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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성자산만 400억.."쿠쿠 하세요"
보통 “쿠쿠” 하면 서양에서는 뻐꾸기 울음소리를 의미한다. 그런데 뻐꾸기 울음소리와 전기밥솥 브랜드의 대명사인 쿠쿠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쿠쿠 전기밥솥을 한번쯤 본 사람이면 이러한 의문을 가질 만 하다. 일단 전기밥솥으로 밥을 만들 때, 김 빠지는 소리가 “쿠~” 하는 게 비슷한 점이 있다.
하지만 전기밥솥의 쿠쿠라는 이름은 시간을 알려주는 뻐꾸기 울음소리에서 따왔다고 한다. 즉, 밥이 다 됐음을 “정확한 시간”에 알려주는 존재라는 의미로 사용하게 되었고, 나아가 고객이 제품에 바라는 다양한 니즈 역시 “정확히” 반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그 의미가 확장됐다고 한다.
쿠쿠는 국내 대표적인 강소형(强小型) 기업 중의 하나다. 특히, 3,500억 원 규모(연간 350만 대 규모)로 추산되고 있는 전기밥솥 시장에서 70%의 시장점유율로 독보적인 입지를 갖고 있다. 그런데 국내 전기밥솥시장은 대단히 특이한 시장으로 평가 받고 있다.
왜냐하면 전기밥솥은 괜한 우스개 소리로 갑부들이 집안 인테리어를 다 외제로 꾸민다고 해도 절대로 외제로 바꾸지 않는 아이템 중에 하나라고 할 정도로 국내 소비자들이 절대적인 충성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김치냉장고라고 한다.
물론 이 두 아이템이 국내의 독특한 식문화에서 비롯된 제품들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외국생활가전업체들이 진출하는데 한계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안정적인 시장이 중소기업 위주로 형성됐다는 점 역시 대단한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 진출했다가 자진 철수한 히스토리를 감안하면 쿠쿠의 현재 70% 시장점유율은 산전수전을 다 거친 영양가 높은 수치라 할 수 있다. 물론 경쟁업체인 웅진쿠첸과 부방테크론이 “타도! 쿠쿠”를 외치면서 공격적으로 신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한 번 쿠쿠에게 마음을 빼앗긴 아주머니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다면 쿠쿠는 어떻게 해서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을까?
쿠쿠는 네 회사로 이루어졌다. 쿠쿠전자, 쿠쿠홈시스, 쿠쿠산업, 그리고 쿠쿠기전이 그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쿠쿠하면 쿠쿠홈시스를 지칭한다. 특이한 점은 이들 네 회사가 쿠쿠 전기밥솥을 만드는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품생산의 수직계열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우선 쿠쿠산업과 쿠쿠기전은 밥솥 내의 부품을 담당하는 계열사로 밥솥의 외장용 코팅도료를 생산한다. 쿠쿠전자는 이들 부품들을 납품 받아서 압력밥솥을 만들고, 만들어진 제품은 쿠쿠홈시스를 통해 판매된다. 즉, 쿠쿠홈시스는 100% 유통회사이고, 그 외 회사들은 제조회사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쿠쿠홈시스의 매출액은 100% 상품매출로 잡힌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쿠쿠홈시스가 단순한 유통판매회사인데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은 쿠쿠전자보다 높다는 점이다. 작년 기준으로 쿠쿠홈시스가 8.3%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반면에 쿠쿠전자는 7.6%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지분구조를 보면 해답이 나온다.
왜냐하면 쿠쿠홈시스의 대주주가 구자신 창업주의 두 아들인데 구본학 쿠쿠홈시스 부사장이 53%, 구본진 쿠쿠기전 기획실장이 47%의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밥솥을 만드는 쿠쿠전자의 대주주 역시 쿠쿠홈시스로 37.1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구자신 회장은 26.17%를 보유하고 있어 2대 주주다. 한 마디로 쿠쿠홈시스를 통해 회사의 역량이 집중돼 있고, 실제로 회사는 지분구조를 통해 이 방향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이러한 구조는 쿠쿠의 성장방향에 긍정적이다. 왜냐하면 쿠쿠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구본학 부사장의 열정과 마인드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전에 전기밥솥의 대명사로 불리우던 일본 조지루시의 코끼리 밥솥을 국내 시장에서 몰아낸 얘기는 이제는 전설로 남아있다.
쿠쿠가 국내 모 대기업의 OEM 업체로 제품을 납품하다가 IMF를 계기로 현재의 쿠쿠브랜드를 통해 강소형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구본학 부사장의 힘이 컸다. 구본학 부사장은 IMF 때, 모든 기업들이 판관비를 칼같이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쿠쿠의 제품력을 믿고 마케팅에 집중했다.
그리고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현금거래를 원칙으로 했다. 갓 OEM 업체를 벗어났기 때문에 자체적인 유통망이 전무했음에도 불구하고 유통업체들이 쿠쿠의 제품력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형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쿠쿠 자체의 기술력과 보수적인 원칙을 묵묵하게 지키고자 하는 구본학 부사장의 마인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쿠쿠는 마침내 70%의 시장점유율로 국내 전기밥솥시장의 1인자로 올라설 수 있게 됐다.
현재 전기밥솥은 국내의 독특한 식문화가 탄생시킨 아이템이다 보니 필수품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다시 말하면 웬만한 가정집에는 전기밥솥이 구비되어 있어 더 이상 성장여력이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쿠쿠는 전기밥솥을 단순히 밥만 짓는 도구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압력을 이용하면 찜 등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해서 밥솥의 기능을 확장하게 된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는 교체수요를 유발시킬 수 있고, 해외에서는 쌀문화 이외의 다양한 국가로까지 수출할 수 있는 모멘텀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외 발아현미기능 밥솥이나 가마솥 밥맛을 재현한 밥솥 역시 유연한 사고의 전환을 통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쿠쿠는 현재 차입금이 하나도 없고, 현금성자산만 40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형식적인 부채비율은 단지 41.2%에 지나지 않는다. 1,240억 원의 자산을 갖고, 2,500억 원 상당의 매출액을 발생시키고 있는 활동성 역시 돋보인다. 20억 원의 자본금에 이익잉여금은 무려 857억 원에 달한다.
물론 회사가 현금만 갖고 있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다양한 기능의 전기밥솥을 출시하면서 시장규모를 키우고 있지만 적절한 투자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쿠쿠는 지금의 주력분야와 동떨어진 분야로의 진출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신 비슷한 분야로의 점진적인 확장은 가능하다고 했는데 가습기와 진공청소기가 그 예라 할 수 있다. 상장계획 역시 아직은 없다고 한다. 상장의 근본적인 이유가 자금조달인데 쿠쿠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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