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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찾는 투자 호흡법
근 20여년전인 1990년도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워렌 버핏이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보면, 버핏의 금융주 투자의 원칙을 엿볼 수 있다. 먼저 웰스파고 투자 관련된 부분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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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비즈니스는 우리가 좋아하는 비즈니스가 아니다. 자산이 자본의 20배 규모(일반적인 은행의 레버리지 비율)일 경우, 아주 작은 실수라 하더라도 자본에 미치는 악영향은 상당히 클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실수는 여러 메이저 은행들에게 있어서 예외가 아닌 하나의 규칙과도 같다. 대부분 경영진의 실수에서 비롯되는데, 이는 우리가 작년에 언급한 바와 같이 “구조적인 필연”이라고 할 수 있다.(경영진들이 아무리 어리석은 행동이라 할 지라도 경쟁자들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따라하는 경향). 대출업무에 있어서 많은 은행가들은 레밍들처럼 열정적으로 리더를 따라갔다가 레밍들과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20:1의 레버리지는 경영진들의 장단점을 극대화시키기 때문에, 우리는 경영진들의 능력이 뒤떨어지는 은행에 대해서는 아무리 싼 가격이라 할지라도 관심이 전혀 없다. 대신 적정한 가격이라면 뛰어난 경영진들이 경영하는 은행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다.
웰스파고에 대해서는, 우리는 은행 비즈니스에서 최고의 경영진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칼 라이하르트와 폴 하젠이 그들이다. 칼과 폴의 조합은 캐피털 시티즈의 톰 머피와 댄 버크를 생각나게 한다. 먼저, 그들은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신뢰와 존경으로 대하고 있어 따로 일할 때보다 더 강력하다. 두번째로, 둘은 모두 사람들을 잘 조직하며, 필요 이상으로 고용하는 것을 싫어한다. 세번째로, 둘 다 업황이 좋을때에도 그렇지 않을때와 마찬가지로 비용통제에 매달린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모두 그들이 잘 아는 분야를 고집한다.
1990년 우리의 웰스파고 투자는 은행주들의 대폭적인 할인 기간에 이뤄졌다. 그러한 혼란은 당연했다. 한때 잘 나가던 은행들의 어리석은 대출 행태는 매달 회자되었다. 모든 것이 좋았을 때는 괜찮았던 부분들에서 큰 손실들이 밝혀졌으며, 투자자들은 은행의 모든 숫자를 신뢰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런 투자자들의 투매 속에서 우리는 2억9천만 달러에 웰스파고의 10% 지분을 모을 수 있었는데, 세후 이익의 5배 미만이고, 세전 이익의 3배 미만의 가격이었다.
웰스파고는 크고(56억달러의 자산) ROE 20% 이상, ROA 1.25% 이상의 은행이다. 웰스파고 10% 지분 취득이 5억불 규모의 동일한 재무상태에 있는 은행 100%를 취득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럴 경우 일단 우리는 2억 9천만불의 2배를 지불해야 하는데, 그에 반해 우리는 칼 라이하르트와 함께 일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최근 웰스 파고의 경영진들은 다른 어떤 은행의 경영진들보다 뛰어나다.
물론 다른 비즈니스와 마찬가지로 은행에 대한 소유는 리스크가 있다. 캘리포니아 지역의 은행들은 기본적으로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지진이라는 특별한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두번째 리스크는 아무리 잘 경영되더라도 높은 레버리지 비율의 기관들이 위험해질 수 밖에 없는 사업 위축 및 금융 패닉의 가능성이라는 구조적인 리스크이다. 마지막으로 서부연안 부동산 가치가 공급초과로 인한 붕괴가능성과 그에 따른 은행들의 손실 관련 리스크이다. 웰스파고가 선두주자다보니 특별히 취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가지 리스크의 결말 모두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첫번째와 두번째는 가능성이 낮아 보이고, 부동산 가격의 의미 있는 하락은 잘 관리되는 기관들에 치명적인 손실을 줄 가능성이 낮다. 한번 생각해보자: 웰스파고가 현재 대손충당금 3억불 이상 쌓고도 연간 세전 10억불을 벌어들이고 있다. 만일 대출 480억불의 10%가 1991년에 부실화되고, 이 10%가 평균적으로 30%의 원금손실을 본다고 가정하면, 웰스파고는 한해 수익을 까먹는 정도가 될 것이다.
그렇게 수익이 안 나는 한해는 전혀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사실, 버크셔에서 우리는 한해 동안 수익이 안 나더라도 20%의 ROE를 회복할 가능성이 높은 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 잉글랜드에서 경험한 것과 동일한 캘리포니아 부동산 관련 공포가 1990년에 몇 개월 동안 웰스 파고의 주가를 50% 떨어뜨렸다. 비록 우리는 떨어지기 전 가격에 들어갔지만, 더 낮은 가격에 모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최근의 패닉을 우리는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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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자면, 버핏의 금융주 투자원칙은 다음과 같다.
- 강력한 경영진
- 높은 이익창출능력 + 최악의 경우 자본잠식 회피 가능
- 매력적인 가격(세후 이익의 5배 미만, 세전 이익의 3배 미만, 장부가 1배 미만)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1990년의 상황과 많이 닮아 있다. 금융기관들은 저마다 건전성을 망각한 경쟁 속에서 허우대다 결국 절벽의 끝에 매달린 레밍들이 되어 버렸다. 버핏은 이를 두고 '구조적 필연'이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결국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버핏은 금융기관에 대한 CEO 영향력의 비중을 상당히 크게 보고 있는데, 이는 국내 금융기관들의 행태를 통해서도 명확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한때 고수익을 좇아 돌진했던 CEO들의 의사판단에 대한 결과는 두말할 나위도 없을뿐더러, 지금은 그들이 초래했던 부실을 처리하느라 골머리를 썩고 있는 상황이다. 버핏이 5억불에 지방은행을 100% 인수하는 것보다 2억 9천불에 웰스파고 지분 10%를 인수하는 것이 더 매력적인 이유로 '칼 라이하르트'라는 웰스파고의 CEO를 들고 있는데, 마치 금융업 해자의 대부분이 CEO에 기인한다는 것 같은 느낌이다.
버핏은 금융업의 비즈니스에 대해 오늘날의 상황에도 상당히 근접하게 들어맞는 판단을 이미 1990년도에 내리고 있었으며, 버핏이 언급한 은행들의 리스크는 오늘날에도 정확히 반복되고 있음을 현재의 우리를 둘러싼 현실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웰스파고 투자에서 알 수 있는 버핏의 원칙은 현재의 리스크가 과연 ‘제한된’ 리스크인지 여부이다. 동일한 암이라도 치료 가능한지, 아니면 전체를 죽게 만드는 말기 암인지 여부를 나름대로 체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스트레스 테스트 후에 암이 치료되어 건강이 회복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암이 치료되는 동안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은 회복 후에 다시 제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확신만 있다면 버핏 입장에서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 것이다.
샐러드 오일 사건에 연루되어 주가가 폭락했던 아멕스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였으며, GEICO에 대한 투자 역시 동일 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1983년도 레터에서 버핏은 현재의 변화가 3~4년 후에 결과로 드러나는 보험업의 특성을 언급하면서, GEICO가 망가진 이후 CEO가 교체되는 순간 나름대로 다시 강하게 일어서는 모습을 예상하고 있었음을 넌지시 암시한다.
버핏이 지불했던 밸류에이션을 살펴보면, 대략 PBR 1배 수준에 웰스파고 주식을 사모으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PBR=ROE*PER=0.20*5=1) 즉 평소에 자본의 20%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역량이 있는데, 장부가치에 거래된다는 것은 할인판매라는 것이다. 주택대출에 의한 손실규모를 나름대로 체크해보고, 그 규모가 한 해 수익을 날리는 정도이기 때문에, 그 해에 대한 주식시장의 반응은 나름대로 합리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버핏은 그 이후 회복시기까지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버핏의 투자호흡과 시장 호흡의 길이는 다르며, 그 속에서 버핏은 기회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장부가치 1배에 들어갔으나, 레터를 쓰고 있는 시점에는 0.5배 정도로 주가는 반토막이 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버핏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있으며(레터상으로는), 오히려 추가매수의 기회로 삼고 있다.
단기적인 자본차익을 바라보는 투자자에게는 다소 지루하고 고루한 방식의 투자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버핏과 같은 호흡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은 금융주 투자에 있어 나름의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물론 최근 아일랜드 은행에 투자했다 큰 손실을 보는 등 실패사례가 있지만, 버핏과 같은 조금은 길 수 있는 호흡으로 현재의 금융주들을 바라본다면, 분명 그 안에서 기회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다.
ValueSniper(lynus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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