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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의 눈을 사로 잡아라!

워렌 버핏이 캐피탈씨티즈의 CEO인 톰 머피와 와이드스크린 TV로 스포츠 중계를 보던 중 화면이 아주 좋다고 말하자 톰 머피는 다음과 같이 대꾸했다. 난 8인치짜리 흑백 TV였어도 채널이 단지 세 개일 때가 더 좋았는 걸.

ABC, NBC, CBS 세 개의 공중파 방송국만 있었을 때가 독점력 때문에 초과 이윤을 올릴 수 있어 좋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기술이 발전해서 케이블TV 등이 생겨나는 바람에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인터넷, 위성방송 등이 추가로 생겨나면서 공중파 방송국의 위력이 예전 같지 않고 버핏도 연차 보고서에서 이러한 변화를 인정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방송 구도도 참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 TV를 본다 치면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정해 놓고 KBS, MBC, SBS라는 한정된 채널을 왔다 갔다 하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리모콘으로 100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보고 싶은 게 나오면 보는 형태로 바뀌었다. 정규 방송 때문에 스포츠 중계가 중간에 끝나는 사태도 이제는 옛날 일이다. 박지성을 보고 싶으면 MBC ESPN을 선택하면 되고 박찬호를 보고 싶으면 Xports를 선택하면 된다. 이 모든 것이 케이블 TV 덕분이다.

난시청 해소용으로만 쓰이던 케이블 TV가 유선방송 시대를 접고 다채널 시대를 연 것은 1990년대 중반의 일이다. 역시 처음 주도권을 잡은 쪽은 기간망이 되는 SO(system operator)업체들이었다. 채널 배정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이유로 홈쇼핑을 비롯한 PP(program provider)들에게 막강한 실력 행사를 했다. SO는 가입자수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한 영업 호조와 지역 독점력을 바탕으로 한 지속성을 바탕으로 뉴미디어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고속도로가 뚫리고 나면 자동차가 중요해지는 법이다. SO의 가입자 수가 한계에 달하면서 차별화 포인트로 컨텐츠가 중요해졌다. 게다가 일부 PP가 M&A 혹은 채널 신설로 몸집을 불려 MPP(multi program provider)로 나서면서 SO와의 힘의 균형 관계가 찾아왔다. 대표 주자는 OCN, 투니버스로 대표되는 온미디어와 Mnet, XTM으로 대표되는 CJ미디어다.


닮은 꼴 MPP

온미디어와 CJ미디어는 각각 오리온과 CJ라는 대기업 그것도 식품 기업의 자회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먹는다는 행위가 생존에서 엔터테인먼트로 넘어가고 있다는 논리로 오리온과 CJ의 사업진출에 대한 해석도 가능하나 그보다는 저성장이라는 식품 사업의 한계를 엔터테인먼트로 극복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작용했다고 보는 게 더 맞다. 실제 오리온은 온미디어 외에도 영화관 메가박스와 배급사 쇼박스를 운영하는 미디어플렉스와 공연기획과 외식 사업을 영위하는 롸이즈온을 계열사로 가지고 있으며 CJ는 영화관 CJ CGV와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그리고 CJ인터넷, CJ뮤직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한 마디로 두 기업은 전사적으로 엔터테인먼트에 투신하고 있는 가운데 그 중 온미디어와 CJ미디어가 케이블 쪽을 담당하고 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나중은 창대했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오리온은 1995년 투니버스 채널 하나로 케이블 TV에 발을 들여 놓았다. 그러다가 IMF를 맞으면서 채널이 하나 둘씩 매물로 나오기 시작했는데 오리온도 넉넉한 상황은 아니었으나 과감하게 DCN(현 OCN), 캐치원(현 캐치온), 바둑TV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이렇게 모은 채널을 바탕으로 지주회사화 한 것이 바로 온미디어다. 이후 온게임넷, 슈퍼액션, 퀴니, 온스타일 등을 새로 만들어내며 국내 최고의 PP로 발전했다. 온미디어는 현재 케이블 TV 채널 시청률의 30%를 점유하고 있다.

CJ는 1993년 뮤직네트워크라는 법인을 설립해 1995년 Mnet(엠네트)를 개국함으로써 케이블 TV 시장에 진입했다. 그러나 오리온과는 달리 IMF 시기에는 확장 경영을 하지 않다가 2000년부터 푸드채널(현 올리브 네트워크), XTM,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의 채널을 신설하고 NTV(현 Home CGV), KMTV 등을 인수해 오늘날 CJ미디어에 이르렀다. 출발은 빨랐으나 스퍼트는 늦었던 탓에 시청률에 있어서는 온미디어와의 격차가 크나 계열사인 CJ홈쇼핑을 감안하면 케이블 TV에서의 영향력은 백중세다.


치열한 사투 그러나 조금은 다른 방향

케이블 TV 역사가 10년이 되면서 이제 시청자들이 어떤 장르를 좋아하는지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온미디어와 CJ미디어도 이를 모르지 않기 때문에 인기 장르에 채널을 열다 보니 거의 전 영역에서 시청자의 눈을 두고 싸우는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수성하는 쪽과 공격하는 쪽이 분야에 따라 다르다는 점이다.



온미디어
CJ미디어
영화
OCN, 슈퍼액션, 캐치온, 캐치온 플러스
Home CGV, XTM, CGV Choice
만화
투니버스
챔프
게임
바둑TV, 온게임넷, 퀴니
-
여성
온스타일
올리브 네트워크
음악
MTV
Mnet, KMTV, OZIC Mnet
다큐
-
내셔널 지오그래픽
디지털
On PPV, On Demand
-
개국 예정
닉, 온바둑
Xports, MBC Game 등 각종 인수설


온미디어가 강세를 보이는 분야는 영화, 만화, 게임이다. 시발점이 되었던 투니버스는 늘 케이블 TV 시청률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투니버스에서 떨어져 나온 온게임넷도 매니아층을 거느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CJ미디어가 챔프를 개국해 투니버스에 맞서려 하지만 상당히 어려운 싸움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민국 넘버원 채널이라 주장하는 OCN도 거의 공중파 수준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에어포스원과 더록을 지나치게 많이 튼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지만 스포츠까지 더해진 슈퍼액션과 유료채널인 캐치온, 캐치온 플러스로 다양화 해서 물샐 틈 없는 수비를 하고 있다.

CJ미디어의 텃밭은 Mnet으로 상징되는 음악 분야다. 라이벌이었던 KMTV까지 인수하면서 MTV Korea만을 가진 온미디어를 저만치 따돌렸다. 영화 분야에서는 후발 주자지만 뒤 배경에 있는 CJ엔터테인먼트와 드림웍스를 바탕으로 한 Home CGV와 XTM으로 온미디어를 쫓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분야에서 온미디어와의 격차가 심한 게 사실이다. 특히 게임과 스포츠 분야가 전무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Xports, MBC Game 등의 인수설이 자주 흘러나오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부딪히고 있지만 기존 채널 운영 방법이나 신규 채널 개설 속도를 보면 전략 상의 차이점을 엿볼 수 있다.

온미디어는 다채널 전략을 펼치고 있다. 같은 분야라도 채널을 세분화 하기도 하며 여성 전문 채널 온스타일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린이 전문 채널 닉을 추가로 런칭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등 채널 개설에 열심이다. 대신 컨텐츠는 자체 제작 보다는 외부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온게임넷, 퀴니, 바둑TV처럼 제작비가 저렴하며 컨텐츠를 공급할 외부 주체가 없는 경우에는 자체 제작하지만 OCN, 투니버스, 슈퍼액션, 온스타일, MTV 등은 모두 판권을 사들인 컨텐츠를 송출하는 식이다. 반면 CJ미디어는 채널이 많지도 않을 뿐더러 신규 채널 계획도 거의 없다. 대신 자체 제작 비율이 높다. 특히 Mnet과 올리브 네트워크는 거의 자체 제작이다.

이는 탄생 배경과 케이블 TV 시장의 미래를 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온미디어는 애니메이션 채널인 투니버스에서 출발한 까닭에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판권을 사들여 트는 데 능하고 CJ미디어는 음악 채널인 Mnet에서 출발한 까닭에 직접 만드는 데 능하다. 또한 온미디어는 케이블 TV 시장의 미래가 유료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채널을 많이 만들어 시청자를 최대한 확보해 유료 시청자로 전환시킨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바둑TV에 이어 유료채널인 온바둑을 만든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CJ미디어는 장기적으로 양질의 컨텐츠가 승부를 가를 것이며 단기적으로도 자체 제작 컨텐츠 판매가 돈이 된다는 입장이다. 영화관, 배급사, 온라인 게임, 홈쇼핑, SO까지 수직계열화가 되어 있는 그룹의 배경이 케이블 비중이 절대적인 오리온과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컨텐츠 판매만으로 상반기에 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직도 가야 할 길

케이블 TV 산업 1세대의 스타가 SO였다면 2세대의 스타는 단연 PP다. 케이블 TV 자체의 성장률도 성장률이지만 위성 방송, DMB, IPtv까지 유통 채널은 많아지고 컨텐츠는 부족한 상황에서 PP의 가치는 돋보인다. 광고 업계가 불황이라고 하지만 점점 많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고 있는 PP의 광고 물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케이블 TV는 공중파 방송과는 달리 규제가 없다. 공중파 방송에서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는 중간광고, 광고요금 자율화 등은 이미 케이블 TV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하고 있는 바다. 따라서 시청률을 올리고 독점 구도를 이룩하면 초과 이윤을 얻을 수 있는 매력적인 분야다. 오리온의 주가에서 온미디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도 이와 같은 장미빛 미래와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겨우 이제 잭필드로 상징되는 인포머셜 광고를 떼고 공중파에 조금 가까워진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중파와의 시청률 격차도 절대적인 수치로 보면 큰 편이고 여전히 시청자들은 케이블 TV에서 공중파에서 했던 드라마나 쇼프로를 다시 보는 걸 즐기는 것이 현실이다. 시청률 상위를 보면 OCN, 투니버스 등과 함께 MBC드라마, SBS드라마 플러스가 꼭 포함된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8월 케이블 채널별 시청률

출처 : TNS미디어코리아

또한 MPP인 온미디어와 CJ미디어는 여전히 투자 중이다. 기존 채널은 채널대로 품질 향상을 위해 투자가 되고 있고 신규 채널을 지속적으로 런칭하다 보니 매출 성장률에 비해 이익 성장률이 따라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작년 온미디어는 84억원 흑자, CJ미디어는 7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온미디어만 놓고 보면 이익 회수기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겠으나 채널을 좀더 늘리고 판권을 추가적으로 사들이고 자체 제작 컨텐츠를 늘여 간다는 계획이어서 본격적인 이익 회수기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종합하면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남았지만 앞으로 펼쳐진 길에는 꽃들이 흐드러져 있고 최소한 그 길을 걸어갈 기업들이 어디인지는 정해졌다. 자본력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한 두 MPP의 선의의 경쟁으로 인해 이래저래 시청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눈이 즐거워지겠다. 케이블 TV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지금 리모콘을 들어라.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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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측투자 - 부크온

댓글 2개

  • mycavalry
    OCN, 라이언 일병 구하기도 많이 보여주더군요. -_-
    2005.09/27 13:45 답글쓰기
  • mycavalry
    2005.09/2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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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empleton
    다양한 컨텐츠가 필요한 환경이지만 그런면에서도 지상파의 우세는 지속되리라 봅니다.
    2005.09/28 21:46 답글쓰기
  • templeton
    2005.09/28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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