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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는 '감정'이 아니라 '이성'에서 출발

며칠 전 한 선배와 간단한 술자리에서 ‘사람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선배는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 하면서 ‘사람의 감정’이 얼마나 쉽게 변하는 것인지를 말했다. “군대에 가기 전에 사랑했던 여자가 있었어. 시간 날 때 마다 열심히 편지를 보내곤 했지. 그러다가 상병쯤 됐을 때였나? 갑자기 그 여자한테서 다른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편지를 받게 됐지. 당장 휴가를 얻어 그 여자를 만났지만 제대로 따지지도 못한 채 그냥 돌아와 버렸어. 그 후 몇 개월 지나니까 놀랍게도 내가 그 여자를 왜 사랑했는 지 의아해지 더라구” 선배는 그런 자신을 보면서 한동안 자책도 들었단다. 하지만 이제 ‘사람의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변하는 믿을 수 없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기 위해서는 오직 노력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사랑의 해부학’이라는 책에서 “사랑의 열정은 4년 정도 지속된다”고 주장했다. 이때 4년은 아이를 어느 정도 키워놓을 수 있는 기간으로,또 한 명의 아이를 낳지 않는 한 원시시대의 부부는 이때쯤 갈라서 제각기 다른 짝과 새로운 사랑을 엮어갔다는 것이다. 피셔는 이 ‘4년간의 갈망’이 현대의 이혼통계에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세계 62개 문화권을 연구한 결과 결혼한 지 4년째에 이혼율이 급속히 높아졌다는 것이다.

웬 생뚱맞게 사랑 타령이냐고 할 지 모르겠다. 투자에 있어 상당수 금융회사들이 ‘이 놈의 믿을 수 없는 사람의 감정’에 지나치게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많은 회사들이 투자자가 오면 설문지를 통해 ‘위험성향 (투자성향)’을 조사한다. 무슨 심리게임 비슷한 질문을 통과하면 바로 컴퓨터에서 “당신은 공격적인 투자성향이므로 주식에 70%, 채권에 20%, 유동성 자산에 10%를 투자하시기 바랍니다” 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리고 이에 따라서 투자할 금융상품이 정해진다. 마치 옛날 다방에서 본, 동전을 넣고 손잡이를 당기면 그날의 운수가 나오는 기계와 같은 꼴이다.

결국 이런 방식은 손바닥 뒤집듯이 변하기 쉬운 ‘사람의 감정’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기 때문에 결코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게다가 욕심많은 국내 투자자들은 어떤 모습인가. “위험은 없이 수익은 높게” “원금은 보장되면서 수익률은 따블!”

투자는 ‘감정’에서 출발하는 게 아니라 냉철한 ‘이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즉 다시 말해서 생애에 걸친 부채에 대한 꼼꼼한 계산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삶을 쭉 둘러보면 태어나서 살아가는 것이 모두 ‘빚’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내 집을 마련해야 하고, 자녀를 교육해서 독립시켜야 하고, 은퇴한 이후에 별다른 소득이 없더라도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품위를 지키며 살아야 한다. 이러한 숙제들을 무난히 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돈’이 필요하다.

결국 투자는 ‘과제’를 풀기 위해 필요한 ‘빚’이 얼마인가를 따지고 이를 갚기 위해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 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이렇게 부채 파악부터 하지 않고 무조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식으로 투자하거나 일시적으로 판단된 감정(성향)에 의지해 투자전략을 짜다 보면 시장상황에 따라 이리 저리 옮겨다니며 방황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기존 은행이나 증권사 PB전문가들은 이런 투자성향에 강하게 매달린다. 마치 투자성향 조사를 안하면 절대 안 되는 것 인양 따지기 조차 한다. 부채에 대한 파악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모든 투자의 시작을 부채파악부터 시작하는 파이낸셜플래너가 은행이나 증권사 PB보다 앞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민주영 FPnet 금융컨설팅팀장 watch@fp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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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 사신-zeal
    뜨거운 가슴 냉철한 두뇌가 생각나는군요~
    2006.07/06 11:52 답글쓰기
  • 사신-zeal
    2006.07/0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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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 민주영입니다. 펀드에 관한 원고를 부탁받았는 데 연일 '삑사리'치고 있습니다. 조만간 짤릴지도 모르는 데 자꾸 이런 류의 말씀을 올리는 것은 '재무설계(Financial Planning)의 가치'를 아이투자 독자분들께 알리고 싶어서 입니다. 재무설계는 무목적의 고수익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생애에 걸친 재무목표 달성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부디 가치투자를 추구하시는 아이투자 회원님들도 재무설계에 대해 한번쯤은 관심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2006.07/06 20:48 답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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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7/0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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