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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IDH, 밑 빠진 독일까?
철강업의 호황과 함께
IDH는 철강 생산 설비를 전문적으로 생산하여 판매하는 기업으로 최근 계속되고 있는 철강업의 호황과 함께 영업의 호조로 급격한 성장을 지속해왔다.
(IDH 매출액 추이, 연환산자료, 단위:십억원)
2005년 말 코일용 밴드를 생산하여 수익성이 낮았던 ‘강대사업부’(Steel Band)를 정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년 만에 기존 사업으로 외형을 회복할 정도로 현재 동사가 처해있는 환경은 우호적이다. 철강을 취급하는 곳이라면 반드시 동사의 제품이 들어가야 한다고 보면 되는데, 보통 코일 형태의 철강재를 펴서 용도에 적합하게 자를 수 있어야 하는 설비는 철강재를 가공하기에 앞서 반드시 구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현대중공업’과 ‘POSCO 건설’(구 POSCO 개발)의 기계사업부에서 철강설비 사업에 진출한 바 있으나,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철수한 바 있으며, 국내 경쟁사들도 대부분 영세한 편이다. 주요 국내 경쟁사 중에 ‘대화산기’는 2007년 매출액이 409억원 인데 반해, 불과 2004년만 해도 매출액이 213억원 수준이었는데, 철강 생산 설비 사업의 성장성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IDH 영업이익 추이, 연환산자료, 단위:십억원)
이에 따라 영업이익 또한 드라마틱한 성장을 보여줬는데, 7년 사이에 4배 정도 성장했다. 동사에서는 이러한 호황을 확실히 누리기 위해 기존 공장 CAPA의 2배 수준의 생산규모를 자랑하는 신 공장 증설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듯 했다.
Knock In, Knock Out
그러나 영업외적으로 동사의 재무제표를 무너뜨린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지난 해 4분기부터 시작된 유로화의 강세이다. 동사는 2007년 이태리 철강 설비업체인 ‘다니엘’ 사로부터 ‘다니엘’사가 러시아에 공급하는 설비 2개 라인(약 800억원 규모)에 대한 주문을 받았었다. 대금결재가 유로화로 이뤄지다 보니 헤지하기 위해 ‘SC제일은행’과 ‘한국시티은행’으로부터 KIKO(Knock In, Knock Out) 상품에 가입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다니엘’ 사로부터의 수주는 타이트한 납기 때문에 동사에서 포기하였으며, 따라서 향후 유로화의 유입이 없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동사가 가입한 KIKO 상품은 수출업체들을 중심으로 많이 팔렸는데, 기본적인 구조는 다음과 같다.
(IDH의 유로화 KIKO 상품 구성)
총 약정금액은 8천만 유로이며, 만일 약정환율의 상단인 1,337원을 터치할 경우 약정금액의 약 2배에 해당하는 유로화(총 변동가능약정금액 : 1억5천5백만 유로)를 행사가격에 매도해야 한다. 물론 총 약정금액의 2배를 모두 매도하는 것은 아니며, 총 약정금액은 만기일까지의 기간에 해당하는 약정금액이기 때문에, 기간 배분한 약정금액만큼을 행사가격에 매도해야 한다. 그러나 회계적으로는 총액을 기준으로 평가손실을 반영해야 하며, 따라서 실제 현금이 유출되는 규모와 평가손실로 계상되는 규모에 차이가 생기게 된다.
만일 Knock In 되더라도 매도해야 하는 규모만큼 유로화를 보유하고 있다면, 평가손실은 잡히더라도 실제 현금 유출은 없다. 약정금액의 2배에 해당하는 규모의 유로화를 보유하고 있는 유로화로 ‘행사가격’에 매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환율로 매도하지 못할 뿐, ‘행사가격’에는 매도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현금손실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Knock In 되었을 때, 매도해야 하는 유로화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못하면 문제가 된다.
약정금액의 2배를 유로화로 ‘행사가격’에 매도해야 하는데, 유로화를 갖고 있지 않으면, 외부에서 유로화를 매수해서 ‘행사가격’에 매도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외부에서 유로화를 살 때 당시 환율로 사와야 하므로 비싸게 사서 싸게 팔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때문에 보통 이런 경우 은행에서는 그 차액만큼만 현금으로 받아가며, 해당 금액이 ‘통화옵션거래손실’로 계상되는 것이다.
동사는 바로 유로화를 내부적으로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Knock In 되어 문제가 발생한 경우이다. 이태리 다니엘사로부터 수주한 물량이 정상적으로 수주되었더라면 들어왔을 800억원 규모의 유로화가 수주가 취소되면서 들어오지 않아 울며 겨자먹기로 차액을 은행에 지불한 것이다.
(원-유로화 환율 추이)
이대로 현금유출이 계속될 것인가?
예상치 못한 유로화의 강세로 매달 Knock In이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1,580원대까지 이르고 있어 상당한 규모의 ‘통화옵션거래손실’ 및 추가적인 평가손실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동사에서 손만 놓고 있는 것은 아닌데, 유로화로 설계된 상품을 달러화로 변경하는 작업을 은행들과 진행 중에 있다.
달러화 및 엔화 상품의 경우에는 Knock In되더라도 동사에서 충분한 금액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평가손실만 잡힐 뿐 실제 현금이 유출되는 거래손실은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러화 상품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달러 대비 유로화의 강세로 인해 현재 설정되어 있는 총 약정금액을 은행에서 늘려줘야 하는 문제가 있다. 또한 새롭게 상품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을 모집해야 하는 등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한때 업황의 호조와 강세장이 만나 1,600억원에 달했던 시가총액이 환헤지 상품 관련 손실로 인해 현재 360억원에 불과한 상황이 되었다. 최근 기획재정부 장관이 해당 은행들을 상대로 S기세력으로 표현하는 등, 은행의 책임이 거론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해당 상품의 리스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기업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예측하기 어려운 리스크지만, 기업을 통째로 흔들어버릴 수 있는 수준의 파워를 지닌 리스크라고 볼 수 있으며, 그만큼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세세한 부분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눈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Value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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