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투자 뉴스 > 전체
아이투자 전체 News 글입니다.
[투자이야기] 돈이 아닌 숫자로 투자하라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쌍둥이 아들들에게 작년 말 부턴가 모의 주식투자를 하도록 유도해 보았다. 투자업무를 하는 아빠 일에 관심이 있는 아이들에게 조금은 이른 시기에 경제관념을 익히게 해보자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사칙연산을 이해하기 시작한 아이들의 수학놀이를 좀 더 흥미롭게 느끼도록 해주고 싶었다.
꽤나 신이 난 아이들은 아빠가 예상했듯 과자회사, 라면회사하며 아주 큰 전자회사, 엄마 아빠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 회사, 통신회사 등을 몇주씩 샀다고 공책에 적곤 했다. “ 00 회사 아이스크림을 친구들이 좋아해서 몇 주 삼” 이라며 노트에 적는 모습이 우습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우량회사라 제대로 했다면 필자의 중소형주 우선의 실전투자보다도 오히려 수익률이 더 나은 결과를 냈을지 모른다.
그러다 며칠 뒤 좀 더 숫자놀이에 흥미를 유발시키기 위해 “너희들 100만원씩 있다고 가정하고 사고 판 기록을 잘 관리해서 10만원 이상 벌면 진짜 주식구좌를 만들어 줄께. 하지만 10만원 이상 잃는다면 못 만들어 준다”고 아이들에게 제안했다. 진짜 주식거래를 해볼 수 있다는 말에 녀석들은 매일 아침마다 주식 시세란을 보느라 응접실 사방에 신문지를 풀어놓는 통에 엄마의 호된 잔소리를 아빠가 대신 감당해야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매일 어떤 종목을 몇 주 샀다고 호들갑 떨던 아이들이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왜 조용한가 물어 봤다. 대답인즉 몇 만원씩 손해 보고 있으니 몇 만원만 더 잃으면 아빠로부터 진짜 주식을 할 기회를 잃을까 봐 투자를 멈춘 것이라 한다. 한마디로 즐거운 수학놀이가 난생 처음 돈이란 개념을 인식하고 위축된 셈이다.
펀드매니저와 보통 개인투자자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펀드매니저는 투자를 ‘숫자’로 생각하고 보통의 투자자는 ‘돈’을 먼저 떠올리는데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다. 펀드매니저들은 남보다 1%라도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리려 노력하고 언제나 투자기회에 대한 계산기를 수치화하여 두드려 본다. 그들이 숫자를 돈으로 생각한다면 그것도 큰일이다.
만일 미래에셋의 매니저가 인디펜던스 펀드로 600%를 올렸고 인사이트펀드가 -15%의 손실을 본 것으로 인식하지 않고 ‘우리가 몇조원을 벌었네’, ‘1조원을 날렸네’라고 생각한다면 그 돈의 무서움으로 냉정한 판단이 쉽지 않을 듯 하다.
필자도 외환 딜러 시절 하루에도 몇천만원, 몇억의 들고 나는 손익이 처음에는 무섭게 느껴지다 점점 단위가 무감각해져 그저 돈이 아닌 숫자로만 느껴지는 경험을 해보았다.
한편 보통의 개인투자자들은 투자의 심리근저에 ‘돈’이라는 만만치 않는 상대가 자리잡고 있다.
“종자돈 몇 백만 원 가지고 10-20% 수익을 올린 들 얼마나 되겠어. 다 날리던 몇 배 벌던 둘 중의 하나지” 라며 기대수익률과 확률이 높은 투자보다 좀 더 사행성 있는 투자에 몰리기 일쑤다.
사실 10루타, 20루타 라는 대박도 한 순간에 오는 것이 아니라 매번 적당한 규모의 이익 실현이라는 ‘돈’과의 유혹에서 이긴 수년 동안의 인내가 가져다 주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도 말이다.
그런가 하면 “ 정말 다시 오지 않을 찬스일 것 같은데 한 번 배팅하고 싶지만 잃으면 정말 큰 돈인데…” 라며 추위를 타고 훗날 큰 찬스를 놓치고 후회하기도 한다. 이러한 배경에는 수익률이나 숫자라는 객관성보다는 각자마다 크기도 중요도도 다른 ‘돈’이라는 주관성이 개입되어 있는 듯 하다.
물론 펀드매니저나 프로가 개인투자자보다 반드시 우수한 결과를 보인다고 장담할 수 없다.
다만 필자가 생각하는 것은 투자를 ‘돈’이 아닌 ‘숫자’로 인식하여야만 신속하고 정확하고 또 과감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며칠 전 워렌 버핏이 ‘강한 확신이 들때는 자신의 75%를 지를 수 있으되 500%는 아니다’ 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역시 돈이 아니라 숫자로 투자하는 대가중의 한 명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말이 아닐까 한다.
우선 가진 자산 규모에 연연하지 않고 언제나 투자 청년으로서 배팅할 수 있다는 것을 비율로 표현한 것이며, 또 하나는 부채가 개입될 때 이자비용이라는 ‘돈’이 평상심을 잃게 한다는 점을 경고한 것으로 볼수 있다.
직업상의 이유로 거액의 자산가와 기업가를 만날 기회가 곧잘 있다. 수백,수천억을 호가하는 주식을 소유한 자산가가 같은 날 몇 백억의 투자결정을 아무렇지 않게 하면서도 고급 레스토랑에서 부가되는 몇 십만 원의 식사값에 벌벌 떠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 나 같으면 몇 십억만 있어도 편하게 살 텐데 얼마나 더 벌려고 투자를 또 하나’, ‘ 돈이 그렇게 많은 분이 몇 푼 안 되는 저녁 값에 저렇게 인색할까’ 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지만 한번 더 생각해 보면 그분들에게는 몇 백억의 투자는 ‘숫자’이고 비싼 저녁 식대는 ‘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도 인생 어디쯤에선 전업 투자자가 되고 싶다. 언제인지 모를 그때 투자규모가 워렌 버핏의 그것처럼 큰 것일지, 아니면 노년의 심심풀이 소일거리가 될 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때, 큰 규모이든 아니든, 매일 매일 신선한 긴장 속에서 투자자본을 신속, 정확, 과감하게 투자해 나 갈 수 있는 투자자가 되길 소망한다. 오랫동안 투자자로 남으려면 ‘돈’이 아닌 ‘숫자’로 투자해야 하지 않을 까 한다.
더 좋은 글 작성에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