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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에 대한 가치평가

편집자주 금융업,보험업,증권업,조달금리,예대마진

[편집자주=이 글은 금융업 투자에 대한 초보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업에 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춘 투자자라면 읽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금융업은 쉽게 생각해서 '돈'을 '융통'하는 산업을 말합니다. 즉 한 곳의 돈을 다른 쪽에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연결해주면서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겨 연명(?)한다고 보면 됩니다. 사실 금융업의 그 많은 업종들이 다 이러한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돈을 필요한 곳에 공급하기 위해 끌어오는 활동을 '조달'이라고 합니다. 어떠한 형태의 금융업이든지 일단 자금을 끌어오는 '조달'행위를 해야만 합니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자금을 확보해야 필요로 하는 곳에 공급해줄 수 있으니까요.

물론 자기자본만으로 가능하다면 별도로 '조달'할 필요가 없지만, 자기자본도 근본적인 '조달'행위에 포함될 수 있으므로, 어쨌든 금융업체들은 돈을 '조달'해야만 하는 운명인 것입니다. 여기서 돈을 조달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조달비용'이라고 하며, 일반적으로 '조달금리'로 표현됩니다.

돈을 조달하는 모습은 금융업태별로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기본적인 조달행위를 살펴보면, 은행의 경우는 예금을 받아서 자금을 조달합니다. 예금을 받는 행위를 '수신'이라고 하며, 여기서 '조달비용'은 '수신금리'가 됩니다. 우리가 계좌를 열고 돈을 맡기게 되면 은행입장에서는 자금을 '조달'하게 되며, 그에 대한 대가로 '이자'를 지급받는데 그것이 은행입장에서는 '조달비용'이 되는 것이죠. 물론 '수신'만으로 자금을 조달하지는 않으며, 사채를 끌어오기도 하고, 타 은행에서 차입하기도 합니다.

'xx캐피탈'과 같은 '여신전문금융업체'들은 '예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사채와 같은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게 됩니다. 즉 '수신' 기능이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여신전문' 금융업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이죠.

따라서 'xx캐피탈' 업체들을 분석할 때는 '신용등급'에 집중할 필요가 있는데, '신용등급'이 발행하는 사채의 금리 즉, '조달비용'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신용등급'이 좋을수록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끌어올 수 있어 수익을 낼 수 있는 여유를 그만큼 더 누릴 수 있으며, 그러한 여유는 보통 강력한 영업의 밑바탕으로 작용합니다.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여신전문금융업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뒷배경에는 낮은 '조달금리'가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업체들간 해자가 결판나기도 합니다. 작년 초 'LG카드'가 오토리스 시장에서 단기간 내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 자본전환되어 비용이 없는 대규모 채무에 기인하는 것이나, GE 캐피탈의 신용을 빌려 낮춘 조달비용으로 놀라운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 '현대캐피탈'의 경우는 좋은 예입니다.

'보험업'은 '보험상품'을 팔아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적인 자금을 조달합니다. '보험업'의 경우, 보험상품이 잘 설계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조달비용을 조절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비중이 낮은 보험상품일 수록 보험업체 입장에서는 좋은 '보험상품'이 됩니다.

최근 보험업 랠리가 시작된 것도 '장기성 보험'의 판매가 폭발하면서 상대적으로 자금의 조달규모는 커지고, 조달비용은 낮아져, 조달한 자금을 통해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여지가 많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업체는 먼저 낮은 비용의 보험상품을 잘 만들수 있는 조직과 잘 팔 수 있는 영업조직이 필요하며, 열심히 팔아서 거둬들인 돈을 잘 운용할 수 있는 운용조직이 있어야 합니다.

보험업의 기본적인 조달비용은 사고 발생시 지급하는 보험금인 '손해액'과 일련의 보험 모집과 관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업비'이며, 둘을 합쳐 '합산비용'이라고 합니다.

'증권업'은 조금 다른데, '증권업체'들의 수익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개수입(브로커리지)은 주식을 중개하고 중간에 수수료를 취하는 형태로 돈을 직접적으로 융통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을뿐,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긴다는 부분에서 다른 금융업종들과 일맥상통합니다.

돈을 '조달'했으면, '융통'을 해야 중간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은행은 '대출'이라는 형태로 '융통'행위가 발생하며, 'xx캐피탈'들은 다양한 물건에 대한 리스, '보험업'은 자금운용을 통해 자금을 '융통'합니다. 물론 각 업종에 속한 금융업체들이 한 형태의 '융통행위'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융통'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으며, 위에 언급한 내용은 일반적으로 각 업종별 이익의 규모가 가장 큰 '융통'행위를 말합니다.

여기서 금융업에 대한 몇가지 물음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됩니다.

1.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대비 융통 수익의 차이는 얼마인가?'

이 차이를 먹고사는 것이 금융업이기 때문에, 이 차이의 변화는 투자자에게 상당히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은행업에서는 '예대마진'이 이에 해당되며, 'xx캐피탈'은 조달금리 대비 리스료 추이, 보험업은 합산비용 대비 보험료+운용수익, 증권업은 중개수입 수수료비율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비율이 축소되었다면, 그만큼 조달 비용이 높아지면서 융통 수익이 낮아졌기 때문에 업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죠.

조달비용 대비 융통수익의 차이만큼 중요한 부분은 융통자산의 규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중은행의 경우, 비록 '예대마진'이 저축은행에 비해 낮더라도 자산의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굳이 큰 리스크를 감수하는 영역으로 영업의 손길을 뻗지 않더라도 큰 규모의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금융업체들이 앞다퉈 자산의 규모를 늘려가려고 안달이 나 있는 상황입니다.

2. '조달 자금의 질은 어떠한가?'

역시 중요하게 점검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조달 자금의 성격을 파악해야 합니다. 장기성 자금인지, 단기성 자금인지.. 저비용 자금인지, 고비용 자금인지 여부를 반드시 파악해야 합니다. 자금의 성격에 따라 융통의 성격도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은행업은 상품이 다양하여 자금의 길이와 비용의 크기가 혼재되어 있어 일일이 파악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대게 대표성 수신금리인 정기예금 금리로 표현합니다.

자금의 길이는 보통 여신전문금융업체에서 중요한 부분인데, 장기성이면서 저비용이라면 조달된 자금의 질이 우수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험업계의 '장기성 보험' 중 '보장성 보험'은 우수한 자금조달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3. '융통하는 자금의 질은 어떠한가?'

이 역시 기본적인 부분이므로 중요하게 다뤄야 합니다. 사실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이유는 아무리 조달을 잘 해서 융통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도 융통 자금의 질이 떨어지는, 즉 상환 가능성이 낮다면 그만큼 손실로 기록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산의 건전성' 문제가 금융업을 바라보는 중심이 되며, PER이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융통하는 자금의 질은 '얼마나 상환이 잘 될 수 있는지 여부'로 구분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연체율'이 큰 의미를 갖습니다. '연체 정도'에 따라 융통 자산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의 다섯 단계로 나누며, 각 단계를 나누는 기준은 업태별로 약간씩 다릅니다. '고정이하비율'은 바로 융통된 자금 중 '고정' 단계 아래의 비중이 전체에서 얼마나 차지하는지를 알아보는 척도가 되며, '고정이하비율'이 높을수록 해당 자산의 질은 떨어져 손실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전혀 수익이 나지 않는 악성 융통 자산 비중을 나타내주는 '무수익비율'도 의미를 갖습니다. 융통자산 중에서 수익을 낼 수 없는 자산의 비중의 추이는 해당 기업의 자금 융통 능력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수익을 내지 못하는 자산의 규모만큼 금융업체들은 내부적으로 자금을 유보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향후 자금을 조달했던 곳에 안전하게 되돌려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대손충당금'을 쌓는다고 하며, '대손충당금'을 얼마나 쌓아야 하는지 여부가 해당 사업년도의 순이익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4. '그렇다면 금융업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융통 자산의 질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쌓는 크기는 변동됩니다. 보통 '고정이하자산' 만큼 쌓아두는 것이 일반적인데, 많이 쌓으면 쌓을수록 '건전하다'고 말합니다. '고정이하자산'을 '대손충당금'이 얼만큼 커버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커버리지 비율'이라고 합니다.

대손상각비의 크기에 따라 순이익 변동이 크기 때문에 금융업은 PER로 평가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습니다. 또한 대부분 금융업체들의 자산은 현금성 자산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자본에 대한 가치 즉, PBR로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금융업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과 그에 따른 적절성을 평가하는 지표들이 녹아있습니다. 금융업은 일반적으로 경기상황에 매우 민감합니다. 경기가 좋지 않아 경제주체들의 상환능력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연체율이 높아지고, '고정이하비율'이 높아지면서 대손상각비를 쌓게되어 이익의 규모는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경기가 안 좋으면 자금 융통에 대한 수요도 떨어지게 되어 전체 영업수익의 규모도 줄어들게 됩니다. 때문에 근본적인 이익 변동성을 줄임으로써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노력은 지속되어 왔습니다. 최근 들어 은행들이 카드사업에 열을 올리는 현상이 대표적인 예이며, ELS,ELF등의 수익증권 판매 경쟁이 불붙은 증권가의 현상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좋은 글 작성에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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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 billionaire
    금융업에 대해 잘 몰랐는데 정리된 글 잘 봤습니다.
    금융업에 관한 좋은 책 있으면 추천도 좀 부탁합니다.http://
    2007.04/11 10:52 답글쓰기
  • billionaire
    2007.04/1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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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원한초보
    금융업체의 대차대조표를 어떻게 보는지 항상 궁금했습니다.
    조금이나마 힌트를 얻어서 다행이네요. ^^http://
    2007.04/11 12:51 답글쓰기
  • 영원한초보
    2007.04/11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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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alueSniper
    사실 금융업종은 다양한 업체들의 사업보고서를 접하면서 나름대로 분석능력을 키우는 길 밖에는 왕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뉴스나 이슈에 대해 챙겨두면서 실제 재무제표상에 어떤 변화를 초래하는지를 추적하는 등의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겠죠..

    개인적으로 금융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은행'에 대해 나름대로 생생한 모습을 그려주고 있는 '은행을 털자' 시리즈가 도움이 되었습니다. 실제 지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업무를 나름대로 잘 표현하고 있어 은행에 근무하지 않았더라도 대략 분위기를 파악하기 쉽더군요. 물론 소설이라 현실과는 차이가 좀 나겠죠.ㅋ http://
    2007.04/11 13:51 답글쓰기
  • ValueSniper
    2007.04/1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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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꿀곰
    제가 작년부터 금융업에 투자를 하고 있는데 실적이 좋지 않아서 어떻게 할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다시 공부를 해서 결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무식하게 대충 투자를 하다보니 그렇겠죠 ^^
    다시 함 힘을 내야겠습니다.http://
    2007.04/11 17:57 답글쓰기
  • 꿀곰
    2007.04/1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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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illionaire
    역시 실전사례로 겪어봐야..ㅎㅎhttp://
    2007.04/11 18:52 답글쓰기
  • billionaire
    2007.04/1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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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토스만세
    정말 대단하십니다. 내공이 묻어나는 글 같습니다 ^^
    금융업에 대한 기본을 정말 깔끔하게 잘 정리하셨네요 ^^http://
    2007.04/12 08:47 답글쓰기
  • 치토스만세
    2007.04/1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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