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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끝이냐 새로운 시작이냐
◇ 모비스의 법칙
최근 현대모비스가 ‘모비스의 법칙’이라는 광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예를 들면 관성의 법칙을 거스르는 상황 연출과 함께 모비스가 ABS를 만든다는 사실을 강조한다던지, 원심력의 법칙을 거스르는 상황 연출과 함께 모비스가 ESP를 만든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식의 시리즈 광고물이다.
그런데 과거 몇 년간 주식시장에도 모비스의 법칙이 존재했다. 주식시장의 모비스의 법칙 또한 광고에서처럼 보편적인 시장의 법칙을 거슬러 올라가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내용인즉슨 대주주가 마음 먹고 밀어주면 회사 내용을 완전히 바꿔서 기업 가치를 대폭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탱크와 갤로퍼를 만드는 별볼일 없던 회사였던 현대정공은 정몽구 회장의 승계 작업과 맞물려 지배구조의 중심에 섰고 A/S용 부품 사업과 모듈 사업을 붙이면서 단기간에 경이적인 기업가치 상승을 보여줬다. 주가 또한 피터 린치가 얘기한 10루타를 치며 소위 대박이 났음은 물론이다.
현대모비스 주가 그래프 (2000.1.7~2006.5.19)
그런 결과를 목도한 까닭에 주식투자자들은 현대차그룹에서 어디를 밀어주느냐를 유심히 보게 되었고 그 와중에 현대오토넷, 글로비스 등이 제2의 모비스라 불리며 주식시장의 화제를 모았다. 현재는 이 의사결정을 해 오던 수장이 모비스의 법칙을 너무 남용하는 바람에 영어의 몸이 되었지만 말이다.
◇ 현대자동차를 믿느냐?
이제 아무도 현대모비스254,000원, 0원, 0%를 환골탈태형 기업이라 부르지 않는다. 쌍꺼풀 수술도 하고 나서 일주일이면 티가 나지만 5~6년 지나면 벌써 다 자리잡아서 자기 쌍꺼풀이나 다를 바 없다. 처음엔 밀어줘서 시작했을지는 몰라도 어쨌든 현대모비스는 이미 양 날개로 나는 멋진 작품이 되었다. 따라서 이번 기사도 과거 히스토리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시선이 현재와 미래에 맞춰져야 한다.
우선 현대모비스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 전제조건 하나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자동차와 공동운명체다. 특히 현대모비스의 흥망은 전적으로 현대자동차의 성적에 달려있다. 따라서 현대모비스가 한번 살펴볼만한 회사가 되기 위해선 현대자동차가 계속 잘 나간다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한다.
최근 정몽구 회장의 구속과 함께 브레이크가 걸린 건 사실이고 현대자동차의 미래에 대해서도 여러 논란이 있지만 현대모비스를 살펴보기 위한 전제 조건을 깐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면 세 가지만 열거하고 넘어가자.
첫째, 여전히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70%가 넘어간다. 자동차 자체는 매우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 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 시장점유율이 나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대차는 다른 회사의 동급 차종에 비해 옵션도 훨씬 복잡하고 값도 좀 비싸다. 게다가 어느 순간부터인가 대리점에서 가격의 융통성이 없어지고 할인도 안 해준다. 이런 든든한 배경은 지속적인 베팅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중요한 캐쉬카우 역할을 담당한다.
둘째, 품질이 크게 개선되었다. 옛날에는 국내 소비자도 “현대차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어 어쩔 수 없으니까” 하며 현대차를 구매하곤 했지만 이제는 내외관, 가격 대비 성능 모두 외제차에 크게 뒤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 최근 이례적으로 대형차인 그랜저가 월간 판매량 1위를 고수 중인데 이는 필수구매계층이 어쩔 수 없이 현대차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의 선택이 품질을 기준으로 차별화 된 차종에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하는 행동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셋째, 세계적인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가 현대자동차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아무리 품질이 개선되었다 하더라도 현재 시장 환경에 맞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 게 세계 자동차 시장의 냉혹한 현실이다. 하지만 고유가가 진행되면서 연료 많이 먹는 차로 이미지가 굳어 있는 미국 브랜드들이 고전을 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연비 좋은 차를 만든다는 인식이 강한 동양의 자동차 브랜드들이 경쟁사 몰락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IMF 시절 내수에서 라이벌이었던 기아차, 대우차, 삼성차가 차례로 휘청거릴 때가 1차 경쟁사 몰락 구간이었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GM, 포드 등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엎어지기 일보 직전인 지금은 2차 경쟁사 몰락 구간이라 할 수 있겠다.
◇ 가치투자자의 선택, 꽃놀이패
앞서 언급한 이유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혹자는 “그렇다면 차라리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이 현대자동차를 사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올바른 문제 제기일 수는 있지만 가치투자자의 태도는 아닌 듯 하다. 우선 각 이유들이 단지 분석에서 도출된 가정일 뿐 진실로 밝혀지진 않았으므로 전제 조건이 틀리더라도 크게 돈을 잃으면 안 된다. 또한 자동차는 복잡한 공급 사슬을 가지므로 꼭 완성차를 만드는 곳이 가장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여러모로 따져보면 현대자동차가 잘 될 경우 가치투자자의 선택은 단연 현대모비스다. 자동차는 한번 사면 오래 쓰는 내구재이므로 지속적인 반복 구매에 따른 매출과 이익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아이템 상의 한계가 있는데 현대모비스는 이미 팔아둔 차에 대해서 매출이 나오는 부품 사업 부문을 가지고 있어서 지속성이 담보된다. 그러면서도 해외 모듈 사업과 부품 사업을 병행하므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확장 전략이 예상과 달리 맞아 들어갈 경우에 큰 수혜를 볼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안정성과 성장성을 겸비한 꽃놀이패인 셈이다.
가치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현대모비스의 매력포인트는 역시 A/S용 부품 사업 부문이다. 자동차는 타다 보면 고장이 나거나 뭔가가 소모되기 마련이다. 이것을 충족시켜주는 사업을 하면 돈을 버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하지만 부품을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정비공 등 전문가들이 구매하므로 마진을 높게 붙였다가는 퇴짜를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는 현대차그룹이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유지하고 있고 이미 오랜 기간동안 차를 팔아놓은 한국이다. 부품 독점판매권을 가진 현대모비스가 큰 소리를 떵떵 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얘기다. 간간히 뉴스에서 보수용 부품이 폭리에 가깝다는 내용이 보도되곤 하는데 일반 소비자는 알 수 없는 원가에다가 얼마나 많은 유통 마진을 붙이고 있는지 대충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매출 비중 (2002년~2005년)
현대모비스가 모듈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매출 비중을 올려가고 있어 A/S용 부품 사업의 매출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지만 절대 매출 규모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으며 영업이익률도 12~15%를 오가고 있다. 현재 매출 비중은 32%이지만 영업이익 기여도는 58%나 될 정도다.
부문별 매출액 및 영업이익 추이 (2005년 1분기~2006년 1분기)
◇ 신화의 끝이냐 가격 매력이냐
다만 나머지 사업을 차지하는 모듈 사업이 A/S 부품 사업만큼 명쾌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걸림돌이다. 우선 모듈은 유통망만 맞추면 끝나는 A/S 부품 사업에 비해 지속적인 자본지출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의도한대로 숫자가 나와주지 않으면 전체적으로 큰 부담을 줄 수 밖에 없다. 특히 현대자동차를 쫓아 해외로 나가서 돈을 쓰는 일이라 성공을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또한 현대자동차 전체의 문제 아니 한국 수출 기업 전체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는 환율도 현대모비스에게 동일한 짐으로 다가온다. 부품이야 일단 현대차를 산 사람들에게 달리 선택이 없으니 가격을 전가할 수 있다고 해도 완성차의 최종 가격에 따라 결정될 수 밖에 없는 모듈은 지배구조에서 기인하는 모비스의 법칙을 다시 가동하지 않는 이상 뾰족한 방법이 없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일본차와의 경쟁 격화로 딜러 마진을 A/S 부품에서 일부 맞춰줘야 하는 데다가 현재 합작사들이 현대모비스 몫의 일부가 나가는 데 대해 반발하고 있어 그나마도 해결이 더 쉽지 않다.
그 동안 현대모비스에 순풍 역할을 했던 지배구조 문제가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는 점도 부담이다. 일각에서는 정몽구 회장이 글로비스와 엠코 등으로 증여를 진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다시 개인 지분이 가장 많은 현대모비스를 중심축으로 삼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면에서 불확실성의 증대로 해석하는 것이 보수적인 접근 방법이다. 최소한 모비스의 법칙이 역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구조적인 문제는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다행인 점은 이러한 악재들이 최근 현대자동차가 회장의 거취, 환율 문제, 일본 기업들과의 경쟁 격화 등의 이슈에다가 전체적인 주가 하락까지 겹치면서 현대모비스의 주가에 반영이 꽤나 되었다는 사실이다. 글로비스의 경우 악재로 인해 주가가 빠졌어도 워낙 밸류에이션이 높았던 지라 그리 싸게 여겨지지 않는 반면 현대모비스는 실제로도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상당히 나오는 가격 구간에 돌입한 듯 하다.
만약 현대차그룹 구도 하에서 현대모비스의 성장은 여기까지이고 본체인 현대자동차 자체의 비전도 시원찮아 보인다면 멋지게 10루타를 날렸던 환골탈태형 기업의 사례로만 기억하면 그 뿐이다. 대신 여전히 현대자동차에게 꿈이 남아있고 현대모비스도 이번 구속 사건을 계기로 모비스의 법칙을 재가동 시킨다고 생각한다면 역시 현대자동차에서 시작되는 가치 사슬에서 가치투자자에게 가장 맞는 선택은 꽃놀이패의 성격으로 보나 가격 메리트로 보나 역시 현대모비스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최근 현대모비스가 ‘모비스의 법칙’이라는 광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예를 들면 관성의 법칙을 거스르는 상황 연출과 함께 모비스가 ABS를 만든다는 사실을 강조한다던지, 원심력의 법칙을 거스르는 상황 연출과 함께 모비스가 ESP를 만든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식의 시리즈 광고물이다.
그런데 과거 몇 년간 주식시장에도 모비스의 법칙이 존재했다. 주식시장의 모비스의 법칙 또한 광고에서처럼 보편적인 시장의 법칙을 거슬러 올라가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내용인즉슨 대주주가 마음 먹고 밀어주면 회사 내용을 완전히 바꿔서 기업 가치를 대폭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탱크와 갤로퍼를 만드는 별볼일 없던 회사였던 현대정공은 정몽구 회장의 승계 작업과 맞물려 지배구조의 중심에 섰고 A/S용 부품 사업과 모듈 사업을 붙이면서 단기간에 경이적인 기업가치 상승을 보여줬다. 주가 또한 피터 린치가 얘기한 10루타를 치며 소위 대박이 났음은 물론이다.
현대모비스 주가 그래프 (2000.1.7~2006.5.19)
그런 결과를 목도한 까닭에 주식투자자들은 현대차그룹에서 어디를 밀어주느냐를 유심히 보게 되었고 그 와중에 현대오토넷, 글로비스 등이 제2의 모비스라 불리며 주식시장의 화제를 모았다. 현재는 이 의사결정을 해 오던 수장이 모비스의 법칙을 너무 남용하는 바람에 영어의 몸이 되었지만 말이다.
◇ 현대자동차를 믿느냐?
이제 아무도 현대모비스254,000원, 0원, 0%를 환골탈태형 기업이라 부르지 않는다. 쌍꺼풀 수술도 하고 나서 일주일이면 티가 나지만 5~6년 지나면 벌써 다 자리잡아서 자기 쌍꺼풀이나 다를 바 없다. 처음엔 밀어줘서 시작했을지는 몰라도 어쨌든 현대모비스는 이미 양 날개로 나는 멋진 작품이 되었다. 따라서 이번 기사도 과거 히스토리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시선이 현재와 미래에 맞춰져야 한다.
우선 현대모비스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 전제조건 하나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자동차와 공동운명체다. 특히 현대모비스의 흥망은 전적으로 현대자동차의 성적에 달려있다. 따라서 현대모비스가 한번 살펴볼만한 회사가 되기 위해선 현대자동차가 계속 잘 나간다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한다.
최근 정몽구 회장의 구속과 함께 브레이크가 걸린 건 사실이고 현대자동차의 미래에 대해서도 여러 논란이 있지만 현대모비스를 살펴보기 위한 전제 조건을 깐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면 세 가지만 열거하고 넘어가자.
첫째, 여전히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70%가 넘어간다. 자동차 자체는 매우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 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 시장점유율이 나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대차는 다른 회사의 동급 차종에 비해 옵션도 훨씬 복잡하고 값도 좀 비싸다. 게다가 어느 순간부터인가 대리점에서 가격의 융통성이 없어지고 할인도 안 해준다. 이런 든든한 배경은 지속적인 베팅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중요한 캐쉬카우 역할을 담당한다.
둘째, 품질이 크게 개선되었다. 옛날에는 국내 소비자도 “현대차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어 어쩔 수 없으니까” 하며 현대차를 구매하곤 했지만 이제는 내외관, 가격 대비 성능 모두 외제차에 크게 뒤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 최근 이례적으로 대형차인 그랜저가 월간 판매량 1위를 고수 중인데 이는 필수구매계층이 어쩔 수 없이 현대차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의 선택이 품질을 기준으로 차별화 된 차종에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하는 행동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셋째, 세계적인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가 현대자동차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아무리 품질이 개선되었다 하더라도 현재 시장 환경에 맞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 게 세계 자동차 시장의 냉혹한 현실이다. 하지만 고유가가 진행되면서 연료 많이 먹는 차로 이미지가 굳어 있는 미국 브랜드들이 고전을 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연비 좋은 차를 만든다는 인식이 강한 동양의 자동차 브랜드들이 경쟁사 몰락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IMF 시절 내수에서 라이벌이었던 기아차, 대우차, 삼성차가 차례로 휘청거릴 때가 1차 경쟁사 몰락 구간이었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GM, 포드 등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엎어지기 일보 직전인 지금은 2차 경쟁사 몰락 구간이라 할 수 있겠다.
◇ 가치투자자의 선택, 꽃놀이패
앞서 언급한 이유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혹자는 “그렇다면 차라리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이 현대자동차를 사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올바른 문제 제기일 수는 있지만 가치투자자의 태도는 아닌 듯 하다. 우선 각 이유들이 단지 분석에서 도출된 가정일 뿐 진실로 밝혀지진 않았으므로 전제 조건이 틀리더라도 크게 돈을 잃으면 안 된다. 또한 자동차는 복잡한 공급 사슬을 가지므로 꼭 완성차를 만드는 곳이 가장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여러모로 따져보면 현대자동차가 잘 될 경우 가치투자자의 선택은 단연 현대모비스다. 자동차는 한번 사면 오래 쓰는 내구재이므로 지속적인 반복 구매에 따른 매출과 이익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아이템 상의 한계가 있는데 현대모비스는 이미 팔아둔 차에 대해서 매출이 나오는 부품 사업 부문을 가지고 있어서 지속성이 담보된다. 그러면서도 해외 모듈 사업과 부품 사업을 병행하므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확장 전략이 예상과 달리 맞아 들어갈 경우에 큰 수혜를 볼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안정성과 성장성을 겸비한 꽃놀이패인 셈이다.
가치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현대모비스의 매력포인트는 역시 A/S용 부품 사업 부문이다. 자동차는 타다 보면 고장이 나거나 뭔가가 소모되기 마련이다. 이것을 충족시켜주는 사업을 하면 돈을 버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하지만 부품을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정비공 등 전문가들이 구매하므로 마진을 높게 붙였다가는 퇴짜를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는 현대차그룹이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유지하고 있고 이미 오랜 기간동안 차를 팔아놓은 한국이다. 부품 독점판매권을 가진 현대모비스가 큰 소리를 떵떵 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얘기다. 간간히 뉴스에서 보수용 부품이 폭리에 가깝다는 내용이 보도되곤 하는데 일반 소비자는 알 수 없는 원가에다가 얼마나 많은 유통 마진을 붙이고 있는지 대충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매출 비중 (2002년~2005년)
현대모비스가 모듈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매출 비중을 올려가고 있어 A/S용 부품 사업의 매출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지만 절대 매출 규모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으며 영업이익률도 12~15%를 오가고 있다. 현재 매출 비중은 32%이지만 영업이익 기여도는 58%나 될 정도다.
부문별 매출액 및 영업이익 추이 (2005년 1분기~2006년 1분기)
◇ 신화의 끝이냐 가격 매력이냐
다만 나머지 사업을 차지하는 모듈 사업이 A/S 부품 사업만큼 명쾌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걸림돌이다. 우선 모듈은 유통망만 맞추면 끝나는 A/S 부품 사업에 비해 지속적인 자본지출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의도한대로 숫자가 나와주지 않으면 전체적으로 큰 부담을 줄 수 밖에 없다. 특히 현대자동차를 쫓아 해외로 나가서 돈을 쓰는 일이라 성공을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또한 현대자동차 전체의 문제 아니 한국 수출 기업 전체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는 환율도 현대모비스에게 동일한 짐으로 다가온다. 부품이야 일단 현대차를 산 사람들에게 달리 선택이 없으니 가격을 전가할 수 있다고 해도 완성차의 최종 가격에 따라 결정될 수 밖에 없는 모듈은 지배구조에서 기인하는 모비스의 법칙을 다시 가동하지 않는 이상 뾰족한 방법이 없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일본차와의 경쟁 격화로 딜러 마진을 A/S 부품에서 일부 맞춰줘야 하는 데다가 현재 합작사들이 현대모비스 몫의 일부가 나가는 데 대해 반발하고 있어 그나마도 해결이 더 쉽지 않다.
그 동안 현대모비스에 순풍 역할을 했던 지배구조 문제가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는 점도 부담이다. 일각에서는 정몽구 회장이 글로비스와 엠코 등으로 증여를 진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다시 개인 지분이 가장 많은 현대모비스를 중심축으로 삼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면에서 불확실성의 증대로 해석하는 것이 보수적인 접근 방법이다. 최소한 모비스의 법칙이 역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구조적인 문제는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다행인 점은 이러한 악재들이 최근 현대자동차가 회장의 거취, 환율 문제, 일본 기업들과의 경쟁 격화 등의 이슈에다가 전체적인 주가 하락까지 겹치면서 현대모비스의 주가에 반영이 꽤나 되었다는 사실이다. 글로비스의 경우 악재로 인해 주가가 빠졌어도 워낙 밸류에이션이 높았던 지라 그리 싸게 여겨지지 않는 반면 현대모비스는 실제로도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상당히 나오는 가격 구간에 돌입한 듯 하다.
만약 현대차그룹 구도 하에서 현대모비스의 성장은 여기까지이고 본체인 현대자동차 자체의 비전도 시원찮아 보인다면 멋지게 10루타를 날렸던 환골탈태형 기업의 사례로만 기억하면 그 뿐이다. 대신 여전히 현대자동차에게 꿈이 남아있고 현대모비스도 이번 구속 사건을 계기로 모비스의 법칙을 재가동 시킨다고 생각한다면 역시 현대자동차에서 시작되는 가치 사슬에서 가치투자자에게 가장 맞는 선택은 꽃놀이패의 성격으로 보나 가격 메리트로 보나 역시 현대모비스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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