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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랠리 기대감에서 어느 비관론자의 변
글을 시작하면서
연말이 다가오면서 각 증권사들마다 12월 전말과 내년도 증시 전망치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시장을 예측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를 고려한다면, 또 결국 투자에서 불확실한 시장보다는 기업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시장에 대한 예측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하수 투자자의 꼼수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국의 기업들의 상당수가 경기변동성에 민감하다는 사실과 시장의 방향성에 대한 예측은 시장상황의 변화에 따른 대응시나리오를 미리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최근 시황전망에 대한 여러 보고서나 기사를 보면 한결같이 시장에 대한 낙관론이 팽배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장 올해 12월부터 지수가 전고점을 뚫는 산타랠리가 진행될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증시에서 존재하는 비관론과 낙관론의 대결은 사라지고, 완전하게 낙관론만이 득세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절대적인 의견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낙관론이 득세하는 이 시점에서 비관론적인 의견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도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의미있을 것입니다.
2003년부터 주식시장의 호황에 대한 회고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몇 년전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한 가지 사건에 대해서 언급하겠습니다. 2004년 아직 종합지수가 900포인트 내외에 머물러있을 무렵에, 가족들 간의 모임에 참석했을 때 한의사를 개업한지 몇 년이 된 사촌형과 주식이야기를 하다가 의견충돌이 있었습니다. 그 형은 우리시대의 일반적인 중산층처럼 재테크로써 부동산이 최고이며 주식은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한 분이셨습니다. 더욱이 한의사를 개업하면서 경험한 일반 자영업자나 서민들의 생활수준이 계속 안 좋아지는 상황을 보면서, 당분간 주식이 의미있게 상승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중소자영업자들이나 월급쟁이들을 대상으로 한 내수경기만을 고려한다면 그 형의 주장은 타당했습니다.
하지만 그 형은 국내대기업들이 주축이 된 수출기업들이 IMF를 극복하면서 강화된 체질을 바탕으로 중국경제의 호황을 기반으로 한 세계경제의 상승세와 3저(원화가치, 원자재, 금리)를 이유로 사상 최고의 이익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내수기업들도 강화된 체질을 바탕으로 M&A와 대형화를 추진하면서 최고의 이익을 올리고 있었음을 알지 못했습니다.
또한 중국에 대한 주식투자가 힘든 상황에서 중국경제호황의 수혜를 그대로 누릴 수 있는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과 적립식펀드를 중심으로 한 기관자금이 새로운 유동성 장세를 만들어 낼 줄도 몰랐습니다. 그 이후 주식시장은 꾸준히 올라서 코스피지수가 1,464.70까지 상승했다가 조정을 받고 다시 전고점 돌파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지금까지의 지수상승의 논거가 다소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듭니다.
수출기업들의 3중고 ; 경쟁심화, 환율하락, 금리와 원자재가격의 상승
우선 수출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여러 상황들이 다소 바뀌고 있습니다.
첫째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시장확대에 이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조짐이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이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경제권의 경제성장율이 지속되기는 하지만 과거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자국기업들과 선진국 기업들의 도전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국기업들이 최근 급격히 성장하면서 자국시장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주요수출상품의 경쟁자로 부각한 점과 일본기업들이 장기불황의 파고를 넘어서 최고의 순익을 기록하자 공격적인 경영으로 전환한 점은 한국기업들에게 심각한 위험이 되고 있습니다. 얼마전 막을 내린 중국 베이징 모터쇼에서 보여준 중국자동차업체들의 약진과 그동안 독일계와 한국계에 다소 밀린 모습을 보였던 일본계 자동차업체들의 반격은 최근 한국기업들의 상황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모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더욱이 내년도 세계경제전망에 대한 여러 의견들을 종합하면 적어도 올해보다는 나빠질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인 점도 부담스러운 부분입니다.
둘째 최근 불안하게 진행되는 환율상황입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이 경이적인 수출성장세를 보여준 원인 중에는 환율이 높은 상태로 유지된 측면도 강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높은 환율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현 정권이 18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여해서 환율을 방어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환율방어가 옳고 그름을 떠나서, 정부에 의한 인위적인 환율방어로 인해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결국 환율방어를 포기하자 환율은 급격히 하락했습니다. 여기에 사상최대의 국제수지 흑자가 지속되면서 최근 환율하락폭이 다른 수출경쟁국들보다 컸습니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다시 환율시장에 개입해 겨우 원/달러 930원을 유지할 정도로 환율이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하반기 들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환율하락폭이 과도했기 때문에, 원/달러환율이 달러화 약세로 인해 경쟁국가들의 환율하락폭보다 작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급격한 환율하락으로 인해서, 조선회사를 중심으로 한 수출기업들은 수년 뒤 매출로 발생할 달러까지 팔아치울 정도로 환율안정에 대해서 신뢰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정부의 환율방어시도는 이미 발생한 엄청난 규모의 환율방어손실로 인해서 한계가 생길 수 있습니다. 물론 발권력을 총동원하면 환율방어는 가능하지만, 정권말기에 그런 일에 대한 책임을 질만한 사람이 있을지를 생각하면 부정적입니다.
좀 더 확인을 해야겠지만 단기적으로 환율하락이 확대되어 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그리고 이 경우 수출을 주력하는 기업들의 이익회복은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현재의 환율수준자체가 최근 몇 년간 최저수준이므로 단기적으로는 현 수준에서도 지속적으로 이익을 확대할 여력이 되는 회사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셋째는 원자재 가격과 금리의 변동추이입니다. 2006년 11월 30일 대우증권에서 나온 “[철강금속]2007년 세계 비철금속 수급 전망”을 보면, 내년도 주요비철금속의 수급상황은 올해보다 개선되기는 하겠지만, 가격적인 면에서는 강세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비철금속뿐만 아니라 석유를 포함한 원자재가격도 적어도 현재의 수준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입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하락폭이 심화되지 않는 중립적인 상황이 최선이라는 것입니다.
또 다른 변수인 금리의 경우 최근 한국은행이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은 인상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소한 소폭이나마 단계적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증시의 주요기업들이 차입금이 거의 없기 때문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으나, 금리의 인상은 여러 비용들과 주식에 대한 요구수익률을 상승시키기 때문에 주식에는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적으로 두가지 변수 모두 현재로써는 중립적인 상황이 최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수회복의 복병 가계부채의 확대+원자재/금리 상승
내수기업들도 여러 가지 상황을 보면 부정적인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중에서 최근 급증한 가계부채로 인해서 소비가 감소하고 금융기관의 부실가능성이 증가하면, 이는 내수회복에 심각한 저해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2006년 11월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4분기 가계신용동향”에 따르면 가계신용은 560조원에 다다르는데, 이 금액은 절대규모에서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뿐만 아니라, GDP대비 비율면에서도 2002년말 카드대란시의 64%를 넘어서는 규모입니다. 더욱이 전년동기대비 올해 3/4분기까지의 가계신용증가율 10.4%는 2/4분기(3/분기 자료는 아직 미발표)까지의 국민소득증가율 5.3%의 두 배나 됩니다. 이러한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이 주택담보대출 때문이며, 최근 부동산시장의 과열논쟁이 심화되고 금리인상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이 2006년 11월 27일 매일경제신문에 실린 “‘빅4’은행 총괄부행장에게 듣는 2007년 전략”이라는 기사를 보면 4대은행 모두 내년 경영계획을 “외형성장보다는 수익구조 개선에 집중한다”고 합니다. 최상운 신한은행 부행장은 “부동산 경기하락과 세금증가, 기업투자 감소 등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소비위축이 심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경제성장률 4%대와 소비자 물가상승률 3% 정도를 감안해 7% 정도 시장 수준 성장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밖에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환율하락은 수입물가를 하락시켜 소비를 활성화할 수도 있으나, 곡물을 포함한 원자재가격의 상승과 금리의 인상으로 인한 소비감소 효과가 더욱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몇 년간 성장세를 구사했던 건설경기도 최근의 부동산 가격상승의 폭이 과도했고, 한국은행이 과잉유동성축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내년도에 대선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증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한계에 부딛칠 수도 있습니다.
수급의 양축인 외국인과 기관에서의 문제점
2003년 이후 유입된 외국인자금과 2004년 이후 유입된 적립식펀드를 중심으로 한 기관자금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선 외국인자금은 향후에도 당분간 지속적으로 매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2006년 11월 28일 한화증권에서 나온 “2007년, 외국인을 생각한다”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최근 한국시장에서의 외국인매도가 단순히 글로벌 유동성이 줄어든 것 때문이 아니라 값싸게 매수한 한국주식에 대한 이익실현 때문입니다. 위 보고서에서는 내년에는 증시여건이 개선되고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할 것이므로 매도의 강도는 악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는데, 그럼에도 내년도에도 매도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위 조건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에는 매도강도가 더 강화될 수가 있습니다.
또한 외국인들의 한국주식시장 진입원인 중에 하나가 중국시장에 대한 대체효과 때문임을 고려하면, 최근 중국시장에 대한 자본투자가 확대되는 상황은 한국 주식시장에 부정적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몇 개월 전 중국은행들의 대규모 IPO시 한국의 은행주식들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도가 유독 강했던 점은 그런 사실을 확인시켜줍니다.
더욱이 기관의 자금들도 생각만큼 녹녹치 않습니다.
우선 기관자금의 한축을 이룬 적립식펀드부터 살펴보겠습니다. 2004년 3월부터 시작한 적립식펀드의 3년 만기가 2007년부터 돌아오기 시작하는데(2007년 1조 4천억원, 2008년 8조원), 이미 충분한 수익을 거둔 이들이 사상 최고점을 경신한 시점에서 지금처럼 계속 펀드를 유지할지는 고민해야 합니다.
특히 올해 들어서 펀드수익률이 안 좋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올해 들어 부동산시장의 호황으로 내집마련을 위해 펀드를 비롯한 금융자산을 해약한 사람들이 증가했다는 기사(2006년 11월 27일 동아일보 “예금-펀드 깨서 아파드에 다걸기---백기 든 ‘금융재테크’”)를 보면, 사실여부에 대한 판단은 더 고민을 해보더라도 펀드로의 자금유입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요즘 기관 매수세가 주춤한 이유로 지난해와 올해 일간 주식형 펀드유입액을 분석해보면 1350~1400 사이에 35%가 몰려 있는데, 이들이 지난 5월 주가 급락 때부터 6개월 동안의 마음고생을 했다가 최근에 이를 덜어내기 위한 펀드 환매를 시도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2006년 11월 29일 매경이코미 “1,400 돌파 이후 기관 매수세 주춤, 이유는?”)
실제로 2006년 10월 주식형펀드의 증가는 8,376억으로 1개월 전인 9월 증가액 1조 1,217억원보다 증가세가 감소했습니다. 10월 셋째주 펀드 중도환매액 8조 4,931억원은 동 기간동안의 신규 설정금액 2조 4,507억원을 훨씬 초과합니다. 더욱이 최근에 인기를 끈 해외펀드를 제외하면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변액보험의 경우도 증가세가 정체된 것은 확실합니다. 보험개발원이 2006년 11월 21일 밝힌 “2007년 보험사업의 주요 지표전망과 추진과제”를 보면, 생명보험은 그간 시장성장을 주도한 변액보험의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퇴직연금시장의 정착도 지연되면서 2006년 성장예측치인 8.9%보다 낮은 7.4%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실제로 생명보험 1위인 삼성생명은 작년 7월부터 변액유니버설보험 적립형 상품 판매를 중단했고, 최근에도 저축성보험보다는 보장성보험 판매에 주력한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실제로 인터넷을 돌아다니다보면 고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인 것으로 현혹당한 변액보험에 대한 불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기관들이 환매요구로 윈도드레싱보다 뭘 팔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기사도 나오고 있습니다.(2006년 11월 24일 머니투데이 “[오늘의포인트]연말랠리 언제쯤...”)
최근 주식시장을 보면, 지수는 오르지만 매수의 상당부분이 프로그램매수에 의하며 이로 인해 매수차익잔고가 4조 1천억원을 돌파했습니다. 물론 베이시스나 연말 배당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물량은 별 부담이 없다는 의견이 대세이기는 하지만, 프로그램 매수라는 것이 지크의 콩나무처럼 무한정 늘어날 수는 없고 언젠가는 정리해야 할 물량이라면 현재의 상황에서 4조원 이상의 물량을 누가 매수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습니다.
만일 위와 같은 문제점들이 시장에 제기되어서 시장이 하락한다면, 이번의 하락은 북핵사태처럼 일시적인 하락으로 끝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위에서 제기된 문제들은 시장의 질과 수급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이므로 몇 일내에 쉽게 해결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다시 한 번 몇 개월 혹은 그 이상의 시련의 시기가 올 수도 있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지금까지 현재시장에 대한 비관적인 측면을 살펴보았습니다. 물론 위의 비관적인 상황이 모두 실현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모든 상황이 꾸준히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올 하반기 주식시장은 꾸준히 상승했으므로 앞으로도 계속 주가는 오를 수도 있습니다.
또한 기업의 실적이 개선된다는 기관들의 분석이 정확하다면, 위와 같은 의견들은 단편적인 사실들을 침소봉대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잘 나갈 때 조심하라”는 세간의 말처럼 현재의 낙관론이 득세하는 상황에서 그 반대적 측면에서 생각해보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있다고 봅니다. 주식시장에서 보수적일 경우 최악의 상황은 실현할 수 있었던 수익의 미실현뿐이지만, 공격적일 경우 최악의 상황은 소중한 원금의 손실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각 증권사들마다 12월 전말과 내년도 증시 전망치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시장을 예측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를 고려한다면, 또 결국 투자에서 불확실한 시장보다는 기업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시장에 대한 예측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하수 투자자의 꼼수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국의 기업들의 상당수가 경기변동성에 민감하다는 사실과 시장의 방향성에 대한 예측은 시장상황의 변화에 따른 대응시나리오를 미리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최근 시황전망에 대한 여러 보고서나 기사를 보면 한결같이 시장에 대한 낙관론이 팽배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장 올해 12월부터 지수가 전고점을 뚫는 산타랠리가 진행될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증시에서 존재하는 비관론과 낙관론의 대결은 사라지고, 완전하게 낙관론만이 득세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절대적인 의견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낙관론이 득세하는 이 시점에서 비관론적인 의견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도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의미있을 것입니다.
2003년부터 주식시장의 호황에 대한 회고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몇 년전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한 가지 사건에 대해서 언급하겠습니다. 2004년 아직 종합지수가 900포인트 내외에 머물러있을 무렵에, 가족들 간의 모임에 참석했을 때 한의사를 개업한지 몇 년이 된 사촌형과 주식이야기를 하다가 의견충돌이 있었습니다. 그 형은 우리시대의 일반적인 중산층처럼 재테크로써 부동산이 최고이며 주식은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한 분이셨습니다. 더욱이 한의사를 개업하면서 경험한 일반 자영업자나 서민들의 생활수준이 계속 안 좋아지는 상황을 보면서, 당분간 주식이 의미있게 상승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중소자영업자들이나 월급쟁이들을 대상으로 한 내수경기만을 고려한다면 그 형의 주장은 타당했습니다.
하지만 그 형은 국내대기업들이 주축이 된 수출기업들이 IMF를 극복하면서 강화된 체질을 바탕으로 중국경제의 호황을 기반으로 한 세계경제의 상승세와 3저(원화가치, 원자재, 금리)를 이유로 사상 최고의 이익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내수기업들도 강화된 체질을 바탕으로 M&A와 대형화를 추진하면서 최고의 이익을 올리고 있었음을 알지 못했습니다.
또한 중국에 대한 주식투자가 힘든 상황에서 중국경제호황의 수혜를 그대로 누릴 수 있는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과 적립식펀드를 중심으로 한 기관자금이 새로운 유동성 장세를 만들어 낼 줄도 몰랐습니다. 그 이후 주식시장은 꾸준히 올라서 코스피지수가 1,464.70까지 상승했다가 조정을 받고 다시 전고점 돌파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지금까지의 지수상승의 논거가 다소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듭니다.
수출기업들의 3중고 ; 경쟁심화, 환율하락, 금리와 원자재가격의 상승
우선 수출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여러 상황들이 다소 바뀌고 있습니다.
첫째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시장확대에 이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조짐이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이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경제권의 경제성장율이 지속되기는 하지만 과거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자국기업들과 선진국 기업들의 도전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국기업들이 최근 급격히 성장하면서 자국시장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주요수출상품의 경쟁자로 부각한 점과 일본기업들이 장기불황의 파고를 넘어서 최고의 순익을 기록하자 공격적인 경영으로 전환한 점은 한국기업들에게 심각한 위험이 되고 있습니다. 얼마전 막을 내린 중국 베이징 모터쇼에서 보여준 중국자동차업체들의 약진과 그동안 독일계와 한국계에 다소 밀린 모습을 보였던 일본계 자동차업체들의 반격은 최근 한국기업들의 상황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모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더욱이 내년도 세계경제전망에 대한 여러 의견들을 종합하면 적어도 올해보다는 나빠질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인 점도 부담스러운 부분입니다.
둘째 최근 불안하게 진행되는 환율상황입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이 경이적인 수출성장세를 보여준 원인 중에는 환율이 높은 상태로 유지된 측면도 강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높은 환율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현 정권이 18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여해서 환율을 방어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환율방어가 옳고 그름을 떠나서, 정부에 의한 인위적인 환율방어로 인해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결국 환율방어를 포기하자 환율은 급격히 하락했습니다. 여기에 사상최대의 국제수지 흑자가 지속되면서 최근 환율하락폭이 다른 수출경쟁국들보다 컸습니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다시 환율시장에 개입해 겨우 원/달러 930원을 유지할 정도로 환율이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하반기 들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환율하락폭이 과도했기 때문에, 원/달러환율이 달러화 약세로 인해 경쟁국가들의 환율하락폭보다 작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급격한 환율하락으로 인해서, 조선회사를 중심으로 한 수출기업들은 수년 뒤 매출로 발생할 달러까지 팔아치울 정도로 환율안정에 대해서 신뢰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정부의 환율방어시도는 이미 발생한 엄청난 규모의 환율방어손실로 인해서 한계가 생길 수 있습니다. 물론 발권력을 총동원하면 환율방어는 가능하지만, 정권말기에 그런 일에 대한 책임을 질만한 사람이 있을지를 생각하면 부정적입니다.
좀 더 확인을 해야겠지만 단기적으로 환율하락이 확대되어 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그리고 이 경우 수출을 주력하는 기업들의 이익회복은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현재의 환율수준자체가 최근 몇 년간 최저수준이므로 단기적으로는 현 수준에서도 지속적으로 이익을 확대할 여력이 되는 회사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셋째는 원자재 가격과 금리의 변동추이입니다. 2006년 11월 30일 대우증권에서 나온 “[철강금속]2007년 세계 비철금속 수급 전망”을 보면, 내년도 주요비철금속의 수급상황은 올해보다 개선되기는 하겠지만, 가격적인 면에서는 강세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비철금속뿐만 아니라 석유를 포함한 원자재가격도 적어도 현재의 수준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입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하락폭이 심화되지 않는 중립적인 상황이 최선이라는 것입니다.
또 다른 변수인 금리의 경우 최근 한국은행이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은 인상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소한 소폭이나마 단계적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증시의 주요기업들이 차입금이 거의 없기 때문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으나, 금리의 인상은 여러 비용들과 주식에 대한 요구수익률을 상승시키기 때문에 주식에는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적으로 두가지 변수 모두 현재로써는 중립적인 상황이 최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수회복의 복병 가계부채의 확대+원자재/금리 상승
내수기업들도 여러 가지 상황을 보면 부정적인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중에서 최근 급증한 가계부채로 인해서 소비가 감소하고 금융기관의 부실가능성이 증가하면, 이는 내수회복에 심각한 저해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2006년 11월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4분기 가계신용동향”에 따르면 가계신용은 560조원에 다다르는데, 이 금액은 절대규모에서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뿐만 아니라, GDP대비 비율면에서도 2002년말 카드대란시의 64%를 넘어서는 규모입니다. 더욱이 전년동기대비 올해 3/4분기까지의 가계신용증가율 10.4%는 2/4분기(3/분기 자료는 아직 미발표)까지의 국민소득증가율 5.3%의 두 배나 됩니다. 이러한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이 주택담보대출 때문이며, 최근 부동산시장의 과열논쟁이 심화되고 금리인상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이 2006년 11월 27일 매일경제신문에 실린 “‘빅4’은행 총괄부행장에게 듣는 2007년 전략”이라는 기사를 보면 4대은행 모두 내년 경영계획을 “외형성장보다는 수익구조 개선에 집중한다”고 합니다. 최상운 신한은행 부행장은 “부동산 경기하락과 세금증가, 기업투자 감소 등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소비위축이 심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경제성장률 4%대와 소비자 물가상승률 3% 정도를 감안해 7% 정도 시장 수준 성장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밖에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환율하락은 수입물가를 하락시켜 소비를 활성화할 수도 있으나, 곡물을 포함한 원자재가격의 상승과 금리의 인상으로 인한 소비감소 효과가 더욱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몇 년간 성장세를 구사했던 건설경기도 최근의 부동산 가격상승의 폭이 과도했고, 한국은행이 과잉유동성축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내년도에 대선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증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한계에 부딛칠 수도 있습니다.
수급의 양축인 외국인과 기관에서의 문제점
2003년 이후 유입된 외국인자금과 2004년 이후 유입된 적립식펀드를 중심으로 한 기관자금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선 외국인자금은 향후에도 당분간 지속적으로 매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2006년 11월 28일 한화증권에서 나온 “2007년, 외국인을 생각한다”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최근 한국시장에서의 외국인매도가 단순히 글로벌 유동성이 줄어든 것 때문이 아니라 값싸게 매수한 한국주식에 대한 이익실현 때문입니다. 위 보고서에서는 내년에는 증시여건이 개선되고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할 것이므로 매도의 강도는 악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는데, 그럼에도 내년도에도 매도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위 조건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에는 매도강도가 더 강화될 수가 있습니다.
또한 외국인들의 한국주식시장 진입원인 중에 하나가 중국시장에 대한 대체효과 때문임을 고려하면, 최근 중국시장에 대한 자본투자가 확대되는 상황은 한국 주식시장에 부정적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몇 개월 전 중국은행들의 대규모 IPO시 한국의 은행주식들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도가 유독 강했던 점은 그런 사실을 확인시켜줍니다.
더욱이 기관의 자금들도 생각만큼 녹녹치 않습니다.
우선 기관자금의 한축을 이룬 적립식펀드부터 살펴보겠습니다. 2004년 3월부터 시작한 적립식펀드의 3년 만기가 2007년부터 돌아오기 시작하는데(2007년 1조 4천억원, 2008년 8조원), 이미 충분한 수익을 거둔 이들이 사상 최고점을 경신한 시점에서 지금처럼 계속 펀드를 유지할지는 고민해야 합니다.
특히 올해 들어서 펀드수익률이 안 좋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올해 들어 부동산시장의 호황으로 내집마련을 위해 펀드를 비롯한 금융자산을 해약한 사람들이 증가했다는 기사(2006년 11월 27일 동아일보 “예금-펀드 깨서 아파드에 다걸기---백기 든 ‘금융재테크’”)를 보면, 사실여부에 대한 판단은 더 고민을 해보더라도 펀드로의 자금유입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요즘 기관 매수세가 주춤한 이유로 지난해와 올해 일간 주식형 펀드유입액을 분석해보면 1350~1400 사이에 35%가 몰려 있는데, 이들이 지난 5월 주가 급락 때부터 6개월 동안의 마음고생을 했다가 최근에 이를 덜어내기 위한 펀드 환매를 시도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2006년 11월 29일 매경이코미 “1,400 돌파 이후 기관 매수세 주춤, 이유는?”)
실제로 2006년 10월 주식형펀드의 증가는 8,376억으로 1개월 전인 9월 증가액 1조 1,217억원보다 증가세가 감소했습니다. 10월 셋째주 펀드 중도환매액 8조 4,931억원은 동 기간동안의 신규 설정금액 2조 4,507억원을 훨씬 초과합니다. 더욱이 최근에 인기를 끈 해외펀드를 제외하면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변액보험의 경우도 증가세가 정체된 것은 확실합니다. 보험개발원이 2006년 11월 21일 밝힌 “2007년 보험사업의 주요 지표전망과 추진과제”를 보면, 생명보험은 그간 시장성장을 주도한 변액보험의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퇴직연금시장의 정착도 지연되면서 2006년 성장예측치인 8.9%보다 낮은 7.4%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실제로 생명보험 1위인 삼성생명은 작년 7월부터 변액유니버설보험 적립형 상품 판매를 중단했고, 최근에도 저축성보험보다는 보장성보험 판매에 주력한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실제로 인터넷을 돌아다니다보면 고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인 것으로 현혹당한 변액보험에 대한 불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기관들이 환매요구로 윈도드레싱보다 뭘 팔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기사도 나오고 있습니다.(2006년 11월 24일 머니투데이 “[오늘의포인트]연말랠리 언제쯤...”)
최근 주식시장을 보면, 지수는 오르지만 매수의 상당부분이 프로그램매수에 의하며 이로 인해 매수차익잔고가 4조 1천억원을 돌파했습니다. 물론 베이시스나 연말 배당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물량은 별 부담이 없다는 의견이 대세이기는 하지만, 프로그램 매수라는 것이 지크의 콩나무처럼 무한정 늘어날 수는 없고 언젠가는 정리해야 할 물량이라면 현재의 상황에서 4조원 이상의 물량을 누가 매수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습니다.
만일 위와 같은 문제점들이 시장에 제기되어서 시장이 하락한다면, 이번의 하락은 북핵사태처럼 일시적인 하락으로 끝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위에서 제기된 문제들은 시장의 질과 수급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이므로 몇 일내에 쉽게 해결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다시 한 번 몇 개월 혹은 그 이상의 시련의 시기가 올 수도 있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지금까지 현재시장에 대한 비관적인 측면을 살펴보았습니다. 물론 위의 비관적인 상황이 모두 실현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모든 상황이 꾸준히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올 하반기 주식시장은 꾸준히 상승했으므로 앞으로도 계속 주가는 오를 수도 있습니다.
또한 기업의 실적이 개선된다는 기관들의 분석이 정확하다면, 위와 같은 의견들은 단편적인 사실들을 침소봉대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잘 나갈 때 조심하라”는 세간의 말처럼 현재의 낙관론이 득세하는 상황에서 그 반대적 측면에서 생각해보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있다고 봅니다. 주식시장에서 보수적일 경우 최악의 상황은 실현할 수 있었던 수익의 미실현뿐이지만, 공격적일 경우 최악의 상황은 소중한 원금의 손실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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