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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투자] 모두가 한쪽으로 몰릴 때
투자전략가인 마크 파버는 돈의 흐름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 바 있습니다. 대나무 받침대 위에 커다란 접시가 걸려 있습니다. 그 주위는 코끼리로 비유된 투자자들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접시에는 위로부터 물이 끊임없이 공급되는데 현실세계에서는 중앙은행이 이런 역할을 수행합니다. 말하자면 물은 유동성인 셈입니다.
물은 접시를 꽉 채우지 못하거나 넘쳐 흐르게 됩니다. 물이 넘쳐 흐르면 돈은 어떤 곳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돈이 흐르는 지역은 물론 경기가 좋아지고 가격이 오릅니다.
따라서 코끼리(투자자)가 접시를 어느 쪽으로 미느냐가 아주 중요한 관건이 됩니다. 그런데 코끼리는 그 부분에 대해 그다지 세련되지 못해서 몰이꾼들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여기서 몰이꾼들은 경제학자, 펀드매니저, 증권브로커, 애널리스트 같은 부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몰이꾼들의 관심사는 단 하나입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생각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자주 코끼리들에게 ‘이리저리 움직여라’ 지시를 내리게 됩니다. 코끼리들이 얼마나 자주 움직이느냐에 따라 자신들의 수입이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몰이꾼들의 말에 이끌려 정신없이 행동하고 나면 어느 순간 돈이 한 쪽으로만 몰릴 때가 생기게 됩니다. 똑똑한 이들은 이런 불균형 상황을 눈치채고 한 걸음 발을 떼게 되지만 상황파악을 늦게 한 코끼리들일수록 계속해서 치솟는 가격에 환호합니다. 그러나 바로 그 때가 상투인 것입니다.
작년 이 맘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PER 기준으로 주가수준을 정당화하기 어려운 기업들에 대해 ‘요상한’ 가치기준을 적용한 리포트가 많이 나왔더랬습니다. 덧붙여 제목들도 참 선정적이었습니다. ‘이젠 가치주가 아니라 성장주’ 라던가, ‘과거의 기준은 의미 없다’ 라던가 하는 식이였으니 말입니다. 가치투자와는 상관없이 많은 이들이 주식으로 돈을 쉽게 벌던 때였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가치투자’라는 말이 가장 큰 유행을 탄 때도 2007년이 아니었나 합니다. ‘예측이 있고 주가가 오는 게 아니라, 주가가 먼저 오고 예측이 있다’는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말이 자주 떠오르던 시간이었습니다.
작금의 상황은 반대라는 것만 빼고는 작년과 아주 유사합니다. PER 기준으로 5 이하인 우량기업이 널려 있는데도 이젠 더 이상 PER을 따질 때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런 고루한 가치평가 기준을 적용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합니다. 하루빨리 안전자산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얘기만 들립니다.
실제로 금리와 환율은 연일 폭등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주가는 연일 떨어지고 있습니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한 쪽으로만 몰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주식투자자 입장에서는 공포에 가득찬 시간들이었다고 할 만합니다.
그런데 최근 1,300원대를 넘나드는 환율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2007년 초만 해도 조선업계의 계속되는 달러 매도공세가 화제였습니다. 900원선이 깨질까 두려워 연일 달러를 내다 팔았던 조선업계의 모습은 흡사 불이 난 극장에서 한 방향으로만 뛰다가 서로 밟고 밟혀 죽는 군중들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면 너무 억지스러울까요.
반대로 ‘달러 보유’에 경제주체 모두가 목을 매고 있는 이때 현명한 투자자라면 좀 더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써야 할 정도로 펀더멘털에 큰 타격을 입은 미국의 화폐가치가 앞으로 오를지 내릴지를 생각해 보는 여유가 긴요하다는 뜻입니다.
온통 호재로만 뒤덮인 것 같던 작년 이맘 때에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초대형 악재는 커지고 있었듯이, 잿빛으로만 보이는 현 상황에서도 어디선가 한 줄기 빛이 비춰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더 좋은 글 작성에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