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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지분율 연결고리는 '인센티브'



괴짜 경제학
스티븐 레빗 저 / 안진환 옮김
웅진닷컴 / 303페이지

누군가 나에게 경제학에 대해 물어 본다면 감히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수요공급과 기회비용 이 두 가지 개념만 익히면 세상을 살아 나가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경제학적 시각을 가질 수 있다고 말이다.

수요공급과 기회비용은 사회현상을 설명하고 개인의 현명한 판단을 이끌어 내는데 도움을 주는 법인데 나 역시 이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이미 변호사나 회계사가 예전만한 위치를 점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하고 고시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변호사와 회계사의 공급이 과다해져 경쟁이 무척 치열해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또한 학생 시절에 가급적 많은 일들을 해보고자 했는데 졸업과 동시에 나 자신의 기회비용이 커질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스티븐 레빗이라는 유쾌한 천재 경제학자가 쓴 괴짜 경제학이라는 책을 본 이후 수요공급과 기회비용에 하나를 더해야 할 것 같다. 바로 인센티브라는 개념이다.

쉽게 얘기하면 시험에 100점을 받으면 장난감을 사주겠다는 부모의 약속이 바로 인센티브인데, 스티븐 레빗은 경제학은 곧 인센티브를 연구하는 학문이라 주장하며 흥미 있는 주제와 풍부한 데이터를 가지고 독자들의 관점 변경을 요구한다.

대표적인 예는 시카고에서 가르치는 학생들의 점수가 낮으면 징계를 받는 고부담 시험을 실시한 결과 교사들이 답안지를 조작하거나 시험 시간을 더 주는 등 부정 행위가 늘어난 것이다. 인센티브는 이처럼 상관없을 거 같은 개념들을 연결하는 고리가 되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들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떠오른다.

스티븐 레빗이 얘기하는 인센티브의 개념은 주식투자에도 적용 가능하다. 가치투자자들은 지배구조에서 대주주의 지분율이 아주 높거나 아예 지분 분산이 확실하게 된 기업을 선호한다. 그 이유는 지분율이 아주 높으면 대주주가 자기 회사로 생각해 열심히 일하거나 이익을 회사로 몰아주기 때문이며, 반면 지분 분산이 확실하게 되어 있으면 CEO가 자신의 자리 보전을 위해 다수의 주주 이익을 신경 쓰기 때문이다. 태평양, 현대모비스, 대웅화학, KT&G 등을 설명하는 연결고리가 바로 인센티브였던 것이다.

이 책은 인센티브라는 시각을 줄 뿐 아니라 현상을 한번 뒤집어 보는 역발상적 사고 방법도 제공한다. 범죄율의 감소 원인을 낙태의 합법화에서 찾는 그의 발상은 사실 여부 혹은 도덕적 판단을 떠나 워낙 재미있어 딱딱한 학문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경제학을 매쉬맬로우처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준다. 천재는 학문을 어렵게 만들기도 하지만 쉽게도 만들기도 하나 보다.

사회를 바라보는 선입견에서 일탈하고 싶다면 일독을, 자본주의의 극단에 있는 투자자라면 필독을 권한다. 단, 워낙 베스트셀러라 자극적인 광고 문구와 과장된 소문을 들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최준철 wallstreet@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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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개

  • templeton
    책도 재밌었지만 대주주 지분율과 인센티브개념을 엮어내는 최준철님의 지혜가 더 멋지네요^^
    2005.09/30 09:20 답글쓰기
  • templeton
    2005.09/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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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nddag
    마지막 말이 인상에 깊군요. 저도 사려다가 예스24에서 악평이 올라오는것보고 잠깐 망설였는데...
    최준철님의 말을 들으니까... 가볍게 읽어보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책인것 같네요.
    2005.09/30 09:52 답글쓰기
  • chanddag
    2005.09/3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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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루
    적당한 기대를 하고 보면 재밌는 책이죠.
    누차 주장하지만, 이 책의 좋은 점은
    자녀분들의 영어이름 지어주는데 큰 도움을 준다는 겁니다. ^^
    2005.09/30 10:20 답글쓰기
  • 알루
    2005.09/3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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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루
    시카고 마약상조직과 맥도날드의 조직구조가 하나 다를 바 없다는 것도
    참 재밌었어요.
    2005.09/30 10:20 답글쓰기
  • 알루
    2005.09/3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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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종이
    아주 깊은 내공을 재미 속에 숨기고 있는 책입니다. 책으로서의 완결성은 조금 미흡하지만, 각각의 주제들은 반짝거립니다. 애초에 책의 주제와 컨셉이 완결성을 기하기는 어려운 책이지요. 올해 제가 읽은 책들 중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습니다. (만화책 제외. 만화책은 [20세기 소년]과 [애욕전선 이상없다] ^^)
    2005.09/30 10:46 답글쓰기
  • 푸른종이
    2005.09/3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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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lanshe
    흥미로운책입니다.. 통계를 좀 아시면 이해가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읽다가 보면 결론에 도달하기위한 부연설명이 반복적으로 나와서 조금 지루한면도 있습니다.(낙태와 범죄에 관한 내용에서)
    2005.09/30 12:03 답글쓰기
  • balanshe
    2005.09/3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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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rineBlue
    저도 아주 흥미롭게 읽었던 책입니다.
    아이디어가 빤짝빤짝 해요.. ^^;
    2005.09/30 18:34 답글쓰기
  • MarineBlue
    2005.09/3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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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obby
    알루님이 지적하신 "누차 주장하지만, 이 책의 좋은 점은
    자녀분들의 영어이름 지어주는데 큰 도움을 준다는 겁니다. ^^"이 압권입니다.
    저도 재미있게 봤는데요, 저는 이 글을 쓴 저자랑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사람에게서 강의를 듣고 토론할 수 있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같네요.
    2005.10/01 00:41 답글쓰기
  • seobby
    2005.10/01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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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재
    꼭 사서 읽어보면 도움이 되고 서른살의 경제학도 같이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외에 더 재미있게 보려면 폴 크루그먼 교수의 대폭로도 함 보시면 많은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생각보다는 경제를 이해하면 쉽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실천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만요,..
    2005.10/01 13:01 답글쓰기
  • 이정재
    2005.10/0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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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루
    이 책의 저자가 비록 재밌는 글을 쓴 천재이기는 하지만
    제 자녀가 이런 사람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2005.10/04 17:32 답글쓰기
  • 알루
    2005.10/0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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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름밥20년
    영화예고편을 봤읍니다,반전이기막힌 영화예고편이었어요.그래서 엄청난 미스테리 스릴러영화일
    거라는 상상과기대를 가지고 봤죠.
    헉!!!



    예고편이 반전의 전부였어요.
    2006.01/08 10:43 답글쓰기
  • 기름밥20년
    2006.01/0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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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모사
    저는 이제야 조금 보기 시작했는데.

    다른 것보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도움이 됩니다.

    저는 숫자는 거짓말을 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숫자는 얼마든지 속일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니까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숫자들을 잘 살피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로 여겨집니다.

    공부를 해볼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 도움이 되는 군요.

    저는 도무지 숫자를 믿을 수 없었는데.
    2006.04/27 19:07 답글쓰기
  • 오모사
    2006.04/27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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