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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투자] 2010년 이후의 선택은
국내 최대이며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큰 손이라고 하는 국민연금의 2008년 말 국내외 주식투자비중이 이미 23.8%이고 내년도엔 30% 수준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소식입니다.
2005년 이후 대형주의 가격을 마치 소형주처럼 가파르게 끌어올려 주가지수 2000시대를 연 원동력에는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교원 및 군인공제회를 포함한 각종 연기금의 역할이 지대했을 것입니다. 물론 개인들의 적립식 펀드 열풍도 이러한 기류에 한 몫을 했다는 점 또한 사실입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비중은 5% 내외에 그쳤습니다. 그러던 것이 매우 빠른 속도로 주식비중이 늘어난 상태입니다. 이는 주식시장의 수익률이 계속해서 채권시장을 상회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안정자산’에만 기금을 묻어둘 것이냐” 하는 일각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반응한 결과인 듯 싶습니다. 더군다나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 인상과 그로 인해 채권가격이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선택은 큰 방향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겨집니다.
다만 투자자의 입장에서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국민연금의 주식비중이 30%가 되는 2010년 이후의 상황입니다. 통상적으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비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은 그 수익률과는 관계없이 어떤 임계치(critical value)를 넘어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런 환경에서는 이제 기금의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해야 하지 않느냐 하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입니다.
큰 손들의 유동성을 바탕으로 대세상승장을 구가해 온 한국의 주식시장도 그 때가 되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지 않나 보고 있습니다. 원자재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면 10년간의 글로벌 저금리 시대도 끝나고, 고금리 상품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말하자면 주식은 그동안 경쟁상대가 되지 못했던 예금금리와도 수익률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 때가 되면 증권가와 자산운용업계에 인재들을 많이 빼앗기고 있는 은행가에도 다시 한 번 볕이 들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연기금 투자가 가속화될 2009년까지는 주식시장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큰 조정은 늘 거대한 거품이 있은 후에나 오게 되는 법이니까요.
최근에 시장의 향방을 좌지우지한다고 평가받는 기관투자자들이 너도나도 우량기업을 인수 합병(M&A) 하겠다는 보도가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 줄 저렴한 매물들이 지금 현재 많이 존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듭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일부 기관들의 전략을 그대로 추종할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요약하면, 2010년 이후의 투자전략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첫째, 원자재 현물에 직접 투자하는 것입니다. 상품 시장의 최고 대가인 짐 로저스는 1970년대의 사례를 들면서 상품시장의 강세장이 당분간 계속되리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적어도 10여년간은 상품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전문가들마저 전문성과 경험의 불비를 이유로 그다지 많이 참여하고 있지 않은 시장이기 때문에 초과수익률을 충분히 제공해 줄 수 있는 곳이라고 판단됩니다. 다만 투자하고 싶은 특정 원자재(가령 원유)의 수요와 공급 같은 기초정보에 정통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개인투자자로서 상품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어렵다면 원자재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작금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소비시장에서 저렴한 주식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를 예견해 유명세를 탄 마크 파버 박사는 그의 저서 <내일의 금맥>에서 뼈아픈 기억을 술회하고 있습니다. 그건 1970년대에 월마트 주식을 매수할 것을 권했던 친구의 추천을 듣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모두가 에너지 기업의 광풍에 휩쓸려 있었기 때문에 파버 본인 조차도 매우 저평가된 초우량기업 월마트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셋째, 상업은행(Commercial Bank)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수년 여간 지속되어 온 주식시장의 고수익률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unsustainable)고 판단됩니다. 대세상승장에 대한 열망은 접어두어야 하는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뜻입니다.
2003년 이후 ‘은행을 떠나는 것’이 고수익의 원천이었다면, 2010년 이후는 다시 은행으로 돌아가는 일이 중요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고금리 상품들이 다시 은행의 매대를 장식하게 될 테니까요.
시세차익의 시대가 과거 10년간을 지배했다고 한다면, 앞으로 올 10년은 이자, 배당, 임대수입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 부자들의 시대가 다시금 도래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요즈음입니다.
<양진석(오르멜라 어드바이저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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