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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를 얕잡아 보지 마라

미국에 로버트 윌슨이라는 공매도 전문가가 있었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에 아틀랜틱시티에 위치한 카지노인 리조트 인터내셔널이라는 주식이 상장을 했다. 주식시장에 카지노 주식이 선보여진 것은 처음이라 기대감 때문인지 주가가 높은 상태였는데 로버트 윌슨은 고평가 상태로 인식하고 공매도를 단행했다.

하지만 문제는 실적이 높은 기대감을 훨씬 더 상회했다는 점이었다. 그 결과 주가가 195달러까지 오르는 바람에 로버트 윌슨은 역사에 남을 정도의 손실을 입고 말았다. 이 사건은 투자자들에게 행여라도 카지노 주식을 얕잡아 보고 공매도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교훈을 남겼다.



그만큼 카지노는 높은 수익성과 성장성을 자랑한다. 포브스가 발표하는 재산 순위의 상위에 카지노 소유주들이 즐비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쯤 되면 나도 수익성 좋은 카지노 사업 한번 해볼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쉽게도 그 꿈은 이뤄지지 않을 듯 하다. 우리나라에서 카지노 사업은 아무에게나 허가권을 내주지 않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법이 하나 있다. 이미 카지노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에서도 우여곡절 끝에 2002년에 카지노 주식이 처음 상장되어 이후부터 일반 투자자들도 카지노 사업의 주주가 될 수 있게 되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인 파라다이스9,720원, ▲10원, 0.1%와 내국인 전용 카지노인 강원랜드17,370원, ▲20원, 0.12%다.


카지노 기업의 속성 그대로

사실 파라다이스와 강원랜드를 더비매치로 볼 수는 없다. 업종은 같지만 영업 대상이 전혀 틀린 데다가 그것도 법적으로 완전히 분리가 되게끔 되어 있어 직접적인 경쟁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두 기업을 비교해보면 카지노 기업의 속성을 공통점으로 그대로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영업이익률을 비교해보자. 모두 제조업에서는 보기 힘든 2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내리 6년째 기록하고 있다.(파라다이스 2005년 실적 제외) 심지어 강원랜드는 개장하자마자 49.0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이후 49~65%를 넘나드는 엄청난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한 마디로 반이 남는 장사다.

영업이익률 비교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파라다이스
25.30%
22.44%
25.33%
22.66%
20.87%
19.60%
강원랜드
49.09%
65.56%
62.67%
48.90%
49.80%
49.20%


매출 또한 적지 않다. 작년 파라다이스는 2,700억원, 강원랜드는 8,469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서울에 위치한 워커힐 호텔 지하 공간 하나와 찾아가기도 힘든 강원도 두메산골에 있는 호텔 하나로 이 정도의 외형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카지노가 아니라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다들 너무나 잘 알기에 소위 이권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많은 주체들이 나도 그 권리를 달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신규 허가로 인해 경쟁자가 나타날 거 같단 소문이 돌면 어김없이 주가는 출렁거린다. 또한 이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많은 제스츄어를 취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강원랜드는 석탄합리화사업단이 주요 주주로 등재되어 있고 매출액의 10%를 관광진흥기금으로 납부할 뿐 아니라 세전 순이익의 20%를 폐광지역개발기금으로 내놓아야 한다. 파라다이스 또한 매출액의 10%를 관광진흥기금으로 내며 재단을 통해 이미지 개선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다른 사업, 다른 적

이러한 일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독점권을 지켜온 데 대한 명분이 약해서인지 서울 지역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신규로 허가되어 독점 구도가 깨져버려 파라다이스에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정작 파라다이스의 경쟁 상대는 국내에 있지 않다. 가장 큰 위협 요인은 인근에 위치한 마카오와 싱가포르의 변신이다.

파라다이스의 주요 고객은 일본인들과 중국인들이다. 지금까지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으면서 깨끗하고 품위 있게 카지노를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곳이 파라다이스이어서 인기를 누려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과 중국은 모두 카지노가 금지되어 있는 나라들인데 마카오는 너무 지저분하고 라스베가스로 가기에는 너무 멀기 때문이었다. 물론 파라다이스가 VIP 마케팅을 워낙 잘한 탓도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마카오 카지노를 움켜쥐고 있던 스탠리 호에게서 독점권을 빼앗음으로써 마카오에 라스베가스 자본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이제 지저분한 마카오는 옛날 일이 될 전망이다. 게다가 유해산업에 두드러기 반응을 보이던 싱가포르가 서비스업 육성을 위해 대형 카지노 설립 계획을 내어 놓아 파라다이스를 긴장시키고 있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경쟁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상대적으로 내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절대 독점의 강원랜드는 여유로워 보인다. 도박과 떼어놓고 생각하기 힘든 담배를 못 피우게 하더라도 자리는 늘 만석이고 고객들은 제한된 테이블의 의자를 놓고 경쟁할 정도다. 그래서 독점의 위력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곳이 강원랜드라는 말도 있다. 이외에도 스키장, 골프장 등을 갖춰 도박장이 아닌 가족 단위 리조트로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

하지만 법의 테두리 바깥에서 강원랜드를 위협하는 경쟁자들이 출몰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신정환이 연루되어 유명해진 카지노바다. 서울에만 수백 곳이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불법이라 업주 뿐 아니라 즐기는 사람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크지만 업주 입장에선 워낙 많이 남고 이용자 입장에서는 강원도까지 갈 시간적 여유가 없는데 도박은 하고 싶은 욕구가 존재하니 단속을 한다 해도 완전히 사라질 거 같진 않다.

이러한 특징들은 딱 파라다이스와 강원랜드의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카지노바가 성행하고 있다고는 하나 합법적으로 도박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겐 대안이 없으므로 강원랜드는 마케팅비를 과도하게 지출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파라다이스는 VIP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식사, 숙박 등을 제공하는 콤프에 예산을 많이 배정해야 하므로 마케팅비가 지출될 수 밖에 없다. 강원랜드가 파라다이스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30% 정도 더 나오는 주된 이유가 여기서 출발한다. 마카오와 싱가포르에 카지노가 열리면 파라다이스는 콤프 지출을 더 늘려야 할 것이다.

강원랜드도 작년 4분기부터 불법 카지노의 영향을 받아 실적이 둔화되었다. 확실히 기업의 가장 큰 적은 경쟁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특히 완벽한 독점 상황에서는 작은 경쟁의 씨앗이 몸통을 흔드는 법이다.


취향에 맞게 고르세요

카지노 주식을 사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우선 다분히 개인적인 신념 혹은 취향에 좌우된다. 카지노가 술, 담배와 더불어 대표적인 사회악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돈을 잘 번다 하더라도 난 카지노 사업 같이 인간에게 해악을 주는 사업은 하기 싫다는 사람에게 수익성에 근거한 투자 권유는 무의미하다.

대신 기업이 가진 아이템의 해악 여부를 투자자가 판단한다는 것은 무의미할 뿐 오로지 중요한 것은 기업의 이윤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카지노 주식은 매수 우선순위에 늘 올라있을 것이다. 이런 투자자를 위해 강원랜드와 파라다이스의 주식으로서의 매력도 차이를 잠깐 언급해볼까 한다.

강원랜드의 가장 큰 장점은 국내 유일의 사업자라는 독점성과 현재 보여주고 있는 성장성이다. 개장 이래 매출이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유보 이익으로 스키장, 골프장 등으로 시설을 확충하면서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 주어진 독점권이므로 돈을 벌면 벌수록 규제가 더해지고 있고 주인이 없고 공공성이 중요시 되는 회사라 비효율성이 큰 면이 단점이다.

파라다이스는 성장이 정체되어 있고 마카오와 싱가포르라는 거대한 경쟁자의 출현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그 동안 독점적으로 장사를 하면서 벌어둔 돈이 두둑이 있다. 현금성 자산만 1500억원이 이르는 반면 성장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시가총액(4165억원)이 낮아 소위 자산주의 매력을 풀풀 풍긴다. 지속적인 잉여현금흐름과 낮은 주가가 빚어내는 5% 정도의 시가배당률도 매력적이다.

매출액 추이 비교


종합해보면 성장주 투자자에겐 강원랜드가, 자산주 혹은 배당주 투자자에겐 파라다이스가 딱 어울린다. 또한 규제는 이익을 제한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고 차라리 기업은 경쟁을 통해 강해진다고 믿는 투자자에겐 파라다이스가, 반대로 규제 안에서의 독점적 이익이 낫지 경쟁은 이익을 해칠 뿐이다라고 믿는 투자자에겐 강원랜드가 적격이다. 영역이 틀린 만큼 주식으로의 매력도 이처럼 상반된다.

카지노 주식에 관대한 사람이라면 강원랜드와 파라다이스를 분석한다는 핑계로 정선과 마카오를 한번 다녀오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하지만 한 가지만 명심하자. 도가 지나쳐 심하게 빠져들면 강원랜드와 파라다이스 주식을 살 돈마저 녹아 없어진다는 사실을. 과유불급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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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개

  • 데릭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파라다이스가 저렇게 매력있는 공간이었다는 사실을 몰랐네요. 마카오처럼 더럽지 않고, 라스베가스처럼 멀지않은... 외국인 대상으로 좀 더 국가적으로 산업을 육성하면 좋을 듯 ㅡ.ㅡ
    2006.05/04 12:59 답글쓰기
  • 데릭
    2006.05/04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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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광양회
    저는 도박을 전혀 안하지만 허영만의 만화 '타짜'를 읽고 도박이라는 영역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최동훈감독; 조승우, 백윤식, 김혜수 주연; 싸이더스 제작, CJE 배급으로 영화화도 되더군요)

    만화에 보면 호구데리고 와서 등쳐먹고 수익금 갈라먹는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카지노회사에 일하는 친구 이야기를 들어보니 실제로 카지노와는 독립된 Agent에서 외국고객들을 영업으로 데리고 올경우, 그 고객이 잃은 돈의 몇 %를 받아간다고 하더군요 (고객이 돈을 버는 경우는 수수료 0). 만화의 타짜 도박판과는 물론 다르지만 유사한 비정함이 느껴지죠. 도박을 좋아하든 안하든 알아는 둘만한 세계같습니다. 신규 외국인전문 카지노 업체 Seven Luck이 회사근처에 생긴것도 그래서 눈에 들어오더군요.
    2006.05/04 13:24 답글쓰기
  • 도광양회
    2006.05/0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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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qq2
    작년 여름 잠깐 마카오를 다녀왔지만...
    시간이 좀 남아 카지노를 다녀왔는데.. 지저분하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파라다이스를 안 가봐서 비교는 못하겠어요...ㅋ
    2006.05/08 09:50 답글쓰기
  • qqq2
    2006.05/08 09:50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버펫따라잡기
    당기순익율이 35%가 넘는 주식이 3년전이나 지금이나 주가가 차이가 없다는게
    이해가 안가네요^^
    2006.05/15 11:41 답글쓰기
  • 버펫따라잡기
    2006.05/15 11:41
  •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YS
    비상장 주식을 처음 접하게 했던 종목이네요...계획된 테이블수 증가에 따라 매출이 증가는 모습이, 상장하기전 예측했던 것과 비슷하네요. 가보시면 알겠지만, 제대로 테이블에 앉기도 힘들게 게임을 합니다. side에 베팅이라도 하면 다행이지요. 수익을 많이 낸다고 하지만, 반사회적인 기업은 정책의 변화에 항상 불안하겠지요? 그리고, 폐광지역에 대한 특별법에 이익에 영향을 주는 예고된 아주 특별한 조항들이 있습니다. http://
    2007.04/03 23:15 답글쓰기
  • YS
    2007.04/03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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