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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리포트] 하노이 카페에 생긴 주식 전광판
<최근 전세계적으로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통에 사는 곳은 달라도 투자자들이 느끼는 고통 만은 덜할 것도 더할 것도 없어 보입니다. 특히 베트남 증시가 크게 하락, 베트남 펀드에 가입하고 있는 국내 투자자들 역시 좌불안석입니다. 해외펀드는 그 나라 사정에 어둡기 때문에 더더욱 불안하게 마련입니다. 아이투자는 투자자들의 이런 불안감과 궁금증을 다소나마 풀어드리기 위해 베트남 하노이 현지에 파견돼 금융업무를 보고 있는 차이나스톡 이영범 팀장에게 현지에서 느끼는 베트남 경제와 주식시장 분위기 등을 특별 기고 요청했습니다. 답답한 심정에 베트남에 직접 가서 한번 둘러보고 싶다는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글이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하노이 카페에 생긴 주식 전광판
베트남 증권업계의 동향을 살피러 와 여러 증권사들을 방문하고, 업무를 진행하며 간간히 하노이 시내와 인접 도시의 관광지만을 돌아보고 베트남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베트남에 대한 글을 기고한다는 것이 한편으론 분에 넘친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한 나라에 대해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한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보면서 필자의 주관적인 정보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스스로 위안하며 소신껏 글을 쓰니 독자여러분의 많은 아량을 바라며 글을 시작한다.
필자는 베트남 하면 바쁘게 꿈틀거리는 파충류가 생각난다. 파충류라 표현함은 필자의 철저한 주관적인 관점에서 앞으로 용이 될지, 뱀이 될지를 확신해 택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뭔가는 되겠다는 확신이 있기에 꿈틀거림은 맞다.
베트남은 현재 여러 업계에서 활발한 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건설, 부동산, 금융, IT 등 발전해야 할 필요성을 안고 발 빠르게 성장해 나가면서 이런 저런 문제들로 성장통을 겪는 모습은 그야말로 살아 있음을, 더 잘살려는 몸부림을 잘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세계화로 변해가려는 노력은 곳곳에서 잘 나타난다. 해외 자금의 적극적인 투자유치, 인프라 개발을 위한 각국들과의 협상, 각 업계의 법률 제정, 개혁 등을 보면 도약의 단계로 준비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증권업계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나타나고 있다. 하노이, 호치민 증권거래소 시장에 상장된 종목은 약 280여 개이고 개설된 계좌 총 수가 32만 계좌 밖에 안되나 증권업의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는 증권회사는 무려 75개사나 된다. 이중 실질적으로 영업하는 증권사는 25개의 증권사에 불과하다. 나머지 증권사들은 증권업계의 발전 가능성만을 보고 라이센스를 취득해 놓은 회사들이 대부분인데 이에 베트남 증권거래소에선 증권업계의 재정비를 위해 2008년 시행 새로운 증권법을 내 놓았다. 업무에 따라 최소의 자본금을 높여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를 구분할 수 있게 했으며 자본력 없는 증권사들은 퇴출시켜 복잡한 증권 업계를 깔끔히 정리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 증권업계의 변화 속에 주식 시장도 마찬가지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아직까진 하루 거래금액이 총 1조 동(약 590억 원)에 불과한 작은 시장이지만 2008년, 2009년 동안 약 300여 개의 기업 IPO가 예정되어 있고, 거래시스템의 정비를 진행하는 등 경제 성장에 맞춰 시장을 키우려 노력 중이다.
하지만 현재의 베트남 주식은 2007년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하염없이 하락하고 있다. 이곳도 미국 경제의 침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투자자들의 불안한 심리로 거래량이 많이 줄었고, 어느 정도 규모의 자금들이 주식시장에서 부동산, 금에 대한 투자로 이동되었으며, 올해 초 많은 상장된 기업들이 주식으로의 배당과 증자를 진행해 물량 증가로 인한 영향, 2007년 활황기에 대출받아 투자한 자금들에 대한 이자 지급 시기 등이 맞물려 주식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서 눈 여겨볼 것은 베트남 투자자들은 주식을 매도하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계속 지분을 늘려가고 있는 점이다.
하노이 시내를 나가보면 참 많은 오토바이들이 다닌다. 이 많은 오토바이는 스쿠터와 100CC 정도의 오토바이 두 종류로 구성되어 있다. 작년 5월 호치민을 방문했을 때만해도 이렇게 오토바이의 종류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으나, 이번 하노이 체류기간 동안 아주 작지만 큰 변화를 목격했다. 125CC 이상의 오토바이가 하나 둘씩 눈에 띄었으며 400CC 이상의 오토바이를 판매하는 매장도 생겨났다. 또 다른 변화가 있었다. 마티즈 택시에서 모닝 택시로 변하고 있다. 한국에서 있을 때 모닝과 마티즈를 같은 급으로 보았지만 이곳서 직접 타보니 모닝 택시가 훨씬 넓게 느껴졌다. 실례로 마티즈 택시와 모닝 택시가 같이 정차해 있는데 모닝 택시로 골라 타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곤 했다. 이러한 변화는 생활수준의 향상을 작게나마 대변해 준다.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베트남 사람들은 은행을 믿지 못해 은행에 저축해 놓은 비율이 전체인구의 10% 미만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베트남 거리에 금고를 파는 상점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증권시장에 개설된 총 계좌 수가 32만 계좌에 불과하니, 소문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중국 사람들은 도박을 좋아해서 그 영향으로 증권시장이 활황인 때 계좌개설을 하기 위해 1시간 이상 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는 장면을 신문에서 본적이 있다. 베트남 사람들도 도박을 좋아해 축구경기 도박을 많이 하는데 미리 표를 예매하지 않으면 축구경기를 볼 수 없을 정도다.
이처럼 소득 증가에 의한 생활 수준 향상, 금융 개혁 및 인식 변화로 인한 저축률 상승, 습성에 의한 주식시장 활황기에 터지는 계좌개설 폭증 기대, 현재의 하락하는 주가, 이를 보며 매수하고 있는 외국의 자금들을 보고 있자면 “지금 시작하기 좋다” 란 생각이 자주 든다.
며칠 전 저녁을 먹고 늘 산책하던 길에 새로 생긴 카페를 보게 되었다. 카페 전면 LED 전광판에 그날의 종목별 주가가 빨간색과 녹색으로 표시되어 지나간다. 의외였다. 커피와 맥주,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카페 전면의 전광판이 주가 현황만을 보여주니 말이다. 물론 필자가 머무는 동네가 부자들이 꽤 살고 있다 란 말을 듣기는 했으나 주식 하는 사람들이 몰려 살지는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 왔다. 그만큼 베트남 사람들도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은 걸까? 그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확신하는 것일까? 어느 한쪽도 아니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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