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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돼지보다 마음을 먼저 잡아라
편집자주
투자대가,그레이엄,워렌버핏,존 템플턴
2007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황금 돼지해라는데 누구나 재테크에 성공할 꿈에 젖게 마련이고, 이럴 때 돈 버는 비법이 없을까 한번쯤은 골몰할 법하죠. 투자에서는 비법이 정말중요할까요? 그런데 세계적으로 투자에 성공한 대가들은 정작 중요한 것은 비법이 아니라, 자기 자신 즉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라고 한결같이 증언한답니다. 왜 그럴까요? “위대한 투자자는 감정 통제에 능했다”
사람들은 평소에는 이성적이다가도 돈에 연관되면 어느새 감정적으로 변해버립니다.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인 제시 리버모어는 “월 스트리트의 사람들이 초보자도 아니고, 삼류는 더더욱 아닌데도 돈을 잃는 것은 시장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자신 때문이다. 그들은 두뇌가 있지만 침착하지 못했다.”고 단언했어요.
위대한 투자자는 스스로의 감정을 통제하는데 탁월한 면이 있습니다. 돈과 관련된 인간의 감정은 탐욕과 공포가 대표적이죠. 이런 감정은 인간의 비이성적인 면을 건드리고 그릇된 판단과 잘못된 선택을 하게 만듭니다. 예컨대 주식시장이 결코 효율적이지 못하고, 조울증 환자처럼 오락가락하는 것은 왜일까요? 그것은 주식시장이 인간의 감정이 빚어내는 결과물이 응축된 집합장인 까닭이 아닐까요?
이는 한편으론 감정을 통제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반면, 감정에 휩싸여 비이성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은 실패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하죠. 좋은 주식이 내재가치 이하로 거래되는 '이상한 일'은 이처럼 공포와 두려움에 쌓인 인간의 비이성적인 측면 때문에 빚어지는 것이랍니다.
'주식투자 절대불변의 법칙'의 저자이자 주식 투자자인 마이클 신시어는 “아무리 많은 것을 배운다 해도 감정을 통제할 수 없으면 결국 돈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합니다.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면 투자의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거죠. 함정이란 다름 아닌 싸구려 주식, 단타 매매, 외상 매매, 특급 정보 같은 것입니다. 그는 감정을 통제하기 전까지는 이런 함정에 곧잘 걸려들었으며 주식시장을 카지노라고 생각하는 도박꾼이었다고 고백했어요. 그러나 스스로의 감정상의 약점과 단점을 파악하고 감정을 통제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투자의 함정을 피해 인내심을 가지고, 장기적 전망에 따라 좋은 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투자는 무엇이고, 투기는 무엇인가?
벤저민 그레이엄도 비슷한 점을 강조했어요. 감정 통제를 잘해 이성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하는 것은 '투자'이고, 그렇지 못하면 '투기'라는 것이죠. 그에 따르면 투자자는 냉정함, 인내심, 이성적 판단 등의 기질이 있는 사람인 반면, 투기자는 불안감, 초조감, 비이성적인 기질이 강한 사람들이라는 거에요.
예컨대 상승장에서 사람들은 혹시라도 자신만 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것 아닌가하는 초조감 때문에 무턱대고 큰 돈을 가지고 파티장을 찾아가는 우를 범하곤 하죠. 이를 두고 워렌 버핏은 “제대로 된 투자자는 파티에 동참하지 않는 것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준비가 안 된 채로 파티에 가는 것”이라고 경고했어요.
사람들은 또한 하락장에서 돈을 더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과 두려움에 쌓여 투매에 동참하기 바쁘죠. 마치 앞 쥐만 보고 따라가다 하나둘씩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는 레밍쥐 떼와 비슷한거죠. 그러나 제대로 된 투자자는 남들이 공포에 떨고 있을 때 홀연히 투자를 시작하거나,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본답니다. 사고 싶은 주식이 생겼다고 덜컥 사지 않는 것은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과정이기도 하죠. 하지만 사람들은 대개 쉽게 주식을 사버리는 우를 범해요. 문제는 살 때는 쉽게 샀지만 팔 때는 피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는 점 아닐까요?
버핏은 좋은 인내심 실습법을 가르쳐줍니다. 바로 '펀치 카드' 투자법이란거죠. 평생을 살면서 딱 20번 구멍을 낼 수 있는 펀치 카드만큼 투자할 수 있는 횟수가 정해졌다고 생각하라는 것이죠. 그러면 배가 고프다고 덜컥 아무 음식이나 입안으로 집어넣고 보는 일은 없이 것처럼 투자도 신중해질 것이라는 조언입니다.
그의 평생 친구 찰리 멍거는 워렌 버핏에게 '오판의 심리'(psychology of misjudgment)란 개념을 설파했어요. 좀 어렵죠?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하는가를 연구한 것이랍니다. 멍거는 그 이유로 '사람들의 뇌가 분석을 할 때 지름길을 좋아해 너무나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고, 쉽게 오해하고, 쉽게 속임수에 넘어 간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멍거는 이런 심리적인 측면을 연구한 끝에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이중 분석법을 습관화했어요.
첫째, 이성적이라면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와 둘째, 무의식적으로 감정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인지 돌아본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이중 분석법까지 연구하게 된 데는 멍거 역시 '오판의 심리' 때문에 엄청난 손실을 봤기 때문이죠.
다시 그레이엄으로 돌아갈까요.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당신의 생각이 잘못됐다고 할 수 없으며 판단의 근거와 자료가 옳다고 생각한다면 옳은 것”이라고 강조했답니다. 남들이 모두 팔고 있을 때 홀연히 살 수 있으려면 극도의 공포감과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려면 자기 확신과 단련이 필요합니다. 사고 싶은 주식이라도 적절한 가격이 되지 않으면 사지 않고 기다리는 인내심도 워렌 버핏 같은 위대한 투자자가 가진 장점인 셈입니다.
“남들과 달라야 한다.”
투자의 대가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은 그들이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군중과 함께 가지 않고, 대중과 똑같이 생각하지도 않는거랍니다. 그래서 소수일 수 밖에 없죠. 따라서 그들은 고독한 사람들이에요. 고독을 즐기려고 한 것이 아니라, 성공하는 투자법을 좇다보니 소수가 됐고, 고독을 감수해야하는 상황이 된 것 아닐까요? 그들을 가장 잘 어우르는 표현이 역발상(contrarian)입니다. 남들과 반대로 생각한다는 것이죠.
가치투자자이자, 대표적인 역발상 투자자인 존 템플턴 경은 “대다수보다 나은 실적을 내려면 대다수가 하지 않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남과 같이 하면 남과 같은 결과를 얻을 뿐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그는 시장에 비관론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투자하고, 낙관론이 팽배했을 때 파는 역발상 투자를 실천했어요.
그런데 이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잘 아시죠? 공포와 탐욕이라는 감정의 지배를 받는 게 인간이기 때문이죠. 자신의 결정과 판단이 맞다고 확신했다가도 남들과 다른 길을 가면 불안해지기 때문에 인내심과 고독을 극복할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한 것입니다.
템플턴은 많은 사람들이 예측과 추세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가치에 초점을 맞춘다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치투자를 지지하는 발언도 했어요. 모두 역발상이죠. 역발상 투자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실천하는 데이비드 드레먼은 “많은 사람들이 역발상 투자를 결국 포기하고 마는데 이는 고독감을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전문가들의 조언에 반대로 가고, 상승하는 주식과 반대로 가고, 인터넷처럼 인기를 끄는 분야에 반대로 간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죠.
투자 대가들이 고독할 수밖에 없는 것은 자신이 세운 원칙을 끝까지 지키는 데는 필연적으로 고독감을 수반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설령 고집이라고 해도 주류를 이루는 다수에 편승하지 않으려면 고독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누가 고독을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투자법을 지키는데 불가피하게 고독은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감정이었던 셈이었고, 그들은 그것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감정을 먼저 다스린 것이죠. 이제, 2007년 올 한해 당신이 투자에 성공하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할 지는 결정됐습니다. 황금 돼지를 잡으려면 먼저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는 것,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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