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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처럼 비굴하게' 투자하라?

통계학은 가치투자자가 가까이하기에도, 그렇다고 멀리하기에도 쉽지 않은 학문입니다.
가치투자자가 가치와 가격의 차이를 합리적인 방법으로 규명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통계학은 언뜻 무질서해보이는 사건들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분류해 질서를 찾아냅니다. 이 점에서 가치투자와 통계학은 맥락이 일치합니다.   
반면 통계학에 깔려 있는 “과거의 사실을 분석하면 미래가 보인다”는 전제는 가치투자 보다는 오히려 기술적 분석과 흐름을 같이 합니다.

워렌 버핏은 통계학을 불신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가 통계학에 근거해 종목을 고르지 않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또, 그는 공분산(covariation), 자본자산가격모델(CAPMㆍCapital Asset Pricing Model), 베타(β)를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게 바로 통계학에서 소중하게 다뤄지는 개념들입니다. 통계학은 제도권 증권사의 중요 업무인 퀀트(Quant, 수리분석)의 모태가 되는 학문이기도 합니다.


통계학이 이런 한계를 가졌다는 점을 미리 말씀 드리고 이 글에서 소개하고 싶은 인물이 ‘다우의 개’로 알려진 제임스 오쇼너시(James P. O’shaughnessy)입니다.

제임스 오쇼너시는 1951년부터 2003년까지 52년 동안 미국의 주식 시장에 벌어진 방대한 주가의 움직임을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기법을 통해 분석합니다. (이런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미국의 데이터의 축적 문화가 저는 부럽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그는 주식 투자자들이 정말로 궁금해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갑니다.

예를 들면 이런 질문들입니다.
저(低) PER(Price Earnings-Ratio) 전략을 적용했을 경우 주식 시장에서 정말로 수익이 나는가? 가치주와 성장주 가운데 어느 게 더 수익을 내는가? PSR(주가매출액비율, Price Sales Ratio), PBR(주가순자산배수, Price Book-value Ratio), PER 같은 다양한 지표 가운데 어느 게 가장 큰 수익을 가져 다 주는가?

그는 <What works on Wall street>라는 책에서 이 질문의 결과를 담아 내놓았습니다.
이 책을 읽어보면 주식 투자자들의 궁금증이 상당히 풀립니다. 

우선, 저 PER 전략은 실제로 수익을 내는 전략이라고 결론 짓고 있습니다. 특히 저 PER 전략은 대형주에 잘 들어 맞는 전략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1951년 12월 31일에 1만달러를 PER이 낮은 대형주 50개 종목이 투자했을 경우 2003년에 1,150만 2,432달러로 불어나 14.51%의 연평균 수익률을 거뒀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에 대형주에 무작위로 투자했을 경우의 수익률 11.71%보다 연평균 2.8% 포인트를 앞서는 수치입니다(연평균 2.8% 포인트의 수익률 차이가 얼마나 큰 것인 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PSR이 PER, PBR 등 여러 지표 가운데 가장 큰 수익률을 내는 지표라는 점도 밝히고 있네요. 
그는 1951년 12월에 저PSR, 저PBR, 저PER 등에 각각 투자했다고 가정하고 52년이 지난 2003년에 수익률을 계산해봤더니 저PSR 종목이 15.95%의 연평균 수익률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히고 있네요. 그래서 그는 PSR에 대해 ‘가치 평가 지표의 왕’(The king of the value factors)이라는 칭호를 붙이고 있습니다 2위는 15.94%의 연평균 수익률을 기록한 저PBR종목이 차지한 것도 흥미롭습니다. PBR도 효용성이 상당한 지표라는 점이 드러나는군요. 3위는 저PER 종목으로 연평균 수익률 13.77%를 기록했네요.

가치주냐 성장주냐 하는 논란에 대해서 오쇼너시는 “가치주와 성장주를 겸비한 종목이야 말로 가장 높은 투자 성과를 가져다준다”고 결론 짓고 있습니다.

이밖에 “지난해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종목을 올해 매입하는 것은 가장 큰 실수를 하는 것”, “현재의 주식시장에서 인기를 타고 있는 고PER를 매입하는 것 역시 가장 큰 실수를 하는 것”이라는 흥미로운 여러 결과들을 밝히고 있네요.

오쇼너시는 이런 결과들을 나열하고 나서 한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이 책의 결론을 이끌어내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주식투자에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이런 명백한 전략이 있는데 왜 미국 월스트리트의 대다수 펀드매니저들은 S&P 평균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익을 거두느냐는 것입니다.

오쇼너시의 조사에 따르면 1991~2003년 동안 모닝스타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미국의 뮤츄얼 펀드 가운데 S&P500 상승률을 넘는 수익률을 거둔 곳은 20%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미국의 투자자들이 펀드를 아무 것이나 골라 돈을 맡겼다면 다섯 명 중 네 명은 시장 평균 수익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익을 얻었다는 뜻입니다.

오쇼너시는 실적이 괜찮다고 평가 받은 펀드의 속사정을 들여 다 보면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라고 덧붙입니다.
1994~2004년 10년 동안 뱅가드 인덱스 펀드 – S&P500을 따라가도록 만들어진 펀드입니다 - 의 수익률을 능가한 뮤추얼 펀드 362개를 조사해봤더니 152개만이 뱅가드 인덱스 펀드의 수익률보다 2%를 초과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제도권의 펀드매니저라면 지식과 기본 소양을 갖추고 있는 분들인데 왜 시장 평균 조차 이기지 못하는 걸까요. 
오쇼너시는 그 이유를 펀드 매니저들이 한가지 전략을 일관되게 고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결론짓고 있습니다. 그는 “투자 수익을 내는 기회를 발견하는 것이 곧바로 투자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며,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한가지 전략에 지속적으로, 참을성 있게, 노예처럼 비굴하다 싶을 정도로(consistently, patiently, slavishly) 매달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채택한 전략이 다른 전략에 비해 수익률이 나쁘게 나오는 때가 있더라고 줄기차게 밀고 나가야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전략이 언뜻 효율적일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이 방법이야말로 투자 실패를 불러 들이는 재앙”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실증적 분석을 거쳐 오쇼너시가 주창한 투자 전략이 ‘다우의 개’ 이론입니다.  다우의 개 이론은 우리에게도 친숙하지요.

다우지수에 포함된 30여개 종목 가운데 배당수익률이 높은 10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해마다 연말에 배당수익률 상위 10개 종목으로 교체해간다면 시장 평균(S&P500)을 능가하는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오쇼너시는 실제로 이 전략을 채택했을 경우의 수익률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1928년에 1만달러를 다우지수 종목 가운데 배당 수익률이 높은 종목 10개를 매입했다면 2003년에는 5,766만 2,527달러로 불어났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세금과 커미션 비용을 공제한 실질 수익률입니다. 연평균 수익률 12.24%입니다.

같은 기간에 S&P500을 매입했다면 겨우 1,036만 6,726달러에 그친 것과 대조적입니다. 연평균 수익률은 9.7%네요.
오쇼너시가 진짜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다우의 개’ 이론의 효용성이라기 보다는 “일관된 전략이 승리한다”(Consistency wins)는 것이었음을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What works on Wall street>가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것이 아쉽네요)

더 좋은 글 작성에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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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측투자 - 부크온

댓글 10개

  • 좋은습관
    항상 혼란스러운 시장에서
    자신만의 투자철학 또는 투자고집이 있어야
    일관된 전략을 취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http://
    2009.01/20 23:37 답글쓰기
  • 좋은습관
    2009.01/20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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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조
    명쾌한 글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http://
    2009.01/21 01:14 답글쓰기
  • 조조
    2009.01/21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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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神仙

    "일관된 전략이 승리한다”(Consistency wins)...음...

    잘 읽었습니다.
    http://
    2009.01/21 15:45 답글쓰기
  • 神仙
    2009.01/2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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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fana
    겨우 12% 남짓한 수익률을 개인투자자에게 권한다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생각되네요.http://
    2009.01/22 01:06 답글쓰기
  • efana
    2009.01/22 01:06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꿈의가치투자
    겨우 12%라니요... 복리의 힘을 우습게 생각하시는거 같네요..
    2011.02/02 11:45
  • 꿈의가치투자
    2011.02/0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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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定石
    ㅋㅋㅋㅋ
    "겨우 12% 남짓한 수익률에 관해.."

    우리는 미래를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지속적으로 12%를 낼수만 있다면
    저는 '저의 모든 것을 걸수 있을 것 같습니다.'물론 영원함이 전제되어야 겠지만요

    연리 12% 복리 수익율를 상상해 보시면 어떨가요?
    저는 결코 쉽게 보지 않습니다.

    ■ 연간 (1년) 1억: 1.12억,10억: 11.20억
    ■ 복리(10년) 1억: 3.10억,10억: 31.05억
    ■ 복리(20년) 1억: 9.64억,10억: 96.45억
    ■ 복리(30년) 1억:29.95억,10억:299,59억
    ■ 복리(40년) 1억:93,05억,10억:930,50억 http://
    2009.01/22 08:53 답글쓰기
  • 定石
    2009.01/22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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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쟈노새
    말보다 실천이 어렵다는 선현의 말씀이 틀리지 않는군요!
    그래서 우리네 현명한 조상님들은 실천할 수 있는 말만 하기 위해서 애썼다 하더이다...^^
    http://
    2009.01/24 10:13 답글쓰기
  • 쟈노새
    2009.01/2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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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지
    주식투자성공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싶은 글이로군요... 근래 본 글 중 최고의 정보입니다.http://
    2009.01/30 13:21 답글쓰기
  • 일지
    2009.01/3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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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rut
    연평균 12% 정도의 수익을 계속올리면 나중에는 큰 돈이 될 것처럼 보이지만 12% - 5%(최소한)는 해야됩니다. 왜냐면 물가상승때문에 돈의 가치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죠. 결론은 연 복리 수익률 7%로는 부자되기 힘들다는 소리입니다. 투자로 부자되기는 정말 힘들어보이는군요 ㅎㅎhttp://
    2009.05/31 20:59 답글쓰기
  • strut
    2009.05/3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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