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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사면초가에 빠진 삼성
최근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 사건으로 드러난 충격적인 삼성그룹의 의혹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패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대변한다. 이러한 각 종 의혹의 근저에는 삼성이라는 거함의 항해를 위한 총수 일가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행위들의 원인을 기업 지배구조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삼성그룹은 총수가 소수 지분만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기 위해 적대적 M&A가 불가능한 복잡한 환상형 순환출자구조를 완성했고, 그 정점에 있는 실질적 지주회사 삼성에버랜드를 지배하며 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사건을 통해 그룹에 대한 부의 이전도 완료하였다. 다른 자회사와 관련된 것은 제외하고 보더라도 실질적지주회사인 삼성에버랜드와 관련된 환상형 순환출자구조를 무려 6개나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삼성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 – 삼성카드 – 다시 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구조, 둘째 삼성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물산 – 삼성카드 – 다시 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구조, 셋째 삼성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카드 – 다시 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구조, 넷째 삼성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물산 – 다시 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구조, 다섯째, 삼성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 – 삼성전기 – 다시 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구조, 마지막으로 삼성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 – 삼성SDI – 다시 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구조가 그것이다.
즉 이렇게 6중의 순환출자구조를 마련함으로써 적은 지분율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효과적인 지배구조를 확립하였고 이미 편법증여 의혹까지 받으며 부의 이전도 완료한 상태이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는 이와 같은 6중의 환상형 순환출자구조의 핵심에는 금융자회사인 삼성생명과 삼성카드가 끼어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현행 금산분리의 원칙과 정면충돌할 수 밖에 없는 결과로 이어진다. 만약 금산분리 규정만 철폐된다면 지금과 같은 지배구조로 지배권을 유지 할 수 있고 실질적 지주회사 삼성에버랜드를 통해 간단한 경영권 상속이 가능해 진다. 따라서 삼성은 현재의 그룹전체에 대한 총수일가의 지배권 유지와 이전을 위해 금산분리 원칙 폐지를 주장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이에 대해 일부 정치가와 전문가들이 화답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재 금융자본의 산업지배를 제한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제11조와 금산법 제24조 규정 하에서는, 삼성카드의 경우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4% 중 5%를 초과하는 20.64%에 대해 의결권이 제한되며, 5년 내에 매각해야 한다. 또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8.52% 중 5% 초과분인 3.52%의 경우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의결권 제한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보다도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자산 비중이 50%를 넘게 되면 금융지주회사로 지정된다는 점이다. 만약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로 지정된다면 공정거래법 제8조의2 규정에 의해 금융회사 이외의 산업자본에 대한 지분을 매각해야만 한다. 이는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따라서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로 지정되게 되면 자회사인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및 삼성물산 주식을 의결권제한이 아니라 매각해야 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게 되고 그렇다면 삼성에버랜드 - 삼성생명를 통해 삼성전자 등 비금융자회사를 지배하고 있던 총수일가는 비금융자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삼성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 등극을 막는 것이 절실한데 나날이 증가하는 삼성생명 지분가치로 인해 불가능의 영역으로 접어들고 있다. 또한 생보사 상장문제가 해결되었기 때문에 삼성생명이 상장된다면 삼성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등극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의 상장을 막을 것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으나 삼성차 채권문제로 인해 삼성생명의 상장을 피할 수도 없는 일이다.
과거 IMF사태 당시 법정관리에 들어간 삼성차로 인해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 14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2조 4,500억을 긴급 수혈하였다. 단,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출연하는 조건이었다. 또한 2000년 말까지 삼성생명 상장을 통해 부채를 갚고 만약 상장가액이 채권액보다 작을 경우 삼성전자 등 계열사가 보전하기로 각서를 작성하였다. 한편, 2000년 말까지 회수가 불가능할 경우 이듬해 1월1일부터 연 19%의 지연이자를 부과하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삼성생명의 상장이 미루어지면서 채권단은 결국 2005년 12월 삼성그룹을 상대로 원금과 불어난 이자 4조7,300억 원의 지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삼성 측은 강압에 의해 작성된 각서로 효력이 없다고 항변하여 소송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고 연체이자는 나날이 불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 측이 단군 이래 최대소송이라 불리는 삼성차 채권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삼성생명의 상장인 것이다. 현재 삼성생명의 장외가로 계산해도 채권단은 원금회수가 가능해진다.
결국 삼성 측은 삼성차 채권 문제 해결을 위해 삼성생명을 상장시킬 수 밖에 없고, 그로 인해 금산분리 규정에 의해 지배구조가 위태로워지는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가치는 굳이 상장을 시키지 않더라도 계속 증가할 수 밖에 없고 그렇다면 에버랜드는 필연적으로 시기의 문제일 뿐 금융지주회사로 갈 수 밖에 없어 결국, 상장을 결정한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의 상장을 통한 삼성차 채권문제를 해결하고, 이로 인한 삼성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 등극을 감수하면서도 현재의 지배권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바로 금산분리 원칙의 폐지뿐인 것이다. 이와 같은 금산분리 원칙 폐지를 위해 공을 들여온 삼성에게 있어서는 이번 김용철 변호사 사건은 그야말로 치명타였던 것이다.
김일태(annaf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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