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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투자] 주가 예측이 우릴 구원해 줄까?

최근 들어 제가 지인들로부터 아주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주가지수가 어떻게 될 것 같으냐?”라는 물음입니다. 작년에 2,000선을 돌파했다가 1,500선까지 구경했으니 어느 정도의 반등은 기대해도 되지 않겠느냐 하는 뜻일 겁니다. 실제로 4월 15일 현재 종합주가지수는 1,740선입니다. 1500선에 비하면 어느 정도 반등에 성공한 셈입니다.
 
그런데 제게 주가지수의 향방을 물었던 분들의 표정은 엇갈리는 듯 합니다. 작년의 고점과 대비하여 손실을 거의 회복했다는 분도 계시고, 회복이 요원하다며 울상을 짓는 사람도 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인덱스 펀드에 투자한 것이 아닌 이상, 수익을 결정짓는 요소는 개별주가의 움직임에 근거한 것이지, 전종목의 총합이라 할 수 있는 주가지수를 따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주식시장의 흐름이나 경제전망에만 매달려 투자한다면 약세장에서도 상승하는 종목을 놓치거나 상승장에서도 소외된 채 하락하는 종목을 붙잡고 있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존 템플턴 경의 말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가의 이야기가 그렇다 하더라도 수많은 경제연구소와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경제전망과 전략을 꾸준히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 아마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집단의 의견을 추종하고 싶어 하는 인간적 본능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소위 “전망”이나 “예측”이 나오기까지의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합니다.

1980년대 군사정권하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모 국책연구기관이 그 해의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청와대에 보고했는데, 그 숫자가 너무나 마음에 안 들었는지 대통령의 불호령이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동안 준비한 보고서 내용과는 상관없이 성장률 전망치를 부랴부랴 바꿨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각종 연구기관에서 발표하는 “숫자”가 어떤 정교한 계량모형의 결과물일 것이라는 생각은 참으로 순진한 발상입니다. 그 숫자는 타기관들의 동향, 여론에 미칠 파장, 해당기관의 향후 입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후에 발표된 전략적인 판단인 것입니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한다면, 계량분석의 결과가 예측치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예측치를 결정하고,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한 분석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증권사가 수시로 발표하는 종합주가지수에 대한 예측도 이러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주가지수를 예측하는데 있어서의 또 하나의 맹점은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주식시장의 변화를 정확하게 담아낼 수리적 모형을 설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코스톨라니의 말대로 제 아무리 정교한 계량적 모형이라도 인간 군상들의 ‘흥분’과 ‘공포’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군중심리에 쉽게 휩쓸리는 인간의 본성이 시장의 움직임을 때때로 극단적으로 몰고 가는 것도 예측을 어렵게 하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렇듯 주가지수 예측이 어렵다고 해서 투자를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한 전망으로 돈을 버는 것은 시황가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일 테니까요. 일희일비하는 시장보다는 ‘기업’을 분석하는 일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었다는 것은 이미 투자의 대가들을 통해 증명된 사실입니다. 벤저민 그레이엄, 워렌 버핏, 피터 린치, 필립 피셔가 미래의 주가지수를 예측하는 일에 골몰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대가들도 그러한데 우리 같은 범부들이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겠지요. 

주가지수보다는 기업의 가치와 성장에 대해 궁금증을 표하는 분들이 많아져 올바른 투자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더 좋은 글 작성에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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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측투자 - 부크온

댓글 6개

  • 행복투자
    기업가치와 성장분석이 주가지수예측보다 더 어려울 수 있는 문제가 있죠. 그나마 주가지수는 경제성장과 물가,금리와 적당히 균형을 맞추며 걸어가는데 기업은 그것에다 기업의 고유상황을 추가하여 들여다봐야하는 상당한 내공이 필요하다는 거죠. 주가지수예측이 어려우니 기업분석에 촛점을 맞추자는 얘긴 보통투자자들에겐 그림의 떡일 확율이 더 크다고 봅니다. http://
    2008.04/15 11:39 답글쓰기
  • 행복투자
    2008.04/1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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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밸은쓰다
    행복투자님의 의견에 십분공감합니다.http://
    2008.04/15 15:09 답글쓰기
  • 밸은쓰다
    2008.04/15 15:09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arbitrage
    만약 주가지수예측을 정확히 하실 수 있는 분이면, 당장 증권사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되셔야죠. 거기다 경제 성장률 등 거시경제 지표까지 예측할 수 있다면, 한국은행 총재도 충분히 될 자격이 있겠죠.

    저는 그것보다는 이번에 남양유업이 우유 얼마나 팔지 분석하는 것이 훨씬 쉬울 것 같습니다.
    http://
    2008.04/15 17:20 답글쓰기
  • arbitrage
    2008.04/15 17:20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바라미>
    행복투자님의 의견에 공감하며.. 기업가치의 측정이 100% 완벽할 수 없기에 주가예측에 대한 공부 역시 소홀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가치에 대한 공부로 60%의 확률을, 주가예측에 대한 공부로 60%의 확률을 할애하여 투자에 임한다면 상당히 높은 확률로 투자에 성공할수 있겠지요. http://
    2008.04/16 19:55 답글쓰기
  • <바라미>
    2008.04/16 19:55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히이로
    주가 예측은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봅니다...그런건 연구기관들에서 발표하는 내용을 그냥 참고 수준으로 하고, 각자에게 할당된 시간의 대부분을 기업 분석에 활용하는게 옳다고 생각합니다...개인이 주가를 예측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한들 그 결과가 얼마나 정밀하고 사실에 근접할 수 있을까요?...ROI가 안나오죠...그런 의미가 아닐듯 싶습니다.http://
    2008.04/26 15:11 답글쓰기
  • 히이로
    2008.04/26 15:11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환골탈태중
    가치투자도 주가 예측하나요?
    http://
    2008.05/22 01:45 답글쓰기
  • 환골탈태중
    2008.05/22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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