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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투자]대한민국 2008 봄, 에너지와 버블
아무래도 1970년대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며칠 전 모 경제신문 1면에 실린‘밀값 또 폭등, 자원민족주의 확산’이라는 타이틀을 보고나서 든 생각입니다. 1970년대에는 두 번의 오일쇼크가 있었습니다. 1973년도의 1차 쇼크와 1979년도의 2차 쇼크가 그것입니다. 석유 한 방울 안 나던 시절이어서 그랬는지 당시에 학교마다 에너지 절약 구호가 난무했던 기억이 납니다. 에너지 절약 포스터와 표어를 잘 만든 학생들에게 학교 측에서 상품도 주곤 했던 것 같구요. 산유국을 중심으로 한‘자원민족주의’혹은 ‘자원의 무기화’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신문에 등장하던 때였습니다. 관련되는 내용이 사회교과서에도 점차 비중 있게 다뤄지던 시기였죠.
물가(인플레이션율)와 경기(실업률)가 상충관계에 있다는 필립스 곡선의 함의가 부정되기 시작한 것이 바로 1970년대였습니다. 경기는 침체되어 있는데, 물가는 오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경기침체(Stagnation)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인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라는 용어가 탄생하게 됩니다. 요즘엔 한 단계 더 나아가서 곡물가격의 폭등을 ‘애그플레이션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농업을 뜻하는 Agriculture와 인플레이션을 또 합성한 셈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간 석유, 가스, 철강, 비철, 조선, 해운, 기계 산업의 주식들이 눈부시게 약진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산업은 대부분 중후장대한 설비가 필요한 장치산업입니다.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독점 혹은 과점의 성격을 갖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죠. 이런 업종들이 최근에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보기 힘들었던 현상입니다. 2003년도에 소버린이 SK를 상대로 적대적 M&A를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소버린은 SK의 지배구조 취약성뿐만 아니라 에너지 시장의 폭등까지 예측하고 게임을 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하자면 일종의 ‘미래가치 투자’를 한 셈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투기자본뿐만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과 기업들이 너나없이 에너지 전쟁에 뛰어드는 것 같습니다. 특히‘대체에너지 개발’이 각종 세미나와 포럼 주제로 자주 등장하고 있고, 투자자의 관심도 그런 영역에 집중되고 있는 듯 합니다.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대체에너지만이 살 길이다’라는 논리가 주식시장에도 광범위하게 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점점 줄어드는 석유자원을 대체하기 위한 새 에너지원 개발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현명한 투자자라면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산업에 지나치게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당장 황금 알을 낳을 것 같이 보이더라도 말입니다. 1990년대 말 코스닥에서 벤처 혹은 IT라는 이름만 걸고 IPO(주식공개)를 하면 떼돈 버는 것이 보장됐듯, 이 부문에서도 투자자들을 등쳐먹기 위한 많은 사기꾼들이 배출될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최근 들어 회사의 사업영역에 은근슬쩍 대체 에너지 관련 사업을 추가하는 기업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그 전에 해 오던 사업부문과는 상관없이 말이죠.
지난 역사를 되돌이켜 보면 10년 가량을 주기로 끊임없는 버블이 생산되었습니다. 70년대 말의 원자재 버블, 80년대 말의 일본의 자산버블, 90년대 말의 IT 버블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데, 투자자들도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교훈을 쉽게 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는 반복되는 게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올 버블은 ‘대체 에너지’와 관련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어쩌면 앞으로‘경기 순환적’ 특성을 ‘성장’으로 착각하는 투기꾼들이 득실대며 가치투자자들을 우롱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치솟는 주가를 멀뚱멀뚱 쳐다봐야 하는 인고의 세월이 우리에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원칙을 지키는 투자자들만이 폭풍 후에도 살아남을 것입니다. IT 버블 때 온갖 모욕적인 언사를 들었지만 결국 살아남은 워렌 버핏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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