 했을까요? 소비자독점 기업이나, 저비용 사업자나 심지어 팻도시가 언급한 해자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마진’(Margin)은 지켜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진’과 ‘높은 ROIC’는 분명히 차이가 있죠.
ROIC에 대한 버핏의 견해를 살펴보려면, ‘인플레이션’과 연관해서 봐야 합니다. 버핏에 따르면, 모든 기업들은 2가지 경쟁상대가 있습니다. 바로 ‘인플레이션’과 ‘경쟁기업’입니다. ‘경쟁기업’은 산업 내에서만 영향을 미치는데 반해, ‘인플레이션’은 모든 산업의 모든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대부분의 해자 관련 설명들은 ‘경쟁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버핏의 해자관련 언급을 접하게 되면 안 맞는 부분이 발생하게 되는데, 바로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부분이 고려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사업을 영위하는데 있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바로 지속적인 투자입니다. 제조업의 경우노후된 설비들을 새것으로 교체하지 않거나 적시에 투자하지 않게 되면, 그러한 투자를 통해 효율화된 경쟁사들에게 밀려 무대에서 떠나게 되는 운명을 맞이하죠. 인플레이션 상황 하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물가는 오르고, 기업들이 투자해야 하는 설비나 유형자산들의 가격도 오르게 만듭니다. 인플레이션은 바로 이렇게 특별히 사업을 확장하지 않고 본업만 계속 유지하고자 하더라도 반드시 기업의 투자규모를 늘려놓고야 마는 주범인 것입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늘어나는 CAPEX 자금을 본업으로 충분히 준비할 수 없는 기업들은 향후 외부에서 자금을 수혈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됩니다.
But, crucially, to bring that about, both businesses probably would have to double their nominal investment in net tangible assets, since that is the kind of economic requirement that inflation usually imposes on business, both good and bad. A doubling of dollar sales means correspondingly more dollars must be employed immediately in receivables and inventories. Dollars employed in fixed assets will respond more slowly to inflation, but probably just as surely. And all of this inflation-required investment will produce no improvement in rate of return. The motivation for this investment is the survival of the business, not the prosperity of the owner.
1983 Shareholder Letter
ROIC가 높은 기업은 이렇게 모든 기업들에게 CAPEX 부담을 지우는 인플레이션을 이겨내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합니다. ROIC가 높다는 것은 동일한 이익을 거두기 위해 투입되어야 할 자산이 적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투입자산이 큰 기업보다 유리하겠죠. 즉 버핏은 기업의 진정한 ‘해자’는 ‘경쟁기업’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도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ROIC가 높다는 의미에 대해 좀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ROIC가 높다는 것은 3가지 의미가 있는데요. 먼저 거두는 ‘이익률’이 높으면 ROIC가 높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익률’이 높다는 것은 제품 가격을 높게 받을 수 있거나, 동일한 제품 가격하에서 상대적으로 비용을 낮게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제품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독점’ 기업이나, ‘저비용사업자’ 기업이 유리하겠죠.
또한 ‘이익률’은 높지 않더라도, 자산의 회전율이 높다면 ROIC가 높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산의 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판매량이 증가한다는 말이기 때문에, 그만큼 업황이 호조를 보여주고 있다는 말이죠. 업황이 그저 그런데 유난히 회전율이 높다면, 그 기업의 영업능력이나 제품에 뭔가 차별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그러나 판매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추가 설비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감안해서 봐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높은 ROIC가 지속되고 있다면, CEO의 자산배분 능력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속적으로 창출되는 현금을 계속 높은 ROIC의 사업에 재투자함으로써 높은 ROIC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죠. 재투자할 곳이 없다면 주주들에게 배분함으로써 합리적인 주주정책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ROIC를 분석하다 보니 버핏이 ‘높은 ROIC’를 ‘해자’와 연관지어 이야기한 이유를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의 내용을 살펴보면, 팻 도시나 피셔가 언급한 부분도 곳곳에 묻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그렇다면, 시장점유율은 1등인데, ROIC가 낮은 기업들은 버핏에게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는 버핏의 실제 투자사례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가 있는데요. 버핏이 상당히 좋아하는 ‘네브래스카 퍼니처 마트’(NFM)도 사실 1위 기업은 아니었습니다.
In its fiscal 1984 10-K, the largest independent specialty retailer of home furnishings in the country, Levitz Furniture, described its prices as “generally lower than the prices charged by conventional furniture stores in its trading area”. Levitz, in that year, operated at a gross margin of 44.4% (that is, on average, customers paid it $100 for merchandise that had cost it $55.60 to buy). The gross margin at NFM is not much more than half of that. NFM’s low mark-ups are possible because of its exceptional efficiency: operating expenses (payroll, occupancy, advertising, etc.) are about 16.5% of sales versus 35.6% at Levitz.
None of this is in criticism of Levitz, which has a well-managed operation. But the NFM operation is simply extraordinary (and, remember, it all comes from a $500 investment by Mrs. B in 1937). By unparalleled efficiency and astute volume purchasing, NFM is able to earn excellent returns on capital while saving its customers at least $30 million annually from what, on average, it would cost them to buy the same merchandise at stores maintaining
typical mark-ups. Such savings enable NFM to constantly widen its geographical reach and thus to enjoy growth well beyond the natural growth of the Omaha market.
1984 Shareholder Letter
당시 가구업계 1위 기업은 ‘레비츠’(Levitz)였는데, NFM은 ‘Levitz’에 비해 매출총이익률이 절반도 안되는 데 불구하고 뛰어난 비용통제 능력으로 높은 ROIC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비용통제 능력은 낮은 제품가격으로 연결되었고, 결국 오마하 가구시장에서의 1위 업체마저 두 손을 들게 만듭니다. 버핏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좋아하는 GEICO 역시, 1위 기업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특유의 저비용 사업구조를 갖고 있었고, 뛰어난 경영진과 맞물려 효율적인 사업구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위 기업이지만, ROIC가 낮다면 경영진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업계 내 공고한 지위를 통해 벌어들인 돈을 효율적으로 배치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죠.
버핏은 유난히 ‘저비용사업자’ 형태의 기업들을 좋아합니다. 경쟁사에 비해 ‘저비용’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능력은 사업의 구조에서 기인하는 경우도 많지만, 대부분 탁월한 경영진과 기업의 조직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업 내 경쟁사 대비 낮은 비용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경쟁사에 비해 좀 더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장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버핏 입장에서는 무형의 가치로서 의미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치 수입이 동일한 상황이더라도 저축을 해내고야 마는 사람이 존재하듯이 말이죠. (제가 상상의 나래를 펴는 군여.. ^^;)
이런 버핏의 입장은 Scott Fetzer의 CEO 랄프 쉐이에 대한 버핏의 평가를 통해 엿볼 수 있는데요. 버크셔가 Scott Fetzer를 인수하던 1986년도 ROE는 23.3%였으나(이때도 높았죠^^), 8년이 흐른 1994년의 ROE는 무려 87.4%에 달하게 됩니다. 사업에 필요한 자본구조를 정말 타이트하게 가져간 결과인데요. 이는 모두 CEO 랄프 쉐이의 능력에 기인한 것이라고 평가를 합니다.
You might expect that Scott Fetzer's success could only be explained by a cyclical peak in earnings, a monopolistic position, or leverage. But no such circumstances apply. Rather, the company's success comes from the managerial expertise of CEO Ralph Schey, of whom I'll tell you more later.
1994 Shareholder Letter
See’s Candy 또한 CEO 척 허긴스의 능력을 높게 평가합니다. See’s Candy가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될 수 밖에 없었던 데에는 척 허긴스의 고객 위주의 정신무장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치하를 합니다. See’s Candy의 제품 라인업을 바꿨다가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항의에 일일이 편지로 사과하면서 See’s Candy 한 상자씩 동봉했던 이야기나, 경쟁사들이 모두 값싼 원재료로 바꾸는 데 반해 제품 퀄리티를 위해 기존 원재료를 고수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통해 See’s Candy가 고객들의 높은 충성도를 끌어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척 허긴스의 ‘좋은 제품을 싸게’ 파려는 의지가 살아 숨쉬고 있었던 것이죠.
Buffalo News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경쟁사들은 신문지 내 뉴스 비율을 희생하면서(광고비중을 높이면서) 수익성을 추구하지만, Buffalo News는 뉴스 비율을 50%로 유지하면서도 내부적인 비용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지켜냅니다. 결국 50% 이상의 뉴스 비율은 구독자들에게 Buffalo News를 가치 있는 신문으로 만들어줬고, 경쟁사의 주말 신문을 몰아내게 됩니다.
CEO의 능력 등의 무형가치를 평가함에 있어서 버핏의 관점은 반드시 그러한 가치의 결과를 ROIC 수치로 확인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아무리 해자가 뛰어나도 수치로 검증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는 것이죠.
두서없이 쓰다 보니 이래저래 사족이 많아졌습니다. --; 개인적으로 ‘경제적 해자’와 관련해서 한가지 더 언급해야 할 것 같은데요. ‘사업의 구조’와 ‘뛰어난 내부역량’만으로 과연 ‘해자’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될 수 있을까요?
저는 여기에 ‘산업구조의 변화’를 추가하고 싶습니다. 정말 좋은 사업이고, 내부조직도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투자결과는 실패로 끝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좋은 사업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해당 사업이 속한 산업 자체의 ‘유망함’에 대한 전제도 깔려 있겠지만, 근본적인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해 기민하게 살피지 못한다면 현재는 유망할지라도 실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버핏이 투자했던 ‘버크셔의 방직사업’, ‘Dexter Shoe Company’(신발사업), ‘World Book’(백과사전사업), ‘Buffalo News’(신문사업), ‘US Airway’(항공사업)의 공통된 특징은 모두 버핏에게 실패를 안겨준 사업들인데요. 또 하나의 공통점은 모두 뛰어난 역량을 가진 경영진과 내부조직들이 포진해 있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의 사업들은 산업 자체의 변화 속에서 해자를 잃어버린 경우들입니다. 방직사업과 신발사업은 당시 해외에서 수입되던 값 싼 제품과의 경쟁에서 밀려나게 되었고, 백과사전 사업은 CD-ROM이라는 복병을 만났으며, 신문사업은 인터넷의 등장으로 더 이상 마을을 잇는 외나무다리가 될 수 없었던 것이죠. 항공사업은 당시 정부규제가 풀리면서 무한경쟁의 시대로 들어가게 됩니다. 아이러니 한 것은 버핏은 이런 산업의 변화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진과 내부역량을 믿고 뛰어들었다 크게 데 인다는 것입니다. 이후 ‘해자’를 설명할 때 경영진과 분리해서 설명하려고 노력하게 되며, 과거에 치중된 투자판단의 위험성에 대해 누누이 언급하게 됩니다.
I've said many times that when a management with a reputation for brilliance tackles a business with a reputation for bad economics, it is the reputation of the business that remains intact.
1989 Shareholder Letter
‘바보라도 경영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개인적으로 버핏과 관련된 편견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 버핏은 바보가 경영하는 기업에 투자한 적이 없을뿐더러 직접적으로 ‘바보라도 경영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라’고 말한 부분을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1989년 주주레터에서 언급한 위의 내용을 의역하다 보니 그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닌 가 싶은데, 버핏 만큼 경영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자자도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아무리 뛰어난 경영진이라도 좋지 않은 산업구조 속에서는 사업 자체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버핏의 정확한 견해일 것입니다.
나름대로 ‘해자’와 관련된 내용을 정리하려고 해봤으나, 내용이 정리되지 않고 더 복잡해진 느낌이네요. 정리하자면, 버핏이 기업을 볼 때는 ‘사업의 구조’와 ‘경영진 등의 내부역량’, ‘산업의 환경’을 고려하여 ‘해자’ 유무를 판단하며, 이러한 해자는 높은 ROIC로 나타나고, 결국 경쟁사들과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지켜주는 원천이 된다는 점입니다. 추가로 팻 도시의 경우는 ‘사업의 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피셔는 ‘사업의 구조’와 ‘내부역량’에 비중을 두고 있는데 반해, 버핏은 ‘산업의 환경’까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나 싶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ValueSniper(lynus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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