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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에 근거한 따뜻한(?) 갈굼
편집자주
그린버그,베어스턴스,회장님,메모,금융,월가,버핏
회장님의 메모
앨런 C. 그린버그 저 / 홍은주 역
이콘 / 294페이지
내가 다니는 회사의 사장님으로부터 “클립은 아껴 쓰고 봉투는 재활용하고 출장 가서는 가급적 노숙을 하길 권합니다”라는 이메일을 받았다면 과연 기분이 어떨까? 분명 쫀쫀한 사장 밑에서 더 이상 일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게다가 사람이 회사 자산의 전부인 투자 은행이라면 재고의 여지도 없이 사표를 써버리고 좀더 관대한 회사로 바로 이직을 해버릴지 모른다.
하지만 회장이 종이쪽지로 20년간 직원들을 갈궜음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 최고의 영업 실적과 낮은 이직률을 기록한 투자은행이 있다. 게다가 읽어보고 싶다는 사람들의 요청으로 보냈던 종이쪽지들이 모여 책으로까지 나왔다. 만천하에 갈굼의 실체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리더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 아이러니한 현상을 푸는 해답은 ‘회장님의 메모’라는 책 속에 있다. 저자는 메모를 보낸 당사자였던 앨런 그린버그 회장이다. 앨런 그린버그는 말단 사환으로 시작해 오랜 기간 CEO로 재직하며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를 탄탄한 기반 위에 세운 월가의 대표적인 금융 인사다.
일단 책장을 넘기면 그의 코드를 짐작할 수 있는 인물의 추천사가 나온다. 바로 워렌 버핏이다. 버핏은 그린버그 회장을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으로 인색하리만큼 검소하고 똑똑하고 고집스럽다”라고 묘사하며 이 책을 일컬어 ‘촌철살인의 유머로 최고의 조언을 해주는 경영서’라 평하고 있다.
그렇다. 그린버그 회장은 버핏처럼 유머가 넘치면서도 근검절약에 몸에 밴 사람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자존심 세고 럭셔리한 사무실에서 큰 돈장사를 하는 월가의 투자은행가들에게 주지시킨다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은퇴를 하면 팩시밀리 영업사원이 되어서 베어스턴스를 상대로 떼돈을 벌어보고 싶다던지, 특급우편 좀 보냈다고 페덱스가 우리 자회사냐고 되묻는 회장이 직원들의 눈에 곱게 보일리만은 없다.
하지만 책의 형태로 된 메모들을 쭉 읽어가다 보면 두 가지의 큰 토대 위에 서 있기에 클립 하나부터라도 아끼자는 회장의 잔소리가 진심으로 직원들에게 받아들여지고 그것들이 모여 결과적으로 전체 조직의 놀라운 실적으로 연결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두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논리가 매우 상식적이다. 우리나라 경영자들이 직원들에게 보내는 신년사 등을 보면 리엔지니어링, 식스시그마, 블루오션 등 당대에 유행하는 경영 화두가 꼭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그린버그 회장이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일관되게 얘기하는 내용은 고객에게 잘 해서 매출을 늘이고 내부적으로 비용을 최대한 아끼면 자연스레 이익이 나고 결과적으로 주가도 오른다는 것이다.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절대진리였기 때문에 그리고 회장님이 어느 순간 삘이 꽂히신 유행으로 치부되지 않았기 때문에 갈굼을 넘어 하나의 회사 문화로 정착될 수 있었다.
둘째, 직원들을 뜨겁게 사랑한다. 원래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진정한 애정이 있는 선생님만이 이런저런 잔소리를 한다. 그 누구도 남들에게 싫은 소리 듣는 걸 자청하고 싶어하진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그린버그 회장의 메모에서도 언뜻 보면 고집불통 영감이지만 자꾸 보다 보면 직원들을 진정으로 아끼는 마음에서 잔소리를 늘어놓는 따뜻한 할아버지의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예를 들어 클립 하나라도 아끼라고 얘기하는 구두쇠지만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 직원의 처자식을 위해서 15만 달러를 기꺼이 내어 놓는 후덕함이 공존하는 그런 매력이 있다.
2001년 그린버그 회장이 베어스턴스에서의 52년간 재직기간을 마치고 은퇴할 때 푸르덴셜 증권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로버트 스토발은 "따뜻한 마음과 다면적인 성격을 가진 타고난 금융인이었다. 특히 직원들을 지극히 아꼈다"고 그의 은퇴를 아쉬워했다고 한다.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약육강식의 월가에서 들을 수 있는 정말 예외적이면서도 최고의 찬사가 아니겠는가.
가치투자자에게는 이 책을 통해 이런 회장이 존재하는 회사를 찾아 투자하라는 평범한 조언 외에 한 가지 더 배울만한 점을 꼽을 수 있겠다. 업이 투자은행이고 그때그때의 상황을 반영한 메모들의 집합체이다 보니 비용 절감 외에도 그린버그 회장이 자본시장을 보는 관점이 언뜻언뜻 내비친다. 그 관점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역발상’이다. 장이 좋지 않을 때는 긍정적인 전망을 강조하고 장이 좋을 때는 겸손함을 강조한다. 너무나 상식적인 얘기지만 최고경영자가 일관되게 유지하는 이런 역발상적 접근이 부침이 심한 투자은행업계에서 베어스턴스를 70년 이상 연속 흑자를 기록한 전무후무한 존재로 만들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성공 투자의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우리나라의 많은 최고경영자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직원들에게 간접적으로 하기 위한 방법으로 ‘회장님의 메모’를 선물하는 방법을 이용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비용 절감, 높은 윤리성, 실적에 대한 압박이 책 한 권만으로 회사 구석구석까지 파고 들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일 수 있다. 그보다는 이 메모를 쓰게 된 그린버그 회장의 순수한 동기, 솔선수범하는 실천력 그리고 초지일관의 자세를 배웠으면 한다. 더불어 유머 감각까지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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